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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세계 105위 '여성' 지우는 정부

[스트레이트] 세계 105위 '여성' 지우는 정부
입력 2023-07-02 21:17 | 수정 2023-07-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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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2022년 1월 7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페이스북에 단 일곱 글자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제 여가부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고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가 불평등과 차별에 대응해야 된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한 줄짜리 공약의 파장은 컸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갈등으로 떨어진 2030 남성층의 지지율이 반등했고, 대선 승리로 이어졌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세계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성 격차 순위에서 한국은 한꺼번에 6계단이 떨어져, 146개 나라 가운데 105위를 기록했습니다.

    [사디아 자히디/세계경제포럼 수석연구원]
    "여성 교육에 대한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곳입니다."

    올해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

    이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올해의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됐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차별 구조에 대한 무지와 무책임'이 선정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이주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그걸 없애겠다는 언급이 가져온 파급 효과가 엄청나게 컸다고 생각을 합니다. 국가가 더 이상 여성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거든요."

    ◀ 앵커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이 된 지 이제 1년 남짓 지났습니다.

    발전적 해체다, 편가르기 정치다, 숱한 논란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윤석열 정부 1년, 성평등과 여성 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이지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한국의 성 격차 지수가 세계 105위라고요? 창피한 수준이네요.

    ◀ 기자 ▶

    네. 1년만에 6계단 하락했는데, 가나, 체코 말레이시아, 부탄, 세네갈 다음이 한국입니다.

    ◀ 앵커 ▶

    윤석열 정부가 이제 구조적인 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고 했는데, 구조적 차별이 없는 게 맞습니까?

    ◀ 기자 ▶

    아닌 것 같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존폐 논란 속에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고, 그러는 사이 성평등 정책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먼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과 폭력 범죄, 그리고 정부의 대책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 VCR ▶

    지난 5월 서울 시흥동의 한 상가 주차장.

    여성이 자신의 차로 가려는 순간, 차 뒷편에 숨어 있던 남성이 여성을 덮친 뒤 흉기를 휘두릅니다.

    그리고 강제로 차에 태워 달아났습니다.

    [건물 경비원/ 당시 신고자]
    "(CCTV로) 여자를 가격하는 걸 봤기 때문에 신고를 한 겁니다."

    가해자는 도주 8시간만에 붙잡혔습니다.

    차 뒷좌석에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피의자]
    <데이트 폭력 신고 때문에 혹시 보복했을까요?> "네. 네. 맞아요."
    <살해 혐의 인정하십니까?> "네. 인정해요."

    사건이 벌어진 당일 새벽, 남자는 이별을 통보한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조사받고 나온 뒤 한 시간만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경찰의 분리 조치는 없었습니다.

    [☎ 경찰 관계자]
    "분리 조치를 하려면 가폭(가정폭력)이나 스토킹 처벌법이 적용돼야 하는데. 그건 적용될 만한 사안이 아니었어요."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르면, 부부나 사실혼 관계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즉각 분리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제 폭력은 가정폭력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허민숙/국회 입법조사관]
    "(교제폭력이) 가정폭력에 들어왔다고 하면 응급조치라고 해서 분리할 수 있는 거잖아요. 분리하고, 경고하고,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뭐 이런 정도로는 할 수 있었는데."

    교제폭력은 연인과 같이 가까운 사이에서 벌어지는 언어, 정서, 신체적 폭력입니다.

    지속적, 반복적이고, 병적인 집착, 질투, 소유욕 등으로 잔혹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교제 폭력 범죄는 올해 들어 4천2백여 건, 하루 35건 꼴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30년 전 이미 교제 폭력 처벌법을 만들었고, 영국과 일본은 10년 전 연인관계 폭력도 가정폭력법으로 다루도록 법을 바꿨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법을 바꾸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교제폭력도 가정폭력처벌법에 포함시켜, 즉각 분리 조치도 하고 처벌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수정/당시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2021년 12월 10일)]
    "연인 간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겠습니다. 혼인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교제 중에 발생한 폭력의 피해자를 보호하겠습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의 적용 대상을 연인 간 폭력까지 교제 폭력까지 확대하겠습니다."

