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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마약만큼 무섭다‥아이들 파고든 '바카라' 중독

[스트레이트] 마약만큼 무섭다‥아이들 파고든 '바카라' 중독
입력 2023-11-05 21:13 | 수정 2023-11-0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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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아마추어 복싱대회에 출전한 김민수 학생.

    파란 옷을 입은 민수가 돌진하며 상대를 코너로 몰아붙입니다.

    3전 2승 1패.

    첫 출전에 메달까지 땄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민수의 꿈은 마이크 타이슨 같은 복서가 되는 것.

    체육관에서 매일 살다시피했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1주일에 한 번 갈까 말까합니다.

    온라인 도박에 다시 빠졌습니다.

    [김민수(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1)]
    "운동 같은 것도 가기 싫어졌고. 그리고 정신적, 뭐라 해야하지 불안감도 있고. 그리고 자기도 싫고, 새벽에 막 나가고 싶고."

    온라인 도박을 처음 알게 된 건 중학교 1학년 때입니다.

    친구가 알려줘 해봤는데 만 원으로 수십만 원을 땄습니다.

    첫 기억이 강렬했습니다.

    [김민수(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1)]
    "돈을 땄던 기억이 있으면 이제 난 돈을 땄으니까, 나중에라도 하면 더 딸 수 있겠다. 이런 생각 때문에 하고."

    얼마나 땄을까요?

    4년 동안 5천만 원을 잃었습니다.

    한 시간에 3백만 원을 잃기도 했습니다.

    민수는 이렇게 도박에 중독됐습니다.

    [강신성/중독예방시민연대 사무총장]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그것 자체가 일단 문제고요. 재정적인 폐해랄까 그것도 그렇지만 정신적 폐해가, 정신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선영 ▶

    안녕하십니까, 이선영입니다. 이휘준 아나운서 결혼 휴가로 이번주는 제가 진행합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불법 도박에 중독된 우리 청소년들 이야기를 다룹니다.

    구민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구 기자, 불법 도박 우리 학교에 얼마나 어디까지 파고든 겁니까?

    ◀ 구민지 ▶

    네, 정부 조사에서 학생 4명 가운데 1명이 최근 3개월 사이 도박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도박 중독으로 일상 생활이 힘든 학생도 5% 정도, 19만 명이나 됩니다.

    ◀ 이선영 ▶

    19만 명이라고 들으니까 생각보다 심각한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겁니까?

    ◀ 구민지 ▶

    도박을 접하는 게 너무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도박장이나 PC방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불법 도박의 덫에 걸릴 수 있습니다.

    ◀ VCR ▶

    4년 동안 5천만 원을 날린 민수.

    돈이 어디서 났을까요?

    처음에는 용돈으로 하다가 부모님 돈에 손을 댔습니다.

    아버지가 하는 가게도 뒤졌습니다.

    [김민수(가명) 아버지]
    "도박 자금 때문에 가게를 다 쑥대밭을 만들어 놨죠."

    그러다 친구들한테 돈을 빌렸습니다.

    꼭 갚겠다고 각서도 썼습니다.

    이른바 일진들이 아버지 가게로 몰려와 2백만 원을 갚으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김민수(가명) 아버지]
    "떡대도 좋고 금팔찌 차고 어깨에 힘 바짝 주고 돈 내놓으라고. ‘부모니까 당신이 줘야 하지 않느냐.’"

    더이상 돈 나올 곳이 없자 범죄까지 저질렀습니다.

    인터넷으로 중고 물품이나 백화점 상품권, 게임 계정을 판다고 사기치고 돈만 챙겼습니다.

    결국 보호 관찰 2년 처분을 받았습니다.

    [김민수(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1)]
    "사기를 쳐서 돈을 도박 사이트에 입금하면, 도박을 하면 더 딸 수 있다. 따서 갚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는데 못 따고 다 잃는 거죠."

    민수 부모는 아들을 위해 안 해 본 게 없습니다.

    달래도 보고 화도 내고, 손찌검까지 했다고 합니다.

    [김민수(가명) 아버지]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이가 도박에 중독이 돼 있기 때문에. 아이한테 손찌검도 해봤어요. 너무 원망스럽기 때문에. 그래서 경찰 조사도 받고, 가정폭력으로."

