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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그 지하철 뒤편,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다

[스트레이트] 그 지하철 뒤편,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다
입력 2024-07-21 21:12 | 수정 2024-07-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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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불구불 뻗어 있는 여러 개의 철길.

    이 철길을 따라가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동차 정비 기지가 나옵니다.

    서울교통공사 지축차량사업소.

    31만 3천여 제곱미터, 축구장 약 44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정비가 필요한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의 전동차들이 이곳으로 들어옵니다.

    [지축차량사업소 관계자]
    "총 307명이 3·4호선 1,170칸을 지금 정비를 해서, 지하철 직원들을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정비기지.

    작업장 바닥에 설치된 배수구 사이로, 하얀 증기가 계속 뿜어져 나옵니다.

    전동차 세척에 사용되는 세척액들이 뜨거운 물과 만나, 증기로 피어오르는 겁니다.

    [이정화/사람과환경연구소 대표]
    "이게 수증기만 올라가지 않을 거 아니에요? 물과 세척액이 같이 이렇게 증기 형태로 발생하고 있고, 그게 작업자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한 작업자는 목장갑만 낀 채 세척액이 묻은 부품을 만지고 있습니다.

    [박정임/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목장갑은 사실 보호 효과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이곳에선 몇 년 전부터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암에 걸려 쓰러지고 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유성권/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지축정비지회 노동안전부장]
    "유기용제 관련해서 개인이 의심했던 내용들은 그냥 혼자서, 아니면 알음알음 내용들만 퍼졌던 상황이고. 상당수 많은 분들이 그거에 대해서 인지는 하고 있되 그거 관련해서는 해결책이 사실 없었던 부분이었던 거죠."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

    이 지하철을 정비하는 차량 정비 기지에서 희귀암에 걸리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이들이 일해온 작업 현장의 위험성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고발합니다.

    임명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임 기자, 흉흉한 소문 속 암은 무엇이었습니까?

    ◀ 임명찬 ▶

    네, 혈액암이었습니다.

    특히 전체 암 발생의 2%에 불과한 '비호지킨 림프종'이라는 진단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먼저 혈액암 진단을 받은 전동차 정비 노동자와 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 VCR ▶

    지난 1997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해 27년 동안 전동차 정비 일을 해온 황수선 씨.

    군자차량사업소를 거쳐, 98년부터 지축차량사업소에서 일했습니다.

    고된 업무에도, 건강을 위해 운동을 빼먹지 않았습니다.

    [황수선/서울교통공사 전동차 정비노동자]
    "수영 저녁반에서 하고, 자전거. 주말이나 이렇게 해서 한강 나가서 저기 아라뱃길 타고 이렇기도 하고. 하여튼 운동은 제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많이 하는 편이었죠."

    그런데 지난해 아버지 장례를 치르다가 몸에 예상치못한 이상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왼쪽 귀 밑에서 혹이 만져졌습니다.

    [황수선/서울교통공사 전동차 정비노동자]
    "작년에 저희 아버지가 4월 29일 자에 돌아가셨어요. 장례식장에 있는 그 옆에 있는 샤워실, 화장실 거기서 샤워를 하고 면도를 이렇게 하는데 여기에 여기에요. 이렇게 혹같이 이렇게 툭 튀어나온 거예요. 딱딱하게."

    통증이 없어 처음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황수선/서울교통공사 전동차 정비노동자]
    "안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이비인후과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아프냐고 물어봐요. 그래서 '안 아픈데요. 그럼 좋은 거 아니에요?' 그랬더니 '안 아프기 때문에 그게 암일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알고보니 혈액암에 걸려 림프에 종양이 생겼던 겁니다.

    6차례에 걸친 항암치료로 체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습니다.

    [황수선/서울교통공사 전동차 정비노동자]
    "그냥 올 게 왔다. 이런 정도의 느낌이었죠. 무덤덤했어요. 무덤덤했던 이유는 지방에서 (혈액암으로 숨진 동료) 장례 절차를 치렀는데, 갔다 오면서 이제 그런 생각을 했죠. '그때 당시에 어려운 작업 환경 조건에서 작업했던 사람들에게는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구나'라는 생각을 그때 했었어요."

    그런데 황수선 씨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두 딸에게 회사 작업장을 소개해 주는 아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했던 고 전한들 씨입니다.