    당시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인을 살해한 조카를 변호한 전력 때문에 논란이 일던 때였습니다.

    [윤석열/당시 대선 후보 (2022년 3월 2일, 3차 TV토론회)]
    "이렇게 여성 인권을 무참히 짓밟으시면서 페미니즘 운운을 하시고, 만약에 이분이 이런 분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신다면 과연 젊은이들이 이 아이를 낳고 싶은 그런 나라가 되겠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한번 좀 의견을 한번 말씀을 해보십시오."

    하지만 대선이 끝나자, 이 얘기는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왜 지켜지지 않고 있을까?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이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당시 윤석열 캠프 안에서 충분한 인식과 합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수정/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경기대 교수]
    "대한민국 사회 내에서 결국에는 지금 이 가정이라는 것을 어디까지로 상정할 거냐 하는 부분에서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런 노력부터 먼저 우선이 돼야 될 거다."

    여성을 상대로 한 또 다른 범죄는 스토킹입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신당역 살인 사건.

    20대 여성 역무원이 흉기로 살해당했습니다.

    [전주환/'스토킹 살인' 피의자 (2022년 9월)]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말고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제가 진짜 미친 짓을 했습니다."

    가해자는 이미 불법 촬영과 스토킹으로 재판받고 있었습니다.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선고를 하루 앞두고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 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러니 가해자가 끈질기게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하고, 또 다른 스토킹과 범죄로 이어집니다.

    지난 1월 대구에서 한 여성이 이런 범죄로 살해당했고, 그 며칠 뒤에는 인천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벌어졌습니다.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빼는 법 개정도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명의 여성이 더 살해당한 뒤, 지난달 뒤늦게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대표]
    "당연한 일을 했는데, 굉장히 늦었다. 그리고 작년에 그 사건이 있은 다음부터도 많은 여성들이 계속 목숨을 잃었잖아요."

    이러는 동안 여성가족부는 뭘 했을까?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때 현장을 찾은 여성가족부 장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김현숙/여성가족부 장관(2022년 9월 16일)]
    <여성 혐오 범죄라고 하는데 장관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거를 여성과 남성의 어떤 그런 프레임으로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하지 않고."

    인하대 캠퍼스에서 성폭력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장관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고 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말을 바꿨습니다.

    [권인숙/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작년 8월 18일, 여가위)]
    "‘성폭력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다'라는 그런 관점이 여전히 유지되고 계시나요?"

    [김현숙/여성가족부 장관 (작년 8월 18일, 여가위)]
    "그건 정정하겠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정정하겠습니다."

    지난해 8월 여성가족부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라, 처음으로 여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성인 여성 세 명 중 한 명이 교제폭력, 스토킹 등 '여성폭력'을 한 번 이상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명 중 6명은 '우리 사회가 여성폭력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브리핑을 하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려두기만 했습니다.

    [이수정/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경기대 교수]
    "여성가족부가 나서서 그와 같은 노력을 해줄 수 있으면 제일 좋겠죠. 그런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아마도 청소년과 그 외의 가족 지원이나 이런 쪽인 것 같아요."

    최근 강간 살인 미수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성폭력 범죄를 줄이기 위한 예방책은 따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허민숙/국회 입법조사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결국 근절시키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만은 정말 줄이겠다. 이런 것이 정말 목표라면 그 원인을 분석을 해야 돼요."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대표]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고, 사건이 일어나면 마치 국가가 가해자를 응징하겠다는 제스처를 한 것이 저는 이것이 계속 일어나게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 앵커 ▶

    "담당 장관부터 '여성 폭력'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무슨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 기자 ▶

    이미 1993년 유엔총회에서 여성폭력철폐선언문이 결의됐습니다.

