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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K콘텐츠의 그늘 "기계처럼 일해요"

[스트레이트] K콘텐츠의 그늘 "기계처럼 일해요"
입력 2023-05-14 21:24 | 수정 2023-05-1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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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넷플릭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4월 24일)]
    "넷플릭스가 앞으로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 약 3조 3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세계 시장을 거머쥔 한국 작품도 하나하나 이름이 불립니다.

    [테드 서랜도스/넷플릭스 최고경영자 (4월 24일)]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피지컬 100'과 같은 엄청난 히트작을 만들어낸 한국과 협력을 돈독히 하고 있습니다."

    '통 큰 투자'라며 방미 성과로 홍보됐지만 마냥 박수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많습니다.

    원래부터 한국은 넷플릭스에 가장 '가성비' 좋은 투자처입니다.

    미국은 드라마 한 회 제작비가 평균 1백억 원을 넘는다는데 한국은 그 돈이면 네 회를 찍습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콘텐츠 1백위 안에 1위 '오징어 게임'에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K콘텐츠가 15편 들어갔습니다.

    조세 회피 의혹도 여전합니다.

    넷플릭스 한국 매출은 가파르게 늘어 7천억 원을 넘어섰지만 세금은 고작 30억 원대입니다.

    매출액 대부분을 수수료 명목으로 해외로 이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작년 국세청이 8백억 원대 세금을 추징하자 넷플릭스는 불복하고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같은 국내 기업은 매년 통신사에 수백억 원씩 망 사용료를 내는데 넷플릭스는 안 냅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내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성민/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넷플릭스의 투자, 누가 수혜자인가 보면 그렇지만 사실 제일 큰 수혜자는 넷플릭스입니다. 왜냐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하나 터지면 글로벌 슈퍼 IP(지식재산권) 하나 또 얻는 겁니다. 그게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해왔던 전략이고 그걸 잘하기 위해서 넷플릭스는 한국에 투자를 합니다."

    ◀ 앵커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한국이 제작한 드라마와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를 석권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한국을 문화 강국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안에서, 이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K-콘텐츠의 어두운 그늘을 조명합니다.

    스튜디오에 이재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앞서 영상을 보니까 어떤 면에서는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 잇속만 챙긴다는 느낌도 듭니다.

    ◀ 기자 ▶

    그런 면이 있습니다.

    한국은 상품성이 뛰어난 콘텐츠를 비교적 싸게 만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그걸 이용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거죠.

    문제는 넷플릭스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입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까?

    ◀ 기자 ▶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서 k콘텐츠의 위상이 한층 더 올라간 건 사실이죠.

    그렇지만 넷플릭스가 벌어가는 돈에 비하면 대가는 보잘 것 없습니다.

    '글로벌 공룡 기업' 넷플릭스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정부 책임도 있는데요.

    왜 그런지 취재했습니다.

    ◀ VCR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황동혁 감독.

    올해 7월부터 시즌2 촬영에 들어갑니다.

    배우 이정재가 열연했던 기훈과 이병헌이 맡았던 프론트맨도 돌아온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짤막한 예고도 공개됐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예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021년은 오징어게임의 해였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드라마 속 게임을 따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딱지를 치고, 달고나를 녹였습니다.

    [크리스티앙 고딜로/미국 뉴욕 주]
    "손이 너무 많이 떨려요. 부러질까봐 겁이 났어요. 결국 해냈어요."

    배우들이 입은 트레이닝복도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전 세계 누적 시청 시간 16억 5천만 시간.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미국 ABC 뉴스/2021년 10월 12일]
    "'오징어 게임'은 다른 어떤 TV쇼와는 다릅니다. 문화적 시대 정신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핼러윈 마스크와 의상은 이미 인터넷 사이트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얼마나 벌었을까요?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의 제작비로 투자한 돈은 약 250억원.

    블룸버그가 입수한 넷플릭스 내부 문건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스스로 오징어 게임의 가치를 9억 달러, 약 1조 2천억 원으로 평가했습니다.

