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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아영

[스트레이트] 2024 청년보고서 - 사라진 자립, 준비, 그리고 청년

[스트레이트] 2024 청년보고서 - 사라진 자립, 준비, 그리고 청년
입력 2024-06-09 21:13 | 수정 2024-06-0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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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순박한 이미지로 등장해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작곡가 유재환 씨.

    최근 그가 작곡비 명분으로 돈을 챙기고, 제대로 된 노래는 주지 않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그 피해자 중에는 하반신 장애가 있는 20대 청년 이현정 씨도 있었습니다.

    유 씨가 줬다는 곡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제목은 '말하지 않아도'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낯선 내 이름이~ 처음 불리울 때~"

    그런데 음원 사이트의 곡 찾기 기능에 이 노래를 들려줬더니 '너에게'라는 제목의 곡이 뜹니다.

    재생해봤습니다.

    <너에게 (2022년 12월 발매)>
    "낯선 내 이름이~ 처음 불리울 때~"

    가사도 멜로디도 유사합니다.

    1년 반 전인 2022년 12월 유 씨가 공개한 노래였습니다.

    [이현정(가명)]
    "제가 어제 경악을 했는데 그 곡이 돌려막기더라고요. 메인 곡이 심지어 나온 곡을, 2022년에 나온 곡을 2023년도에 저한테 주셨더라고요. 그 곡이 심지어 음원사이트에 올라와 있고."

    현정 씨는 자기처럼 이른 나이에 갑자기 사회에 던져져 어렵게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음원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유씨에게 작곡을 부탁한 것도 이 프로젝트 때문이었습니다.

    [이현정(가명)]
    "화가 너무 많이 나고, '어떻게 그러지?' 이런 생각도 들고."

    ◀ 앵 커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대한민국 청년, 그 중에서도 특수한 처지에 놓인 청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청년의 비율은 절반이 넘습니다.

    부모의 지원을 받는 이들이 독립을 예상하는 나이는 30.6세입니다.

    그런데, 18살이 넘어서부터 독립을 해야 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열여덟 어른'이라고 부르는, '자립준비청년'입니다.

    '준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는 준비 없는 독립에 내몰리곤 합니다.

    방금 보신 이현정 씨도 '자립준비청년'이었습니다. 그럼 현정 씨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 V C R ▶

    장애가 찾아온 건 5년 전이었습니다.

    날짜까지 기억합니다.

    [이현정(가명)/자립준비청년]
    "2019년 9월 22일, 그 날짜까지도 너무 또렷하게. 척수염인데 그냥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여기서부터 안 움직이더라고요."

    척수염으로 하루아침에 하반신이 마비됐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살다 독립을 시작하던 무렵이었습니다.

    현정 씨는 기억이 안날 만큼 아주 어릴 때부터 친할머니 손에 컸습니다.

    스물세 살이 돼서야, 자기가 부모님이 없기 때문에 친할머니에게 맡겨진 '자립준비청년'으로 분류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현정(가명)/자립준비청년]
    "할머니도 안 알려줬어요. 저는 가정위탁인데, 대부분 가정위탁은 그냥 할머니랑 사는구나. 그냥 엄마, 아빠가 없는 거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안 하고 살다 보니까."

    '자립준비 청년'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직접 키울 여건이 안 돼 보육원이나 위탁가정에서 자란 청년들입니다.

    만 18세에서 24세 사이에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보호종료 아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매년 2천 명 정도가 이렇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장애와, 독립이라는 과제.

    자기처럼 막막한 처지에 놓인 친구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현정(가명)/자립준비청년]
    "다른 친구들은 사실 칩거 생활도 많이 하고 있고, 사실 할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좀 도전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발판, '따뜻한 발판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같이 뭔가 실수해도 안아주고 갈 수 있고 뭔가 도닥이면서 갈 수 있는."

    작은 일에도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성격.

    [이현정(가명)/자립준비청년]
    "제가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서는 빠른 편이어서‥"

    현정씨는 좌절하지 않고, 음악으로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4번을 도전한 끝에 경기도로부터 지원금 2천만 원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유명 작곡가 유재환 씨를 찾아갔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에 함께 출연한 게 연이 됐습니다.

    유 씨는 노래 3곡을 작곡하고 홍보행사 장소도 빌려주겠다며 640만 원을 받아갔습니다.

