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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국회와는 헤어질 결심?‥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독주' 논란

[스트레이트] 국회와는 헤어질 결심?‥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독주' 논란
입력 2022-09-04 21:12 | 수정 2024-03-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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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말 국회 본회의장.

    여야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정부 질문이 열렸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법무장관이었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한동훈 현 장관을 상대로 공세에 나섰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왼)-박범계 민주당 의원(오)/7월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
    (업무는 없는데 직위는 만들었어요. 이게 꼼수입니다. 이게 법치 농단이에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외향은 법치를 띠고 있지만 '실제는 반법치다' 이 말입니다.)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한 장관의 반격.

    두 사람의 충돌은 급기야 신경전으로 번졌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왼)-박범계 민주당 의원(오)/7월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
    (제 질문에 그렇게 피하지 마시고)
    "아니, 피하는 게 아닙니다."
    (왕 중의 왕, 1인 지배의 시대, 그걸 한동훈 장관이 지금 하고 있는 거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면 다입니까? 아니라고 하면 다예요?)

    정권 교체로 공수가 뒤바뀐 전·현직 법무장관들의 기싸움.

    바로 현 정부 들어 법무부에 신설된 이 조직 때문이었죠.

    '인사정보관리단'.

    기존 청와대의 공직자 인사 검증 권한이 고스란히 옮겨진, 장관 직속 기구인데요.

    법적 근거도 없는 이 조직을 정부가 마음대로 만들었다는 게 가장 큰 논란입니다.

    정부가 직접 법률에 손을 댈 순 없으니 '시행령'이라는 수단을 동원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입니다.

    인사정보관리단 뿐이 아닙니다.

    법 개정으로 축소됐던 검찰의 수사 범위를 다시 확대하고, 경찰 안팎의 반발을 무릅쓴 채 행정안전부에 경찰국 설치를 강행한 것도, 모두 '시행령'을 통한 조치였습니다.

    '법치'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통치'로 편법을 일삼는다, 이런 비판까지 거센데요.

    대체 무슨 말일까요.

    그 내막을 이해하려면, 문제의 이 '시행령'이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 어디쯤 위치하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맨 위에는 헌법, 그 아래가 법률입니다.

    모두 국회, 즉 입법부에서 만듭니다.

    '시행령'은 바로 이 법률의 하위 개념이죠.

    법에서 일일이 정하지 못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어 놓은 겁니다.

    이 시행령을 만들고 바꾸는 건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 그러니까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의 몫입니다.

    하지만, 국회가 만든 법률의 취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인호/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만약에 대통령의 그와 같은 시행령 권한 행사가 국회의 입법 의사에 반하면, 명백히 반하면 그건 무효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딱 이런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현행 정부조직법상 법무부는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인사 검증 조직을 함부로 만들 수도 없는 겁니다.

    그런데 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이 정부조직법을 안 바꿔준다며,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관리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원래 공직자 인사 정보의 수집·관리, 이건 인사혁신처장의 업무인데요.

    기존 시행령은 이 업무를 대통령 비서실장에만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여기에 법무부장관을 추가한 겁니다.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부의 논리라고 한다면, 인사 검증을 할 수 있는 기구를 법무부에 설치해도 되고 국방부에 설치해도 되고, 과학기술부에 설치해도 가능하다‥ 우리 행정조직의 기본 원칙을 저버린 것이고 권력의 분산이라는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한동훈 장관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한동훈/법무부장관]
    "이 업무는 새로 생긴 업무가 아니라 과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계속해 오던 업무입니다. 제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면 과거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 검증 업무는 모두 위법입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인사검증'이란 업무 자체의 잘잘못이 아니죠.

    이 업무를 맡기는 절차에 위법이 있냐 없냐 하는 문제인데, 논점이 빗나간 해명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법무부에 인사 검증을 맡기려 할까요.

    사실 인사정보관리단은 인적 구성에서 이미 도마에 올라 있습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통하는 이동균 부장검사를 비롯해,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의 검사 3명이 모두 인사 검증의 핵심 실무를 담당합니다.

    그러다보니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7천여 명의 인사가 검사들 손에 달렸다, 이런 비판까지 받고 있습니다.

    인사 검증 목적으로 수집된 민감한 정보가, 악용될 우려마저 나오는데요.

    [양부남/민주당 법률위원장 (전 부산고검장)]
    "법원의 영장에 의해서만 알 수 있는 그 검증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이라든지 재산 거래 관계도 면밀히 알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그 공직자에 대해서 얼마든지 검사는 내사하려는 유혹을 받게 되고 그 정보는 얼마든지 (수사에) 활용 가능하죠. 마음만 먹으면 막을 수 없죠."

    더 심각한 건 '행정부' 소속인 관리단에서 '사법부'의 고위직 인사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겁니다.

    [한상훈/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정한 재판을 하려고 했을 때 그런 법무부의 왜곡된 인사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면이 있는 거죠."

    예전 윤 대통령의 총장 재직 때 대검찰청은 판사들의 주요 재판 결과와 세평을 수집해 '판사 사찰' 논란을 부른 바 있죠.