    [고 전한들(가명) 씨 부인]
    "딸이 셋인데 애들을 엄청 예뻐했어요. 엄청 예뻐하고 특히 막내가. 늦둥이를 낳아서."

    전한들 씨는 황 씨 입사 바로 이듬해인 1998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해, 역시 지축차량사업소에서 근무했습니다.

    입사 17년차인 지난 2015년.

    건강검진에서 양쪽 폐 사이 공간인 '종격동'에 결절이 발견됐습니다.

    정밀검사 끝에 혈액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 전한들(가명) 씨 부인]
    "등산도 좋아하고, 제주도 자전거 종주할 정도로 일주일에 2~3일은 조기 축구를 다니고, 그리고 밤에도 다른 FC(축구클럽)하고 이렇게 친선 경기 있을 때마다 밤에도 가서 축구를 할 정도로 엄청 건강했는데.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고."

    이때 나이 마흔다섯, 전 씨는 5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 전한들(가명) 씨 부인]
    "무균실에 들어가면 거의 한 달 이상을 그곳에 창살 없는 감옥처럼 갇혀 있어야 되거든요. 혼자서 막 괴로워하고 구토하고 이런데도 본인 의지로 살고 싶어서 세 번이나 그걸(조혈모세포 이식) 한 거예요. 너무 살고 싶어 했어."

    투병 중에도 출근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남편은

    결국 한 줌 재가 된 뒤에야, 다시 회사를 찾았습니다.

    [고 전한들(가명) 씨 부인]
    "회사에 다시 돌아갈 생각을 했다니까요. 그렇게 본인이 아픈데도. 그게 애 아빠한테는 희망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사람들은 '공기업 다녀서 좋겠다' '월급 높아서 좋겠다' 이렇게 말하는데, '공기업에서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누가 그 일을 하려고 할까요?"

    고인이 된 전한들 씨, 그리고 투병 중인 황수선 씨.

    모두 서울교통공사에서 정비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고 전한들(가명) 씨 부인]
    "(회사) 선배님이 저희 병원에 찾아오셔서 '실은 같은 병이다' 그러시면서 '이게 흔한 병이 아닌데 지금 우리 회사에서 발병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면서 '이거는 지금 일하는 작업장의 노동자들 환경하고 관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이트>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정비 노동자 8백여 명의 병력을 추적해봤습니다.

    공사 측에서 파악한 혈액암 발병 환자는 총 8명.

    이 중 정비 업무 담당자는 6명이었습니다.

    여기에 퇴직을 한 전 직원까지 합치면, 정비노동자 7명이 혈액암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비호지킨림프종'이라는 혈액암이 가장 많았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11명꼴로 걸리고, 전체 암 발생 중 2%에 불과한 희귀암입니다.

    보통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하고, 4~50대가 걸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박정임/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비호지킨 림프종' 이런 것들은 사실 연령이 많은 분들이 주로 걸리는 질병이거든요. 노화에 따른 암종에 가깝단 말이에요. 보통 우리나라도 70대, 80대 이런 분들이 이제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 이분들 같은 경우에는 50대 이러니까 사실은 굉장히 조기 발병한 케이스(경우)라고 보여지고."

    ◀ 이휘준 ▶

    이런 희귀암이 한 직장에서, 그것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잇따라 발병했다면,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 임명찬 ▶

    네, 그래서 혈액암에 걸린 7명의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 공통점을 추적했습니다.

    ◀ VCR ▶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7명의 혈액암 환자 명단입니다.

    입사년도는 1984년부터, 1998년까지.

    지축과 군자, 신정·창동 차량사업소에서 일했습니다.

    발병시기는 입사 후 11년에서부터 30년 사이입니다.

    이 가운데 3명이 이미 숨졌습니다.

    입사 시기와, 근무 장소, 발병 시점은 제각각 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동차 중정비 업무를 맡아왔다는 점입니다.

    [전양규/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노동안전국장]
    "7분 모두 차량 정비 분야에서 일하셨던 경험이 있으시고요. 그리고 차량 정비 분야에 도장 작업 그리고 세척 작업 등을 통해서 유기용제의 노출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스트레이트>는 이 가운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2명의 '업무상질병판정서'를 입수했습니다.

    1996년 입사해 16년 동안 전동차 정비 업무를 담당했던 송 모 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송 씨가,

    "도장, 세척작업을 장기간 수행하면서 벤젠을 포함한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었습니다.