    그런데 돈을 받은 뒤부터 연락이 뜸해졌다고 합니다.

    [이현정(가명)/자립준비청년]
    "처음에 이제 금액적으로 오갈 때는 연락이 엄청 잘됐어요. 근데 이제 금액을 주고 나면 연락이 안 돼요. 처음 완전 시작할 때 처음에 한 2주 동안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다시 연락이 닿은 뒤에는, 유 씨는 부모님 병원비가 필요하다며 돈을 더 요구했습니다.

    유 씨가 받아간 돈은 총 880만 원.

    여러 차례 사정한 끝에 노래 3곡을 전달받았지만, 그 중 한 곡은 과거 유 씨가 발표한 음악과 유사했고, 다른 두 곡 중 한 곡은 1절만 왔다고 합니다.

    제공하기로 한 홍보장소는 1층에 식당이 있는 주택의 2층 작업실이었습니다.

    [이현정(가명)/자립준비청년]
    "개인 녹음, 집 겸 녹음실 같은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어머니도 계셨고. <아, 사람이 사는 공간이었어요?> 네. 강아지도 막 세 마리나 있고 막 이랬어요. 그리고 제가 이제 보다시피 휠체어를 탄 상황인데 이제 다 계단이었어요."

    부랴부랴 다른 장소를 구해 홍보 행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부모님 병원비와 대관료라도 돌려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유 씨는 자기가 협박을 당했다며 “이번 기회에 크게 혼나길 바란다”는 답을 보내왔습니다.

    취재팀이 유 씨에게 문자와 전화로 여러차례 해명을 요청했지만, 유 씨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정 씨의 도전은 상처로 돌아왔습니다.

    [이현정(가명)/자립준비청년]
    "모든 사람이 또 그렇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 것 같고, 또 주변에 저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으니까. 내가 그 환경을 가져본 것도 아니고 그런 유명세를 가져본 건 아니지만, 훨씬 더 잘 살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 건 맞잖아요. 훨씬 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그 삶을 그냥 자기가 사실은 망쳐버리는 거니까 되게 어리석어 보였고, 때로는 불쌍했어요. 왜 저렇게밖에 못살까 하는 생각."

    ◀ 이휘준 ▶

    이 문제를 취재한 김아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같이 자립준비청년 다큐멘터리에도 나왔던 사이라면, 자신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어른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아무래도 실망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김아영 ▶

    네, 현정 씨처럼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발을 내딛으면서 입는 상처는 여러 가지 입니다.

    그 중 가장 자주 겪는 건 아무래도 돈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일단 도움을 줄 가족이 없으니 먹고사는 기본적인 문제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요,

    경제 활동에 대해 주변에서 조언해줄 사람이 없다 보니 잘못된 투자에 엮여 큰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 V C R ▶

    김재윤(가명) 씨는 만 18세가 된 10년 전 보육원에서 나왔습니다.

    손에 쥔 돈은 정부가 준 자립정착금 5백만 원을 포함해 8백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그마저도 곧바로 사기를 당했습니다.

    낮에는 용접일을 배우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습니다.

    [김재윤(가명)/자립준비청년]
    "당시에 목포에 가서 친구한테 사기를 한번 당해서요. 반절을 잃어버렸어요. 야간 편의점 뛰면서 근데 그것도 빨리 구해지지 않아서 한 두 달인가 세 달을 그걸로 충족해 가면서. 그러고 어렵게 야간 구해서 편의점에서 계속 일하면서 그걸 메꿨죠."

    이렇게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먼저 닥치는 어려움은 먹고 살 일에 대한 막막함입니다.

    [김재윤(가명)/자립준비청년]
    "세상에 딱 나오니까 뭘 해야 될지 진짜 막막하긴 해요. 진짜 옆에서 아무도 안 도와주니까.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고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거의 유일한 종자돈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입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늘어 지자체마다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 사이의 정착금을 주고, 만 18세가 돼 홀로서기를 하면, 5년 동안 매달 50만 원씩 자립 수당을 줍니다.

    하지만 이 정부 지원금도 제대로 못받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있습니다.

    2003년 뇌병변 장애와 소아마비를 안고 태어난 강민영 씨.

    태어나자마자 보육시설에 맡겨졌습니다.

    [강민영/자립준비청년]
    "저는 보육원에 맡겨진 게 잘은 기억은 안 나는데 되게 어렸을 때였어요. 진짜 갓난아기 때요."