    [장유식/민변 사법센터 소장]
    "(검증 대상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인데 거기에 욕심이 있는 사람은, 또는 그 밑에 하급 법관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그것을 이제 우리는 재판 농단, 사법농단이라고 하는‥ 소위 적폐 청산 과정에서 (정리)해왔는데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 상태죠."

    걱정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서울법대 1년 선배인 윤 대통령과 별 친분이 없다고 했다가, 술자리를 같이 했던 일이 드러났습니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왼)-김의겸 민주당 의원(오)/(지난달 29일 대법관 인사청문회)]
    (윤석열 대통령과 그 (술)자리에서 자주 봤다고 하는 목격자가 있어서 제가 저걸 보여 드리는 겁니다. 인정하시는 겁니까?)
    "저 집에 같이 둘이 가서, 하여간 둘이든 셋이든 같이 있었던 것은 제 기억으로는 두 번 정도라서요."

    이런 오 후보자마저도 법무부가 법관 인사에 관여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오석준/대법관 후보자]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소속에 검찰 인사들이 많이 있다 보니 대법관이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헌법재판관 그런 대상자의 경우에 법무부에서 (검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현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23명 중 윤 대통령 임기 중 교체되는 사람은 무려 22명인데요.

    논란이 커지자 한동훈 장관은 선을 그었습니다.

    [한동훈/법무부장관 (7월 14일)]
    "대법관의 경우에는 과거에도 민정수석실을 비롯한 행정부에서 별도로 인사 검증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고위 법관의 인사 검증은 안하겠다는 건데, 현재 규정으론 얼마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죠.

    [박범계/민주당 의원 (지난달 22일 국회 법사위)]
    "아까 대법관 검증을 제외한다는 건 '내 계획'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내 계획'. 그건 한동훈 장관의 계획에 있으면 안 돼요. 법령상의 근거와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검수완박'이니 '검수원복'이니 하는 검찰 수사권 다툼도, 이 '시행령'을 매개로 다시 가열되고 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이었던 지난 4월로 가보겠습니다.

    당시 국회는 검찰청법을 개정했는데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이렇게 바꿨습니다.

    기존 6대 범죄 가운데 '부패'와 '경제', 딱 두 가지만 남긴 겁니다.

    그런데 새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이걸 상당 부분 되돌립니다.

    원래 경찰의 수사 영역이었던 마약 유통과 조직 폭력 등도 '경제' 범죄다, 또 법 개정에서 제외됐던 공직자 직권남용과 금권 선거 역시 '부패' 범죄라며 검찰 수사 범위에 다시 포함시켰습니다.

    대국민 홍보 효과가 큰 강력 범죄와 정관계 인사들을 겨냥할 수사권을 검찰이 다시 가져간 셈인데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검찰청법 조항의 이 한 글자, '등'이라는 표현이 있으니까 시행령에다 다른 범죄들을 추가해도 된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입니다.

    [임지봉/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청법의 개정 목적은 뭐죠? 수사권 축소잖아요. 그리고 적어도 6대 범죄에 포함됐던 [공직자] 범죄라든지 [선거] 범죄는 일부러 [삭제]한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두 가지는 '등' 안에 들어갈 수가 없는 거예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검찰청법 조항 뒷부분의 '중요 범죄'라는 문구를 근거로 다른 범죄들도 대거 수사 범위에 넣었습니다.

    '사법질서를 저해하는 범죄'가 '중요 범죄'라며 무고와 도주, 증거인멸, 위증 등도 포함시킨 겁니다.

    하지만 법 개정 당시의 취지는 검찰이 부패와 경제범죄만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진성준/민주당 의원(4월 30일, 국회 본회의)]
    "검사가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에 한하여]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법의 취지에는 다름이 없습니다."

    법무부는 심지어 지난주에도 검찰의 수사 범위를 늘렸습니다.

    기존 검찰청법 시행령에 따르면, 검사는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에 대해, 특별한 경우에만 보완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혐의와 무관한 먼지털기식 수사를 못하게 한 겁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1일 차관회의에서, 보완수사 관련 조항을 통째로 삭제한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동일한 피의자에 대해 원래 입건된 사건 말고도, 다른 혐의까지 무제한으로 들여다 볼 우려가 커집니다.

    형사소송법이 제한하고 있는 이른바 '별건 수사'입니다.

    [장유식/민변 사법센터 소장]
    "검찰청법에 (경찰이 넘긴 사건과의) '직접 관련성' 이런 걸 집어넣는 이유가 별건 수사 같은 걸 방지하기 위한 건데, 그리고 직접 수사권을 제한하기 위한 건데. 그야말로 자의적으로 언제든지 직접 수사권을 확대하겠다고 하는‥"

    그럼에도 정부는 '법률에서 위임한 시행령 권한을 행사한 것이니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쉽게 말해 '법대로 했다'는 겁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국회가 만든 법률이 그렇게 돼 있는 건데, 그 법률대로 하는 것을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법에도 맞지 않고, 상식에도 맞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요?

    시행령은 마지막 관문인 국무회의 통과에 앞서 먼저 법제처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상위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살피는 겁니다.

