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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헌법기관 감사원, 윤석열 정부 '내로남불' 앞장섰나

[스트레이트] 헌법기관 감사원, 윤석열 정부 '내로남불' 앞장섰나
입력 2022-08-21 21:13 | 수정 2022-08-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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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가 출범 100일을 넘겼습니다.

    초반부터 2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 속에 국정 전반이 곳곳에서 삐걱거리는데요.

    하지만 활기를 띠는 분야도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을 비롯한 사정당국입니다.

    전 정권을 겨냥한 각종 수사가 한창이죠.

    바쁜 데가 한 곳 더 있습니다.

    감사원도, 요즘 이례적으로 분주합니다.

    중앙 부처와 공공기관들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감사에 착수했는데요.

    정권 초부터 감사의 칼끝에 선 기관들, 이들 사이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인 지난 6월.

    여권은 장관급인 기관장 두 명의 사퇴를 전방위로 압박했습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법률로 보장된 임기가 두 사람 모두 1년 정도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6월 16일)]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한 것이고, '양보해서 물러나는 것이 정치 도의상으로 저는 맞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튿날엔 윤 대통령까지 가세했습니다.

    [윤석열/대통령 (6월 17일)]
    ((두 위원장이) 물러나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으신가요?)
    "임기가 있으니까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 아니겠습니까."

    닷새 뒤, 드디어 감사원이 움직입니다.

    먼저 방통위를 겨냥하는데요.

    정기감사 자료를 수집하는 예비감사에 들어갑니다.

    한 달 뒤부턴 아예 현장에 상주하며 본격적인 '실지감사'에 착수합니다.

    [한상혁/방송통신위원장 (지난달 29일, 국회 과방위)]
    "'정기 감사라는 업무 범위를 다소 넘어서는 것 아닌가'하는 개인적인 우려는 가지고 있습니다."

    현장감사는 보통 3주 만에 끝나지만, 2주가 연장돼 아직 진행 중인데요.

    감사 규모 역시 이례적입니다.

    방통위 담당이 아닌 감사관들까지 포함해 감사 인력만 15명 안팎.

    3년 전 정기감사땐 10명이었습니다.

    이들은 방통위 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한 포렌식, 즉 디지털 증거분석도 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뭘 문제삼는지 불분명하자, 국회에선 이런 질문까지 나옵니다.

    [조승래/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9일, 국회 과방위)]
    "(한상혁 위원장님) 혹시 지각을 자주 하거나 그러셨습니까?"

    '지각을 자주했냐', 이게 그냥 해본 농담이 아니라 뼈 있는 한마디였는데요.

    하루 전 감사원이, 국민권익위에서도 감사를 시작한 걸, 꼬집은 표현이었습니다.

    [최재해/감사원장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권익위의) '복무기강'에 초점을 맞춰서 특별조사국에서 나가는 겁니다. 이번에 또 특별히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에‥"

    '복무기강'이라니, 무슨 뜻일까요.

    알고 보니, 전현희 위원장이 상습적으로 지각을 하는 등 근태에 문제가 많다는 겁니다.

    전 위원장은 '감사 자체가 억지라는 근거'라며 펄쩍 뛰었습니다.

    [전현희/국민권익위원장]
    "지각이라는 개념 자체가 있을 수가 없는 겁니다. 서울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거나 아니면 외부 업무를 하거나, 현장. 또 이런 근무를 하고 난 이후에 오후에 세종사무실에 내려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 경우는 사실은 출근은 오전에 해서 업무를 본 거고요."

    난데 없이 기관장의 출퇴근시간이 도마에 오른 건데, 정부 부처 수장들의 근태가 원래 엄격히 관리되고 있었던 걸까요.

    그래서 저희가 한 국회의원실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장관의 출퇴근 시각을 매일 기록한 부처는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딱 두 곳이었습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 다른 곳들은 모두 '출퇴근 시간 자료를 관리하지 않는다", 이런 답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감사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감사원장은 출퇴근 시간을 엄수하고 있다"고 한 겁니다.