    투자금 40배 넘는 수익을 낸 셈입니다.

    그럼 오징어게임을 만든 제작사가 번 돈은 얼마일까요?

    업계에서는 제작사가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받은 돈 250억 원 가운데 제작비로 쓴 돈이 200억 원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익은 많아야 50억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넷플릭스가 번 돈에 비하면 20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된 건 저작권 계약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지식 재산권을 가져갑니다.

    흥행 대박이 터져도, 돈을 버는 건 제작사가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뜻입니다.

    [이성민/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넷플릭스는 글로벌 투자로 제작 영역을 바꿨고 글로벌 제작 영역들에서 자기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는 전략들을 썼고요. 그것들로 성공한 게 사실은 '오징어 게임'이었죠."

    황동혁 감독은 각본까지 썼지만, '오징어 게임'에 대해 이제 아무 권리도 없습니다.

    황 감독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안 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황동혁/영화감독 ('오징어 게임')]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것에 거의 다 서명을 하기 때문에 이제. 이게 당연히 다들 그렇게 하고 그래야 되나 보다. 어쨌든 그걸 감히 한 개인으로서 그걸 깰 수는 없으니까. 그럴 힘도 없었고요."

    하지만 넷플릭스가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렇게 계약하는 건 아닙니다.

    프랑스는 넷플릭스가 지식재산권을 3년만 갖도록 정부 지침으로 제한했습니다.

    한국에서 리메이크했던 프랑스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투자했지만 3년 뒤에 제작사가 저작권을 갖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특약이 없는 한" 콘텐츠에 대한 권리가 전부 넷플릭스에 넘어갑니다.

    [강윤성/영화감독 ('범죄도시'·'카지노')]
    "힘들게 쓴 각본을 전부 다 제작사한테 양도한다는 항목이 ‘아, 이게 이래도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매번 제가 제작사랑 계약을 할 때마다 그 항목은 계속 걸리더라고요."

    이렇게 창작자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나라들은 더 있습니다.

    황동혁 감독은 석 달 전, 갑자기 통장으로 수천만 원을 입금받았습니다.

    [황동혁/영화감독 ('오징어 게임')]
    "‘되면 얼마나 되겠어’하고, 이번에 보니까 좀 되더라고요."

    무슨 돈인가 봤더니,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저작권 관리 단체가 보낸 돈이었습니다.

    그 나라 사람들이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을 많이 본 만큼, 넷플릭스 수익과 별개로 저작권료를 챙겨준 겁니다.

    저작권법에 '공정한 보상' 규정을 둔 나라들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등 28개나 됩니다.

    이 나라들은 넷플릭스로부터 돈을 받아내, 감독이나 작가에게 저작권료를 따로 챙겨줍니다.

    [남언호/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거대 플랫폼이 출현하면서 관련 업계의 종사자들 간에 수익 불균형이 발생을 했고요. 그런 수익 불균형을 해소하고 보완하는 취지에서 최근에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이른바 '추가 보상 청구권'이라는 규정을 제정하고 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 제작자들도 그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명량' 김한민 감독,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감독,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한국 제작자 5백여 명이 올해 2월 모두 2억 6천여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냥 준 건 아니고, 한국영화감독조합이 각국 저작권 관리 단체들에 끈질기게 요구해 받아냈습니다.

    [정주리/영화감독 ('도희야'·'다음 소희')]
    "제가 받은 금액은 한 사십 몇 만원? 내가 만든 영화와 내가 다른 게 아니라 여전히 내가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고 그게 인정받고 있구나. '다시 해봐야겠다' 하는 그런 용기를 좀 얻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한국은 이런 법이 없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에 돈을 보내면서 호혜주의에 따라 내년에는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은 관련 법이 없어서 저작권료를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니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정승구/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
    "격려하는 의미에서 돈을 보내준 것이기도 하고요. 또한 그쪽에서도 자신들의 저작권을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다라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겠죠."