    그리고 장애인 거주시설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다 19살 때 독립을 결심했습니다.

    매달 30에서 35만 원씩 나오던 자립 수당은 뜻대로 되지 않는 구직 기간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구청에서 자립수당 165만 원을 환수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강민영/자립준비청년]
    "'이거 환수하세요'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어? 뭐지?' 이래서 저는 되게 당황스러웠고."

    현행법상으로 보호종료일을 기준으로 직전 2년, 그러니까 독립하기 직전 2년을 보육시설에 머물렀어야 자립수당 지원 대상이 되는데,

    민영 씨는 태어나서는 보육시설에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있었기 때문에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강동구청 아동청소년과 담당자]
    "<계속 있었다면 받을 수 있었는데> 받을 수 있었죠. 한곳에 계속 있었으면. <아 그렇군요.> 예. 그러나 이제 옮기는 바람에 이제 이게 안 되는 거예요."

    [강민영/자립준비청년]
    "제 정서적으로 너무 많이 힘들었고. 복지에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지원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일단 홀로서기를 결심하면 대학교에 가서 공부를 더 하는 건 사치이기도 합니다.

    지난 2021년, 홀로서기에 나선 자립준비청년의 대학진학률은 24.6%.

    같은 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73%가 넘습니다.

    [윤도현/자립준비청년 지원 기업 운영]
    "'너는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 돼'라는 선생님들의, 어떻게 보면 걱정일 수도 있고. 뭔가 내가 실제로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그런 여유도 없이 '공업 계열에 가라' 이런 식으로, 그냥 반강제적으로 강요를 받다 보니까. 저 같은 경우도 그냥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인문계열이 아닌 이제 공업 계열의 학교를 진학했었어요."

    이는 취업과 같은 장기적인 인생 경로에도 영향을 줍니다.

    [변금선/서울연구원 청년정책연구단장]
    "청년기의 불평등이 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는 시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게 뭐 대학 진학에서부터도 격차가 벌어지고 그리고 대학을 진학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내가 어떤 걸 해야지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학교에 가는 게 아니라 좀 더 빨리 취업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을 찾아서."

    자립준비 청년들의 취업 직종은 절반 이상이 판매직과 단순노무직이었습니다.

    월 평균 소득은 158만 5천 원.

    같은해 최저임금 월급 206만 원보다도 47만 5천 원 적습니다.

    10명 중 4명 꼴로 기초생활 수급자였습니다.

    평균 605만 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윤도현/자립준비청년 지원 기업 운영]
    "가장 많이 왔던 연락은 금전적인 지원이었던 것 같아요. 그냥 '당장 너무 먹을 게 없다, 돈이 필요하다' 이런 식의 연락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돈이 이렇게 사회에 나와서 주어졌을 때 그것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법을 잘 배웠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이제 나오게 되니까. 대부분 그런 돈들이 탕진이 쉽게 되고 그런 모습, 그런 과정들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지긋지긋한 가난의 공포는 자립준비청년에게 또 다른 위험이 되기도 합니다.

    스무 살까지 보육원에서 자란 김지연 씨.

    자립 후의 미래를 위해 야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어린이집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야무지게 저축을 했습니다.

    [김지연(가명)/자립준비청년]
    "그래도 180(만 원)? 160(만 원)? 이 정도 받았던 것 같아요. 방학 때는 이제 더 풀로(하루 종일) 이렇게 했었던 것 같아요. 졸업했을 때는 한 1천(만 원) 정도 모였던 것 같아요."

    지자체에서 받은 정착금과 월급까지, 그렇게 4천만 원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 돈이 다 사라질 수도 있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마음이 약해서 상가분양 사무실에 따라들어간 게 발단이었습니다.

    [김지연(가명)/자립준비청년]
    "지나가고 있었는데, 이제 거기 직원분이 자기가 이제 퇴근을 해야 되는데 '사람이 한 명만 오면 퇴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냥 구경만 해라' 이렇게 해서."

    팀장이라는 사람이 영종도 신도시의 상가를 분양받으라고 권했습니다.

    분양가의 20%만 내면, 나머지는 대출을 받고, 이자는 상가 월세로 내면 된다고 했습니다.