    특히 송 씨가 '벤젠' 사용 규제가 허술했던 2003년 이전,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2003년 6월까지 공기중 벤젠 노출 허용 기준이 10ppm으로 높아, 상대적으로 작업장 환경이 열악했을 거라고 본 겁니다.

    [이윤근/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세척제에 벤젠이 많이 들어갔던 시기가 90년대 말까지거든요. 그 시기에 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연령대가 지금 아마 50대 중·후반, 이제 거의 다 이제 퇴직할 시기가 되어 있고요. 2000년대 초반까지, 이때까지는 시너에 벤젠이 다 들어가 있었어요."

    고 전한들 씨에 대한 의견도 비슷합니다.

    위원회는 17년 동안 전동차 정비 업무를 담당했던 전 씨가 "다양한 전동차 정비 작업 중 상당한 수준의 벤젠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종한/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학계 쪽에서 이제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서 일정 정도 관련성이 뚜렷하게 있다고 정립된 게 있는데요. 그런 거는 이제 벤젠 노출 쪽하고 비 임파구(림프구)성 백혈병 같은 경우에서는 일정 정도의 상관관계가 적립된 것으로 그렇게 보여집니다."

    벤젠.

    국제암연구소에서 혈액암 원인물질로 분류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전동차 중정비 업무에 투입되면 분해한 전동차 부품에 묻은 기름때를 닦아내는 '세척작업'.

    그리고 세척한 부품을 페인트로 도색하는 '도장작업'을 합니다.

    이 때 각종 오염물을 지우거나, 페인트용 도료를 희석하기 위해 '시너'와 같은 화학물질이 사용됩니다.

    기름, 페인트같은 유기화합물을 녹이는 역할을 하는 시너는 보통 벤젠, 자일렌, 톨루엔, 아세톤 같은 화학물질로 구성되는데 벤젠 노출 기준이 강화되기 전까지 차량사업소에서 벤젠 함유량이 높은 시너를 사용했던 겁니다.

    [황수선/서울교통공사 전동차 정비노동자]
    "제가 입사했을 때는 정말 시너, 경유 이런 거를 2차 세척 용도로 많이 사용을 했어요. 시너를 김장할 때 쓰는 큰 빨간 통. 고무통이죠. 거기다가 이제 시너를 가득 부어놓고 거기다가 단품들을 담가 놓고."

    지난 2005년 촬영한 지축차량사업소 정비노동자들의 실제 작업 모습입니다.

    기어 사이 사이에 끼어있는 기름때를 씻어내기 위해 시너를 바르고 있습니다.

    작업자는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장갑도 쉽게 젖는 천으로 된 걸 끼고 있습니다.

    [지축차량사업소 전동차 정비노동자 (90년대 입사)]
    "제가 그때 이제 입사했을 당시에는 개인 보호 장구들이 있었는가는 모르겠는데, 지급이 원활하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약국에서 일반적인 마스크 그런 거 이제 사서 사용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면 마스크 이런 거 말씀하시는건가요?> 예, 맞습니다. 성분에 대해서 사측에서 이렇게 주지시키거나 그런 거는 없었어요."

    벤젠과 같은 성분은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인체에 침투할 수 있습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이게 이제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공기 중에서 흡입 노출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유기화합 물류의 가장 큰 용도가 세척이거든요. 그러면 이제 피부로도 많이 흡수가 되고 노출이 될 수 있는데‥"

    [황수선/서울교통공사 전동차 정비노동자]
    "어떤 때는 오전에 그 작업을 하면 점심을 못 먹을 정도로 속이 매스껍다든지 또는 이제 뭐 헛구역질을 한다든지 이런 일이 다반사였죠."

    혈액암 발병이 잇따르자, 서울교통공사는 외부전문가도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노동자 8백여 명을 대상으로 정밀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문제는 정비현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이 혈액암 뿐 아니라 다른 치명적인 질병도 불러왔을 가능성입니다.

    가장 많은 혈액암 환자가 나온 지축차량사업소의 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

    설문에 참여한 중정비노동자 266명의 절반이 넘는 170명이 만성 질환이나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이 64명으로 가장 많았고, 피부질환(26명)과 심혈관 질환(24명)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폐암 3명, 위암 1명, 담낭암 1명, 대장암 1명 등 혈액암이 아닌 다른 암을 앓고 있는 환자도 6명이었습니다.