    영화 감독들은 한국도 이런 법을 만들면, 매년 한국이 받는 돈은 450억 원, 나갈 돈은 70억 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 법안 논의는 몇 달째 지지부진합니다.

    [강윤성/영화감독 ('범죄도시'·'카지노')]
    "누군가의 권리를 뺏어오겠다는 게 아니라 조금의 보상을 함으로써 창작자들이 좀 더 많은 생태계에서 존속하면서 더 열심히 좋은 작품을 만들 거라고 생각이 되는 거거든요."

    ◀ 앵커 ▶

    그러니까 넷플릭스가 1조 원을 넘게 벌어갔는데 정작 오징어 게임을 만든 우리 제작자들이 번 돈은 그 100분의 1도 안 된다는 거잖아요.

    ◀ 이재민 ▶

    그런 셈이죠.

    ◀ 앵커 ▶

    넷플릭스가 다른 나라들에서는 이런 식으로 계약을 하지 않는가 봅니다.

    ◀ 기자 ▶

    그래서 넷플릭스에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지식재산권을 다 가져가느냐 이렇게 물어봤더니 "답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온 답이 좀 흥미로웠는데요.

    제가 따로 묻지도 않았는데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계약은 시즌 1 성공에 대한 보상 등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만족스러운 내용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 앵커 ▶

    좀 찔리긴 했나 봅니다.

    ◀ 기자 ▶

    그러게 말입니다

    ◀ 앵커 ▶

    우리나라와 다르게 다른 나라들은 창작자들의 지식재산권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 같습니다.

    ◀ 기자 ▶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에 구멍이 있는 셈인데요.

    k-콘텐츠가 지금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그 그늘에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면서 기계처럼 일하는 수많은 창작자들이 있습니다.

    ◀ VCR ▶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사투를 벌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댄 이 드라마는 지난해 공개 하루만에 25개 나라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로 올랐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지옥행을 선고받은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지옥'

    탈영병 잡는 헌병들을 내세운 'D.P.'도 넷플릭스 화제작입니다.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작이 모두 한국 웹툰이라는 겁니다.

    [한준희/영화감독 ('D.P.')]
    "웹툰을 봤을 때 기억은 한방 맞았다? 이걸 더 많은 사람과 볼 수 있으면 어떨까?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 수 있으면 어떨까."

    지난해 K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는 30여 편에 이릅니다.

    그래서 "K컬처를 이끌 다음 주자는 웹툰"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권창호/웹툰협회 사무국장]
    "영상으로 찍기 위해서는 스토리보드라든지 콘티가 있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웹툰이라는 건 일종의 그런 성격을 이미 깔고 있기 때문에 제작하기가 훨씬 수월하겠죠."

    웹툰 플랫폼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를 넘어 세계로 진출했습니다.

    한국 웹툰 플랫폼은 만화 대국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의 30%를 차지했고, 마블로 상징되는 미국 본토는 물론 유럽·동남아도 겨냥하고 있습니다.

    [김재용/카카오재팬 대표 (2021년 7월 21일, 유튜브 '카카오')]
    "만화 앱에서 1위를 달성했기 때문에, 큰 성장의 시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엄청난 부를 거머쥔 스타 작가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슈퍼카를 탄다', '청년 재벌이다', '건물주가 됐다'며 관심을 받습니다.

    네이버웹툰 작가 7백여 명의 연 평균 수입은 2억 8천만 원,

    1등 작가는 124억원을 법니다.

    이런 성공을 꿈꾸는 웹툰 작가는 현재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안84 /유튜브 '인생84']
    "<저는 웹툰 작가 하나만을 보고…> 진짜? 쉽지 않은데. 잘 되면 좋아. 웹툰 작가 돈도 많이 벌고. <수입이 어떻게?”> 많이 벌어. 엄청 많이 벌어. <식당 가서 가격표 안 보고 결제할 수도 있고.> 건물 보러 다닐걸?"

