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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이지수

[스트레이트] 평온한 일본 섬마을에 미사일기지

[스트레이트] 평온한 일본 섬마을에 미사일기지
입력 2023-04-02 20:55 | 수정 2024-02-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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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

    일본 오키나와에서 서남쪽으로 한 시간 가량 더 비행하면 나오는 이시가키 섬입니다.

    일본 최남단 섬 가운데 하나라 일본 본토보다도 대만이 훨씬 더 가깝습니다.

    일본 본토는 1,00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대만은 250km 거리입니다.

    면적은 울릉도 3배만 합니다.

    에메랄드 빛깔의 투명한 바다에 수백가지 종류의 산호가 유명합니다.

    유난히 하얀 모래사장도 이 섬의 자랑거리입니다.

    연평균 기온이 24도로 거의 1년 내내 따뜻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마무라/일본 관광객]
    "여기 오면 3월에도 바다에 들어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왔습니다."

    파인애플과 망고, 사탕수수 같은 아열대 작물도 잘 자라고 축산업도 발달해 먹을거리도 풍부합니다.

    이렇게 평온하던 섬이 요즘 어수선해졌습니다.

    일본 자위대원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겁니다.

    "잠시만요, 잠깐만요. 위험, 위험, 위험해요"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 주민들이 얼마 전부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건데요.

    일본 육상자위대 미사일 기지가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이곳 일본 오키나와의 부속섬인 이시가키섬에서 시작합니다.

    군사대국을 향해 가는 일본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 정책을 짚어보겠습니다.

    지난달 중순 섬마을 주민들이 막바지 단장이 한창이던 자위대 기지를 촬영한 영상입니다.

    논과 밭, 푸른 숲으로 둘러쌓였던 곳에 건물들이 들어섰습니다.

    낯선 모양의 구조물들이 땅에 파묻힌 듯 고개를 내밀고 있고요.

    바로 그 앞에 군용 차량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로 보입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16일 기지를 창설해 운용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주말 이시가키 섬을 찾은 스트레이트팀이 기지 근처로 갔더니 정문에서 20~30미터 떨어진 곳인데도 자위대원들이 막아서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 자위대원]
    "언덕 아래에서만 촬영하셔야 합니다."
    <여기는 미사일 기지인가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요?>
    "답변 드릴 수 없습니다."

    기지에는 자위대원 570여명과 함께 함정과 비행물체를 공격할 수 있는 유도탄이 배치됐습니다.

    사정거리는 현재 200km에서 1,000km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1,000km면 대만은 물론 제주도와 중국 상하이도 사정권에 들어옵니다.

    미사일 기지는 바로 중국을 염두에 둔 겁니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방어가 1차 목표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는 명분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본 육상자위대의 미사일 기지가 들어서면서 군용 차량들이 수시로 마을 주변을 오가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섬 전체가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겁니다.

    [사키야마 에츠고/일본 이시가키 주민]
    "미사일 기지로 인해 이 섬이 표적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물론 있고요. 미사일이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사일 기지를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섬 곳곳에 내걸렸습니다.

    "미사일 기지는 필요 없으니 자연을 보호하자"는 내용입니다.

    기지 코앞에는 초등학교도 있어 학부모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기지까지 1km 거리입니다.

    [우메다 마유/일본 이시가키 주민]
    "아이들에게 전쟁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걱정입니다."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가 여러차례 이어졌습니다.

    주민들은 정부가 연 설명회도 불참한 채 반대 구호도 외쳤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주민투표에 붙여 기지 건설을 막으려던 시도도 집권 자민당이 다수인 시의회에 가로막혔습니다.

    [미쯔코/일본 이시가키 주민]
    "기지같은 것 말고 좀 더 우호적인 대화를 할 수는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에요. 옛날에는 중국이랑 오키나와 섬은 무역도 자주 했고 서로 우호적이었는데 말이죠."

    주민들 반대는 큰데도 자위대 시설은 앞으로 더 늘어납니다.

    일본 육상자위대 미사일 기지와 주변 논밭이 맞닿은 경계입니다.

    부지 안에서는 아직 공사가 한창인데요.

    공식적으로는 지난달 기지의 운영이 시작됐지만 앞으로 사격훈련장 등 더 많은 군사 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군사적 움직임이 활발해진 건 본섬인 오키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후텐마 주일미군 기지로 가봤습니다.

    활주로에 있던 수직이착륙기가 굉음을 내뿜으며 이륙합니다.

    헬기들이 민간인 마을 상공으로 쉴새 없이 날아다닙니다.

    이런 미군 훈련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더 늘었습니다.

    예전에 안 보이던 전투기와 정찰기들까지 작년부터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마에도마리 히로모리/오키나와 국제대학교 교수]
    "유사시 즉각적으로 공격할 태세를 굉장히 강화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이전에는) 이렇게 잦은 빈도는 아니었어요."

    최신형 무기도 도입됐습니다.

    원래 있던 F-15 전투기가 현존 최강 F-22 스텔스기로 교체됐습니다.

    미군 해병대도 추가로 배치됩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해 곧바로 대만 해안에 침투해 상륙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겁니다.

    [로이드 오스틴/미국 국방장관 (1월 11일, 미일 외교·국방장관회담)]
    "(미군 해병) 포병연대를 더 치명적이고, 민첩하고, 능력 있는 부대로 대체할 것입니다."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 (1월 12일)]
    "미국과 일본의 양자 군사협력은 제3자의 이익이나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지 않아야합니다."

    대만 코앞인 요나구니 섬에는 자위대 미사일 부대와 전자전 부대가 배치될 예정입니다.

    요나구니에 이어 열도를 따라 이시가키, 미야코, 오키나와, 아마미오, 마게 섬에도 미사일 기지 등이 속속 들어섰거나 들어섭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일본과 미국이 거대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세입니다.

    일본은 이 일대에 미국에서 새로 도입하는 토마호크 미사일도 배치하려고 합니다.

    일명 전쟁 신호탄이라 불리는 무기입니다.

    방어용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에 있는 군사기지도 공격 가능합니다.

    동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오키나와 열도가 중국과 대치하는 일본과 미국의 전초기지가 된 겁니다.

    침략전쟁이 패망을 앞둔 1945년 오키나와 주민들이 미군과 결사항전에 동원돼 12만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픈 역사가 반복될까 주민들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야마시로 히로지/일본 오키나와 주민]
    "우리는 지난 세계대전으로 많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습니다. 두번 다시 전쟁만은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 종전 후 우리의 일관되고 변함없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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