    [임종한/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정비업 같은 경우는 화학물질 노출이 굉장히 많은 직종이에요. 실질적으로 보면. 그리고 오랫동안 한 일을 대개 20년, 30년 해온 조건이기 때문에, 그 조건만 보더라도 특별히 폐암과 조혈기 암과의 발생 부분들을 분석하고, 좀 고위험 군으로 보고 계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그런 직종군이죠."

    화학물질의 영향이 수십년 동안 몸속에 누적되면 자녀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자녀가 선천적 질환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에, 5%인 13명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생식 독성은 발암물질처럼 아주 고농도 노출이어야 영향을 받는 게 아니에요. 저농도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제 정비 작업자들에서 궤도 산업을 포함한 유사한 특성을 가진 집단에서 선천성 기형아 출생이 좀 발생할 가능성은 꽤 있다. 그러나 이제 조사를 해봐야 된다."

    과거 정비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을 추적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1,2,3,4호선을 운영하던 서울 메트로와 5,6,7,8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도시철도가 현재의 서울교통공사로 합쳐진 건 지난 2017년.

    합병 전 도시철도의 정비 업무는 대부분 외주업체가 담당했습니다.

    당시 누가 일했는지 현황을 파악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여기에 지축사업소의 도장업무도 지난 4월부터 외주화됐습니다.

    [이윤근/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위험의 강도는 더 커지죠. 그것(도장작업)만 하니까 더 커지고요. 내 집도 아닌데, 세입자가 내 집도 아닌데 고칠 사람이 누가 있어요? 안 고치잖아요. 그거하고 똑같아요. 그러니까 만약에 도장 작업이 하청에 들어갔다고 그러면 관리에 대한 책임이 원청에 있지만, 자기 직원 관리하는 정도의 그런 책임성에 미치지 못할 겁니다."

    ◀ 이휘준 ▶

    과거 전동차 정비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쓰였던 1급 발암물질 '벤젠'이 문제였던 거군요.

    그런데, 철도차량 정비가 서울 지하철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 임명찬 ▶

    그렇습니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6개 대도시가 도시철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 철도망을 운영하는 코레일도 있죠.

    <스트레이트>가 처음으로, 전국 철도 정비 노동자들의 혈액암 실태를 확인해봤습니다.

    ◀ VCR ▶

    코레일은 물론, 서울,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도시철도 노조가 모인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스트레이트는 협의회와 함께 정비 노동자들의 혈액암 발병 실태를 확대 조사했습니다.

    2주 동안 진행된 구두 조사에서 전국적으로 혈액암 환자가 속속 확인됐습니다.

    [☎조성애/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철도(코레일)도 확인했는데 2명? 일단 그냥 그 기사 나온 거 보고 노조로 전화를 하셨다는 것 같아요. '혈액암 걸렸는데 나 직업성인 것 같다'."

    혈액암에 걸린 노동자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무균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한 남성.

    창 밖 너머 누군가를 발견하고 주먹을 쥐어 보이더니 손으로 '하트' 인사를 합니다.

    올해 예순두 살의 오철규 씨입니다.

    [오철규 (가명)/전 코레일 전동차 정비노동자]
    "조혈모세포 이식할 때는 병실에 저 혼자 있는 거거든요. 혼자 거기서 다 생활을 해야 돼요. 저희 집사람이 와서 창 너머로 이렇게 저를 쳐다보고 갔을 때, 그때는 제일로 마음이 아팠죠."

    그는 1984년 코레일에 입사해, 38년 동안 전동차 정비 업무를 했습니다.

    수색기지에서 31년간 경정비 업무를, 행신기지에서는 7년간 중정비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작업장에는 이름도 다 기억 못할 화학물질들이 가득했습니다.

    [오철규 (가명)/전 코레일 전동차 정비노동자]
    "녹슬었을 때 이것을 어떻게 닦아야 되는데 닦을 방법이 없잖아요. 그럴 때는 시너 같은 거 있으면 갖다가 좀 담가놨다가 좀 부어놨다가 뿌려놨다가, 이게 그러면 잘 닦이잖아요. <내가 사용하는 제품들이 어떤 물질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사용하신 거예요?> 잘 몰랐죠. 잘 알았으면 제가 썼겠습니까? 그것을. 이건 당연히 못 쓰겠다고 저도 했겠죠. 근데 잘 모르고 저는 쓴 거죠."