    어둠이 내린 저녁, 반지하 창문이 환합니다.

    지금까지 웹툰과 웹 소설 20여편을 발표한 경력 27년차 하신아 작가입니다.

    일을 시작하려면 허리에 보호대부터 찹니다.

    [하신아/웹툰 작가]
    "이렇게 딱 직각으로 앉아요 이렇게. 그러면 좀 편해요. 그리고 이걸 합니다."

    목에 교정기를 끼워서 턱을 받친 뒤에야 노트북을 엽니다.

    태블릿으로 인물과 배경을 그리고, 어떤 분위기를 연출할지 적어둡니다.

    한참 작업하는가 싶더니 안경을 벗습니다.

    목 교정기와 허리 보호대를 다 빼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지 못해 자리를 옮기는 겁니다.

    [하신아/웹툰 작가]
    "소염진통제 없이는 제가 지금 앉아 있지도 못해요 지금도. 여기 신경이 눌려서 여기까지 손목까지 지금. 어떨 때는 마비가 와서 못 움직이거든요. 단축키를 쓰니까 왼손이 더 아프더라고요."

    작업대 위에는 항상 약 봉투가 있습니다.

    웹툰 작가 대부분이 손목 통증과 허리 디스크를 달고 산다고 합니다.

    [하신아/웹툰 작가]
    "몸이 이상한데도 병원에 못 갔어요, 알고 보니까 암이에요, 이런 사례가 여럿 있습니다. 또 과로하다가 유산하신 분들, 또 호르몬계 질병 이상 오신 분들."

    웹툰 작가들의 현실을 다룬 웹툰도 있습니다.

    [웹툰 '바이 마이 버디']
    "월간에서 격주, 약 60컷, 흑백이었던 만화책은"
    "주간 연재, 약 60컷, 컬러인 웹툰으로 바뀌었습니다."
    "한 달 이상의 작업량을 어떻게 1주일 안에 소화해 낼까요?"
    "작가를 기계처럼 굴리면 됩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원작자 신일숙 작가.

    '아르미안의 네 딸들' 같은 히트작을 숱하게 낸 40년차 작가입니다.

    문하생부터 시작해 단행본, 잡지 연재까지 안 해본 게 없지만 웹툰은 달랐습니다.

    [신일숙/한국만화가협회장]
    "한 4시간 정도 자고 전부 다 일하고 있다고. 밥 먹는 시간 빼고 화장실에 가는 시간 빼면 전부 다 일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매주 한번 연재하는 형식이다 보니 설이든 추석이든 1년 내내 쉴 수도 없습니다.

    [신일숙/한국만화가협회장]
    "휴일에도 그러니까, 왜 명절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정도는 정말 최소한도로 명절 휴재 정도는 가능해야되지 않을까."

    웹툰 작가들은 대략 하루 평균 11시간, 일주일 평균 6일 일합니다.

    누적 조회 140억 회가 넘었던 '나 혼자만 레벨업'을 그린 장성락 작가는 37살 나이인 지난해 뇌출혈로 숨졌습니다.

    컷이라고 불리는 네모 칸 하나를 한 주에 1백 개 넘게 그렸습니다.

    컷 하나 그리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김동훈/웹툰 작가]
    "<보통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시나요?> 한 두 시간 걸리겠는데요? 하하. <한 컷에 두 시간이요?> 그렇죠. 그게 빠른 거죠, 그 정도면."

    매년 수천 편이 쏟아지는 웹툰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독자들은 빠른 전개를 기다립니다.

    [김동훈/웹툰 작가]
    "혼자는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고요. 죽어요, 사람 진짜로. 보통은 스태프를 한 분 데리고 이제 채색에서 보조를 좀 받으면서 작업을 하시거든요. 그렇게 작업하시는 분들은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다 원고한다고 보시면 돼요."

    이렇게 일해도 최저임금을 못 버는 작가들도 많습니다.