    유엔은 여성폭력을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인 피해나 고통을 불러오는 모든 종류의,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 앵커 ▶

    이미 30년 전에 유엔이 결의한 건데, 담당 장관은 모르는 건가요?

    한국의 성 격차 지수가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했는데, 육아 문제도 영향이 컸을 것 같아요. 이 정책은 어떻습니까?

    ◀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육아는 국가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놓는 정책은 이런 말과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돌봄 같은 복지까지 시장에 맡기자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VCR ▶

    "자 걸음마 해봐. 걸어가 보세요. 우와 우와 우와!"

    이제 막 걷기 시작한 15개월 아기.

    엄마랑 하루 종일 붙어 있습니다.

    "놓지마? 무서워? 비누방울 좀 해줄까?"

    [박하진/15개월 아기 엄마]
    "남편은 한 (오후)8시쯤 퇴근하니까 그때까지. 부모님도 다 멀리 사셔서 도움받기가 좀 힘들죠."

    밤에도 쉬기 힘듭니다.

    [박하진/15개월 아기 엄마]
    "잠을 처음에는 하도 못 자고, 처음에는 산후우울증 같은 것도 한 10개월쯤에 있어서 과호흡 증상도 오고 체력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게 몸으로 증상이 나타나더라고요."

    엄마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합니다.

    최근 일이 많아져 일주일에 한 번, 5~6시간 정도 민간 돌봄 도우미를 부릅니다.

    한 달에 많게는 50만 원 정도 듭니다.

    공공 아이돌보미 서비스도 있지만, 신청자가 몰려 이용이 쉽지 않습니다.

    [박하진/15개월 아기 엄마]
    "일도 100%가 안 되고, 육아도 100%가 안 되고 항상 뭔가 부족한 엄마라는 자괴감이 좀 드는 것 같아요."

    남편이 육아 휴직을 하려했지만 회사 눈치를 보느라 결국 못 했습니다.

    [박하진/15개월 아기 엄마]
    "그거를 사실 의무화하지 않는 이상은 남성 직원들이 조금 회사 눈치를 안 보고 쓰기는 힘들 것 같거든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국가가 돌봄을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며, 육아휴직 확대 등을 얘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3월 28일)]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들께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정말 막말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도 일단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저는 봅니다."

    두 달 뒤, 윤 대통령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시범적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을 도입합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까?

    홍콩의 한 아파트.

    유치원에서 오는 아이들을 필리핀에서 온 가사도우미가 맞이합니다.

    "점심 먹었니?" "네"

    비냐 씨는 7년째 홍콩의 한국인 가정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비냐 말라묵 /가사 노동자]
    "저는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아들과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어요."

    아이들 엄마는 덕분에 육아 부담을 많이 덜었다고 합니다.

    [김수진/가사도우미 고용주(홍콩 거주)]
    "저는 확실히 육아 부담을 줄였거든요. 줄었기 때문에 나중에 둘째가 좀 크면서 ‘셋째를 낳아도 되겠는데’ 하는 생각은 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정말로."

    비냐 씨 같은 가사도우미는 홍콩에 30만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안 됐습니다.

    홍콩의 합계출산율은 0.76명.

    한국과 비슷한 전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홍콩에 이어 같은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 출산율도 1.03.

    역시 꼴찌 수준입니다.

    저출산은 이런 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훨씬 복잡한 구조적 문제라는 뜻입니다.

    [윤홍식/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그 두 도시 국가는 저출산 대응 정책에 실패한 국가라고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그런 국가의 사례를 가져와서 정책을 어떤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을 합니다."

    홍콩 현지에서는 임금체불, 성폭행, 학대 같은 인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은 이들을 현대판 노예라고 부릅니다.

    [홍콩 가사도우미 (필리핀 국적)]
    "고용주가 저를 때리고 다치게 했어요." <어딜 때렸어요?> "얼굴이요. 주먹으로 얼굴 이쪽을 때렸어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는 최저임금의 40% 정도만 줍니다.