    아들의 스마트폰을 감시하려고 원격 제어 앱도 깔았습니다.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면 차단했습니다.

    그렇게 차단한 사이트가 수백 개입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 일일이 연락해 접속을 막아달라고 사정도 했습니다.

    그러다 험한 말도 여러번 들었다고 합니다.

    [김민수(가명) 아버지]
    "‘너네 주소 아니까 내가 찾아가서 가만 안 두겠다’, ‘내장을 꺼내겠다’ 막 이런 험악한 말을 해서."

    하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민수는 그때마다 다른 사이트를 찾아냈습니다.

    아버지가 집어던진 스마트폰이 10개가 넘습니다.

    [김민수(가명) 아버지]
    "그냥 바닥에 집어 던지는 거죠. 그 순간에 아이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4년 째 병원을 다닙니다.

    충동성을 줄여주는 약도 먹었습니다.

    최면 상담도 받습니다.

    [장호/최면센터 원장 - 김민수(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1)]
    "<어떤 두려운 상황이 벌어질까 봐 또 도박을 하는 거죠?> 베팅을 하면 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박을 하는데 거기서 돈을 다 잃어버리면 그때부터 두려워지기 시작하는 거죠."

    심지어 무당까지 찾아갔다고 합니다.

    [김민수(가명) 아버지]
    "사악한 게 있으니 이런 재료를 태우고 식칼을 같이 던져라. 문밖으로. 어떻게든 아이가 이거를 잊게끔 하기 위해서. 저도 미쳐 있던 거죠. 너무 절박했기 때문에."

    이런 노력이 아들의 마음을 돌린 걸까요?

    민수는 1년 전 도박을 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스스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없앴습니다.

    다짐을 담아 부모님께 편지도 썼습니다.

    [김민수(가명) 아버지]
    "'제가 도박을 안 하길 원하실 거예요. 이겨 내고 싶어요'. '저도 아버지랑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빠 도와주세요'. 이렇게 썼는데 사실은 아이가 이 내용을 쓰면서 얼마나 간절함이 컸을까."

    하지만 2주만에 또 무너졌습니다.

    아버지 휴대전화로 도박 사이트에 몰래 접속했다 들켰습니다.

    [김민수(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1)]
    "도박을 할 때는 진짜 아무 생각이 없어요. 돈을 따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는데. 돈 다 잃고 나서는 '아, 내가 왜 이랬을까, 난 이런 아이가 아닌데.'"

    지금은 어떨까요?

    취재진이 만난 바로 전날에도 아는 형 휴대전화로 도박을 했습니다.

    16분 만에 15만 원을 잃었습니다.

    [김민수(가명) 아버지]
    "전화기 뺏고 보려고 하니까 아이가 굉장히 흥분하죠. 흥분하고 실랑이도 있었고. 아빠가 지옥 가서라도 너를 데리고 올 테니 용기를 내자.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주고 또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요."

    불법 도박업자들의 덫은 집요했습니다.

    홍보 전화를 피하려고 전화번호도 여러 번 바꿨습니다.

    민수가 사채업자에게 넘긴 아버지 신분증 때문에 온 가족이 이름까지 바꿨습니다.

    하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김민수(가명) 아버지]
    "개명하고 나서는 너무 깨끗하지 않습니까. 정보를 더 파는 거예요, 이놈들이. 홍보 직원이 그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아주 깨끗한 상태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민수는 도박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김민수(가명) 아버지]
    "아이 혼자 이 고통을 이겨내기에는 현 대한민국이 너무 관심이 없구나. 그리고 내 아이가 이 정도로 심각한 거를 부모가 겪지 않으면 이 위험성을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겠구나."

    ◀ 이선영 ▶

    이렇게 보니까 도박 중독 참 무서운데, 치료도 어렵다고요?

    ◀ 구민지 ▶

    도박 중독도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만큼 심각합니다.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불법 도박에 너무 쉽게 노출되는 환경입니다.

    ◀ 이선영 ▶

    보니까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하던데, 스마트폰으로 어떤 도박을 좀 하는 겁니까?

    ◀ 구민지 ▶

    종류가 많습니다. 홀짝 맞히기 같이 단순한 도박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건 '바카라'라는 카드 도박입니다.

    ◀ 이선영 ▶

    ‘바카라’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카지노에서 하는 도박 아닌가요?