    [김지연(가명)/자립준비청년]
    "전 돈이 없다고 계속 거절했었어요. 몇 번 거절했는데. 갑자기 저를 VIP실로 이렇게 데려가시는 거예요. 뭐 여러 가지 호재를 이렇게 얘기하면서."

    가진 돈 전부에 대출까지 받아 계약금 약 7천만 원을 내고, 석 채를 분양받았습니다.

    그런데 잔금을 치를 때가 돼 은행을 찾아가자 은행에선 필요한 액수만큼 대출이 나오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분양사 전 직원 - 김지연(가명) 통화]
    "어떻게 하냐. 너도 있고 할아버지도 계시거든. 근데 그것도 똑같이 그 분도 이렇게까지 해도 괜찮아요? 나는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하니까 나는 다 그걸 믿었던 거야. <처음에 그냥 10%랑 끝에 10%만 내면 이제 제 돈 들어갈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하셨고> 네가 물어봤을 때 내가 그렇게 대답했잖아. 나는 그때까지 그렇게 대출이 그냥 다 나오는 줄 알았어.

    지금 이 상가 상황은 어떤지 가봤습니다.

    약 1년째 2층 전체가 다 공실이고, 3층도 거의 다 비어 있습니다.

    아직 월세도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소]
    "지금 저희랑 편의점, 그리고 여행사 그리고 이제 빨래방, 저희 매장 이렇게 딱 4개 있어요. <생긴 지 어느 정도 됐나요?> 여기요? 지금 한 1년, 이제 6월이면 1년째예요."

    분양사 측은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이지 80% 대출이 확정적으로 나온다고 한 적이 없다며

    계약서도 지연씨가 직접 내용을 읽어보고 날인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스물다섯 살.

    자립을 준비하며 아등바등 살아온 지난 몇 년이 한꺼번에 무너진 느낌입니다.

    [김지연(가명)/자립준비청년]
    "제 입장에서는 그래도 성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이제 한 번에 다 무너지고 하니까. 그냥 멘탈(정신)적으로 다 흔들렸던 것 같아요. '내가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 이휘준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부모처럼 주위에 물어볼 만한 어른이 있었다면, 또 조언을 하고 교육 할 공동체가 있었다면, 저런 일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아영 ▶

    네, 더구나 자립준비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이 경제적인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동체의 관심이 더욱 필요합니다.

    ◀ 이휘준 ▶

    또 어떤 문제들을 겪고 있습니까?

    ◀ 김아영 ▶

    제가 만난 자립준비청년들이 공통적으로 하기 힘들어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왜 보호아동이 됐는지, 어떤 가정사를 겪었는지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사회의 편견과 동정으로 생기는 마음의 상처 때문입니다.

    ◀ V C R ▶

    [드라마 대사]
    "어쩌다가 남자 하나 잘 만나서 팔자 핀 고아 주제에, 엄마 없이 자란 애들은 딱 표가 난다니까, 넌 나쁘고 모자란 애야, 그래서 버려진 거야, 어디 근본도 없는 고아 주제에."

    무심코 흘려듣는 드라마 속 대사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에겐 가슴 철렁이는 표현들입니다.

    [손자영/자립준비청년 ('아름다운 재단' 활동가)]
    "'근본도 없는 고아 새끼라더니'라는 그런 대사를 들을 때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은 적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 항상 양육자들은 어떤지, 친구들의 표정은 괜찮은지 좀 살폈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자립준비청년이 직접 4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 속 '고아'를 분석해봤더니, 범죄자 같은 악인이거나 동정의 대상, 아니면 터무니없이 긍정적인 인물 등 대부분 비현실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 모습에 익숙해져 있다는 건 그만큼 편견에 빠져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자립준비청년들은 현실에서도 비슷한 말을 듣습니다.

    [손자영/자립준비청년 ('아름다운 재단' 활동가)]
    "제가 막 야간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랬었거든요. 근데 이제 그 사장님이 저의 이제 환경을 알고 저한테 유독 되게 말을 되게 심하게 하셨는데. 뭐 '뇌가 없냐', 약간 뭐 이렇게 '못 배워서 뇌도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말했었는데 그 말이 되게 오랫동안 마음에 남더라고요."

    [신선/자립준비청년 ('아름다운 재단' 활동가)]
    "식당에서 일을 했었는데 그때 손을 조금 다쳐서 일을 못 하겠다고 하니까 이제 사장님께서 '사실 쟤가 보육원에 살아서 끈기가 없는 거다'라는 이야기들을 주변 사람들한테 했다고 하더라고요."

