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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신 정경유착? 대통령 해외순방과 재벌

[스트레이트] 신 정경유착? 대통령 해외순방과 재벌
입력 2024-01-28 21:13 | 수정 2024-02-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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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

    부산 국제시장.

    요즘 뜨고 있는 인증샷 성지입니다.

    VIP들의 선택, 이재용 회장이 서 있던 자리라는 홍보판도 보입니다.

    한 달 전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오고 난 뒤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전동호]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가 회장님이 오셨다는 곳인데 여기서 그런 부자 기운도 좀 받아서 올 한 해 부자 됐으면 좋겠다."

    지난달 6일.

    시장 골목에 대한민국 재벌 총수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정기선/HD현대 부회장]
    "먼저 먹어도 되나요, 오시기 전에?"

    잠시 뒤 윤석열 대통령이 나타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시장님도 오시고. 자 이거 하나 잡아요."

    윤 대통령이 떡볶이 접시를 집어들자, 재벌 총수들도 그제서야 먹기 시작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이 떡이, 이 떡이 아주 쫄깃쫄깃한 게."

    대통령은 총수들에게 빈대떡 조각도 하나씩 나눠줍니다.

    [윤석열 대통령]
    "자, 이거 하나 드세요."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감사합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예정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터무니 없이 빗나간 예측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습니다.

    총선이 불과 5개월 앞.

    대통령 직무에 대한 부정 평가는 60%에 육박했고,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50%대 중반까지 올라갔습니다.

    윤 대통령은 급하게 부산을 찾아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힘내십시오. 부산 더 키우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산 더 발전시키겠습니다. 힘내십시오."

    기업들은 하루 이틀, 길어야 사나흘 전에 갑자기 요청받았다고 했습니다.

    분식집 행사는 기념사진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
    "이 앞에서 이렇게 떡볶이 하나 다 들고요. 이재용 회장님, 대통령님 옆으로 가시고요. 여기 한번 환하게 한번 웃어 주십시오."

    [이재용/삼성전자 회장]
    "대통령님 잘 먹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그래요, 맛있게 드세요."

    [대통령실 관계자]
    "끝. 이동하시겠습니다."

    이렇게 나온 기념사진.

    쟁쟁한 재벌 총수들이 윤 대통령을 병풍처럼 둘러섰습니다.

    [김진방/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꼭 뭐 부조리극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참 어색하고 난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한쪽에서는 그렇게 동원되고 있는 재벌들이 어떤 면에서는 측은하기도 하고요."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윤석열 정부 들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 정치권력과 재벌의 관계를 들여다봅니다.

    이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떡볶이를 먹는 모습, 저도 인상 깊게 봤어요.

    ◀ 이지수 ▶

    대통령실은 엑스포 유치에 힘썼던 기업인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정치에 재벌 총수들을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왔었죠.

    ◀ 이휘준 ▶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갈 때도 재벌 총수들이 유독 많이 따라가는 것 같아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이지수 ▶

    윤석열 대통령은 1년 반 사이 해외를 16번 나갔는데, 절반은 기업인들과 함께 갔습니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한 대통령, 그 성과는 어땠을까요?

    ◀ VCR ▶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구광모, 신동빈, 5대 그룹 회장들이 총출동했습니다.

    모두 205개 기업이 사절단 명단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실은 모두 111건의 MOU를 체결해 역대 대통령 해외 순방 성과 중 최대라고 홍보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2023년 6월 22일)]
    "대한민국 영업사원으로서 우리 기업의 제품 수출과 수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만사 제폐하고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그때 대통령을 따라갔던 한 중소기업 회장.

    의료기기 만드는 회사 회장입니다.

    윤 대통령과 둘이 찍은 사진은 물론, 5대 그룹 총수들과도 따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부는 이 중소기업이 베트남 기업과 체결한 MOU도 111건에 포함시켜 홍보했습니다.

    어떤 MOU였을까요?

    신제품 공급 업무협약입니다.

    그런데 MOU를 체결했다던 베트남 기업의 이름이 한국 기업 이름과 거의 똑같습니다.

    두 회사는 어떤 관계일까요?

    [☎ OO중소기업 직원]
    "총판이라고 부르는데 저희 한국에 있는 의료기기 제품들을 수입을 해서 현지에서 판매를 하는 회사죠. 저희가 본사예요. 한국이 본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좀 의아한 거는 총판이면 MOU라는 게 꼭 필요한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최초 런칭이기 때문에 그렇죠. <최초 런칭이요?> 독점 계약입니다."