    ◀ 구민지 ▶

    맞습니다. 단순해서 몰입감도 크고 중독성도 강합니다.

    얼핏 보면 승률이 5:5인 것 같지만, 결국에는 돈을 다 잃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도박업자들이 승패를 조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VCR ▶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도박을 해봤는지 물어봤습니다.

    [OO중학교 학생]
    "하는 애들 많아요. <그래요? 몇 명 정도 있어요?> 한 2학년에 열 몇 명 넘을걸요."

    다른 학교도 비슷합니다.

    [ㅁㅁ중학교 학생]
    "3학년들 많이 하죠. 아는 형, 저랑 친한 형 있는데 그 형은 대놓고 저한테 돈 땄다고 돈 잃었다고. 막 저한테 사이트를 알려주겠다."

    초중고 학생 4명 가운데 1명이 도박을 해봤다고 답했습니다.

    도박 때문에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 학생은 전체의 4.8%. 19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온라인 도박 경험 중학생]
    "<중독되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은데?> 네, 엄청 많아요. 돈 빌리고 막 그래요. 걔네가 최근에 빌린 게 한 30~40(만 원) 정도 됐는데."

    청소년들이 가장 접하기 쉬운 도박은 불법 스포츠도박입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상한선이 10만 원이지만, 불법 스포츠도박은 한 번에 수백만 원이 오갑니다.

    승패와 점수 뿐만 아니라, 첫 득점, 첫 홈런, 첫 3점슛, 거의 모든 상황에 베팅이 가능합니다.

    [ㅁㅁ중학교 학생들]
    "<(스포츠)토토 진짜 다 하더라고요.> 다 해요. 진짜 다 해요. 진짜 순진한 친구도 해요."

    단순한 도박도 많습니다.

    사다리 타기, 홀짝 맞히기, 달팽이 경주.

    초등학생도 한 번만 보면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도박을 처음 접하는 나이도 갈수록 어려지고 있습니다.

    11.3세, 초등학교 5~6학년입니다.

    게임하듯 도박합니다.

    [권선중/한국침례신학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청소년들은 자기들이 하는 걸 도박이라고 안 부릅니다. 게임이라고 부르지. 그러다 보니까 첫 번째로 청소년들이 도박에 접근할 때 경계심이, 위험 인식이 현저히 낮아요. 그리고 호기심만 높은 거죠."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도박은 바카라입니다.

    강원랜드 같은 카지노에서 가장 인기있는 도박 중 하나입니다.

    뱅커와 플레이어, 둘 중 하나에 베팅하는 카드 도박인데, 승패는 10초 안에 결정 납니다.

    [온라인 도박 경험 청소년 (고2)]
    "그냥 빨리빨리 진행되고 하니까 돈을 따도 더 빨리 따고. 그냥 빨리 끝나니까 그런 것 같아요. 게임 자체가."

    바카라는 24시간 내내 수많은 사이트에서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를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도박할 수 있습니다.

    [박은경/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치유재활지원팀장]
    "중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거의 70%가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하는 것으로 저희가 좀 파악이 되어서. 이 부분이 빠른 속도의 게임, 그리고 또 수익이 높은 경우에 중독성이 더 강하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도박에 중독되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시도때도 없이 분비됩니다.

    성취감, 쾌락, 흥분을 계속 원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도박을 안 하면 계속 생각나고 돈을 잃어도 또 하고 싶은 겁니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똑같지만, 접근은 훨씬 쉽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됩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입니다.

    [이승엽/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전두엽 부위 같은 경우는 10대 후반부나 20대 후반까지 좀 늦게 발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0대 초중반에는 상대적으로 억제하는 힘이 약한 반면에 그런 보상을 느끼고 쾌감을 느끼는 건 더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더 중독에 위험하게 되겠습니다."

    청소년들은 도박을 어떻게 접하게 될까요?

    최신 영화와 드라마를 공짜로 볼 수 있는 불법 OTT 사이트.

    나혼자산다 같은 인기 프로그램을 공짜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화면 상단에는 광고 배너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전부 도박 사이트입니다.

    공짜 콘텐츠로 유인해 도박 사이트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불법 웹툰 사이트도 온통 불법 도박 광고들입니다.

    게임 머니를 처음 충전하면 40%를 더 얹어준다고 유혹합니다.