    1년 내내 일해도 15%는 수입이 3천만 원이 안 됩니다.

    절반 이상은 5천만 원 이하입니다.

    [신일숙/한국만화가협회장]
    "웹툰 업계는 완전히 피라미드 같은 형태라서요. 진짜 한 5%? 이런 작가들이 거의 모든 수익을 엄청난 수익을 창출을 해내고 있고. 나머지 중간은 겨우 뭐 이렇게 한 달 한 달 가는 정도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고. 밑에는 아마 아르바이트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정도로 그런 작가들도 많이 있을 거예요."

    웹툰작가 세 명 중에 한 명 가까이는 우울증을 겪고, 자살을 생각해 본 경우도 17%입니다.

    [하신아/웹툰 작가]
    "더 이상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자살, 병 이렇게 해서 1년에 한 명씩은 꼭 동료의 죽음을 소식을 듣는 것 같아요. 거기 장례식에 가면 유족들은 막 오열하고 쓰러지고 있고. 이게 너무 지옥 같아요.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아요."

    ◀ 앵커 ▶

    저도 참 웹툰을 좋아하고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들도 참 많아졌잖아요.

    그 뒤에는 정말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 수많은 작가들이 있다는 거군요.

    ◀ 기자 ▶

    그렇습니다.

    극소수의 돈 많이 버는 작가들을 제외하면 상당수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벌면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거죠.

    ◀ 앵커 ▶

    어쩌다 이렇게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까?

    ◀ 기자 ▶

    웹툰 시장을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 두 공룡 플랫폼이 장악을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으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웹툰 만드는 사람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웹툰 시장의 다단계 구조를 취재했습니다.

    ◀ VCR ▶

    6년 차 웹툰 작가 정모 씨는 수입이 들쭉날쭉합니다.

    마감에 쫓기는 일을 하다보니 약을 달고 삽니다.

    그러다 작년부터 드디어 대형 플랫폼에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계약 상대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콘텐츠 제공자, CP라고 줄여 부르는 제작사와 계약했습니다.

    돈은 얼마나 벌까요?

    정 작가가 그린 웹툰이 3월 한 달 동안 올린 매출은 약 225만원.

    그런데 플랫폼에서 104만 원을 떼갔습니다.

    매출의 45%나 됩니다.

    제작사는 나머지 121만 원 가운데 원작 소설료로 10%를 뗍니다.

    자기 수익도 뗍니다.

    그리고 나머지를 참여한 작가들에게 나눠 줍니다.

    최종적으로 정 작가가 받은 돈은 16만 4천 원.

    매출 225만원의 7%에 불과합니다.

    [정○○/웹툰 작가]
    "소문만 듣다가 보니까 (플랫폼이) 진짜 45%를 떼고 있더라고요. 게임 플랫폼 같은 경우에는 30%를 뗀다고 하는데 30%도 게임 회사들에서 다 너무 과도하다고 난리를 친다는데 저희는 45% 갖고 그렇게 막하니까."

    그나마 이 정도면 나은 편이라는 게 작가들 말입니다.

    [김동훈/웹툰 작가]
    "(작가 몫이) 보통 10%죠. 잘 받으면 12%니까. 제가 본 최악의 비율이 3%예요. <작가가요?> 네. 뭐 카드 수수료도 아니고."

    웹툰 시장 계약 구조는 다단계 하청 같습니다.

    정점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이 있습니다.

    두 플랫폼이 웹툰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제작사들과 계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제작사들은 작가들과 계약합니다.

    계약은 공정할까요?

    정 작가가 한 제작사와 맺은 계약서.

    수익은 매출의 5퍼센트인데 계약 기간은 3년입니다.

    3년이 지나면 웹툰에서 수익이 나도 돈을 안 준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제작사와의 계약서에선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같은 2차 저작물을 만들더라도 수익은 모두 제작사가 가져간다고 돼 있습니다.

