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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금투세의 좌절

[스트레이트] 금투세의 좌절
입력 2024-10-27 21:09 | 수정 2024-10-2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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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휘준 ▶

    다음으로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다시 불붙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논란을 짚어보겠습니다.

    임명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임 기자, 금투세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주장이 엇갈리고 있잖아요.

    ◀ 임명찬 ▶

    네, 금투세가 도입되면 증시가 폭락할 거다, 사모펀드에 혜택이 간다, 이런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팩트체크해봤습니다.

    ◀ VCR ▶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했습니다.

    들고 온 화두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였습니다.

    그러더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을 선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1월 2일)]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추진하겠습니다."

    5월엔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대만을 예로 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취임 2주년 기자회견, 5월 9일)]
    "대만 같은 경우는 금투세를 시행하겠다는 발표만 했다가 증시가 난리가 나고 막대한 자금 이탈이 돼서 결국 추진을 못 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 뒤, 그 전체 순이익에 매기는 새로운 세금제도입니다.

    논란은 국내 주식 부분에서 일어났습니다.

    지금까지는 국내 증시에서 돈을 벌었어도 대주주가 아니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1년에 5천만 원 넘게 벌면 세금을 내게 됩니다.

    세율은 양도소득이 3억 원 이하일 때 22%, 3억 원 초과일 때 27.5%입니다.

    [김유찬/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근로소득은 철저하게 과세하면서 자본소득, 자기가 몸을 바쳐서 일하는 그런 일이 아닌 그런 활동을 통해서 5천만 원이라는 큰 소득을 거둔 사람들에 대해서 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거는 굉장히 국가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죠. 경제적으로도 그게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는 없어요."

    수익률을 10%로 높게 잡아도 주식으로 1년에 5천만 원 넘게 벌려면, 5억 원 이상의 원금이 필요합니다.

    국내 주식투자자 1,400만 명 가운데 투자규모가 5억 원이 넘는 사람은 14만 명, 1%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금투세 반대론자들은 상위 1% 투자자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이 전체 내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절반 이상인데, 금투세를 도입하면 이른바 큰손이 국내 증시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겁니다.

    [☎정의정/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8월 7일)]
    "금투세 시행은 1%가 아니라 100%가 피해를 보는 구도입니다. 상위 큰 손 1%가 빠져나가면 작은 손 99%는 하락 쓰나미를 피할 수 없고 100만 원을 투자한 분들도 손실을 보게 됩니다."

    대만 사례가 언급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지난 1988년 대만 정부가 주식 투자 소득에 세금을 물리려 하자, 주가가 한 달 만에 30% 폭락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당시 대만 증시는 1년 사이 2배 이상 폭등할 만큼 과열된 상태였고, 금융 실명제도 없는 금융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지금 우리나라는 해외 주식 투자에 더 깐깐하게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외국 주식 같은 경우는 1년에 250만 원만 차익이 있어도 이 금투세를 내야 되는데, 국장(국내 주식시장) 같은 경우는 1년에 5천만 원까지는 세금이 없어서. 굉장히 작은 세금을 내기 싫어서 더 큰 세금을 내는 외국 장에 투자한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거죠."

    더구나 여당 내에선 큰 손이 떠나간다는 논리와, 큰 손이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혜택이 간다는 논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한동훈/국민의힘 당대표(9월 30일)]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사모펀드 가입자의 경우에 최대 49.5%의 세율에서 20% 세율로 절세가 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생깁니다. 혹시 이런 것 때문에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하지만 금투세 적용 대상인 개인 투자는 전체 사모펀드 투자 중 약 3%에 불과한데다, 그 중에서도 세금이 줄어드는 건 주식이 아닌 상품에 투자하고 배당 대신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실현한 이례적인 경우일 때나 가능합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실 (사모펀드) 대부분을 갖고 있는 게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기업이나 금융기관 같은 경우에는 금투세와 상관없이 그 이전 금투세 도입 전후와 아무 변화 없이 법인세를 내요. 금투세 도입 때문에 변화를 겪는 건 주식형 사모펀드밖에 없어요. 근데 주식형 사모펀드가 유리해지는 게 아니고 불리해지는 거예요."

    금투세 도입의 충격을 예상해보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에서 파생상품 양도소득세의 영향을 실증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세율 인상 발표 시점에는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하락하고 지수는 상승했다가, 새로운 세율을 적용한 이후 원래 상태를 회복했고 과세대상이 늘어났을 때에는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반등했고, 지수는 감소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양도소득세 부과는 단 한 번의 가격 하락은 유발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반드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김유찬/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오히려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그때 기재부하고 같이, 기재부가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같이 연구한 거거든요. 그리고 이것이 실행 단계에서 문제가 있느냐 하는 것도 다 체크했어요. 그러니까 결국 그때 검토한 거는 아무 문제 없는 걸로 나온 거예요."

    실제로 대만과 달리 일본은 비슷한 시기 주식 양도소득세를 성공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가운데 상당수 국가가 주식 투자에서 발생한 이득에 세금을 물립니다.

    '글로벌 스탠더드' 역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에 가까운 셈입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국, 홍콩, 대만 이런 데를 제외하고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확실한 거고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원칙은 OECD 국가들 대부분은 이미 다 시행하고 있습니다."

    ◀ 이휘준 ▶

    해외 주식 투자에는 지금도 양도세가 붙잖아요.

    그런데도 해외 증시 투자가 늘고 있다는 건 비과세여도 한국 증시의 수익률이 저조하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있다는 뜻 같습니다.

    ◀ 임명찬 ▶

    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장부상 순자산 가치와 주식 가격을 비교하는 지표인 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는데요.