    하지만 구체적 근거는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회재/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지어 감사원도 감사원장에 대해서 근태 관리를 안 하고 있거든요. 근데 유독 지금 표적이 돼 있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에 대해서 근태 관리, 근태 조사를 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이거는 '정치 보복적인 감사'다. 오히려 또 반대로 보면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낭만적인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의 '내로남불'.

    야당이 반발하는 속내를 들여다볼까요.

    지금 감사원의 표적이 된 기관들, 대부분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수장들이 재임 중인 곳이죠.

    정권이 바뀌었으니 나가라는 거냐, 그런 말인데요.

    여기서 잠깐, 검찰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벌어졌다는 각종 '사퇴 압박' 의혹을 맹렬히 수사 중인데요.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부당하게 몰아냈다는 겁니다.

    산업부와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입니다.

    이런 걸 수사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전방위 감사까지 벌인다면, 이거야말로 '내로남불' 아닐까요?

    하지만 감사원은 '시기상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최재해/감사원장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감사의 속성상 과거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정부 출범 초기에는 전 정부에서 한 일들이 전부 감사 대상이 됩니다."

    사실 감사원은 권익위에 대한 정기감사를 '작년에도' 진행했습니다.

    위원회급 기관은 보통 3년마다 정기 감사를 받으니까, 이례적이죠.

    뭘 더 들여다보려고 후속 감사를 서둘렀던 걸까요.

    저희는 감사원이 이번에 요구한 자료 목록을 확보했는데요.

    지난 정권 때 권익위가 조국, 추미애, 박범계, 이들 세 법무장관의 이해충돌에 대한 유권해석을 어떻게 내렸는지, 근거 자료 전부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권익위가 '정치적 해석'으로 이들을 봐줬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입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권익위 상임위원 등 고위직들의 인사자료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 차량 운전기사들의 채용 관련 서류부터 업무용 스마트폰 관리대장, 관사 관리비 납부내역까지 감사 대상입니다.

    [전현희/국민권익위원장]
    "이미 작년에 감사를 다 마쳤고, 작년 말에 감사원이 지적하는 조치들을 다 이행하고 완료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우리 직원들에 대한 복무감사와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이거는 감사원 사무규칙에도 어긋나고 권한 남용의 감사라는 거죠."

    하지만 감사원은 이번 특별감사를 2주 연장했습니다.

    전현희 위원장은 작심한 듯 오늘 SNS에 글을 올렸는데요.

    "감사원이 "직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등 표적·강압 조사를 하고 있다"며 "'위원장의 개입을 불라'는 허위 답변을 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원하는 답을 하지 않는 직원에겐 별도의 근태자료를 요구하거나, 별건 조사를 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는 겁니다.

    [☎ 전현희/국민권익위원장 (오늘)]
    "저와 관련돼 있는 사안들의 경우에 그러니까 '위원장이 지시했다'든지, '위원장의 뜻에 의해서 이렇게 했다'든지 이런 식의 답변을 얘기(요구)하는 겁니다."

    기관장들이 그나마 버티고 있는 방통위나 권익위와 달리 다른 곳들은 어떨까요.

    감사를 받던 일부 기관장들은 압박에 못이긴 듯 하나 둘 짐을 싸고 있습니다.

    작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한국개발연구원, KDI의 홍장표 원장.

    [홍장표/당시 KDI 원장 (지난해 9월)]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KDI의 원장으로서 오게 돼서 개인적으로 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KDI 원장은 정부의 경제 정책을 자문하고 평가하는, 국무총리 산하의 요직인데요.

    한덕수 총리는 지난 6월 말 기자들과 만나 "소득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홍 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한 인사니까, 사실상 '나가라'고 한 거죠.

    며칠 뒤 홍 원장은 임기를 2년이나 남긴 채 물러났는데요.

    감사원이 감사를 위한 회계와 인사 자료 등을 내라고 한 게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홍장표 (음성대역)]
    "총리께서 저의 거취에 관해 언급하실 무렵, 감사원이 KDI에 통보한 이례적인 조치도 우려됩니다.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이달 초엔, 역시 감사원 감사를 받던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의 김현준 사장도 사직서를 냈습니다.