    [정○○/웹툰 작가]
    "계약에서 다 문제 제기 해봤고, 했는데도 그냥 ‘우리는 이렇게밖에 할 수 없고, 변경하려면 그냥 계약 안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미니멈 개런티, MG라고 불리는 독특한 정산 관행도 있습니다.

    돈 걱정하지 말라고 미리 주는 선불금이지만, 이게 작가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선불금을 받았는데 수익이 안 나면, 다 갚을 때까지 노예처럼 묶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정곤지/웹툰 작가]
    "이번 작품에서 마이너스가 나면 다음 작품에서 작가가 그걸 갚아야 하는 고리대금업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협의 없이 한 번 이상 연재를 중단하면, 작가 이름과 모든 작품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계약 조항도 있습니다.

    작가 10명 가운데 6명은 불공정한 계약 등을 경험했지만,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습니다.

    협상력이 떨어지는 작가들의 선택은 제작사가 요구하는대로 계약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 뿐입니다.

    웹툰과 웹 소설로 네이버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1조 664억원.

    카카오는 9,21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작가들은 거대 플랫폼이 정작 생산자 처우나 공정한 계약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호소합니다.

    [김○○/웹툰 글 작가]
    "플랫폼에 한 번 떼이고요. 에이전시(제작사)에 또 한 번 떼이고요. 실질적으로 협의 시도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기 서명을 하거나 이 계약을 거절하거나 거의 이 정도 선택권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네이버와 카카오같은 플랫폼은 자기들이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고만 합니다.

    [☎ 웹툰 플랫폼 홍보팀]
    "어떻게 보면 또 플랫폼의 지위를 남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보니까 하나하나 다 관여하기에는 사실은 조금 어려운 부분들은 있죠."

    피라미드 구조의 가장 아래에 있는 작가들에게, 플랫폼과의 협상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김동훈/웹툰 작가]
    "플랫폼이 있고, CP사(제작사)가 있고, 작가가 있고. 작가가 CP사에 요구하니까 CP사에서 아무 얘기를 안 해주면 알 수가 없어요. 거기서부터 그냥 막히는 거죠. 플랫폼과 제작사의 계약서를 작가는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갑, 을, 병."

    ◀ 앵커 ▶

    앞서 본 넷플릭스도 그렇고, 지금 네이버와 카카오도 그렇고, 거대 플랫폼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은 사정이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 기자 ▶

    한두 개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게 플랫폼 시장의 특징이잖아요.

    그래서 콘텐츠 소비가 대부분 거대 플랫폼을 통해서 이뤄지다 보니까 창작자들도 플랫폼에 의존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갑질을 당하더라도 대응이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 앵커 ▶

    이렇게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면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이게 정부의 역할인 것 같거든요.

    ◀ 기자 ▶

    웹툰 작가들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는데요.

    하지만 아직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없습니다. 법에 구멍이 있는 겁니다.

    ◀ VCR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2천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노동자들.

    그런데 이 자리에 대리 운전 기사, 웹툰 작가도 눈에 띕니다.

    이들은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닙니다.

    자영업자입니다.

    그래서 최저임금 적용 대상도 아닙니다.

    [하신아/웹툰 작가]
    "일을 늘리고 늘리다가 과로로 아프고, 유산하고, 죽고, 기절합니다. 그런데 그런 걸 보면서 ‘일을 그러면 적게 하면 될 거 아니야’ ‘자발적으로 일을 해놓고 왜 그러느냐’라고 말을 합니다. 우리에게 적정한 대가를 보장해 주면 노동량은 줄어들 것이고요. 노동 시간이 조절이 됩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자신들의 노동력을 거래합니다.

    겉보기에는 출퇴근 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일을 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습니다.

    플랫폼은 자기들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웹툰 작가와 독자를, 음식점 주인과 배달 기사를 연결만 시켜줄 뿐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배달이나 대리 운전 플랫폼은 수익과 직결되는 콜 배정을 통해, 기사들을 사실상 통제합니다.