    홍콩 정부는 이들에게 노동법 적용을 제한하고, 임금과 근로조건을 차별합니다.

    우리 국회에서도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5월 24일]
    "가사도우미 본인들이 ‘70만 원에서 100만 원이면 기꺼이 와서 일하겠다.’라고 하는데. 굳이 대한민국으로 올 경우에 2배, 3배, 4배를 줘야 된다?"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일단 그거는 정말 글로벌 착취예요. 명백한 글로벌 착취고요. 그 구조 아래 우리나라를 같이 동행해서 가겠다고 하는 거나 다름 아니에요."

    논란이 일자 정부는 최저임금은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돌봄 문제를 국가의 복지 시스템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력을 수입해 해결하자는 발상.

    윤석열 대통령은 복지도 시장에 맡기자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사회보장전략회의, 5월 31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경쟁을 우리가 좀 조성을 함으로 해서 더 나은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게 그게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국가가 책임지겠다더니, 결국 보육도 시장에 맡기자는 걸까?

    [윤홍식/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돌봄을 굉장히 귀하고 중요하고 소중한 거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첫 번째, 그 귀하고 소중한 돌봄을 외국인들에게 맡기고, 두 번째, 그 귀하고 소중한 돌봄을 최저임금도 안 주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게 과연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라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다."

    오민주 씨는 6살 아이를 특별한 어린이집에 맡깁니다.

    보육교사들은 모두 정규직이고,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지냅니다.

    [오민주/6살 아이 엄마]
    "희귀 질환이 있어서 그로 인해서 발달 지연이 왔기 때문에 장애 통합 보육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 아이는 장애 통합 보육 전문 선생님이 케어를 해주고 계세요."

    이게 가능한 건, 서울시가 공공보육 확대를 위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7곳.

    하지만 곧 사라질 위기입니다.

    국민의힘이 장악한 서울시와 시의회는 지난해 168억 원이던 예산을 올해 100억 원이나 깎았습니다.

    방만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김영옥/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 복지위, 2022년 11월)]
    "공공성에 대한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고 잘못되어져 있는 이런 곳에는 예산을 집행을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는 민간에 넘겨줄 수밖에 없습니다.

    [오대희/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지부장]
    "열악한 보육 현장은 아이들한테 약자들한테 다 피해가 고스란히 갈 것이라는 걸 이미 전문가들이 다 말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보육 같은 복지를 민간 시장에 맡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윤홍식/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부자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시장에서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중산층들은 뭐, 예를 들면 좀 중질 또는 저질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죠. 저소득층은 그것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아이들을 방치하게 됩니다. 즉, 시장화를 통해서 돌봄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소득 수준에 따라서 서비스 이용의 질과 방식이 계층화되는 방식으로 나타나요."

    ◀ 앵커 ▶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자꾸 민간이나 시장에 떠넘기려 하는 것 같네요.

    최근 수능 킬러 문항 문제도 그랬는데, 충분한 검토 없는 설익은 대책이라는 논란이 계속 생기는군요.

    ◀ 기자 ▶

    육아 문제는 단순히 육아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 수준은 세계 114위입니다.

    육아 부담이 개개인에게, 특히 여성에게 전가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멀어질 겁니다.

    ◀ 앵커 ▶

    윤석열 대통령은 '구조적인 성차별은 이제 없다'고 했잖아요? 어떻습니까?

    ◀ 기자 ▶

    그렇지 않습니다. 육아 부담이 경제활동 참여나 경력단절로 이어지고, 경력단절이 임금 격차로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현실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 대통령 인식과 많이 달라 보입니다.

    ◀ VCR ▶

    경북 구미의 KEC 반도체 생산 공장.

    품질 관리 일을 하는 김진아 씨는 26년 경력의 베테랑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사원입니다.

    회사는 사원과 대리 직급 직원들을 5등급으로 구분했는데, 김진아 씨는 제일 아래 등급인 J1으로 입사해 아직도 J3입니다.