    앞서 김 사장은 LH의 임대주택 단지에서 열린 윤 대통령 주재 회의에도, '참석할 필요 없다'는 말을 대통령실로부터 들었다고 합니다.

    이쯤되고 보니, 과거 정부 인사들에 대한 '찍어내기'에 감사원이 앞장 선 모양새인데요.

    이래도 되는 걸까요?

    국가의 세입·세출 결산부터 중앙과 지방정부의 회계감사, 각급 공무원에 대한 직무 감찰.

    감사원은 이런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헌법기관인데요.

    감사원법 제2조 1항.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임명하지만, 그 직무만큼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부총리급 예우인 감사원장의 4년 임기가 헌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최재해 현 원장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인데요.

    그는 이미 박근혜 정부 때 차관급인 감사위원에 올랐죠.

    문재인 정부로 바뀐 뒤에도 그 임기를 다 채웠습니다.

    원장에 임명될 때는 사상 최초로 감사원 내부에서 발탁됐다는 명예까지 덤으로 얻었는데요.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이런 말도 했습니다.

    [최재해/당시 감사원장 후보자 (지난해 11월)]
    "(공직자가) 자기 자리를 사유화한다든지 정치화한다든지 이렇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전임인 최재형 전 원장이 대선에 뛰어들기 위해 중도사퇴한 전례를 비판한 겁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윤석열 정부의 등장과 함께 백팔십도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

    감사원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한 최재해 원장의 발언이 회의장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조정훈/시대전환 의원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입니까, 아닙니까?"

    [최재해/감사원장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정훈/시대전환 의원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게 감사원의 역할입니까? 제가 지금 약간 충격이 와서‥"

    '대통령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감사원의 독립성은 물론 정치적 중립성까지 깡그리 부정하는 말처럼 들리는데, 그것도 감사원장 입에서 나온 말이라 회의장이 크게 술렁였습니다.

    오죽하면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장조차,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냐고 다시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저도 귀를 좀 의심케 하는데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발언하셨습니까? 지금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도 되어 있지 않은 발언을 하셨길래 저도 한번 확인을 해 보는 건데‥"

    최 원장은 거리낌 없이 답합니다.

    [최재해/감사원장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대통령이 국가를, 국정을 잘 운영하도록 감사원이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기관이냐' 이렇게 받아들여서 '그렇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렇게 되자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죠.

    감사원이 결국 해명을 한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돌렸는데요.

    "대통령 편을 든다는 의미의 '국정운영 지원'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이건 또 뭔가요.

    거창한 대국민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 원장의 말에 다소 오해가 있었다', 그 정도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보도가 잘못됐다며 엉뚱하게 언론 탓으로 돌린 겁니다.

    [이재근/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감사원이) 무슨 (대통령)비서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긴 것이 헌법적인 역할인데, 그걸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라고 이렇게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요. 지금 감사원에는 이미 논란에 휩싸인 최재해 감사원장보다 더 주목 받는 고위 간부가 있습니다.

    바로 유병호 사무총장입니다.

    최 원장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던 문제의 그 법사위 회의장으로 다시 가볼까요.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그 기사들이 다 가짜예요?"
    [유병호/감사원 사무총장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사실관계가 맞아야 제가 답을 할 거 아닙니까."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10여 건의 그 기사 보도가 다 가짜예요?"
    [유병호/감사원 사무총장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그거 전부 오보고, 오집에, 오보에, 오신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유 사무총장이 3년 전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렸다,

    그런 내용의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그 얘기가 나오자 의원들과 언성을 높인 겁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2급인 국장에서 갑자기 차관급인 사무총장으로 파격 승진했는데요.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다가 돌아온 뒤였습니다.

    [감사원 관계자 (음성대역)]
    "유병호 사무총장이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갔거든요. 인수위원들은 준비된 게 없으니까, '맞는가 보다'하면서 따라갔다고 봐야죠."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선 문재인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자신이 주도했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감사 당시를 언급하며 "이토록 너저분한, 오만가지 감사 방해는 처음이었다"고 했습니다.

    또 "문재인 정권 공직 기강이 인체로 치면 뼈와 장기가 다 망가진 수준"이라며 "정권이 안 바뀌었다면 사직서를 내려고 했다"는 말도 했는데요.

