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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킬러문항과 '최종병기', 수능을 해부하다

[스트레이트] 킬러문항과 '최종병기', 수능을 해부하다
입력 2023-07-23 21:18 | 수정 2023-07-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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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밤 서울 대치동 학원가입니다.

    비상등을 켠 차량들이 갓길에 늘어섭니다.

    금세 두 줄로 늘어납니다.

    경적 소리와 호각 소리가 뒤엉킵니다.

    [모범택시 기사]
    "학부모들이 차를 제대로 안 대고 자기 자식만 앞에 태우려고 하니까."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건물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오늘이 되게 없는 거예요. 좀비 드라마 보면 그 정도로 많아요."

    학원 교재가 한가득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
    "<이거 웬 캐리어예요?> 이거 학원 가방 무거워서."

    쳇바퀴처럼 학원을 오갑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
    "<몇 학년 때부터 이렇게 밤 10시까지 학원 다녔어요?> 6학년 정도? <그러면 언제 놀아요?> 시험 끝날 때밖에 못 놀아요."

    CNN은 이른바 킬러 문항을 없애기로 했다는 한국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상황을 극심한 생존경쟁, 무한경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학원을 영어로 번역하는 대신 고유명사 Hagwon으로 표기했습니다.

    학원(Hagwon)이라는 단어는 이미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구본창/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
    "'자기들 문화 수준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왜 그렇게 해야 되느냐.'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온 외신기자는 '대한민국 부모들은 어떻게 밤 9시가 넘었는데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낼 수 있냐, 제대로 된 부모냐' 이런 얘기들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고."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 수능이 이제 넉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는 방침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은, 사교육 때려잡기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수능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짚어봅니다.

    이준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벌써 한 달이 넘었죠?

    ◀ 이준희 ▶

    네.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처음. 나온 게 지난달 15일이니까 한 달이 넘었습니다.

    ◀ 이휘준 ▶

    교육 당국이 그 한 달 사이에 여러 대책을 줄줄이 내놨는데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이준희 ▶

    불안감이 줄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학원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 설명회.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예약한 사람만 가려 받습니다.

    [대치동 논술학원 관계자]
    "(학생 이름이요?) 이OO요. (번호가 어떻게?)"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는 교육 당국 발표에 학부모들은 불안감이 가득합니다.

    학원은 그 불안감을 파고듭니다.

    [대치동 논술학원 강사]
    "논술, 내신도 킬러문항 없앤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죠. 그렇다고 해서 불안해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전혀 없어요."

    또 다른 대치동의 학원.

    이곳의 전략도 불안 마케팅입니다.

    [대치동 중등학원 강사]
    "요즘 입시 너무 막 정말 말이 많잖아요. 감도 안 잡히시죠? 누구 말을 믿어야 될지 모르겠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자기들을 믿으라고 합니다.

    [대치동 중등학원 강사]
    "저희가 오늘 입시 총정리해서 이따 소장님께서 다 한번 총정리해 주실 거거든요. 유튜브나 이런 데 올라온 거 믿지 마시고요."

    사건은 지난달 15일에 시작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안건에도 없던 수능 문제 얘기를 꺼냈습니다.

    카르텔이라는 단어가 또 등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 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말했습니다.

    [이주호/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6월 15일)]
    "대학 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하여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씀했습니다."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나온 발언.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6월 모의평가 때 킬러문항이 출제됐다는 이유로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됐습니다.

    수능을 총괄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도 사임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킬러 문항은 없다고 했던 교육부는 대통령 한 마디에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장상윤/교육부 차관 (6월 27일, 국회 교육위)]
    "작년에 제가 했던 발언은 기존의 출제 당국 입장을 거기에 너무 매몰돼서 간과했던 측면이 있고요. 저희가 다시 확인을 해보고 반성의 입장을 말씀드렸던 겁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 3월에 이미 윤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동용/더불어민주당 의원 (6월 27일, 국회 교육위)]
    "장관이 거짓말을 한 것이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 같은데요?"