    한국 본사가 현지 총판과 맺는 MOU.

    그나마 제품 개발이 실패했습니다.

    사실상 없던 일이 됐습니다.

    [☎ OO중소기업 직원]
    "개발에 좀 애로 사항이 있어서 현재는 그 MOU 건에 대해서는 이제 정지돼 있는 상태이고요."

    MOU.

    우리 말로 양해각서라고 합니다.

    정식 계약을 맺기 전에 쓰는 합의서인데,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때 쏟아진 국내 언론들의 보도.

    "52조 원 수주", "수주 대박"이라며 대대적으로 부각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산업부 소관 MOU 18건을 추적했더니, 현재 진행 중인 건 단 1건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17건은 중간에 엎어지거나 흐지부지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을 데리고 나간 해외순방 때마다 MOU 체결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최상목/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2023년 10월 24일)]
    "총 202억 불 규모의 MOU와 계약 성과가 있었습니다. 중동 빅3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에 총액 792억 불 규모의 거대한 운동장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스트레이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경제사절단을 꾸린 해외 순방 때 맺은 양해각서와 계약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모두 401건 가운데 367건, 91%는 MOU 체결입니다.

    실제 계약은 19건, 5%도 안 됩니다.

    [권오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이건 실제 말 그대로 계좌에 돈이 들어와야 되고 계약을 통해서 그렇게 해야지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는 건데 따라서 MOU가 제대로 안 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대통령.

    해외 순방에는 재벌 총수들도 많이 데리고 나갔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만 7차례, 가장 많이 따라다녔습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6차례, 신동빈 롯데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5차례입니다.

    그때마다 대통령실은 MOU와 계약 체결로 큰 성과를 거뒀다고 홍보했습니다.

    지난해 경제사절단 모집 공고문입니다.

    우선 선발 기준으로 '해당 국가와 명확한 비즈니스 성과가 기대되는 경우', 특히 'MOU 체결 예정 건 보유 등'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난 정부 때 없던 문구입니다.

    아예 MOU 체결 건수를 염두에 두고, 경제사절단을 모집한 겁니다.

    대통령 순방 준비 과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실적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압박이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또 "MOU가 예정돼 있다는 정보가 있으면 대통령 순방에 맞춰 하자고 기업에 제안도 한다"고 했습니다.

    작년 10월 카타르 정상회담 직후 나온 보도자료.

    HD현대중공업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와 맺은 LNG 운반선 17척 수주 계약을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39억 달러, 우리 돈 5조 2천억 원어치입니다.

    그런데 사전 약정은 2020년 중순에 체결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입니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펼친 경제 외교의 결실"이라고 했습니다.

    [홍현익/전 국립외교원장]
    "대통령이 가기 때문에 국가 원수의 무게가 실려서 안 되던 것도 되게 한 것이냐. 아니면 이미 다 된 것을 대통령이 가서 외교의 성과로 이렇게 포장하기 위해서 재벌 총수들을 사전에 서명할 수도 있는 것을 '내가 갈 때 좀 기다렸다 서명해라'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 거라고 하면 이건 뭔가 앞뒤가 바뀐 것이다."

    산업부는 카타르 측과 사전약정 이후에도 장관급 채널로 지속적인 협의를 했고, 기존에 MOU를 논의하고 있는 기업 중심으로 경제사절단을 모집한 건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작년 12월까지 19개월 동안 16차례 해외에 나갔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입니다.

    이동 거리는 26만Km, 지구 7바퀴에 맞먹습니다.

    60박 90일, 석 달을 해외 순방에 썼습니다.

    어디를 다녔을까요?

    미국은 5번이나 갔습니다.

    일본, 영국, 프랑스는 두 번 갔습니다.

    양대 교역파트너 중 하나인 중국은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횟수로는 역대 정부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돈은 많이 썼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정상외교 예산은 해마다 2백억 원 안팎.

    윤석열 정부는 기존 예산이 모자라 예비비까지 끌어다 작년에만 578억 원을 썼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용이 든다고 해외 투자 유치 활동을 멈추면 오히려 국가적 손해"라고 했습니다.