    [김진아/KEC 노동자]
    "남성들은 같이 입사를 했더라도 입사가 동일하더라도 남성들은 S5까지 진급을 해요. 그런데 여성들은 J3까지. S4로 올리기 싫어서 여성들에게 인사고과를 일부러 C, C를 받으면 승급이 안 되거든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차별이 드러났습니다.

    2010년부터 남성은 아예 입사 때부터 여성보다 한 단계 높은 J2로 시작했습니다.

    생산직 여성 가운데 S등급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남성은 20년이 넘은 경우 전원 S등급 이상이었습니다.

    임금 차이도 컸습니다.

    S등급이 돼야 인상폭이 커지는데, 여성은 S등급 승진을 안 시켰기 때문입니다.

    [김진아/KEC 노동자]
    "정말 청춘을 다 바쳐서 회사에 다 해줬는데 잠도 안 자고 연장도 해가면서 밥도 안 먹어가면서 시키는 거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여성 직원들은 대표이사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차별이 있는 건 맞지만, 관행적으로 형성된 고정관념과 선입견 때문이니, 대표이사가 능동적으로 차별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김진아/KEC 노동자]
    "정말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너무 억울하더라고요. 솔직히 국가인권위에서 남녀 차별이다, 그리고 법도 있잖아요. 법도 근로기준법도 있고 제6조에 보면 차별하지 말라 성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라고도 돼 있고."

    민사소송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회사가 여성 노동자 34명에게 5백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양측 모두 항소했습니다.

    인권위 조사 이후 회사는 생산직 여성 직원을 1년에 두명에서 네 명씩 S등급으로 승진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에 비해 S등급은 턱없이 적습니다.

    KEC측은 "인권위 권고에 따라 객관적인 직무 평가 시험을 치르고 있고, 여성 관리자가 육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정이량/변호사 (KEC 노동자 측 대리인)]
    "처음에 문제 제기하셨던 분들은 여전히 같은 등급에서 계속 열심히 일을 하고 시험도 다 통과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승급이 안 된 상태로 있거든요. 그래서 그렇다면 이분들에게 지금 성차별이 해소가 됐나?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청소노동자.

    이달 월급은 204만 원입니다.

    9년째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김OO/대학병원 청소노동자]
    "저희는 한 달 됐거나 몇 년이 돼도 다 똑같아요. 다 똑같아요. 시간 외 수당 이런 거는 물론 있지만 그래도 최저임금만 저희가 받는 것 같아요."

    그런데 걱정이 더 커졌습니다.

    재계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자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김OO/대학병원 청소노동자]
    "누가 낮은 임금 받고 낮은 데서 일해? 좋은 데만 많이 가고 나쁜 데는 그 나쁜 곳에 누가 일을 하겠냐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자고 했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2021년 8월 22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제 시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차등 적용이 남녀 임금 격차를 더 벌릴 거라는 점입니다.

    재계는 숙박, 음식업 같은 형편이 어려운 업종은 최저임금을 더 낮게 정하자고 주장합니다.

    이런 업종은 여성이 몰려 있습니다.

    월급이 166만원 이하인 저임금 노동자는 400만 명.

    이 가운데 70%가 여성입니다.

    올해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지만, 불씨는 계속 남아 있습니다.

    [이주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업종별로 따로 지급을 하겠다고 했을 때 보통 여성의 노동이 사회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여성 집중된 돌봄 서비스 분야의 임금이 오르지 못할 수가 있고 이런 건 우리나라 지금 최악의 수준인 성별 임금 격차를 더 악화시킬 걸로 생각을 합니다."

    무역회사를 다니던 박서혜 씨.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 4년만에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벽은 높았습니다.

    [박서혜/경력 단절 경험]
    "(면접관이) ‘아이 둘이나 있으시네요. 그러면 어린이집에서 연락 오면 바로 바로 가야겠네요. 그렇죠?’ ‘다른 데 알아보시라’고 그냥 첫 면접은 그냥 무산됐어요."