    그리고 퇴직을 1년 앞두고, 혈액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오철규 (가명)/전 코레일 전동차 정비노동자]
    "진단을 (2021년) 8월 16일날 받았는데 애(아들)가 9월 7일날 군대 갔어요. 그래서 (병원) 교수님 만나서 '우리 아빠 치료 잘해주라'고 그랬어요. 눈물 났어요. 그때. 그동안 38년, 37년간 여기 직장에 충실히 다녔는데. 내가 몸이 건강해서 퇴직을 해야 되는데 퇴직을 할 무렵에 이렇게 몸이 아픈 게 나는 억울하고 좀 굉장히 화도 많이 나고."

    또 다른 병원에서는 혈액암 4기 판정을 받은, 전동차 정비 노동자 홍정우씨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갑작스레 찾아온 암.

    홍 씨는 우울함에 병실 한편을 꽃으로 꾸몄습니다.

    [홍정우 (가명)/부산교통공사 전동차 정비노동자]
    "화분을 키우고 나니까 사람이 이제 우울증도 좀 없어지고 정서적으로 좀 안정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뭐라도 좀 하는 게 좋지 싶어서."

    올해 쉰 일곱이 된 그는 1986년 부산지하철 공사에 입사해, 91년부터 정비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홍정우 (가명)/부산교통공사 전동차 정비노동자]
    "세척을 어떻게 하냐면 그리스(점성이 높은 윤활유) 같은 거는 굳어갖고 이게 잘 빠지지도 않는다 아닙니까? 그냥 경유에도 담가보고 이렇게 해서 씻어봤는데 그게 잘 안되고 그러니까. 아예 경유 자체를 갖다가 끓입니다. 냄새가 엄청나게 날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게 이제 작업자들이 다 들이마시는 거죠."

    어지러움증과 구토 증상이 수시로 홍 씨를 괴롭혔습니다.

    [홍정우 (가명)/부산교통공사 전동차 정비노동자]
    "구토도 나고 어지럽고 그렇죠. 냄새, 냄새는 말도 못 하죠. 말도 못 하고. 마스크도 요즘 같으면 보호구가 좀 잘 돼 있다는데 옛날에는 마스크도 변변찮았거든요. 그런데 뭐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홍정우 (가명)/부산교통공사 전동차 정비노동자]
    "인터뷰 이런 것도 안 하려고 했어요. 안 하려고 했는데 또 막, 또 서울에도 이런 혈액암 발생하고 앞으로도 이제 우리 후배들도 있고 이제 앞으로도 작업은, 그런 작업은 계속 또 이어질 테니까. 지금이라도 좀 철저히 조사해서 환경 같은 것도, 환경 조사를 좀 철저히 했으면 좋겠어요."

    서울과 부산, 대전 등 전국 곳곳 코레일 정비 직종에서 6명.

    부산지하철에서 1명.

    이렇게 <스트레이트>와 노동조합협의회의 조사에서 전국적으로 7명의 혈액암 환자가 더 확인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 7명을 합하면 모두 14명이 됩니다.

    인천지하철에서는 지난해 특수건강검진에서 혈액질환 직업병 소견이 있는 사람 한 명이 발견됐고, 관찰이 필요한 사람은 13명이 나왔습니다.

    [임종한/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초기에 아무튼 '정상세포와는 다르게 이상한 점이 관찰됐다'라고 하는 보고예요. 그런데 이제 그게 반복되면 그중에서 실제 암 발생도 나타날 수 있죠."

    이번 조사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간이 조사인 만큼, 실제로 얼마나 많은 혈액암이나 혈액질환 환자가 발생했고 작업환경과의 인과관계는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좀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코레일은 정비 환경의 유해성을 분석하고 정비 작업자의 특수건강검진을 강화하는 한편, 도장 작업에 쓰는 페인트도 친환경 페인트로 전면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산교통공사도 정비 도색 작업을 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한창운/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노동안전보건위원장]
    "충격적이었는데 사실은 좀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들어요, 사실. 왜냐하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거기 때문에 전수조사까지 된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건 좀 고용노동부라든가 공공기관에서 정비 노동자들, 특히나 정비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하철 노동자들의 건강 영양 상태를 한 번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휘준 ▶

    서울교통공사에서 혈액암 첫 발병이 알려진 게 2004년인데, 이제야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혈액암에 걸리고 있다면, 철저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사전에 이런 위험성을 감지하는 안전장치는 없었던 겁니까?

    ◀ 임명찬 ▶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작업환경측정제도가 있기는 합니다.