    [이주호/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6월 27일, 국회 교육위)]
    "이 부분은 제 명예를 걸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분명히 지시를 받았고 또 국장에게 분명히 지시를 한 사안입니다."

    킬러 문항이 대체 뭘까?

    교육부는 최근 수능과 모의평가에 나온 22개 문제를 킬러문항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혼란을 더 키웠습니다.

    교육부가 공개한 국어 킬러문항.

    EBS 교재 지문을 그대로 썼습니다.

    정답률은 36.8%.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도 킬러문항이라고 했습니다.

    [오승걸 / 당시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6월 29일)]
    "EBS 연계됐다 하더라도 실수를 유발하는 방식은 어떤 학생들에게는 정답률이 좀 높게 나오더라도 킬러 문항이 될 수 있다라는 거예요."

    교육부가 지목한 또 다른 킬러문항.

    수학적 개념 3개가 결합돼 학교 교육만으로는 풀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직 교사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문제가 독창적일 뿐 교육 과정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최수일/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
    "전국 수학 교사 모임 톡 방, 약 3천 명이 있는 거기서 나왔는데 '정말 학교 시험을 어떻게 내야 될지 모르겠다', '이게 왜 킬러 문항이냐'라는 반응과 '근거가 너무 명확하지 않다'는 이런 내용들이 있습니다."

    대체 수능을 어떻게 출제하겠다는 걸까?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새로운 유형을 만드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물수능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원들의 공포 마케팅에 현혹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주호 /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6월 26일)]
    "이번 기회로 또 다른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일부 학원들의 불안 마케팅, 공포 마케팅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정부는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사교육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대형 입시학원들과 이른바 '일타강사'들에 대해 국세청이 동시 다발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허위과장광고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진과 학원 유착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4건을 수사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교육현장을 불안하게 하는 건 '사교육 카르텔'이 아니라 '킬러문항 논란' 그 자체입니다.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다급해졌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기껏 잘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제가 고3일 때 이것저것 바뀐다고 그래서 그냥 좀 당황스러워요."

    [송유나/고교 3학년 학생]
    "당황스럽기도 했고 '진짜 수시로 가야, 꼭 가야 되겠구나'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왜요?> 아무래도 킬러가 없어지면 점수 등급 합격선이 올라갈 수도 있고 하니까."

    한쪽에서는 수능이 쉬워질 거라는 기대감에 대학생들이 반수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명문대생들도 의대를 가려고 학원으로 몰립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
    "서울대 경영학과요. <서울대 경영학과. 근데 왜 반수를 하세요?> 저 의대 가려고. 작년에는 성적이 안 돼서 못 가고 올해는 될 것 같아서."

    [연세대 공과대학 학생]
    "거의 입학생 중에 한 거의 반절 정도는 2학기 휴학하고 반수를 하는 것 같거든요. 저도 의대가 목표예요. 일단 어디든 들어가야 한다."

    [남태일 / 고교 3학년생 학부모(6월 29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토론회)]
    "우리 아이들 이 여름방학 때 뭘 올인해야 하는지를 머릿속에 쫙 세워서 포기할 거, 포기하지 않을 거 딱딱딱딱 해서 전략, 전술 세우고 지금 하고 있는 거예요. 근데 거기에다가 '킬러 문항 출제 안 해'라고 던져버린 거죠."

    ◀ 이휘준 ▶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해하는데 학원들은 또 그 불안을 파고들어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준희 ▶

    교육 전문가들은 대부분 킬러 문항은 없어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이 코앞인데, 이런 식으로 대책이 나온 게 혼란을 더 키웠다고 지적합니다.

    ◀ 이휘준 ▶

    서울에는 편의점이나 카페보다 학원이 더 많다고 하잖아요. 사교육의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 이준희 ▶

    사교육비 총액은 지난해 26조 원입니다.