    [정세은/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현 정부 들어와서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낮았거든요. 그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 지지도를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해외 순방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 이휘준 ▶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대통령실이나 정부가 해외 순방을 국정 홍보에 지나치게 이용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 이지수 ▶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30%대에 정체돼 있잖아요.

    국내 정치가 막힌 상황을, 해외 순방으로 풀어보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 이휘준 ▶

    한 달 전이었나요?

    네덜란드에도 가서 '반도체 동맹'을 맺고 왔는데, 이건 어떻습니까?

    ◀ 이지수 ▶

    수교 이후 첫 국빈 방문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었죠.

    하지만 이것 역시 요란했던 홍보에 비하면, 실익이 크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 VCR ▶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고 2주 만에 떠난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따라갔습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와 반도체 동맹을 선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빌렘 알렉산더 국왕과 함께 네덜란드 기업 ASML 본사 클린 룸도 방문했습니다.

    외국 정상 최초라고 했습니다.

    ASML.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회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2023년 12월 13일)]

    "양국은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열흘 뒤, 이 장밋빛 기대가 깨졌습니다.

    ASML이 최신 노광장비 '하이 NA'를, 삼성이 아닌, 삼성의 경쟁업체 인텔에 처음으로 넘긴다고 발표했습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 대만 TSMC를 따라잡으려는 삼성에는 필수적인 장비입니다.

    [박시동/경제평론가]
    "방문 직후에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이 완성됐다' 이런 식으로 굉장히 크게 성과를 냈는데 공교롭게도 차세대 반도체 장비의 1순위는 미국으로 갑니다. 인텔로 가거든요. 그러니까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이 성과가 있었다, 이렇게 말하기에는 실질적인 결과가 그걸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정부와 삼성전자는 장비를 도입하더라도 설치와 장비 운용을 배우는 데 시간이 걸려 당장 격차를 걱정할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인텔이 먼저 주문했을 거라고 했습니다.

    뒷통수를 맞은 걸까요?

    [김양팽/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 앞으로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바로 습득해 있는 그런 상황이라서 딱히 삼성전자에는 좋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작 한국 정부가 이번 방문에서 정말 신경 쓴 건 따로 있다는 뒷말도 나왔습니다.

    12월 1일, 순방을 열흘 앞두고 네덜란드 정부가 최형찬 주 네덜란드 대사를 불렀습니다.

    한국의 과도한 요구에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경호를 위해 필요하니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을 알려달라, ASML의 기밀시설인 클린룸에 제한 인원 이상 방문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외교부는 의전 세부 사항들을 조율하는 통상적인 과정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실속 없는 해외순방 논란은 프랑스 방문 때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프랑스는 새 녹색산업법을 발표했습니다.

    탄소배출이 많은 전기차를 보조금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습니다.

    화석연료 비중이 높고 운송거리도 먼 한국에 불리한 정책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2023년 5월 13일)]
    "보호무역주의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미국이나 중국 납세자들은 유럽산 배터리에 돈을 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세금만 비유럽 제품 지원에 쓰여야 합니까? 이제 그런 일은 중단하겠습니다."

    발표 한 달 뒤인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기업인들이 따라갔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논의했을까요?

    대통령실은 답하지 않았고, 산업부 관계자는 정식 의제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유치에 전력 투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프랑스 국제박람회 총회 (2023년 6월 20일)]
    "우리는 준비된 후보국입니다. 대한민국은 최고의 엑스포를 준비하기 위해 완벽하게 투자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세계박람회를 만들 것입니다."

    뒤늦게 방문규 산업부장관, 한덕수 국무총리가 잇따라 프랑스를 방문해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협의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운 뒤였습니다.

    결국 지난달 유럽 현지에 공장이 있는 코나만 살아남고, 니로와 쏘울은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많게는 5천 유로, 7백만 원 정도의 보조금이 날아갔고, 한국산 전기차 경쟁력은 떨어지게 됐습니다.

    이미 공장을 현지화한 일본은 도요타, 닛산, 마쓰다의 전기차 6종이 살아남았습니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상당히 경제에 부담이 되는 이런 제도적 문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처를 안 하면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프랑스가 한국 전기차의 보조금을 끊겠다고 발표하고 이틀 뒤 윤석열 대통령은 방문규 장관을 사실상 총선용으로 차출하고, 새 장관을 지명했습니다.

    장관 재임 기간은 불과 107일.

    산업부 역사상 최단명 기록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7일 출판기념회를 열었습니다.