    감사원 2인자의 위상을 가진 고위 간부가 노골적으로 '정치적 편견'을 드러낸 셈이죠.

    그는 자신이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교통공사 감사를 주도했다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건드려서 좌천됐다"고도 했는데요.

    당시 감사원장이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 최재형 의원이죠.

    최 의원에게 '좌천이 맞냐'고 물어보니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겠죠"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심지어 유 사무총장은 최재형 원장 시절 감사원을 놓고 '악폐가 쌓였다'는 표현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초고속 승진에 언행에도 거침이 없다보니, 요즘 감사원 안팎에선 '유병호 사무총장이 실질적인 원장'이란 말까지 나돌 지경입니다.

    감사원이 최근 단행한 조직 개편도 이런저런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감사원의 조직도를 잠시 볼까요.

    제1, 2사무차장과 공직감찰본부가 있고, 그 아래 국 단위 조직들이 각자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조직의 인원을 빼서 이번에 '국민감사본부'를 신설했습니다.

    '국민들이 제안하는 감사를 하겠다'는 건데요.

    꽤 그럴싸하죠?

    취재해보니 그 규모도 상당합니다.

    감사원 전체 구성원이 1천 명 정도인데, 국민감사본부만 143명에 달합니다.

    여기에 '원장이 지시하는 사항' 등을 들여다보겠다며 '미래전략감사국'이 추가됐는데요.

    비슷한 일을 했던 기존의 '특별조사국'까지 더하면, 전체 인력의 4분의 1이 이른바 '특별 지시'에 매달리게 되는 거죠.

    감사원이 통상적인 업무를 넘어 '표적 감사'에 힘을 싣겠다는 거 아니냐, 이런 의심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는데요.

    [이재근/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특별감사 부서를 두는 것 자체가 꼭 필요한 건지 의문이고. 그런 부서들은 결국은 사무총장이나 감사원장의 의지에 따라서, 혹은 정권의 필요에 따라서 감사에 착수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감사원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공익감사 청구같은 외부 수요에 적극 대응하려는 취지"라는 건데요.

    하지만 이 '공익감사 청구'란 게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만 봐도,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청구한 '공익감사'였습니다.

    자, 이렇게 출범 100일 된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이 얼마나 숨가쁘게 돌아는지 말씀드리고 있는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시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칼날을 들이댈 예정입니다.

    [장유식/변호사(민변 사법센터 소장)]
    "(공수처가) 전 정부에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서 만든 조직이라고 하는 점에서 '공수처에 대해서 압박을 가하기 위한 감사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또 최재형 전 원장 시절 감사원 스스로 '문제 없다'고 결론냈던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도 특별감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무려 4차례나 정권의 입맛에 맞게 결론을 뒤집었던 '4대강 사업'도 다시 주무르고 있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개방과 해체를 놓고, 감사에 들어간 겁니다.

    [장유식/변호사(민변 사법센터 소장)]
    "결국은 정권 입맛에 따라서 하명 감사를 시킬 수 있는 그런 조직으로 전락될 수 있는 그런 위험성을 언제든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현 정부에서 쏟아지고 있는 갖가지 의혹에는 원론적인 태도를 유지할 뿐입니다.

    [권칠승/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9일, 법사위)]
    "이번 정부 들어와서 대통령실 공사 계약이 전부 비공개로 전환되고 있는 것 알고 계십니까?"

    [최재해/감사원장 (지난달 29일, 법사위)]
    "지금 제기하신 문제는 저희들이 모니터링을 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감사를 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희는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감사원은 물론 최재해 원장 쪽에도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요.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감사원장은 외부에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죠.

    할 수 없이 최재해 원장이 사는 공관을 찾아갔는데, 얼굴 한 번 마주치기도 힘들었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MBC 스트레이트에서 나왔습니다. 원장님 잠시만 좀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고 하신) 말씀 좀 여쭤보려고요. 원장님.)
    "‥"

    최 원장은 내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합니다.

    지난달 회의에선 '감사원이 대통령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이렇게 말해 파문을 일으켰죠.

    그 사이 생각에 변화가 좀 있었는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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