    우리나라 1년 연구개발 예산에 맞먹는 엄청난 시장인데요. 더 심각한 건 늘어나는 속도입니다. 1년 전보다 10% 넘게 늘어났습니다.

    ◀ 이휘준 ▶

    왜 사교육 시장이 이렇게 커지고 있는 겁니까? 잡을 방법은 없는 겁니까?

    ◀ 이준희 ▶

    한마디로 정리하긴 어렵습니다.

    우리 사교육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 대치동에서 쭉 사교육을 받고 의대까지 간 이른바 대치동 키즈를 만나봤습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이 동네 학원은 1,600개가 넘습니다.

    강북, 금천, 종로, 용산, 중구 5개 구 학원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스트레이트는 대치동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 서울 지역 의대를 들어간 20대 3명을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대치동 사교육'은 한 달 200만 원 정도 하는 이른바 '영어 유치원'에서 시작됩니다.

    [대치동 키즈(1995년생)]
    "우선 유치원을 영어 유치원을 나왔고요. 대치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애들이 영어를 거의 초등학교 때 끝내놓는다라고 생각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대치동 학원들만의 가장 큰 특징은 맞춤형 전략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은 물론 수시 전문, 의대 전문, 독학 재수반, 외고생 전용까지 온갖 맞춤형 학원들이 다 있습니다.

    [대치동 키즈(2002년생)]
    "수학 같은 경우도 물론 여러 과목이 있고, 그리고 논술이라고 해서 고등학교 논술 과정을 다루는 학원도 있고 일타 대규모 학원도 있고 어떻게 보면 뷔페처럼 골라갈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

    별별 학원들이 다 있는데도 학생들이 넘칩니다.

    [대치동 키즈(1995년생)]
    "제가 다녔던 학원 중에 제일 특이한 학원 두 가지는 철학 학원하고, 이제 논리 속독 학원이라고 어떻게 하면 책을 좀 더 빨리 읽는지 이런 것들을 훈련시키는 학원이 있었어요."

    입시가 가까워지면 유명강사의 소수정예팀이 꾸려집니다.

    [대치동 키즈(1995년생)]
    "대치동에 이제 유명하신 선생님들 같은 경우에는 1 대 1로 하기에는 너무 비싸거든요. 12시간 기준으로 한 3백, 4백만 원 정도 하니까. 그걸 예를 들면 한 5, 6명이 이렇게 나눠서 내는 거죠."

    이런 팀을 짜는 학부모를 '돼지 엄마'라고 부릅니다.

    [대치동 키즈(1995년생)]
    "학원에서 주로 짜기보다는 이제 그 팀을 짜는 엄마가 있어요. 말하자면 '돼지 엄마'라고 부르죠. 그 엄마 눈에 잘 들어야 되는 거죠."

    교습이 금지되는 밤 10시 이후에도 강의는 몰래 계속됩니다.

    [대치동 키즈(2001년생)]
    "휘문고 전교 1, 2등, 단대부고 전교 1, 2등, 숙명여고 전교 1, 2등 이런 친구들이 싹 모입니다. 이제 그래서 폐쇄적으로 이제 밤 10시부터 해요. 은마사거리 골목 쪽이나 그런 데를 가시면 창문들이 다 시트지가 붙어져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10시 이후에 불빛이 새어 나가면 안 됩니다. 수업을 하고 이제 문이 닫힌 상태에서 이제 따로따로 나가는 거예요. 이제 한 명 한 명씩."

    강남에 사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대치동으로 원정을 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3과목씩 듣고 다시 내려가는 이른바 '3·3'입니다.

    [대치동 키즈(2001년생)]
    "거기서 좀 공부 잘한다. 현역에서 좀 공부 잘한다 싶은 친구들, 싹 다 올라옵니다. KTX를 타든 어떻게든 올라와요. 토일 그래서 '3·3' 뛰고 내려가는 거죠 이제."

    학원비가 얼마나 들었을까?

