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인 청담동의 대규모 주상복합 개발사업이 위기에 몰렸다. 땅값만 4,10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에 돈을 댔던 금융기관 한 곳이 대출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짓기만 하면 초고가 분양도 어렵지 않았던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대규모 개발 사업에 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일명 PF 대출 부실 문제가 건설업계와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다. 현재 133조 원인 국내 PF 대출 가운데, 이자를 제대로 못 내는 사업장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저축은행이 내준 PF 대출의 연체율은 4.6%, 증권사 대출 자금은 연체율이 17%에 달한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까지 대출 보증 규모를 25조 원으로 늘리며 PF 위기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일각에선 대규모 PF 대출 부실이 발단이 됐던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스트레이트>는 개발사업 시행사 한 곳의 내부 문건을 통해 PF 방식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이면을 취재했다. 회사 측이 예상한 수익은 비용을 제외하고도 2,600억 원. 사측이 마련한 사업자금의 6배가 넘었다. ‘황금알 낳는 거위’인 셈이다. 시행사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도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최근 4년간 대형 증권사 9곳이 부동산 PF 담당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만 8,5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불황기가 닥치면 대출 이자조차 제대로 못 내는 시행사가 속출한다. 이들은 부실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지원 속에 대출을 연장받아 ‘좀비’처럼 살아남는다.
거대한 부채로 지탱하는 것은 부동산 개발 PF 사업뿐만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 부채 문제도 위험 수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정부는 고금리 부담을 덜어준다며 대출 문턱을 낮춰주는 정책을 펼쳐왔다. 연 4%대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벌써 41조 넘는 돈이 시중에 풀렸다. 통화당국마저도 가계부채 문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나설 정도였다.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2021년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집값은 다시 꿈틀거린다. <스트레이트>는 빚으로 지탱해 온 집값과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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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팀
[스트레이트 예고] 시한폭탄 PF 대출‥빚더미에 눌린 한국 경제
[스트레이트 예고] 시한폭탄 PF 대출‥빚더미에 눌린 한국 경제
입력 2023-11-12 13:12 |
수정 2023-11-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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