    정작 정치권의 논의는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VCR ▶

    금투세 도입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결정됐습니다.

    [홍남기/당시 경제부총리(2020년 6월 25일)]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하여 2022년부터 적용해 나가고자 합니다. 즉,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하나로 묶어 동일한 세율로 과세하고."

    원래 작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2022년 말 여야 합의로 시행이 2년 유예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윤 대통령의 폐지 추진 선언 이후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총선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한동훈/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3월 2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국민의 자산 형성과 자본시장 활성화에 큰 영향을 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졸속 통과시킨 법안을 그대로 시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투세 관련 법안은 지난 2020년 말, 여야 합의로 통과됐습니다.

    [윤후덕/당시 국회 기재위원장(기재위 전체회의, 2020년 11월 30일)]
    "위원님들의 의견을 반영한 위원회 대안을 의사일정 제31항으로서 부대의견을 첨부하여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 예.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박병석/당시 국회의장(국회 본회의, 2020년 12월 2일)]
    "재석 274인 중 찬성 236인, 반대 24인, 기권 14인으로서…"

    주식 양도소득세 강화는 정권과 상관없이 일관된 흐름이었습니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기재부는 '공평 과세'를 내세우며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의 범위를 늘렸습니다.

    관련 내용을 설명한 사람은 최상목 당시 기재부 1차관.

    바로 현재 윤석열 정부 경제부총리입니다.

    [최상목/당시 기재부 1차관· 현 경제부총리(2016년 7월 25일)]
    "세금을 공평하게 과세하고 세원 투명성도 높이겠습니다. 주식 양도소득이 과세되는 상장법인 대주주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019년 대표 발의한 증권거래세법 폐지법률안.

    주식, 펀드, 채권 등의 손익을 통산한 뒤 양도소득세를 부과해 과세체계를 일원화, 합리화하고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금투세 도입 취지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현재 입장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최상목/경제부총리(8월 27일)]
    "당초에 저희가 설계했을 때는 그런 게 그 당시에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봤을 때 적어도 우리 자본시장이 여러 가지 취약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 크다라는 판단을 저희가 했기 때문에 폐지하자고 저희가 주장을 하는 거고요."

    [추경호/국민의힘 원내대표(9월 5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청년과 중산층이 부를 형성할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금투세 폐지 결정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민주당도 입장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공약을 비판했습니다.

    [이재명/당시 대선 후보(대선 TV토론회, 2022년 2월 3일)]
    "양도세는 1% 이상 10억 이상 대주주들이 대상이고, 증권거래세는 개미들이 대상인데 개미한테 부담시키고 대주주들 면제해 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올여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7월 10일)]
    "전 세계에서 주가지수가 떨어지는 정말로 몇 안 되는 나라가 됐죠. 이런 상태에서 '금투세'라고 하는 거를 그냥 예정대로 하는 게 정말로 맞냐."

    이후 찬반을 나눠 공개토론까지 했습니다.

    [이강일/더불어민주당 의원(9월 24일)]
    "금투세법 통과된 지 4년 지났습니다. 두 번 유예했습니다. 증시 단단해졌어요? 그런데 또 미루자고요? 선거도 없는 이때 선거를 의식하고 미룬다고요? 그럼 언제 하지요?"

    [이연희/더불어민주당 의원(9월 24일)]
    "우리에게도 종합부동산세 공시지가 현실화 등 뼈아픈 과세 정책의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과세 정책으로 우리가 얻은 결과가 무엇이었습니까? 대선 패배였습니다."

    여야 모두 표 때문에 중요한 세금 정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신승근/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정치인들이 자기 이익을 계산해서 그런다니까요. 이렇게 하면 지지율이 올라갈 거다. 두 달 있으면 시행될 제도를 굳이 끄집어내서 자기한테 어떻게 하면 유리하게 만들까 이 논의를 하고 있는 거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는 순항을 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증시만 역주행을 하고 있는 상황.

    실증 분석을 해보면 양도세가 아니라 주주 환원 결여, 수익성, 성장성 부족, 그리고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상복/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배주주의 이익만 고려해요 한국의 기업들은. 소액 주주도 같은 주주입니다. 그리고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10%도 안 돼요. 지배구조 개선이 안 되는 거야.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한 날 윤 대통령은 소액 주주를 위한 상법 개정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1월 2일)]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 역시 추진할 것입니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특정 주주에게 피해가 가도 회사를 위한 결정이면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소액 주주 외면에 면죄부를 주는 조항이라고 지적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충실의무 조항에 '주주'와 관련된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상법 개정의 핵심 쟁점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후 9개월 넘게 지났는데도 정부의 안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인들과 여당 지도부가 만난 자리에선 상법 개정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김상훈/국민의힘 정책위의장(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 10월 21일)]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을 어떻게 다 충실하게 할 수 있냐는 이 논리적 모순을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정부 측하고 이야기해서 좋은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금투세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확정하지 않은 민주당은 최근에서야 상법 개정안을 한 묶음으로 논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종면/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10월 4일)]
    "정부 여당과의 협상을 해야 되고 그걸 돌파해야 되는데, 그런데 그걸 빨리 결론을 내버리고, 그것도 (금투세) 유예나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버리면 상법 개정 추진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이런 논거가 있었고요."

    [이창민/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제 중장기 한국의 정책의 신뢰도를 더 떨어뜨려가지고요.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렇게 보겠죠. '아 한국이란 나라는 10년에 걸쳐 고안한 세금도 이렇게 해서 몇 명이 이렇게 반대를 하면 그거에 흔들려서 폐지하는 나라구나.' '이 나라의 정책은 뭐가 나온다고 그럴 때 믿을 수가 없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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