    [대치동 키즈(1995년생)]
    "고등학교 3학년 기준으로 따지면 한 10개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제일 많이 다녔을 때는 한 달에 한 5백만 원 정도 들어갔던 것 같아요. <초중고에서 제일 학원 많이 다닌 친구는 얼마 내는 것까지 보셨어요?> 1천5백만 원이요."

    웬만한 월급쟁이는 감당할 수 없는 돈.

    그런데도 왜 대치동일까?

    [☎ 고교 2학년생 학부모(대치동 거주 4년)]
    "확실히 대치가 퀄리티가 참 좋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쫙 알차게 그 시간을 다 운영해 주는 거예요. 모든 조교나 이런 사람들이 다 붙어서."

    [☎ 고교 2학년생 학부모(대치동 거주 7년)]
    "불안하니까 보내는 거죠. 불안하니까. 다 다니는데 우리 아이만 안 다니면 이게 정리가 될 것인가."

    대치동이 아니었다면 의대에 갈 수 있었을까요?

    [대치동 키즈(2001년생)]
    "아니요. 아니요. 제가 봤을 때 못 가요. 축구로 비유를 하면 지방 친구들은 그냥 뭐 거의 깡촌의 흙바닥 운동장에서 그냥 축구화도 없이 맨발로 축구하다가 프로 선수가 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면 이 동네는 최고급 축구화나 훈련 시스템이나 그런 게 다 갖춰진 그런 동네라고 보면 돼요. 이제 어떻게 보면 이제 의대를 가기 위한 모든 과정이 다 정립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럼 학교에서는 뭘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대치동 키즈(2002년생)]
    "수업을 정말 듣고 집중한 학생은 많으면 15명에서 적으면 5명까지도 선생님에 따라서 그렇게 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잠을 자거나 다른 공부를 하거나."

    선생님들도 이런 대치동 시스템을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대치동 키즈(2001년생)]
    "3M에서 나온 헤드셋이 있어요. 그걸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끼고 있습니다. 한 10명 정도 끼고 있어요. 공부 잘하는 친구들. 건들지도 않아요 선생님은. <아니 바로 앞에서 헤드폰을 끼고 있어요?> 네, 헤드폰. 노래 나오는 헤드폰 아니더라도 끼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기분 나빠하지는 않아요?> 기분 나빠하시는 것도 있는데 그거를 약간 다 버티시는 게 이제 선생님, 이 동네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이제."

    지금 입시제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대치동 키즈(1995년생)]
    "입시가 불공정하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입시라는 건 더 똑똑한 사람을 뽑는 게임이기 때문에. 근데 그러면 더 똑똑해지는 데에 있어서는 공정하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지적 수준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러니까 정말 부유한 집에서 자랐으면 자기는 이제 아무것도 안 하고 자기는 공부만 하면 되잖아요. 대치동의 그 인프라와 그 환경과 그다음에 그 부모들의 지지와 부모들의 유전자를 종합을 해봤을 때는 훨씬 유리한 거 맞죠."

    ◀ 이휘준 ▶

    마지막 학생의 인터뷰를 보니까 여유가 있는 부모를 만나서 비싼 사교육을 받으면 입시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거네요. 이게 공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 이준희 ▶

    우리나라 고교생 중 강남 3구 비율은 3%입니다.

    그런데 전국 의대 정시 합격생 중 강남 3구 비율은 무려 23%입니다.

    이런 비율은 서울대도 비슷합니다.

    ◀ 이휘준 ▶

    격차가 대물림되는 셈이네요. 이 정도면 우리 교육과 입시 제도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까지 된 겁니까?

    ◀ 이준희 ▶

    수능이 사교육에 정복당했기 때문입니다. 암기가 아니라 사고력을 평가하자는 수능의 원래 취지는 사실상 무력화됐습니다.

    학생들은 문제 풀이 기계가 되길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나가는 학원들은 그런 기계를 잘 만들어내는 곳들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한 지난달 26일.

