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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5만' 전자, 삼성의 위기

[스트레이트] '5만' 전자, 삼성의 위기
입력 2024-10-13 21:09 | 수정 2024-10-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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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

    지난 화요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매출은 79조 원, 영업이익은 9조 1천억 원이었습니다.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하회하는 성적표.

    그래도 수치만 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11조 원대 영업적자, 특히 DS부문, 즉 반도체 부문만 따지면 16조 원이 넘는 적자를 봤던 작년에 비해서는 개선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문의 수장이 사과를 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영현 DS부문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진은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삼성전자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10월 10일 MBC 5시 뉴스와 경제]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삼성전자가 2% 이상 하락하며 6만 원 선을 내줬습니다."

    '개미' 투자자들은 다시 '5만' 전자가 됐다는 자조섞인 말들을 늘어놨습니다.

    [황용식/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그동안 삼성이 어떻게 보면 시장을 주도해 왔고 선도해 왔다면 지금은 약간 이제 양측의 AI와 그다음에 메모리 사이에 껴서 지금 어떻게 보면 끌려가는 형국이에요."

    ◀ 이휘준 ▶

    다음으로 임상재 기자와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의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임 기자, 실적이 개선됐는데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데, 삼성전자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 임상재 ▶

    드러난 수치 이면에 어두운 미래가 잠재돼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해외투자사 맥쿼리는 삼성전자를 "허약한 반도체 거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VCR ▶

    2005년 방영된 드라마인 '내 이름은 김삼순'

    방송 당시 해상도는 SD급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OTT에 올라온 같은 드라마를 보면 화질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4K UHD. 픽셀 수가 약 24배 정도 많아졌습니다.

    인공지능 덕분입니다.

    대량의 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알아서 드라마의 해상도와 채도, 음질을 개선했습니다.

    [배성완/콘텐츠 AI 업체 '포바이포(4BY4)' 본부장]
    "1분짜리 영상 하는데 한 전문가 두 분이 일주일 내내 해야 되는 경우도 있고 정말 이미지 하나하나 힘들게… 기본적으로 AI는 1분 영상을 1분 만에 처리하는. 시간적인 부분 비용적인 부분에서 한 1천 분의 1수준으로 떨어뜨렸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만 해도,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존재는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세돌 9단 (2016년 3월)]
    "알파고의 완승이고 완벽한 대국이 아니었나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에서도 대화형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인공지능은 일상화됐습니다.

    [구글 AI '제미나이(Gemini)' (유튜브 'Google')]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 거 같아?> 런던의 킹스크로스 지역인 것 같아요."

    올해 노벨상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를 한 학자들이 휩쓸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반도체 시장의 판도도 바꿨습니다.

    반도체는 크게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시스템 반도체는 컴퓨터의 두뇌인 CPU, 그래픽 처리장치인 GPU,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쓰이는 모바일 AP 등을 말합니다.

    원래 중심은 CPU, 중앙처리장치였습니다.

    CPU는 특정 분야보다는 일반적인 연산에 적합한 범용성이 높은 장치입니다.

    그런데 많은 양의 데이터가 담긴 영상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그래픽 처리 장치, 즉 GPU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야하는 인공지능과 궁합이 잘 맞으면서

    시스템 반도체의 무게중심이 GPU로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요즘 AI 가속기(AI 반도체)에 들어가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 같은 이런 제품입니다. AI 가속기라는 것은 최근에 AI가 버블이라는 말은 있긴 하지만 AI의 기술적인 전환으로 우리의 모든 산업이 바뀌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요."

    2022년 43조 원 수준이던 세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0년 158조 원으로, 8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CPU의 최강자였던 인텔이 최근 매각설이 나올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고 GPU 업체인 엔비디아가 급부상한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입니다.

    그런데 시스템 반도체보다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는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까.

    AI 반도체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GPU의 연산 속도에 발맞춰 빠르게 데이터를 저장하고 꺼내주는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입니다.

    기존 D램과는 구조가 다른 고대역폭 메모리, 바로 HBM입니다.

    HBM 시장 전체의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AI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업체는 SK하이닉스와 업계 3위 마이크론입니다.

    삼성전자의 HBM은 아직도 엔비디아의 품질테스트를 받는 중입니다.

    해외 투자사 맥쿼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이 2년 뒤엔 2.5배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박준영/산업인류학연구소 소장 (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그러니까 말하자면 최신품을 받고 있는 게 엔비디아인 거죠. 그래서 이제HBM 3e니 12단위니 8단위니 이렇게 아주 최신품의 부가가치 높은 것들은 삼성이 많이 못하고 있는 거고 이제 주로 하이닉스가 거의 90% 가까이하고 있고요."

    그러나 삼성전자 HBM의 기술력이나 품질이 처음부터 SK하이닉스에 밀렸던 건 아닙니다.