    [방문규/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산업부 장관이 통상 무역 산업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자리인데 3개월 만에 수장이 바뀌게 되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없겠습니까?> 우리 산업부가 개인으로 움직이는 조직은 아닙니다. 우리 다 이렇게 팔로우업(후속 조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이창민/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 정부는 정말 하고 싶은 어떤 중장기 경제 정책은 하나도 없는 정부다 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그분은 갈 때 당연히 지금 결과적으로 보면 총선에 나갈 거라는 것도 그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밖에 안 되는 것이거든요. 3개월 후에 나갈 사람이 산업 정책을 고민할까요? 안 하겠죠."

    ◀ 이휘준 ▶

    기후위기와 재생에너지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고 있는데, 정부 차원의 준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대통령 해외순방 때마다 재벌 총수들이 많이 따라가네요. 얼마나 많이 간 겁니까?

    ◀ 이지수 ▶

    삼성 이재용 회장은 7번을 같이 갔습니다.

    SK·현대차·LG 회장이 6번, 롯데·한화 총수는 5번을 함께 갔습니다.

    ◀ 이휘준 ▶

    이전 정부에서도 재벌들이 이렇게 많이 같이 다녔나요?

    ◀ 이지수 ▶

    그렇지 않았습니다.

    재벌 총수가 같이 간 해외 순방 횟수는, 재임 기간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의 4배 정도나 됩니다.

    ◀ 이휘준 ▶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이 더 밀착하는 것 같네요.

    ◀ 이지수 ▶

    특히 부산 엑스포 유치 때나 잼버리 때도 재벌들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 VCR ▶

    지난해 8월 폭염 속에 열린 세계 잼버리 대회.

    대통령이 개막식까지 참석한 국제행사였지만, 국제적 망신으로 전락했습니다.

    [최악의 악몽: 한국이 스카우트 잼버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가디언)]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한국이 잼버리를 강행했다 (워싱턴포스트)]

    [일생일대의 여행이 재앙으로 변했다 (BBC)]

    국내외 할 것 없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재벌들에 SOS를 쳤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직접 주요 기업들에 도와달라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삼성은 신입사원 150명을 현장봉사 인력으로 보냈고, 의료진 11명도 파견했습니다.

    현대차는 간이화장실 24칸, 전문 청소인력 100명을 파견했습니다.

    기업들은 연수원을 숙소로 내줬고, 생수 148만 병, 얼음 5만 톤, 아이스크림 28만 개, 빵 24만 개를 지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위기에 빠지자, 기업들이 나선 겁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때도 그랬습니다.

    정부의 낙관적 예측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역시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개 사과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2023년 11월 29일)]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 직후 만들어진 부산 떡볶이 먹방.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부산 민심이 흔들리자, 이번에도 대통령실은 재벌들에 SOS를 쳤습니다.

    이른바, 쉿재용 사진은 밈으로 확산됐습니다.

    현장에 있던 이영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인기가 하늘을 찔러 소리 낮춰달라 한 게 아닐까"라며 이재용 회장을 띄웠습니다.

    누리꾼들은 한화 김동관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준 떡볶이를 먹지 않고 내려놓는 장면을 유머 소재로 삼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날 나온 한화그룹 세무조사 기사와 연결시켰습니다.

    한화 그룹은 "제대로 먹었다", "세무조사는 이전부터 진행중이었다"며 웃지 못할 해명까지 해야 했습니다.

    [이용선]
    "그냥 기업인분들이 정치인들 활동하는 데 좀 끌려왔다. 뉴스 같은 거 댓글도 보니까 '안 가면 조사를 받는다'고 하면서 그런 유머식 댓글도 많이 달렸더라고요."

    대한상의는 엑스포 유치 특별회비도 걷었습니다.

    자산총액 1위인 삼성과 대한상의 회장을 배출한 SK가 70억 원, 현대차 47억 원, LG 30억 원, 롯데 22억 원.

    10대 그룹이 311억 원을 냈습니다.

    대통령의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는 재벌들.

    [이창민/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에 굉장히 정성을 들인다는 정보가 재벌들한테 갔을 거기 때문에요. 재벌들은 그걸 알고서 기본적으로 오래전부터 유치전을 같이 열심히 하겠다고 들어간 거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세련된 방식의 정경유착이라고 봐요. 그러니까 주는 것 주는 방식이 굉장히 세련되진 거죠. 예전에는 예를 들면 차떼기에다가 사과 상자에 현금 담아줬다면 지금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 이휘준 ▶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나 과제가 있을 때 사실 기업들이 손을 보태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 이지수▶

    맞습니다.