    인천 송도의 한 학원에서 중학생 의대반 입시설명회가 열렸습니다.

    강사는 의대 가고 싶으면 학교 '수행 평가'를 버리라고 말합니다.

    [입시 강사]
    "수능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때 뭐하고 앉아있는 거야. 수행한다고 꼴값을 떨고 있어. 수행 평가하면 안 돼요. 오늘부터 금지예요. 의대 가는 데 수행평가 한 개도 필요 없어요."

    수시 전형은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내신과 수행평가같이 학교 교육만 잘 따라가면 대학가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실제로 올해 대학 정원의 78%는 수능이 아니라, 수시 전형으로 뽑았습니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들은 다릅니다.

    의대 같은 최상위권 대학들은 수능 최저 기준을 엄청나게 높여놨습니다.

    의대에 가려면 학교 교육을 버리고, 수능에 올인해야 하는 겁니다.

    [입시 강사]
    "강원대 의대 3합 5. 그럼 이 뒤에 3합 5가 뭐예요. 수능 최저 기준. 계명대는 3합 3입니다. 그러니까 잘 본 거 3개 합해서 3등급이니까 셋 다 1등급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앞으로 의대에 보내고 싶은 생각 이만큼이라도 있으면 애 앞에서 '이거 그냥 정시다'라고 얘기해요. 수능 없이 의대 없다."

    수능은 1993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암기력 위주였던 학력고사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심재기 / 수능 출제위원장 (1993년 8월 20일)]
    "개념과 원리들을 단순히 암기하고 있는 학생보다는 그것들을 활용하여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 해결에 도달하도록 하는 능력을 지닌 학생들이 더 높은 점수를 얻게 될 것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능은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면서 지문이 길어지고 문제가 지나치게 어려워졌습니다.

    킬러 문항이 등장한 겁니다.

    이런 수능에서는 어떤 전략이 유효할까?

    [유튜브]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이거예요. 첫째, 양치기가 됐다면 양치기가 됐다는 건 여러분들이 수없이 많은 문제를 풀어봤다는 거예요."

    양치기.

    양으로 승부하는 방법입니다.

    무조건 많은 문제를 풀어서 유형을 익혀놔야, 바로바로 답을 풀 수 있다는 겁니다.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자는 취지가 사실상 무력화된 겁니다.

    [정미라 /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고교 교사)]
    "문제 풀이의 달인이 되어 있는 아이들 중에서 어떤 변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아이들은 결국 'N수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저는 대학에 묻고 싶습니다. 정말 대학이 선발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N수생인지."

    사교육은 이렇게 변질된 수능을 사실상 장악했습니다.

    밤 9시.

    화물차에 가득 실린 책자들이 학원 안으로 계속 들어갑니다.

    이 학원이 만든 수능 모의고사 문제지입니다.

    이 학원은 문을 연 지 9년 만에 수능 입시 시장을 평정했다고 합니다.

    대치동에서만 건물 21곳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 전국 의대 정시 전형에 복수합격자를 포함해 1,100여 명을 합격시켰다고 광고합니다.

    의대 정시 전체 정원과 맞먹는 수치입니다.

    [대치동 키즈(2001년생)]
    "의대생들 처음 만나서 이제 처음 건네는 인사가 '시대인재 몇 기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시대인재 어떤 선생님이 있지 않느냐' '너는 어떤 건물에서 공부를 했냐'."

    이 학원의 성공 전략도 최대한 수능에 나올 법한 문제를 무조건 많이 풀게 하는 '양치기'입니다.

    [대치동 키즈(2001년생)]
    "모의고사 일주일마다 거의 한 일주일마다 보는데 그거를 이제 그 벽에다 쫙 붙입니다. <이렇게 풀고 있으면 내가 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병기 같아요, 병기. 최종 병기 할 때 그 병기 같아요. 수능을 준비하기 위한 병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 때 킬러 문항을 만들어 참고서를 팔기도 했던 의사 문호진 씨.