    [윤재근/자립준비청년]
    "설날이 다가왔는데 이제 근무표 조사를 좀 했었어요, 회사에서. 그런데 이제 보통은 이제 이날 출근할 수 있냐, 보통 이렇게 물어봐 주셨는데. 저한테는 이제 '너는 뭐 어차피 갈 데 없으니까 출근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차가운 시선과 편견.

    그러다보니 점점 자신이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걸 숨기고 싶어집니다.

    13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보육원에 맡겨진 주우진 씨.

    5년 이상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라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일부러 입대했습니다.

    군 면제 사유를 설명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주우진/자립준비청년협회장]
    "아무래도 남자들 같은 경우는 이제 입사 원서를 내거나 채용 공고를 낼 때 아무래도 병역 문제를 무조건 의무적으로 기재를 하잖아요. 대다수의 친구는 아직도 사회에서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별로 이렇게 좋지 않으니까 숨기겠죠. 당연히. 그래서 그러다 보니까 이제 그때마다 내 성장 환경을 오픈(공개)하는 게 싫다, 부담스럽다."

    경제적 어려움, 갈등, 정신질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에서, 자립준비 청년 가운데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50%나 됐습니다.

    [이수진/서울시복지재단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장]
    "진짜로 비빌 언덕이 없는 아이들은 특히 자립준비청년이라든지 (이런)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더 많은 자괴감과. 그러니까 실패했을 때 회복 탄력성이 없는 거죠. 누구나 실패하지만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뭔가 둥지, 회복 탄력성을 해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게 이제 아이들 자살까지."

    자살 충동을 느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물었더니, 특별히 대처하지 않았다는 답이 37%로 가장 많았고,

    친구와 상담했다(19.7%), 술과 담배로 풀었다 (14.9%)순이었습니다.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저도 제일 안타까운 게 이제 자립준비청년들이 노력하다가 결국은 모든 대인관계가 끊어지는 것, 이 세상과 연결된 선이 다 끊어지면 점만 남는 거거든요. 그 상태에서는 절망하니까 누구한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아무런 해결 방법이 없다고 생각할 때 자살을 생각할 수가 있는 거죠."

    2022년 8월, 2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습니다.

    한 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홀로서기'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을 토로해왔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립준비청년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가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자립준비청년과의 만남, 2022년 9월 13일)]
    "정말 국가가 이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를 못하고 너무 정말 내팽개쳐져 있는 그런 부분들이구나 이런 청년들이 우리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하여튼 잘 좀 살펴야 하겠다는 생각을 아주 굳게 먹었는데."

    자립 정착금이 올랐고, 자립 수당 지급액도 늘어났습니다.

    장학금 지원도 확대됐습니다.

    그럼에도 비극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년 전에도 또다시 두 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변금선/서울연구원 청년정책연구단장]
    "사실 이게 '복지 지원'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이제 현금성 지원 위주로 생각을 많이 해요. 물론 단기적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내 삶을 결정하고 그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것을 소비하고 그 소비를 통해서 그다음을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대한 그 결정에 대한 자율성 이런 부분들이 필요한데 이런 자율성은 한 번 돈을 준다고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 이휘준 ▶

    그렇다면, 현금성 지원 말고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할까요?

    ◀ 김아영 ▶

    한 자립준비청년은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했을 때의 기분을 '배를 탔는데 노가 없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공과금을 내는 것도, 이사를 하는 것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들인데 누구 하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결국 필요한 건 주변의 조금 더 세심한 관심인데,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 V C R ▶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올해 서른두 살 김민수 씨.

    보육원에서 자라다, 20대 초반에 홀로서기를 시작했습니다.

    [김민수(가명)/자립준비청년]
    "장애인 시설을 보낸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왔었거든요. <장애인 시설에 보내는 게 싫었어요?> 네.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해서."

    하지만 벽에 부딪혔습니다.

    정부가 마련해줄 수 있는 주거 공간이 있었지만, 입주 신청서를 쓰는 것조차 버거웠습니다.

    [김민수(가명)/자립준비청년]
    "이해 안 되는 것도 있고, 되는 것도 있고. <뭐가 제일 힘들어요?> 집 구할 때가‥ 제가 아무 도움, 아무도 없으니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사실상 방치됐다가, 간신히 민간단체에 발견됐습니다.