    하지만 이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건지, 정치권력의 이익을 위한 건지는 구분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이휘준 ▶

    대한상공회의소가 311억 원을 모았다고 하는데, 대한상의 말고 전경련이라는 단체도 있잖아요. 최근 들어 젼경련의 활동이 부쩍 활발해진 것 같습니다.

    ◀ 이지수 ▶

    그렇습니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사실상 해체됐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이 전경련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 VCR ▶

    2016년 11월 정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기업들로부터 774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이 모금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허창수/당시 전경련 회장 (2016년 12월 6일)]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기업이 거절하기가 힘든 것은 한국적인 현실입니다."

    재벌들은 일방적으로 돈을 뜯긴 걸까요?

    아닙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경련에 낸 돈 말고도 따로,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강화해 그룹을 승계할 목적으로 86억 원의 뇌물을 줬습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승인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청탁하고, 그 대가로 K스포츠 재단에 70억 원을 줬습니다.

    대법원은 두 재벌 총수가 강요죄 피해자가 아니라, 자발적인 뇌물공여자라고 했습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 사건의 본질이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삼성 게이트'라고 했습니다.

    뇌물 창구 역할을 한 전경련의 폐해가 다시 드러났습니다.

    삼성, SK, 현대차, LG가 한꺼번에 전경련을 탈퇴했고, 젼경련은 껍데기만 남게 됐습니다.

    [이재용/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2016년 12월 6일)]
    "개인적으로 저는 앞으로 전경련 활동 안 하겠습니다."

    1961년 창립된 전경련.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부정축재 기업인들을 잡겠다고 하자,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정권에 적극 협조를 약속하며 만들었습니다.

    [정세은/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나라 경제에 이바지해라, 이제 이런 명목으로 단체를 만들었지만 그 만드는 과정 자체도 하나의 거래였던 거죠. 잘못했던 것을 우리가 용서를 해줄 테니 대신에 뭔가를 너희가 해라. 이러한 암묵적인 그런 정경유착의 어떤 시초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 6백억 원 모금, 4천억 원대 노태우 대선 비자금, 차떼기로 유명한 한나라당의 800억 원대 불법 대선자금까지 전경련이 깊숙이 연루됐습니다.

    전경련은 한국 현대사에서 정경유착의 상징이었습니다.

    [권오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
    "범죄에 연루된 정경유착 이 부분은 하루 이틀이 아니고 수차례 그런 것들이 발생했고 그런 것들이 발생할 때마다 계속 쇄신안을 내놓았습니다. 한데 그 쇄신안이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또 국정농단이 발생했고."

    그런 전경련이 윤석열 정부 들어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2023년 3월 도쿄 한일정상회담 때 열린 한일 기업인 행사.

    전경련이 주최한 이 행사에 삼성, SK, 현대차, LG 회장이 참석했습니다.

    4대 재벌 총수들이 탈퇴 6년 만에 다시 전경련 행사에 모인 겁니다.

    전경련은 일본 경단련과 함께 10억 원씩을 기금으로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2023년 3월 17일)]
    "전경련과 경단련이 한일 양국의 현안을 함께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당시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김병준 씨.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위원장을 지낸 윤 대통령의 측근입니다.

    기업 경험이 없는 정치인이 전경련 회장이 된 건 처음입니다.

    김병준 회장 대행은 혁신안을 내놓고, 4대 그룹에 사실상 전경련 복귀를 요청했습니다.

    [김병준/당시 전경련 회장직무대행 (2023년 5월 18일)]
    "4대 그룹은 저는 자연스럽게 이런 부분에 대해서 뭐라 그럴까요. 상당히 친화적이고 또 우호적인 그런 입장을 취하고 스스로 여기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년 8월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이 전경련에 전격 복귀했습니다.

    전경련은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정경유착의 상징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겁니다.

    [박시동/경제평론가]
    "그동안에 있었던 많은 정경유착의 사례들을 전경련이 통렬하게 반성했는가, 국민들에게 그 정도 신뢰를 줬는가 라고 했을 때 그렇지 않고요."