    [전직 대리운전 업체 직원 (2021년 11월 19일 뉴스데스크)]
    "기사들을 길들인다고 하거든요. 하루 종일이고 또는 한 달까지도 '락(배차 제한)'을 걸어버립니다. 실직을 하게 되는 거죠. 그 시간 순간부터."

    배달이나 대리 운전 플랫폼에 콜이라는 수단이 있다면, 웹툰 플랫폼에는 '프로모션'이라는 수단이 있습니다.

    수많은 웹툰들 가운데, 어느 작품을 어느 자리에 배치할지는 전적으로 플랫폼이 정합니다.

    작품이 첫 화면, 눈에 띄는 자리에 노출될수록 웹툰 작가 수익은 늘어납니다.

    [김동훈/웹툰 작가]
    "미운털 박히면, 당연히 내 거를 프로모션을 안 해줄 거라고 생각을 할 것이고, 그리고 프로모션을 해주느냐 안 해주냐에 따라 가지고 수입이 몇 배로 차이 나거든요. <이렇게 인터뷰하시면 밉보일 수 있지 않나요?> 그렇죠."

    플랫폼과 제작사들이 직접 작업을 지시하기도 합니다.

    웹툰 작가들은 이걸 '빨간 펜'이라고 부릅니다.

    [하신아/웹툰 작가]
    "빨간 펜으로…"

    [김동훈/웹툰 작가]
    "빨간 펜 선생님들…"

    '빨간 펜'은 사소한 것까지 시시콜콜 내려옵니다.

    [웹툰 작가들 경험담]
    "작가님, 말풍선 우측으로 1mm 옮겨주세요."
    "체크 무늬 싫어요. 줄무늬로 바꿔주세요."

    겉으로는 자유로운 계약 관계지만, 사실상 작업을 지시하는 사용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김○○/웹툰 글 작가]
    "플랫폼에서 정해진 규칙들을 다 따라야 되고요. 검열이 들어오면 그것도 따라야 되고요. 그래서 플랫폼의 통제하에서 어쨌든 계속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웹툰 작가들은 정말 노동법이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자영업자일까요?

    [범유경/서울대 공익법률센터 변호사]
    "이 일감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인지 수익을 누구에게 얼마나 분배할 것인지가 결국엔 플랫폼에게 전권이 있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그리고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 그게 굉장히 중요하죠."

    웹툰 생산 방식은 이제 공장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웹툰 작가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매일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옵니다.

    채색 작업, 명암 넣는 작업, 보정 작업.

    제작 단계를 잘게 쪼개 사람을 구합니다.

    제작사들이 더 빨리, 더 많은 웹툰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에서 공산품을 찍어내듯 분업 체계를 쓰는 겁니다.

    [하신아/웹툰 작가]
    "다 외주자로 분절이 되면서 옛날 공장 만화랑 똑같죠, 지금은. 이름 안 올라갑니다, 채색 도우미들이나 선화 작가들이. 이름 안 올라가는 분 많이 있어요."

    이런 작가들은 지시받은 일, 자기들에게 맡겨진 일만 합니다.

    마치 거대한 공장 안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는 노동자 같습니다.

    여기에 창의성과 다양성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김동훈/웹툰 작가]
    "작가는 어쨌든 여기에서 이 산업 안에서 평생을 작품을 해야 되잖아요. 근데 이 사업하시는 분들은 평생 이 사업을 할까요? 그러니까 이런 질문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왜 시장을 갉아 먹는 구조로 달려가지?"

    ◀ 앵커 ▶

    이렇게 보니까 웹툰 작가들이 마치 거대한 제조업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 기자 ▶

    새로 직장을 구하는 사람 10명 중 1명이 저렇게 플랫폼 노동으로 시작을 한다고 하는데요.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앵커 ▶

    지금이야 이렇게 K-콘텐츠가 잘나가고 있지만 이걸 만드는 사람들의 현실이 저렇다면 이게 지속될 수 있을지 저는 의문이 들거든요.