    광고를 클릭하면 도박 사이트로 바로 연결됩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현진이도 이렇게 온라인 도박에 발을 들였습니다.

    [유현진(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3)]
    "<웹툰 사이트, 또래 친구들도 많이 이용해요?> 많이 이용하죠. 웹툰 미리 보려고 쓰는 애들 많죠. 배너 광고가 차라락 뜨니까 거기에서 그냥 아무거나 들어간 게 그 카지노 사이트였던 거죠."

    <스트레이트>는 불법 도박 사이트 10곳에 가입해봤습니다.

    너무 쉬웠습니다.

    주민번호는 필요 없습니다.

    이름, 전화번호,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끝입니다.

    미성년자는 안 된다는 곳은 딱 한 곳이었고, 나머지는 학생도 모두 가입이 됐습니다.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저 학생인데 가능한가요?> 네 상관없어요."

    가입부터 도박을 시작할 때까지 5분도 안 걸렸습니다.

    [최환희/서울 서대문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불법 온라인 도박 같은 경우에는 성인 인증이라든지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에 접근성이 되게 용이하거든요. 그래서 쉽게 도박을 접하고 본인이 도박을 한다는 인식이 없이 그냥 중독으로 빠르게 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었어요."

    도박으로 돈을 딸 수는 있을까요?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구속돼 2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유튜버 양권 씨.

    [유튜버 양권/전 도박 사이트 운영자 (유튜브 ‘양권’)]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브레이크는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멈추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절대 돈을 딸 수 없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유튜버 양권/전 도박 사이트 운영자]
    "뉴스에 잡히는 사람들 있잖아요. 도박 운영했을 때 슈퍼카, 큰 돈뭉치들, 그게 다 어디서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 잃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도박업체가 승패도 조작한다고 합니다.

    [유튜버 양권/전 도박 사이트 운영자]
    "큰돈을 거는 사람들은 그런 거 명심해야 해요. 자기 때문에 돈의 흐름이 꺾여서 승패가 조작될 수 있다."

    또다른 전직 도박업자도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승률이 5:5처럼 보이는 바카라도, 카드통에서 원하는 카드를 뽑을 수 있게 설계돼있다고 합니다.

    [전 도박 사이트 운영자]
    "하루에 100만 원씩 제가 29일을 땄어요. 그러면 30일에도 제가 딸 것 같잖아요. 그러면 그때부터는 오백, 1천, 2천, 그냥 막 커져 버려요. 내 욕심 때문에. 그러면 그날 죽을 때 딴 돈 말고, 갖고 있던 돈까지 다 잃어요."

    ◀ 이선영 ▶

    이런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건 당연히 불법일 거고, 여기에 청소년을 끌어들인다? 굉장히 악질적인데요.

    ◀ 구민지 ▶

    더 화나는 게 있습니다. 도박업체들은 청소년들을 단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홍보나 영업책으로 이용하기까지 합니다.

    ◀ 이선영 ▶

    그러니까 청소년들을 불법 도박 업체에 조직원으로 가담을 시킨다는 거잖아요.

    ◀ 구민지 ▶

    네 맞습니다. 인터넷에는 총판 즉 고객을 유치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영업책을 모집한다는 글들이 넘쳐납니다.

    다단계식으로 운영하는 불법 도박업체들의 수법을 취재했습니다.

    ◀ VCR ▶

    충청도에 있는 한 불법 도박업체 사무실.

    창문은 블라인드로 가려놨습니다.

    모니터 10여대에 불법 도박 사이트가 쉴새 없이 돌아갑니다.

    이런 사무실이 캄보디아에도 있다고 합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 관리자]
    "<언제 가는데 캄보디아는?> 불법 도박 사이트 관리자 11월 초 이번에 가야지. 다음주 정도. 다음 주말."

    불법 도박 사이트를 어떻게 홍보할까요?

    [불법 도박 사이트 관리자]
    "성인 사이트하고 동영상, 영화 보는 사이트 드라마 보는 사이트 있잖아. 거기가 제일 잘 먹혀."

    주요 고객은 미성년자입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 관리자]
    "<애들 굳이 받아야 되냐, 근데? 요즘 문제 되잖아 계속.> 불법 도박 사이트 관리자 요즘 사이트들 애들 없이는 안 돌아가. 애들 없이는 안 돌아가는 불법 도박 사이트."