    ◀ 이휘준 ▶

    경제단체라면 대한상의도 있는데, 굳이 왜 대통령의 측근까지 나서서 전경련을 부활시키는 건지, 저는 잘 이해가 안 됩니다.

    ◀ 이지수 ▶

    전경련이 과거에 저질렀던 정경유착의 폐해가 워낙 컸기 때문에, 전경련 부활을 정경유착의 부활로 받아들이는 우려가 더 큰 것 같습니다.

    ◀ 이휘준 ▶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윤석열 정부 들어서 친재벌 색채가 더 강해졌습니까?

    ◀ 이지수 ▶

    더 강해졌습니다.

    대기업들에 대한 감세는 물론, 규제 완화 정책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습니다.

    ◀ VCR ▶

    윤석열 대통령 취임 석달 만인 재작년 8월.

    윤 대통령이 첫 특별사면을 단행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징역형을 받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복권시키고, 신동빈 롯데 회장은 사면복권시켰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또 다른 불법 행위로 다음 달 초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지만, 복권으로 일단 경영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이재용/당시 삼성 부회장 (2022년 8월 12일)]
    "국가 경제를 위해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중근 부영 창업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몇백억 대 횡령과 배임, 상습도박 범죄자들이 모두 사면복권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2022년 8월 12일)]
    "경제가 활발히 돌아갈 때 거기서 숨통이 트이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방점을 둔 것입니다."

    [이창민/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재벌 총수를 사면을 시켜줘야 한국경제가 살아난다, 이런 논리를 막 쓰는데요. 그렇게 되면 그것은 제가 보기에는 대통령이 자기가 평생 해온 것을 부정하는 셈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자기는 재벌 총수를 구속시키는 것을 일로 삼았잖아요. 그럼 자기는 평생 한국 경제를 망치면서 산 건가요? 말이 안 되잖아요. 앞뒤가 안 맞는 논리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친재벌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대기업들에만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깎아줬습니다.

    22%까지 더 깎아주겠다는데, 이러면 대기업들은 4조 원 넘게 아낍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법인은 물론 총수 일가도 같이 고발하도록 지침을 바꾸려다,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공시기준도 5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완화해 줬습니다.

    [권오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여러 가지 경제 형벌을 완화시켜 준다든지 또 공정거래 관련 여러 제도들, 이런 부분을 지금 완화시키는 그런 작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이제 어떻게 보면 정경유착이 서로 향후 더 심화 될 수도 있는 그런 우려가 있는 정책들입니다."

    해외, 국내 가리지 않고 재벌 총수들과 수시로 만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밀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이 오바마 대통령 재임 8년간 S&P 500 기업인들의 백악관 방문 기록 2401회를 모두 살펴봤습니다.

    백악관을 많이 드나든 기업들의 주가가 더 높게 뛰었습니다.

    연구진은 "기업인과 대통령이 자주 만날수록 정치적 특혜 가능성도 커진다"고 밝혔습니다.

    [지쿤 황/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이런 만남 이후 백악관을 방문한 최상위 경영진들의 기업들은 비정상적인 주식 이득을 봤어요. 주식 가치가 올라갔다는 거예요. 또한 이런 기업들은 보다 많은 정부 계약을 받아내는 혜택도 받았고 규제도 보다 우호적이었다는 겁니다."

    이 연구는 백악관이 투명하게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엑스포 막판 유치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의 한 식당에서 윤 대통령과 5대 그룹 총수들이 저녁과 술을 먹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누가 비용을 냈는지 알려달라는 정보 공개 요구에 대통령실은 '국가안보 등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그런 논란이 되는 자리가 있었다면 거기에서 사용된 비용을 얼마나 사용했고 누가 지출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고 오히려 그게 국익을 지키는 일일 텐데 이런 정보조차도 비공개함으로써 오히려 대통령 비서실의 이런 비밀주의 행태가 국익을 정말 정부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해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병폐였던 정경유착.

    그 병폐가 다시 부활하는 건 아닐까요?

    [김진방/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재벌을 병풍 삼아 정치 행위를 하고 또 해외에 나가서도 그런 식으로 하고 하는 것들이 가능한 또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런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한번 우리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느냐.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 정치와 경제가 어떠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목격하게 되느냐를 좀 더 들여다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 이휘준 ▶

    민주주의는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을 함께 갖지 못하게 나눠놨습니다.

    이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감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 같습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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