    문 씨는 요즘 사교육 문제를 고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문호진 / 의사, 수능 참고서 저자]
    "'시험 대비 방법이 그 학원에 의해서 장악이 됐구나, 아무래도 학교 현장이든 EBS든 그 학원의 상대가 되기는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하는 힘, 사고력을 평가하겠다던 수능이, 사실상 학원들의 '양치기' 전략에 장악된 겁니다.

    [구본창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
    "지금 문항 수와 또 시험 시간을 고려했을 때 '사고 자체를 하면 시간 내에 문항을 못 푼다'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면 사고력 문제라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되잖아요. 그런데 생각하면 시간이 오버돼서 문제에서 틀리고 또 자신의 상대적 위치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는 이런 구조."

    왜 이렇게 된 걸까?

    수능 제도를 설계했던 박도순 초대 교육과정평가원장.

    그는 대학들이 손쉽게 점수로 줄 세우는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

    [박도순 / 고려대 명예교수·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원래 취지대로 지금 수능이 잘 유지되고 있는 건가요?> 전혀 아니죠. 수능은 대학에서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참고 자료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필요할 때 하는 게 아니라 주요 대학들은 이것만 가지고 거의 뽑다시피 하는 역할을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수학능력시험.

    말 그대로 처음에는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지 최소한의 자격만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걸 수능이 결정합니다.

    [박도순 / 고려대 명예교수·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우리가 재는 학력이라고 하는 게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이, 키 재는 것 같이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에요. 정신 과정을 재는 건데 그 정신 과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완전히 합의가 이루어지지가 않았어요. 그러니까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을 도구도 이상한 걸 가지고 재면 오차 클 거라는 건 뻔하잖아요."

    ◀ 이휘준 ▶

    문제를 푸는 최종 병기 같았다는 의대생의 말이 참 안타깝습니다.

    원래 수능의 도입 취지는 일정 점수만 넘으면 되는 자격 고사 같은 거였다고요?

    ◀ 이준희 ▶

    맞습니다. 최소한의 평가만 수능으로 하고 나머지는 수능으로 잴 수 없는 훨씬 더 다양한 자질들을 평가하겠다는 취지였던 거죠.

    최근 4년제 대학 총장 절반 이상도 수능을 자격고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 이휘준 ▶

    하지만 대학들이 본고사 같은 걸로 점수 줄 세우기를 계속하면 이것도 소용없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

    ◀ 이준희 ▶

    네 맞습니다.

    ◀ 이휘준 ▶

    사교육이 저렇게 수능을 장악했는데 그럼 공교육은 대체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 이준희 ▶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이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년 뒤부터 고교 학점제가 전면 도입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알겠죠? 이제 수업 들어가세요."

    담임 선생님 말씀이 끝나자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나갑니다.

    대학생처럼 교실을 옮겨 다닙니다.

    친구들끼리 시간표도 다 다릅니다.

    [심규비 / 갈매고 3학년]
    "수업마다 어느 교실에서 듣는지 외우기가 힘들어서 넣어놓고 다니면서 보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1학년은 국영수와 한국사 등 10과목을 모두 배우지만, 2학년부터는 자기 관심에 따라 수업을 골라 듣습니다.

    과목 수가 2학년은 33개, 3학년은 44개로 늘어납니다.

    국토 순례와 텃밭 가꾸기도 있습니다.

    [정진우 / 갈매고 2학년]
    "저는 예체능이고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어서 미술 관련된 과목이랑 세계사랑 지구과학 이런 거 듣고 있습니다."

    고교학점제는 학교 공교육을 바로 세우자는 취지로 2017년부터 추진됐습니다.

    시범 운영을 거쳐, 지금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됩니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한편에서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수능 중심의 입시 제도는 아직 바뀐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태희 / 갈매고 3학년]
    "수능에서 나오지도 않는데 ‘어, 이런 과목이, 내가 열심히 들어야 되나?’ ‘내가 이거 할 시간에 지금 다른 과목 더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들고 그랬던 거 같아요."