    [최상규/'선한 울타리' 활동가]
    "정말 키가 한 190cm 가깝게 크잖아요. 그런데 정말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는데 먹지를 못해서 피골이 상접해서 온 거예요. 진짜 놔두면. 근데 보는 순간 너무 애처롭더라고요."

    지적장애까지는 아니어도 '경계선 지능'을 가진 자립준비청년도 많습니다.

    IQ 71에서 84.

    학습능력이나 자립능력, 대인관계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이른바 '느린 학습자'로 불립니다.

    [이해국/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피해를 당했을 때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로 남게 되고요. 극단적으로 위축돼서 결국은 경계선 지능처럼 나타나게 되는 경우나 그런 경우도 되게 많습니다."

    보육시설 퇴소 예정 아동의 22%는 경계선 지능이거나, 경계선 지능이 의심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평균보다 1.6배 높습니다.

    매년 경계선 지능을 가진 자립준비청년 3~400명이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는 뜻입니다.

    [김성민/자립준비청년 사회적 기업 대표]
    "실제로 저희 회사에 자립준비청년들의 절반이 경계선 지능 장애를 경험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 물건을 여기 옮기는 걸 한 달 내내 알려줘도 사실 숙지하기 굉장히 어려워하거든요."

    결국 지원제도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제도와 자립준비청년을 연결해 줄 '징검다리'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7월 기준 자립준비청년은 1만 1천403명.

    정부와 지자체의 전담 인력은 161명입니다.

    1명이 71명을 관리하는 셈입니다.

    정기적으로 자립준비청년의 생활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안전, 건강, 일상생활, 관계, 교육 등 10가지 영역에서 집중 지원을 해야 하다 보니 충분한 관심을 쏟기가 어렵습니다.

    [김진호(가명)/자립준비청년]
    "시설 같은 데 있으면 학교 갔다 오면 막 반겨주는 사람도 있고 그러는데 이제 혼자 살다 보니까 일 갔다 오면 그냥 혼자서 그냥 아무도 없는, 그냥 텅 빈 데 그냥 혼자 있는 거니까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외롭다는 느낌이."

    [손자영/자립준비청년('아름다운 재단' 활동가)]
    "이제 나는 자립하고 근데 그때 순간 너무 기뻤거든요. 새 보트를 탔고 이제 나만의 행복한 자유로운 자립의 시작이니까 그런 보트를 탔는데 막상 보트를 타고 딱 보니까 노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어떡하지? 막막하다, 이 노를 어떻게 찾아야 하지?' 이런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와 비슷한 자립준비청년 전담 인력을 운영하는 영국은 1인당 20명 정도의 청년을 관리합니다.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스템 구축이 안 된 상태에서 뭔가 급하게 막 하려다 보니까 급하게 이런 청년들을 위한 제도들이 나오고. 그러다 보니까 제도 자체도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친절한 데 불편한 친절이 되는 거고. 그러면서 그게 또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 민간이 그 역할을 합니다.

    가톨릭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의 청소년자립지원관.

    자립준비청년들을 1년 동안 머물게 하며, 취업과 사회 진출을 돕고 있습니다.

    [송원섭/신부(인천시 청소년자립지원관장)]
    "무기력증. 그런 아이들 방 빼서 이리로 데리고 와요. 여기서 훈련시킵니다. 여기서 밥, 빨래, 청소 훈련시키고 출·퇴근 훈련시키고 잘한다 싶으면 저희가 월세를 지원해 줘요."

    하지만 늘 지원이 부족합니다.

    [송원섭/신부 (인천시 청소년자립지원관장)]
    "지원 범위는 70명도 넘죠. 왜냐하면 명절 때 다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지내는 아이들 많거든요. 고립돼 있고 은둔돼 있는. 다 불러서 그 아이들은 예산에서 못 쓰기 때문에 다 후원금으로 다 사용하고."

    건물 벽면을 식물로 채우는 조경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

    이 회사 직원 10명 가운데 6명이 자립준비 청년입니다.

    창업자 김성민 씨도 보육원 출신입니다.