    이들은 왜 청소년들에게 공을 들일까요?

    [전 도박 사이트 운영자]
    "성인들이 베팅을 크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 친구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오는 게 빠르잖아요."

    도박업자들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미성년자들이 지인들을 기가 막히게 잘 끌고 온다', '1년 동안 민짜, 미성년자만 팠다'는 말들이 오갑니다.

    [유튜버 양권/전 도박 사이트 운영자]
    "이게 불법이니까 청소년까지 끌어들여도 어차피 불법인데. 어차피 우리를 잡을 수도 없는데. 실제로 유치원생이 돼도 아무런 그런 죄책감 없이 운영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그냥 고객만은 아닙니다.

    아예 홍보 담당 직원으로 채용도 합니다.

    방에서 한 달 내내 도박만 해봤다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정민호(가명)/온라인 도박 경험 청소년 (고3)]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 도박' 한번 하고 돈 따니까 비싼 거 밥 시켜 먹고. 누워서 빈둥대다가 도박하다가 나가서 들어와서 밤새 도박하고."

    민호 군은 아는 형 소개로 2년 동안 '총판'으로 일했습니다.

    도박업체 조직은 본사, 부본사, 지사, 총판, 그리고 매장까지 다단계로 운영됩니다.

    '총판'은 주로 홍보를 합니다.

    SNS에 광고 글을 올리거나 전화를 돌립니다.

    [정민호(가명)/‘총판’ 경험 청소년 (고3)]
    "모텔 같은 데 가서 엑셀로 파일 띄워놓고, 한 명은 번호 불러주고. '이번에 가입하시면 저희가 기프티콘하고 신규 이벤트 챙겨드리겠다.''"

    민호는 경력을 쌓은 뒤 총판들을 관리하는 '부본사'로도 일했습니다.

    이렇게 번 돈이 한 달에 2~3천만 원.

    이 돈으로 사채도 굴렸습니다.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하루 10% 이자를 받았습니다.

    [정민호(가명)/‘총판’ 경험 청소년 (고3)]
    "돈 없는 애들 담보대출 해주거나 고리대금 이자 빡세게(아주 높게) 해서 빌려주고."

    안 갚으면 불법 추심까지 직접 했습니다.

    [정민호(가명)/‘총판’ 경험 청소년 (고3)]
    "집 앞에서 문 두드리고 그러니까 내일까지 이체해 준다고. ‘그럼 나 이 앞에 있는 모텔에서 하루 잘 테니까 내일까지 입금 안 되면 문 부수겠다’고 하니까 아침에 입금됐어요."

    소셜미디어에는 '총판'을 모집한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놓고 청소년들을 구합니다.

    '10대 패션'처럼 청소년들 눈길 끄는 해시태그들을 달아 놓거나, 미성년자도 가능하다고 홍보합니다.

    연락해봤습니다.

    내가 가입시킨 회원이 100만 원을 충전했다 다 잃으면 총판에게 15%인 15만 원을 현금으로 준다고 꼬드깁니다.

    또다른 업체는 데려온 회원이 베팅할 때마다 베팅 금액의 1.1%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중학생인데 괜찮냐고 했더니 "가능하다, 지금도 학생들이 많이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고등학생들도 이런 글을 보고 총판 일을 하게 됐습니다.

    [유태희(가명)/‘총판’ 경험 청소년 (중3)]
    "이거 걸리는 거 아니냐고 그러니까 대한민국이랑 해외에 이런 사이트가 얼마나 많은데 걸리겠냐고."

    50명을 도박판에 끌어들였습니다.

    이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보여줬습니다.

    아이디와 가입일자, 예금주 이름, 계좌번호, 정보가 빼곡합니다.

    '7777'로 시작하는 카카오뱅크 계좌들이 많습니다.

    미성년자용 계좌번호입니다.

    또래들을 불법 도박에 끌어들인 겁니다.

    [서민수/경찰인재개발원 교수]
    "또래 집단 안에서 한 사람이 슈퍼 전파자가 되면 이 아이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끌려오기 되게 쉽다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범죄자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수월한 거죠. 범죄를 하기에 너무 수월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죠."

    도박 홍보는 집요합니다.

    한 번 가입하면 끈질기게 연락합니다.