    노동자들이 유해화학물질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1년에 두 번씩 사업주들이 작업 환경을 점검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제도가 있는데도 왜 문제를 잡아내지 못했는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서울교통공사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분석하고, 직접 작업 현장을 확인해 원인을 찾아봤습니다.

    ◀ VCR ▶

    지난 1998년 12월 작성된 서울교통공사 작업환경조사보고서에 있는 지축차량사업소 조사 결과입니다.

    여러 화학물질에 어느 정도 노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혼합물질 노출계수 EM.

    한 명은 0.84, 또다른 한 명은 0.55로 나와있습니다.

    모두 시너 세척 작업을 한 노동자들입니다.

    EM이 1이 넘으면 기준치보다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됐다는 뜻입니다.

    시너 세척 작업을 하다 거의 기준치에 육박할 만큼 화학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도 있었던 겁니다.

    [박정임/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이 정도면 또 굉장히 높은 거거든요. 이 데이터를 온전히 믿는다고 하면 이거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EM이) 1이 넘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노출 기준은 조금씩 이렇게 좀 엄격해지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그건 뭐 굉장히 유의한 숫자인 것 같아요."

    하지만 방독 마스크 등의 보호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만 적혀있습니다.

    [어원석/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
    "노출 기준이 안 되면, 예를 들어서 50ppm이잖아요? 그러면 49.9ppm이에요. 기준치 미만이기 때문에 그거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런데 실은 사람한테 노출이 되게 되면 어떤 사람은 49ppm에도 문제가 생기고 어떤 사람은 30ppm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소주 한 잔이 어떤 사람한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한테는 물처럼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는."

    2004년과 2006년 실시한 작업환경 측정에서는 혈액암 관련 발암성 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 TCE가 검출됐습니다.

    역시 전동차 세척용액에 많이 들어가는데, 기준치 이하로 검출돼 별다른 후속 조치는 없었습니다.

    교통공사는 벤젠이나 다른 화학물질이 기준치를 넘겨 검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재혁/서울교통공사 차량계획처 부장]
    "작업환경측정과 관련해서 데이터가 혈액암 관련 벤젠 관련해서 노출치를 넘어선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0.001도 검출은 되죠. 그런데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들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업환경 측정은 날짜를 정해놓고, 지정된 작업자의 몸에 포집기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초점도 공기질에 맞춰져 있습니다.

    [백도명/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측정하는 날 환기 막 시키고 깨끗하게 해놓고 이거 하면은 그냥 넘어가는 거예요. 평상시에 이뤄지는 작업 중에 어떤 특정한 작업이 제일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그 작업이 언제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판단해서 측정해야 하는데. 안 해요."

    지축차량사업소의 현재 작업 환경은 어떨까.

    서울교통공사의 협조로 내부 도장 작업장을 취재했습니다.

    작업자들은 방진복을 입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를 썼습니다.

    [지축차량사업소 관계자]
    "이 안에 산소가, 이게 필터예요. 외부 공기를 들여서 필터를 연결해서 이 안에서 호흡할 수 있는 거. 이 안에는 도장에 관련된 유해물질이 있기 때문에 장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해요. <만약에 안 하면 어떻게 돼요?> 작업을 우리가 못하죠. 이런 거를."

    별도의 환기 시설이 달린 도장 부스 문이 닫히자, 작업이 시작됩니다.

    사업소 측은 평소 일하는 모습 그대로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축차량사업소 관계자]
    "<평소에 작업할 때는?> 네, 이거 닫아놓고. 밖으로, 외부로 나오면 안 되니까 그렇게 하거든요."

    그런데 이보다 며칠 전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찍은 영상은 다릅니다.

    도장 부스 문은 활짝 열려 있고 보호 장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다른 작업자들이 수시로 주변을 오갑니다.

    마스크를 벗고 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정화/사람과환경연구소 대표]
    "국소배기장치는 거의 가동되지‥ 효과가 없는 상태로 작업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거든요. 사방팔방으로 다 열려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작업하고 있는 이 유해물질이 바깥으로 다 확산이 되겠죠. 그러면 여기서 쉬고 계신 분에게도 노출이 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복장도 달랐습니다.

    취재진에게 현장을 공개했을 때는 얼굴 전체를 덮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이 영상에는 입과 코만 덮는 방독 마스크가 찍혀 있었습니다.