    2018년, 전세보증금 5천만 원을 빼 자신과 같은 자립준비청년과 함께 가기 위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김성민/자립준비청년 사회적 기업 대표]
    "저희가 '1년에 2,500명씩 나오는 청년들을 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가 아니라. 이런 좋은 사례를 만들어야 국가에서도 '아, 저런 문제를 저렇게 해결할 수 있구나'라는 것들을 알 수 있잖아요. 실제로 선진국에서는요 자립 준비 청년과 관련된 일자리를요, 기업과 국가가 협업을 해서 1년에 1만 개씩 만들어내요."

    [송인한/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의 많은 사회안전망 복지 체계가 민간 영역에 맡겨져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운에 따라서 사람의 인생이 갈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은 그것은 운과 불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줄 수 있느냐는 시스템의 문제이거든요."

    ◀ 이휘준 ▶

    출발이 다르다고 이용당하고 차별받고,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피할 수 있을 어려움도 겪고‥ 볼수록 안타깝습니다.

    ◀ 김아영 ▶

    네, 그런데 자립준비청년과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은 비슷한 처지라고 할 수 있는 청년들도 많습니다.

    '위기·취약 청년'이라고 불리는데요.

    그래서 이 문제를 자립준비청년 1만 명에 대한 문제로만 보면 안될 것 같습니다.

    ◀ V C R ▶

    27살 신현재 씨는 은둔 청년이었습니다.

    집안 사업이 망한 뒤, 친척까지 6명이 함께 9평짜리 원룸에서 살았습니다.

    [신현재/은둔경험청년]
    "밤이 되면 스탠드를 켜면 그 불빛이 밝아서 가족들이 잠을 못 자니까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복도로 나가서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신현재/은둔경험청년]
    "나는 지금 대입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해결해야 할 일도 너무너무 많은데 저 친구는 유일한 고민이 대입이구나. 너무 부러웠어요. 왜냐하면 대입은 우리 또래 아이들은 당연히 하고 있는 고민이니까."

    대학에 진학해서도, 닥치는대로 일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신현재/은둔경험청년]
    "20살 때는 햄버거 가게에서 알바했고요. 나중에는 화장품 가게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콜센터에서도 알바를 해보고 또 학원에서 강사로 일해보기도 하고 조금 다양한 일을 했어요."

    결국 절망과 우울감이 밀려오면서, 취업도 포기하고 스스로 방에 갇혔습니다.

    그렇게 여러 해를 고립돼있다가, 최근 다시 용기를 내고 밖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신현재/은둔경험청년]
    "지금보다 더 늦어지면 취업을, 신입사원으로 취업할 수가 없겠다. 그렇게 스펙이 높은 사람들도 다들 신입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데. '요즘엔 경력직만 뽑는다고 하는데 나이까지 많으면 취업이 안 되겠구나. 이제 나는 진짜 벼랑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떠밀려서 나온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은둔형 청년은 24만 4천 명으로 추정됩니다.

    전체 청년의 2.4%입니다.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우리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뭐 80년대만 하겠냐' 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고립과 은둔의 이유가 결국은 굉장히 절망하고 있고 그다음에 실패가 반복됐고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이걸 탈출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여기고 있는 거거든요."

    '수저계급론'이 현실인 사회.

    금융자산 하위 25% 부모의 자녀는, 상위 25% 부모의 자녀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확률이 8%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첫 일자리 임금 수준도 11% 낮고, 근무 연수가 늘어날수록 임금 격차는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물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수저계급론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답했습니다.

    출세와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과 재력'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장연/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만약 그 기회 불평등을 나누는 그 기준이 단순히 돈이라면 그 사회는, 국가는 한번 그 상황이 맞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개개인이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만약 이게 부모의 재정 제약 때문에 이런 개인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국가의 생산성과 미래는 사실은 빈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보호막 없이 냉혹한 현실에 그대로 노출된 청년은 자립준비청년, 은둔형 청년만이 아닙니다.

    부양해야 할 식구가 있는 가족돌봄청년, 어린 미혼부모 등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여러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자립준비청년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바꾸는 과정은 냉대받고 고립된 위기·취약 청년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길이기도 합니다.

    [주우진/자립준비청년협회장]
    "저만 행복하게 사는 게 아니라 자립준비청년들이나 사회적 소외계층의 사람들이 본인의 성장 환경을 숨기고 살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게 제 꿈이고."

    ◀ 클로징 ▶

    청년은 인생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위기·취약 청년에 대한 고민은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일 겁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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