    두번째 회사에서는 두 달만에 해고됐습니다.

    [박서혜/경력 단절 경험]
    "연장 근무에 대해서 제가 안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아마 그때부터 대표님이 좀 더 다른 쪽으로 저를 지켜보다가 그것까지 안 되니까 그냥 아예 정리하신 것 같긴 해요."

    지금은 어린이집에서 회계 일을 합니다.

    [박서혜/경력 단절 경험]
    "너무 억울한 거죠. 일도 해야지 아이들 이제 학원비도 보태고 집 대출도 다 해야 되는데 남편 혼자 가지고는 빠듯하잖아요 사실은. 그래서 그렇게 좀 약간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이제 다시 사회 나가려고 시도를 하는데 받아주지 않으시니까 좀 그렇죠."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는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의 비율은 늘어나고 있고, 다시 취업할 때까지 걸린 시간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한국의 성차별 구조는 경제성장률을 깎아먹고 있습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3%.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비교하면 20%p 낮습니다.

    한국 여성의 경제적 참여와 기회는 전세계 114위. 미얀마나 피지, 이슬람 국가인 쿠웨이트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35년까지 남성과 같아지면, GDP가 지금보다 7% 이상 성장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기타 고피나스/IMF 수석부총재 (2022 대한민국 양성평등 포럼)]
    "성평등은 거시적인 경제 및 금융 안정과 함께 경제 성장을 촉진하여 민간 및 공공 부문의 성과를 증진하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개인들에게 떠넘겨진 육아, 구조적인 임금차별, 그리고 경력 단절까지.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성차별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후보 시절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 "남성이 약자일 수도, 여성이 약자일 수도 있다."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했습니다.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3차 TV 토론회 2022년 3월 2일)]
    "전 세계적으로 성 불평등은 현실이고 우리도 예를 들면 승진이나, 급여나, 보직이나 등등에서 엄청난 차별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인데 이런 상황에서 무책임한 말씀 아니냐."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3차 TV 토론회 2022년 3월 2일)]
    "글쎄 제가 이 질문에는 말씀을 많이 드렸기 때문에 굳이 답변할 필요도 없고, 다만 집합적인 남자, 집합적인 여자의 문제에서 개인 대 개인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피해자나 약자의 권리와 이익을 더 잘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말씀만 드리고요."

    ◀ 앵커 ▶

    성차별이 결국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까지 깎아먹고 있는 거군요?

    ◀ 기자 ▶

    OECD가 이번달에 경제전망보고서를 내놨는데, 한국의 고질적인 성별 임금 격차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이 성평등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경기회복력이 강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 앵커 ▶

    이런 걸 보면 정부가 성평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는 여전히 폐지 논란에 휩쓸려 있군요.

    ◀ 기자 ▶

    단순히 부처 하나 없애냐 마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여성 정책 자체가 있긴 한 건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 정책 곳곳에서 '여성'이라는 두 글자가 삭제되고 있습니다.

    ◀ VCR ▶

    스타트업에 다니는 여성 직장인들을 위해 노무 상담을 해주는 유튜브 상담소입니다.

    "(사장이) 잘 노는 직원이 일도 잘한다며 춤을 알려주겠다는 것을 빌미로 직원들을 강제로 껴안는 거예요."

    "그럼 신고할 때 제가 직접 가야 되나요? 아니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온라인으로 접수가 가능합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버터나이프. 칼로 빵에 버터를 바르는 것처럼 성평등 문화를 넓게 퍼뜨리는 사업입니다.

    2019년부터 4년째 여성가족부가 선정해, 한 사업 당 6백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직접 축사도 했습니다.

    [김현숙/여성가족부 장관 (2022년 6월 30일)]
    "지난 몇 년간 '버터나이프 크루' 청년들이 활동해 왔던 양성평등과 마음 돌봄 분야에 더불어 올해 신설한 젠더 갈등 완화,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분야가 특히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그런데 축사 닷새 뒤 여가부가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권 대표는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 여가부 장관과 통화해 해당 사업의 문제점을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남녀 갈등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이유로 결국 사업은 백지화됐습니다.

