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현장에서 해병대 채 모 상병이 숨졌다. 물속에 들어가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다 빠져나오지 못 한 거다. 그 흔한 구명조끼도 없었다. 긴 삽과 갈퀴뿐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해병대원들은 수해복구 작업으로 알고 있었다.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얘기를 처음 들었다. 임성근 해병대 사단장이 실종자 수색 작업이란 걸 미리 해당 여단에 미리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안전한 수색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었던 거다. 사단장은 나중에라도 구명조끼 착용을 지시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해병대가 확 눈에 띌 수 있도록 가급적 적색 티를 입고 작업"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사망 사고의 원인으로 상급자인 임성근 해병대 사단장을 지목했다. 사단장과 여단장, 대대장 등 모두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박 대령은 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보고했고, 이 장관은 결재했다. 국방부 참모들도 잘 된 수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분위기가 완전 바뀌었다.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도 갑자기 취소됐다. 24시간도 안 돼 국방부장관의 마음이 바뀐 거다. 박 대령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사 내용을 고치라는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과실치사 혐의자에 대대장 이하만 넣고, 사단장과 여단장은 빼라는 압력으로 느꼈다고 했다. 박 대령은 거절했다. 그러다 항명죄로 군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국방부장관은 왜 자신의 결정을 하루 만에 뒤집었을까? 이종섭 장관은 스스로 판단한 거라고 했다. 외압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본인 스스로도 국회에 나와 "변명처럼 들리시겠지만"이란 말을 반복했다. 자신이 뒤집은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 대령은 항명죄로 수사를 받게 됐다. 윗선에서 질책받은 게 아니라면 이런 과한 처분이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심지어 처음엔 '집단 항명 수괴죄'가 적용됐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실 개입 의혹도 나온다. 박 대령은 실제로 국가안보실로부터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국가안보실에 파견 나가 있는 해병대 대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기도 했다. 해병대 사령부 정책 실장과 사령관도 국가안보실 요구라며 박 대령에게 자료를 달라고 했다.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해병대 김계환 사령관에게 전화해 수사 경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박 대령은 여러 차례 거부하다 결국 수사 자료 대신 언론 브리핑 자료를 국가안보실에 건넸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국방부장관의 결재가 번복됐다. 이후 해병대의 초동 수사 결과는 국방부에서 뒤집혔다. <스트레이트>는 국방부장관 스스로 번복한 게 맞는지, 윗선 외압이나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던 건 아닌지 집중취재했다. 해병대원 사망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 했던 박정훈 대령이 항명죄 피의자가 되는 과정과 이유를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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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팀
[스트레이트 예고] 채 상병 수사, 누가 뒤집었나? 외압과 항명
[스트레이트 예고] 채 상병 수사, 누가 뒤집었나? 외압과 항명
입력 2023-08-27 15:45 |
수정 2023-08-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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