    2015년 전담 개발 조직을 두고, 2세대 HBM을 먼저 출시하는 등 한때 하이닉스를 추월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부터 관련 조직의 인력을 줄이는 등 투자를 축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A (음성대역)]
    "HBM이라는 게 사실은 삼성전자가 먼저 (2세대 양산)성공을 했고 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라고 판단을 한 경영진이 그 개발실을 폭파했고 개발실에 있던 개발자들이 하이닉스로 이직을 했고 그거를 아는 입장에서는 둘 다죠. 하이닉스가 경영도 잘했고. 삼성은 경영을 못 했고 그게 다지 않을까요?"

    이런 결정을 이끈 사람은 당시 반도체 부문의 수장 김기남 전 부회장.

    그렇지만 내부에선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부회장이 핵심 조직인 사업지원TF를 이끌면서, 기술보다 비용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생긴 것도 영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손우목/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경영 출신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보니까 거의 기술력 바탕이기 보다 그런 쪽으로 좀 특화돼가지고 운영을 하다보니까 오히려 이제 기술력도 도태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외부에서 봤을 때는 뭔가 삼성전자가 이익이 높아지고 이런 부분들이 이제 보인다면 그거는 기술 개발로 인한 그거보다는 직원들을 쥐어짜서 만든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 이휘준 ▶

    이재용 회장 체제의 삼성전자가 출범한 지도 시간이 꽤 흐르지 않았습니까?

    삼성이 반도체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낯설기도 합니다.

    ◀ 임상재 ▶

    그런데 이런 모습은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통 시스템 반도체 업체는 설계를 하는 팹리스 업체, 위탁생산을 하는 파운드리 업체 이렇게 나뉘는데요.

    의욕적으로 파운드리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나지 않고 있습니다.

    ◀ VCR ▶

    삼성전자가 60조 원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에 짓고 있는 대규모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입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말이었던 가동 목표가 2026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이 공장에 파견됐던 삼성전자 직원들 중 일부는 한 달 전쯤 대거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엔비디아, AMD, 퀄컴, 애플 같은 이른바 '빅테크'들이 아직 주문을 한 건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세완/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먼저 미국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그런 기업에 더 앞으로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의 타일러 공장 건설이 자꾸 늦춰지는 것은 좋지 않은 영향을 주리라고 보여집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통상적인 인력 교체일 뿐이고, 고객사 요청으로 세부조정이 필요해 공장 가동을 2026년으로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스템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의 1위는 대만의 TSMC입니다.

    5년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운드리에서도 1위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점유율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위탁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여러 영역의 반도체에 손을 대고 있는 종합 반도체 기업입니다.

    반도체 생산은 매우 정밀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단 팹리스 업체 입장에선 자신들의 제품을 생산해온 TSMC에 일을 맡기는 것이 안정적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에서 수율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율이란, 웨이퍼 한 장에서 결함이 없는 합격품이 나오는 비율인데 3나노 이하 공정의 수율이 현재 20%도 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유재희/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TSMC하고 NVIDIA는 굉장히 일찍부터 협업을 해왔기 때문에 그 칩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굉장히 정교한 과정들이 필요하거든요. 만일에 삼성한테 맡겨서 뭐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엔비디아 입장에서 놓고 볼 때는 굉장히 타격이거든요."

    파운드리 부문 분사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최근 이재용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선을 그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에 동행한 이 회장은 로이터 통신에 "사업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면서 "분사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객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AI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에서 고전하는 사이, 압도적 1위를 지켜왔던 D램 분야에서도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8월 삼성전자보다 빨리 10나노급 6세대 D램을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TSMC하고 경쟁에서도 지금 따라잡아야 되니까… D램은 또 우수한 인력들을 파운드리 쪽으로 또 빼버리니까 D램에 또 R&D 능력이 떨어지는 거죠. R&D 능력이 그래서 이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다들 분석을 합니다."

    이렇게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삼성전자 내부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B (음성대역)]
    "그 방향성이 확실하게 우리는 A라는 곳으로 가고 있고 A라는 곳에서 이러한 골(목표)을 가지고 오래 갈 거다라는 거를 보여주고 그거에 대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다라고 확실한 디렉션(지시)을 주면은 좋은데 그거를 직원들한테 되게 좀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

    여기에 최근엔 반도체연구소를 개편해 연구개발인력을 사업부로 배치한다는 소문까지 퍼졌습니다.

    직원들에게 절박함을 가지고 노력해달라는 경영진의 호소는 냉소를 낳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원A]
    "근데 내부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글들을 봤을 때는 직원들은 '소통을 하겠다고 하지만 소통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초격차를 지향했고 인재 중심의 그런 경영을 했던 회사인데 인재 중심보다는 원가 절감 방식을 택했고…"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되는 주요 대학의 계약학과에서 지난 한 해만 24명이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도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삼성이 겪었던 총수 일가의 사법 리스크보다 더 큰 리스크가 앞에서 도사리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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