    [박효경/사회적협동조합 빠띠('버터나이프' 운영사) 팀장]
    "그냥 사업이 중단된 게 아니라 시민들의 이런 자유로운 활동들을 막았다고 저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업에 대해서 얼마나 들여다보고 이 사업이 하려고 하는 바를 이해하고 있는지."

    지난 1월 여성가족부가 형법상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비동의 간음죄.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폭행과 협박이 없더라도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영국, 독일, 스웨덴에 이어, 미국도 캘리포니아 등 10여개 주가 동의 없는 성관계를 처벌합니다.

    유엔도 2018년 한국에 도입을 권고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9년째 법 개정을 추진해왔습니다.

    [김종미/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 (여가부 브리핑, 1월 26일)]
    "여러 차례 관계 부처와 협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법무부가 즉각 제동을 걸었습니다.

    반대 취지의 검토의견을 제시했고, 개정 계획도 없다고 했습니다.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 "무고당할 가능성이 있고, 동의 여부를 무엇으로 확증할 수 있냐"고 주장했습니다.

    여가부는 불과 9시간 만에 발표를 뒤집었습니다.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대표]
    "성폭력을 제대로 처벌하기 위해서라도 형법이 개정돼야 되는 것도 맞지만 또 한편으로는 명확하게 국제 기준에도 퇴행하는 입장을 지금 정부가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어서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죠."

    여성가족부는 여전히 존폐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국회 예산 심사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여성가족부의 예산이 부족하다며 늘려주려 하고, 여성가족부는 필요없다고 거부하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평가 결과 미흡 판정을 받은 사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장차관업무추진비는 늘려달라고 했습니다.

    [위성곤/민주당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 2022년 11월 15일)]
    "‘일할 마음이 없는 예산이다,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예산이다’ 이렇게 생각이 되는데 왜 이런 생각을 제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현숙/여성가족부 장관(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 2022년 11월 15일)]
    "저희는 예산편성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1년.

    정부 정책에서 '여성'이라는 두 글자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발표해온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남녀의 삶'으로 바뀌었고, 5년마다 수립하는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 '젠더 폭력'은 대부분 그냥 '폭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 등 8개 구청은 기존 '여성가족과'에서 '여성'을 빼고, '가족정책과'나 '보육지원과'로 바꿨습니다.

    강릉과 거제시도 부서 명칭에서 '여성'을 뺐습니다.

    [윤홍식/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여성가족부가 폐지된다면 우리 정부 내외나 공적 영역에서 성평등에 대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비판하고 할 수 있는 주체가 사라진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성평등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이념적 접근이라 동의하기 어렵다", "여성정책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예산이 줄었다는 사업들은 다른 예산을 통해 사업 기능을 유지하고 있고, 비동의 간음죄는 당초 검토만 하던 수준"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꼴찌.

    남녀 임금 격차는 26년째 부동의 1위.

    성평등 지수 세계 105위.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너네는 이미 성평등해.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이상 해줄 게 없는 거야. 근데 왜 자꾸 요구해? 입 다물어.’ 이런 시그널(신호)이 계속 들어와요. 근데 여성들은 계속적으로 차별받고 있고 노동시장은 왜곡돼 있고 여성들은 폭력에 계속 피해자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이 여성들을 도와주지 않는 진공 상태가 돼버릴 수 있다고 하는 겁니다."

    [이주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여성이 소수자 집단 중에서 좀 특이한 점은 인구의 반이라는 거거든요. 인구의 반을 이렇게 정책의 어젠다(의제)에서 삭제시켜 놓고 어떤 정부도 성공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 앵커 ▶

    교육도 마찬가지지만, 저출산이나 성평등 정책도 정치적 계산으로 접근해선 안 될 겁니다.

    100년까진 아니더라도 10년 앞이라도 내다보는 지혜가 아쉽습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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