    선생님들도 고민은 비슷합니다.

    [박가은 / 갈매고 과학 교사]
    "아이들한테는 '고등학교에서 많은 진로를 탐색해보고 경험을 쌓아보고 흥미에 맞춰서 잘 선택해서 해봐라' 하였으나 막상 대입에 갈 때는 꼭 다뤄야 하는 그 주요 과목들이 있다 보니 '여기서 경험한 것과 너를 평가하는 기준은 이거야'라고 다르게 설정을 해놓는 거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교사들에게 고교학점제 시행 시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물었더니 66%가 수능과 같이 입시에 유리한 과목만 선택할 거라고 우려했습니다.

    수능 중심의 입시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제도가 기형적으로 운영될 거라는 겁니다.

    획일적 입시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은 국제바칼로레아 학교의 설립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제주도에 있는 표선고등학교도 국제바칼로레아 학교입니다.

    [표선고 교사]
    "이 두 개의 시약이 만나겠죠. 그리고 난 다음에 우리가 기다려주게 되면 색깔이 바뀌어."

    국제 바칼로레아는 1968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독립적인 사고력과 논리적 탐구를 강조하고, 모든 수업이 토론식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 평화비용이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제들은 이렇게 논술식입니다.

    수능과 공존하기 어려운 교육 과정입니다.

    일부 특목고와 자사고도 국제 바칼로레아 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입 취지와 달리, 상위권 대학에 가는 소수 학생들만의 또 다른 길이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고교학점제든 국제바칼로레아든, 철저하게 서열화된 대학입시와 우리 사회를 바꾸지 않은 채,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요?

    [김성천 / 한국교원대 교수]
    "챗GPT 얘기 나오면서 계속 4차 산업 미래 사회, 미래 교육 이야기를 끊임없이 말하고 있으면서 정작 대입과 관련돼서는 과거에 산업화 시대의 어떤 그 문법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엘리트들이 소위 오지선다형 교육으로, 수능으로, 학력고사로 성공했던 사람들의 그걸 관점을 가지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아이들 청소년들의 삶을 저는 재단하고 있다."

    ◀ 이휘준 ▶

    여기까지 보고 나니까, 고교 학점제든 킬러 문항이든 사교육 카르텔이든 한두 가지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준희 ▶

    그렇습니다. 결국, 대학들이 수십 년째 이렇게 철저하게 서열화된, 이런 구조가 고쳐지지 않으면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바꾸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이휘준 ▶

    그럼 대학들은 왜 저렇게 서열화돼 있는 겁니까?

    ◀ 이준희 ▶

    어느 대학을 나오느냐에 따라 사실상 많은 게 결정돼버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진짜 문제는 사교육이 아니라 격차가 너무 벌어진 사회 구조라고 말합니다.

    고3들에게 문과의 대학 순위를 물어봤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이 정도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고등학교 3학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그 아래로는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시립대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답이 모두 똑같습니다.

    몇십 년째 굳어진 이 서열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미라 /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고교 교사)]
    "대학에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의 수능 평균 점수로 이렇게 서열이 정해진다라고 합니다. 학과마다 다 특성이 있고 특색이 있고 다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실질적인 대학의 서열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우리 머릿속에 있는 허상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한국의 학벌주의를 지적해 온 박노자 교수는 한국의 대학 서열이 기형적이라고 말합니다.

    [박노자 /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
    "유명한 학교라는 개념까지는 당연히 서구에도 있고 어디나 있지만 이렇게 단선적으로, 한 줄로 서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만큼 절대적인 것도 전혀 아닙니다. 영국 같은 경우에는 '옥스브리지'(옥스포드, 케임브리지)나 세인트앤드루스 같은 유서 깊은 귀족 학교 나오면 프리미엄이 있습니다. 당연히 프리미엄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전 사회를 한국만큼 장악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대학 서열이야말로 끊어내야 할 진짜 '카르텔'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노자 /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
    "서울대의 그 독점적인 위치라든가 스카이 카르텔의 독점적인 위치, 그리고 인 서울 대학의 실질적인 특권 이런 거 없어지지 않는 이상은 사실 사교육 시장은 그대로 존속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유, 원인을 치료하지는 않고 병인을 치료하지는 않고 그 징후인 사교육 시장에다가 과시하다시피 세무 조사하는 건 사실 실속이 없는 포퓰리즘에 가깝습니다."