    [유현진(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3)]
    "기프티콘 주고 뭐 해주겠다고 하면서 설득을 해요. 보너스 얼마씩 챙겨주겠다. 자기네 사이트 가입해라. 그러면 이제 그런 거 듣고 솔깃하니까 회원 가입해서."

    가입한 적도 없는 곳에서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이어집니다.

    [유현진(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3)]
    "그 전으로 완전히 저는 돌아갈 수 없다고 봐요. 이미 도박을 처음에 시작했으면. 애초에 도박을 시작하면 안 돼요."

    어떻게 알았을까요?

    도박업자들끼리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연락처가 담긴 DB, 데이터베이스를 사고 팝니다.

    10만 건 당 최대 1천만 원에 팔리기도 합니다.

    [이승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보이스피싱이나 다른 것들에 더 활용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은 단순히 내가 여기에 가입하기 위해서 정보 하나를 줬을 뿐인데 내 정보가 다른 범죄에도 이렇게 연관되어서 계속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도박업자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요?

    경찰이 바카라 도박판을 생중계하던 일당의 사무실을 덮칩니다.

    이들 일당은 불과 8개월새 도박자금 450억 원을 입금받았습니다.

    도박자금을 세탁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일당도 붙잡혔습니다.

    이렇게 번 돈으로 해운대 엘시티 집을 사고,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와 명품을 사들였습니다.

    이들 일당이 1년 4개월간 세탁한 도박자금은 40조원, 수수료로 번 돈만 4천억 원입니다.

    정부가 파악한 지난해 우리나라 불법 도박 규모는 102조원입니다.

    ◀ 이선영 ▶

    방금 불법 도박 규모가 100조 원을 넘는다고 짚어주셨는데, 그럼 기업으로 치면 어느 정도 회사를 떠올리면 될까요?

    ◀ 구민지 ▶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로 올린 매출이 98조 원이었습니다. 불법 도박 규모가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보다 큰 셈입니다.

    ◀ 이선영 ▶

    수법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이게 그냥 도박 업체다 이런 생각보다는 거대한 범죄 산업 같다는 느낌이거든요.

    ◀ 구민지 ▶

    네 맞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법 도박 때문에 청소년들이 2차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 이선영 ▶

    2차 범죄요?

    ◀ 구민지 ▶

    네, 학교 친구들의 돈을 뺐고, 강도, 사기도 저지릅니다.

    도박에 필요한 돈 때문입니다.

    ◀ VCR ▶

    군데군데 찢어진 옷.

    이 중학교 2학년 학생은 같은 학교 친구 4명에게 반년 넘게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이영호(가명)/학교 폭력 피해자 (중2)]
    "잠도 안 오고 그냥 잠이 자기 싫었어요. 계속 꿈에 나오니까."

    [이영호(가명) 아버지]
    "자다가 걱정되니까 쳐다보니까 안 자고 멍하니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정신과 간 거예요."

    돈을 빌려달라고 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도박으로 돈을 벌어 갚겠다고 했습니다.

    돈이 없다고 하면 협박하거나 때렸습니다.

    [이영호(가명)/학교 폭력 피해자 (중2)]
    "급식을 먹고 나왔는데 딱 본 거예요, 저를. 그래서 그때 막 목 조르고 막 그러다가 선생님이 발견해서."

    가해자들은 영호 군의 계좌번호까지 가져갔습니다.

    영호 이름으로 도박 사이트에 새로 가입해, 무료 포인트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이영호(가명) 아버지]
    "중학생들이 이거를? 가입이 되는지도 몰랐어요. 이게 지금 보통 심각한 일이냐. 지금 애들이 인터넷 도박을 하고, 지금 바카라를 하고."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의 카카오톡 계정을 빼앗는 일도 벌어집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기라는 가해 학생의 말을 듣고, 부모님에게 알렸다는 고등학생.

    이미 피해자들이 많았습니다.

    카카오톡 계정을 왜 빼앗을까요?

    도박업자들에게 돈이나 게임 머니를 받고 팔아 넘깁니다.

    텔레그램방에서 거래됩니다.

    [김상호(가명)/개인 계정 갈취 피해자 (고3)]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 넘겨서 그 계정을 5건인가 10건 당 게임 머니를 5만 원인가 받는 대가로 다른 친구들의 계정을 알아내서 넘겨주는 거였어요, 업자한테."