    그런데 법제처는 최근 논란으로 떠오른 시행령들 모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왼)-박범계 민주당 의원(오)/7월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법제처 판단까지 돼서 시행 중인 사안입니다. 충분히 법적인 근거가 있고‥"
    (이완규 법제처장의 검수를 받았다? '초록은 동색' 아닙니까?)

    '초록은 동색'이란 평가를 받은 이완규 법제처장, 윤석열 대통령과 대학 동기이자 검찰 출신입니다.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이 직무배제 징계를 받았을 때 변호를 맡았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입니다.

    [김민하/시사평론가]
    "(윤석열 대통령을) 변호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긴 하죠. 결국 이제 좀 편향된 그런 법 해석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거 아니냐‥"

    이같은 비판에 이 처장은 "법제처가 정쟁에 휘말리는 곳이 아니"라며 반박하는데요.

    하지만 논란이 된 시행령들에 대한 판단 기준을 밝힌, 이 말 들어보시죠.

    [이완규/법제처장(지난달 22일, 국회 법사위)]
    "지난 정부에서는 검사의 수사권을 굉장히 제한하려고 했던, 제한하는 정책을 가졌던 정부였습니다. 그 정부에서는 그렇게 줄인 거지요. 그렇지만 이제 정부가 바뀌었지 않습니까. 그 새로운 정부에서는 다른 정책을 가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다른 생각을."

    엄격한 법률적 해석에 충실해야 할 법제처가 마치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의미로 들리는데요.

    이렇게 되면, 국회 의석을 놓고 다투는 총선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서보학/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야말로 시행령 횡포다. 이렇게 국회의 입법 권한을 무시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3권 분립 원칙을 침해한 것이다."

    사실 현 집권 여당도 과거엔 '시행령 통치'를 막으려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5년.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국회가 시행령 수정을 요구하면 정부는 이를 받아들인 뒤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법안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정의화/당시 국회의장 (2015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비록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좌절된 법안이지만, 지금 여당의 간판이 된 의원들도 당시엔 공개적으로 찬성했습니다.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2015년 5월 29일, 국회 법사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위헌적 요소가 가감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이 법이 그냥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의원총회에 나가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야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지적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겁니다.

    그 때 그 법안과 비슷한 내용으로 지난 6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조응천/민주당 의원 (6월 14일)]
    "신정부가 시작되고 잘 아시다시피 법으로 안 되는 거는 시행령으로 하겠다‥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거고 3권 분립을 침해한 거다."

    7년 전엔 전폭적으로 찬성했던 국민의힘, 지금은 입장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국정 발목 잡기'라며 펄쩍 뛰고 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6월 14일)]
    "행정부를 흔들어보겠다는 것이 바로 국회법 개정의 본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거부권을 시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6월 13일)]
    "시행령에 대해서 수정 요구권 갖는 거는 그건 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보고 있고요."

    미국에선 의회가 행정부의 시행령을 위법으로 판단하면, 상·하원이 합동으로 '불승인'을 의결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상하원을 합쳐 재적 의원의 2/3 이상이 재의결하면 시행령은 완전 폐기됩니다.

    [이인호/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연방의회가) ‘우리의 입법 의사는 이것이다’라고 3분의 2의 가중 다수로 통과시키면은 그때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산되는 거죠."

    헌법상 권력분립 질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회가 나름대로 통제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 과거에도 종종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높이기 위해 시행령을 활용했다 야당의 반발을 불렀고요.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요직에 공무원을 파견해 중립성 시비를 일으켰고, 이명박 정부땐 4대강 추진과정에서 시행령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했습니다.

    당시에도 정치권이 요동치긴 했지만, 검찰과 경찰 등 이른바 사정 기관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김민하/시사평론가]
    "완전히 공통분모가 없는 양쪽의 세계관이 존재하다 보니까 검찰 수사권을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러면 경찰의 역할이나 이런 것들을 앞으로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화해와 협치는 불가능한 거죠."

    시행령을 앞세운 정부의 거침없는 행보는 이제 주요 민생 입법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지난해 천신만고 끝에 국회를 통과해 올 초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산업 현장에서 중대한 인명 사고가 생기면 현장 관리자 정도가 아니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한 내용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장의 '안전보건 최고책임자'도 경영책임자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다시 말해 대표이사 대신 현장관리자가 처벌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바꾸려는 겁니다.

    시행 6개월도 안 돼 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는 겁니다.

    심지어 담당 부처도 아닌 기획재정부가 앞장섰습니다.

    연구 용역을 맡긴 뒤, 그 보고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겁니다.

    [윤택근/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지난달 29일)]
    "안전의 문제는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질 때만이 조금씩 나아집니다. 기업에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기재부의 잘못된 시행령 명백히 반대합니다."

    검찰의 수사범위를 다시 확대하는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안은 모레 국무회의를 앞두고 있는데요.

    본격 시행되는 이번 주말부터 수사와 재판에 혼란이 클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검찰 수사에 법적 근거가 없다', 이런 시비가 곳곳에서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의 '시행령 독주'에 따른 파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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