    ◀ 기자 ▶

    맞습니다.

    그래서 해법을 찾아야 할 텐데요.

    예전에는 그 해법이 단순히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문제였다면, 이제는 거기에 더해 플랫폼 노동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 VCR ▶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으로 불리는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를 상징하는 응원곡 '부산 갈매기'가 울려 퍼집니다.

    지난 5년 동안 사직구장에서 이 노래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저작권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 저작권자와 합의가 됐습니다.

    [신동훈/작곡가]
    "부산 갈매기 같은 경우는 롯데 팬들의 진짜 영원한 응원가인데. 어쨌든 미안했어요, 그래서 ‘야, 이거 하루빨리 그분들한테 팬들한테 돌려주자’는 그런 생각이었거든요."

    영상이나 웹툰과 달리 음악계는 1980년대부터 저작권 확보에 노력해 작사가와 작곡가들은 해외 50여개국에서 저작권료를 받습니다.

    [추가열/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
    "창작자들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거나 보장받지 못한다면 분명히 창작자들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많은 창작물들이 꽃과 열매를 맺기도 전에 이미 뿌리째 말라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넷플릭스의 투자 발표에 대해, 정부는 한미 문화 동맹이라고까지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넷플릭스 같은 공룡 플랫폼을 견제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황동혁/영화감독 (오징어 게임)]
    "매일 얘기하는 제2의 ‘기생충’, 제2의 ‘오징어 게임’ 언제 나오나. 입만 벌리고 감 떨어지기를 기다릴 건 아니잖아요. 전체적인 이 시스템, 이 산업이 사람들이 와서 ‘꽤 살 만하다’라는 인식을 갖게 해주어야 가능한 일인데…"

    두 달 전,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문제로 출판업체와 다투다 세상을 등졌습니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표준 계약서를 개정하고, 법률 지원을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작가들은 근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우진/만화가(고 이우영 작가 동생)]
    "오래된 사람들도 이용을 당하는데 신인 작가들이야 연재 한 번 할 수 있는 기회 때문에 아닌데 싶어도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이 또 많잖아요."

    해외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추세입니다.

    유럽 연합 의회는 지난 2월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입법 지침안을 의결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유급 휴가 같은 권리를 보장하자는 겁니다.

    반면 한국은 창작자들이 플랫폼에 묶여 있는 새로운 노동 형태에 대해, 별다른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범유경/서울대 공익법률센터 변호사]
    "플랫폼 노동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세우고 있는지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충분한 협상력이 있을 수 있도록, 그렇게 마련해 주는 그런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그런 정도의 의식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문화 창작에 인생을 걸기로 한 학생들.

    [이가람/웹툰만화과 대학생]
    "미국에서, 할리우드에서 제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꿈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창작자로서의 삶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김유정/웹툰만화과 대학생]
    "이미 이 일밖에 할 수가 없고 그냥 꿈이니까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건데 공장처럼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 좀 많은 생각이 들게 되죠."

    K-컬쳐의 미래는 앞으로도 계속 밝을 수 있을까요?

    올해 40주년을 맞은 '아기공룡 둘리'의 작가.

    일흔셋 원로 만화가는 부정적 답을 내놨습니다.

    [김수정 / 만화가 ('아기공룡 둘리')]
    "웹툰 작가를 지망하는 그 숫자도 굉장히 많이 늘어났단 말이에요.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들이나 이런 데서는 또 골라가면서 쓸 수 있는 이게 이런 데서 오는 이제 좀 더 약간 불평등한 이런 것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저는 봐요. 점점 더 개선되고 좀 더 환경이 좋아져 가야 되는데, '야, 이거 이렇게 가다가는 나중에 더 구렁텅이로 빠질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도 들기는 해요."

    ◀ 앵커 ▶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지금, 창작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그래서 K콘텐츠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역할을 다 해주길 바랍니다.

    탐사 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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