    도박업자들은 이렇게 사들인 카카오톡 계정을 '홍보방' 만드는 데 씁니다.

    다른 사람 계정을 이용해, 경찰 수사를 피하는 겁니다.

    도박이 강력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검은색 후드티를 눌러 쓴 남자.

    유리를 깨고 금은방에 침입해, 귀금속을 쓸어담았습니다.

    한 시간 뒤 주차장에 가방을 놓고 사라지자, 다른 남자가 가방을 가져갑니다.

    둘은 모두 고등학생입니다.

    도박 빚 50만원 때문에 금은방을 털었습니다.

    돈 빌려준 학생이 빌린 학생에게 돈을 갚으라고 범행을 시켰습니다.

    [김포경찰서 수사담당자]
    "고등학생 3학년인데 ‘바카라’라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빠져서 빚을 지다 보니까 그 빚을 갚기 위해서."

    지난 1월, 인천의 한 모텔.

    "여기요! 아저씨!"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40대 남성을, 10대들이 쫓아가 둔기로 폭행합니다.

    "XX 새X야."

    조건만남을 미끼로 어른을 유인해, 집단 폭행하고 돈을 빼앗았습니다.

    이 고등학생도 비슷한 범죄를 여러번 저질렀습니다.

    야구방망이로 어른을 내리쳤습니다.

    [서민우(가명)/ 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3)]
    "막 허벅지 엄청 붓고 얼굴에서 막 피 나고 막 기절하고 그런 정도였어요."

    그렇게 뺏은 돈으로 도박을 했습니다.

    지금은 후회하지만 그때는 도박에 정신이 팔려 중범죄라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서민우(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3)]
    "돈 좀 다 써간다 싶으면 ‘아 도박해서 다시 하면 되니까’ 하고 막 도박에서 잃으면 ‘어차피 그냥 다시 범죄하면 되니까’ 이런 생각으로 했던 것 같아요."

    소년범이 강도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보니, 유흥이나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가 32%로 가장 많았습니다.

    성인범(3.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미성년자들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범죄를 저질렀다 체포된 건, 해마다 1백 건이 넘습니다.

    [이계성/인천참사랑병원 중독재활치료센터장]
    "도박에 대한 충동이 너무나도 강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성적인 영역은 마비되어 버린 상태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뒷일을 생각하지 않아요. 뚜껑이 열린 거랑 비슷하다, 비슷하다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이에요. 극단적으로 가는 거고요."

    ◀ 이선영 ▶

    청소년들 도박 중독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정부가 좀 나서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 구민지 ▶

    올해 초에는 도박 빚에 시달리던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습니다. 뒤늦게 정부가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 이선영 ▶

    갈 길이 멀다. 이렇게 표현해 주셨는데, 그럼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 구민지 ▶

    불법 도박도 결국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 범죄입니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여전히 아날로그 식입니다.

    ◀ VCR ▶

    고등학교 3학년 유현진 학생.

    도박에 중독돼, 아끼던 물건을 다 내다 팔았습니다.

    [유현진(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3)]
    "디자인 전공이라 컴퓨터를 좀 비싼 걸 썼단 말이에요. 한 2백만 원짜리. 그런데 그것도 1백 얼마에 팔아서. <아깝지 않았어요, 팔 때?> 그때 그런 생각이 아예 안 들었죠."

    한 달 동안 입원도 했습니다.

    입원 중에도 바카라 생각이 났습니다.

    [유현진(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고3)]
    "간호사한테 거짓말해서 그때 한 3분 휴대폰 받았거든요. 그래서 30만 원으로 '바카라'하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그 시간에도 도박을 했어요. 그 와중에도."

    지금은 나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에 완치는 없다고 합니다.

    [이계성/인천참사랑병원 중독재활치료센터장]
    "지금은 도박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치료 잘 받고 있고 도박하고 싶은 마음은 이만큼도 없다. 그렇다고 그럼 도박에 대한 충동이 없어졌느냐? 그게 아니라 마음 어디엔가 숨어 있다가 언제든지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거고요."

    지난해 도박 상담은 5만 9천 건.

    그 중 청소년이 1천4백 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상담소는 전국에 15곳, 연계 기관까지 더해도 46곳입니다.

    입원이 가능한 중독 치료 전담 병원도 거의 없습니다.