    [어원석/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
    "장갑도 보면 지금 까만색으로 젖어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보면 장갑으로 충분히 이 화학물질이 피부로 침착될 수 있다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위험하다고 볼 수가 있고요. 눈도 당연히 고글 써야 되는 거죠. 고글. 점막으로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거거든요."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안전 장구를 제대로 착용하고 도장부스 문을 닫은 뒤 작업하는 원칙을 평소에도 지키고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세척 작업장에선 작업자들이 기름 찌꺼기를 손으로 긁어내거나 고압 에어건으로 털어내고 있었습니다.

    [강태선/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
    "밀폐형 증기 세척을 해야 되는 대표적인 공정이죠. 손에도 노출되지, 그다음에 이렇게 에어건으로 쏴주면 솔벤트(용제) 비산 되지."

    세척제에는 코코넛 디에탄올아마이드가 포함돼 있습니다.

    2급 발암 물질입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전동차 정비를 위해 구입한 화학제품 목록입니다.

    3,400개가 넘습니다.

    발암 물질, 생식 기능이나 태아 발육에 유해할 수 있는 생식독성 물질, 그리고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변이원성 물질이 수두룩합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전체적으로 3,000 개가 넘는 화학물질 목록이 있는데 인간 대상으로 발암성이 밝혀진 게 한 1,700종 정도 되더라고요. 어떤 화학물질이 유해성이 높더라도 우리가 잘 밀폐를 하고 작업 공정을 철저하게 관리를 하면 전혀 노출이 안 될 수도 있거든요. 근데 이제 유해성이 낮더라도 이제 무방비 상태로 쓰면 위험성은 높은 거죠."

    그래서 작업환경조사의 측정 대상 물질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약 4만5천종.

    측정 대상 물질은 192종에 불과합니다.

    [강태선/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
    "유럽을 비롯해서 미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 관리 대상 유해물질의 항목을 3,000 종 가까이 늘렸어요. 그런데 우리가 이제 관리 대상 유해물질을 이제 200개로 한정하고 있는 것은 한참 뒤떨어진 거죠."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 노동자들이 잇따라 폐암에 걸린 사건.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재 판정을 받았고, 400명 가까이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인으로 지목된 건 기름을 사용해 튀김, 볶음, 구이 등을 할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조리흄(Cooking Fumes)'입니다.

    [고 이혜경 씨 (2021년 인터뷰/2023년 폐암 사망)]
    "후드(환풍기)는 있는데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빨아들이고 그런 거는 없었어요. 연기는 항상 가득 차 있었어요. 급식실에."

    국제암연구소도 '조리흄'을 폐암 위험요인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 '조리흄' 역시 작업환경 측정 대상 물질에서 아예 빠져 있습니다.

    [박정임/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예를 들면 제가 측정을 나가서 뭘 측정을 했어요. 그러면 그 측정 결과를 우리나라 노동부 시스템, K2B 시스템이라는 데 입력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게 측정 대상 물질이 아니면 아예 입력이 없어요. 입력하는 칸이 없어요."

    이러다 보니 지난 5년 동안 작업환경 측정에서 유기화합물 노출기준을 초과한 사업장 비율은 가장 높은 때도 0.6%에 불과했습니다.

    [함승헌/가천대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그 숫자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 보건의 수준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에요. 초과되는 사업장이 거의 없는 거죠. 그래서 초과되는 사업장, 고위험 사업장들만 일부 관리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직업병이 많이 발생을 하고 또 사고가 발생을 하느냐. 이런 것들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는 거죠."

    안전장치가 돼야 할 제도가 작업환경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이윤근/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면죄부를 주는. 노출 기준 미만이라고 하는 걸로 인해서 면죄부를 주는 제도로 바뀌었어요. 이제는 바꾸자. 측정이라고 하는 거를 측정이 아니라 평가로 바꾸자. 지금은 딱 그것만 보는, 벤젠이 있냐 없냐. 있으면 노출 기준을 초과했냐 안 했냐. 이것만 보는 거죠. 그것이 앞으로 어떤 위험성이 있을지, 혹시 반영되지 않은 위험성이 숨어있지는 않을지. 이제 이런 것들을 보는 것이 평가죠."

    ◀ 이휘준 ▶

    내일도 많은 분들이 지하철을 타고 직장이나 약속장소로 향하며 일주일을 시작하실 겁니다.

    지하철 안에서 잠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다 안전과 건강까지 외면받았던 노동자들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 더욱 열심히 취재해서, 8월 18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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