    SKY 카르텔은 취업에서도 굳건합니다.

    100대 기업 CEO 127명 가운데 스카이 출신은 절반이 넘습니다.

    국내 11개 로스쿨 합격자를 봤더니 3명 가운데 2명이 스카이 출신입니다.

    대학에 따라 임금도 달라집니다.

    상위권 16개 대학 출신과, 하위권 9개 대학 졸업생들의 임금을 비교한 논문.

    출발부터 다릅니다.

    상위권 출신들이 20대부터 임금을 25% 더 받습니다.

    40대 초반에는 격차가 더 벌어져 51% 많습니다.

    이런 소득 격차는 자녀 교육으로 대물림됩니다.

    월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가정은 300만 원 미만인 집보다 사교육비를 3배 넘게 쓰고 있습니다.

    서울대 정시 전형 합격자 10명 중 8명은 수도권 출신이고, 5명 중 1명은 서울 강남 3구 학생입니다.

    반면 229개 시군구 가운데 10곳은 서울대 합격자를 최근 4년간 1명도 내지 못했습니다.

    [김성천 / 한국교원대 교수]
    "겉으로는 기회의 균형이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내밀하게 들어가 보면 교묘한 어떤 계층의 격차가 더 심화되는 방식들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한 번 벌어진 격차는 다시 극복되기 어렵습니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2배 가까운 임금을 받지만, 한 번 비정규직이 되면 정규직이 되긴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사교육은 이런 공포를 먹고 자랍니다.

    [이현 /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
    "불평등이라고 하는 토양이 있고 그 속에서 부모들에게 욕망과 불안과 의무감이 생겨나게 되고, 이게 사교육의 뿌리를 만들고, 이게 대입 경쟁의 뿌리를 만드는 겁니다. 이게 얼마나 튼튼해지느냐, 불평등이 얼마나 세냐에 달린 겁니다. 이게 세니까 못 가면은 절벽으로 떨어지게 되는 거죠. 절박해지는 겁니다. 경쟁은 치열해지는 거고요. 사교육도 그러면 또 치열해지는 거죠."

    이런 불평등을 그대로 둔 채, 수능 점수로 줄 세우는 건, 정말 공정할까요?

    한국에서 2백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와 '공정하다는 착각'을 쓴 마이클 샌델 교수.

    그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마이클 샌델 / 미국 하버드대 교수 (2월 7일, UC 샌디에이고 강연)]
    "우리는 기회가 진짜 평등하지 않고,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갖는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가난한 부모를 만난 아이들은 커서도 그대로 가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자 부모들은 그 이점을 아이들에게 물려줍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에는 상위 1% 출신 학생들이 하위 50% 출신 학생들을 다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킬러 문항 배제에서 시작된 논란.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김동춘 / 성공회대 교수 (7월 5일, 국회 '대입 제도' 토론회, 유튜브 강득구TV)]
    "교육 정책은 산업정책, 노동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고 대통령이 개입해야 될 것은 이런 입시가 아니라 사실은 교육인데 구조의 문제를 건들려고 하니까 이게 너무나 힘든 문제고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결국은 가장 만만한 것만 건드리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결국은 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계속 지속이 되고 이 불합리한 구조는 계속된다."

    ◀ 이휘준 ▶

    아이들에게 더 공정하고 행복한 사회를 물려주면 좋겠습니다. 어렵더라도 그 발걸음을 지금 우리가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는 계속 암울할 겁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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