    [박은경/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치유재활지원팀장]
    "이 인프라로는 전국의 청소년들한테 서비스를 다 제공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저희가 청소년 관련된 전문가분들의 도박 문제에 대응하는 역량이 증가돼야 될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을 하고요."

    불법 도박 사이트는 대부분 서버가 해외에 있습니다.

    그래서 폐쇄는 못 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속을 차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신고, 사무처 확인, 법무팀 검토, 특별위 자문, 담당 소위원회 심의까지.

    심의는 반드시 대면으로 해야 합니다.

    신고부터 차단까지 평균 56일이 걸립니다.

    이렇게 차단해도, 주소를 옮기면 그만입니다.

    [조호연/전 도박 사이트 운영자, ‘도박 없는 학교’ 교장]
    "정부 정책을 낼 때마다 불법 도박한 애들이 모여가지고 웃어요. '쟤네 이제 지금 IP 잡는대.' 지금 IP 잡고 있어요 십몇 년째. IP 그거 아무 의미 없는 거거든요. IP 잠그는 거를 지금 최고의 치적으로 지금 내세우고 있어요. 그러니까 불법 도박한 애들이 정부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아 얘네들 바보네, 아예 모르네’ 지금 이러고 있어요."

    반면 디지털 성범죄물은 삭제나 차단에 하루면 충분합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대면 없이 서면으로 심의하도록 규정을 바꿨고, 전담팀이 24시간 성범죄물을 감시합니다.

    자금줄을 끊는 건 어떨까요?

    한 민간단체는 도박을 했던 청소년들의 도움을 받아 도박 사이트 금융계좌 정보를 경찰에 신고하고 있습니다.

    [조호연/전 도박 사이트 운영자, ‘도박 없는 학교’ 교장]
    "이거 붙여놓은 건 이제 끝난 거예요. 계좌 파악 다 한 거예요. 얘네는 고발 들어가요, 다."

    하지만 신고해도 은행 내부 심의를 거쳐야 해서 계좌 동결까지 적어도 일주일이 걸립니다.

    반면 보이스피싱은 사후 서류 제출로 규정을 바꿔, 계좌 동결이 바로 실행됩니다.

    경찰 수사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중학교 3학년 요한이는 도박으로 2천만 원을 날렸습니다.

    결국 중고거래 사기까지 쳤습니다.

    [이요한(가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중3)]
    "이제 팔 물건이 없잖아요. 다 팔았으니까. 그래서 사기를 쳤죠. OO마켓에서."

    아들이 사기로 조사받게 되자, 어머니는 불법 도박 사이트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아들만 보호 관찰 1년 처분을 받았고, 그 도박 사이트는 지금도 영업 중입니다.

    [이요한(가명) 어머니]
    "결국 얘만 처벌을 받은 거고 그 사이트를 못 찾아낸 거예요. 처벌은 그쪽이 받아야 되는데, 같이 받아야죠. 그러면 우리가 뭐 하러 이거를 조사를 해달라고 할까."

    처벌은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스트레이트는 지난해 1년간 '도박 개장'으로 처벌받은 피고인 541명의 1심 판결문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실형을 살더라도 평균 1년 2개월이었습니다.

    벌금액 평균은 468만 원이었습니다.

    도박 개장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불법 스포츠토토 같은 스포츠 도박은 더 높습니다.

    하지만 실제 처벌은 훨씬 약했습니다.

    [강신성 /중독예방시민연대 사무총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처벌이 약하다 보니까 범죄 수익을 내가 얻었을 때 그걸로 내가 어떻게든 재정적 이득을 보는 게 그 범위가 넓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낮으면 범죄가 기생하거나 커질 수밖에 없죠."

    디지털 성범죄, 보이스피싱, 마약은 모두 사회적 관심 속에 수사도, 예방도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 도박은 아직 관심이 덜합니다.

    뒤늦게 정부는 청소년 불법 도박이 심각하다고 보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주 범부처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서민수/경찰인재개발원 교수]
    "그래서 좀 아쉬운 게 사실은 사이버 도박이 마약에 비해 조금 가려지는 면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통계를 보더라도 사실은 사이버 도박이 마약보다는 지금 아이들에게 더 큰 문제 중 하나죠."

    ◀ 이선영 ▶

    우리 청소년들의 영혼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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