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5시 뉴스
기자이미지 곽승규

[스트레이트] 수렁에 빠진 자영업자

[스트레이트] 수렁에 빠진 자영업자
입력 2024-11-10 21:10 | 수정 2024-11-10 21:35
재생목록
    ■ 재주는 곰이, 돈은 다른 사람이

    ◀ 이휘준 ▶

    다음으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자영업자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곽승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곽 기자,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보다 더 힘들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습니다.

    ◀ 곽승규 ▶

    네, 왜 자영업자들이 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돈은 제대로 벌지 못하고 있는 건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알아봤습니다.

    ◀ VCR ▶

    7년째 굽네치킨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피세준 씨.

    아르바이트 직원 한 명과 휴일도 없이 일합니다.

    [피세준/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장]
    "저는 한 13시간~14시간 보통 해요. 보통. 새벽까지 하니까. <안 피곤하세요?> 지금은 생존이에요. 생존을 하고 있는 거예요. 생계가 아닌 생존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배민 원!"

    인기 메뉴의 가격은 19,900원.

    '배달의 민족' 유료 회원은 할인을 받아 배달비 없이 18,900원에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점주가 실제로 정산받는 돈은 13,132원입니다.

    순식간에 6천7백 원, 30%가 넘게 빠져나갑니다.

    배달비 3,400원에 중개 이용료, 결제 정산 수수료, 그리고 고객 할인 비용까지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피세준/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장]
    "30%. 이게 그냥 없어지는 거예요. 무료 배달을 하면서 매출은 똑같거나 늘었지만, 몸은 힘들고 마진이 없는 거예요."

    남은 13,132원에서도 비용은 계속 빠져나갑니다.

    핵심 원재료인 닭값을 포함해, 포장 용기와 같은 부자재비용, 여기에 아르바이트 직원 인건비와 월세, 전기, 수도요금같은 공과금까지 제하면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아 남는 돈은 1천 원에서 2천 원 사이입니다.

    즉, 점주 몫은 10%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본인의 인건비는 고려하지도 않은 수치입니다.

    [피세준/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장]
    "소위 말해서 많은 분들이 ‘버티자’. 왜냐하면 희망 고문을 당하는 거는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나빠지진 않지 않느냐' 이런 실정으로 버티고..."

    프랜차이즈 자영업자가 본사와 배달 플랫폼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사이, 적자였던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의 영업 이익은 2022년 4천2백억 원에서 2023년 7천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함윤식/우아한형제들 부사장 (국회 정무위, 10월 21일)]
    "그 배당과 관련해서 한 말씀 드린다면 저희가 사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해외 투자를 받아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한 기업인데 해외가 투자를 할 때 그런."

    흑자전환에 성공한 지난 2022년.

    배달의 민족은 주문당 1천 원이었던 '배민 배달' 중개수수료를 주문 금액의 6.8%씩 받는 정률제로 바꾸고, '배민 배달'의 단건 배달비도 5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렸습니다.

    [윤한홍/국민의힘 정무위원장·국민의힘 의원 (국회 정무위, 10월 21일)]
    "그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 들어가 보면 자기 자회사에게 배달을 줄 수,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화면을 그렇게 구성을 해놨어요. 유인해 놓은 거예요. 네? 다 갑니다. 그러면 이게 배달 몰아주기 아니에요?"

    [한기정/공정거래위원장]
    "그 부분은 확인해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보겠습니다."

    이에 대해 '우아한 형제들' 측은 '더 정확한 배달 품질'을 위해 프리랜서인 배달원에 대한 호출 및 동선 관리를 직접 수행하는 것일 뿐 '배민 배달'은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여기에 최근 배달 앱들은 월 회비를 내면 무료 배달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가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요기요와 쿠팡이츠에 이어 배달의 민족도 중개수수료를 최고 9%대로 인상했습니다.

    지난 7월 출범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3개월 넘게 수수료율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
    "그게 이제 말은 무료 배달이지만 사실상 그 부담이 자영업자들이 결국에는 다 부담을 해야 되는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게 결국에는 또다시 음식값 인상으로 올라가거든요. 결국에는 점주도 피해, 그다음에 라이더도 피해, 그다음에 소비자도 피해를 보고 이익은 오로지 ‘배민(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같은 배달 앱들만 가져가는 지금 이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굽네치킨의 본사인 지앤푸드는 어떨까.

    최근 3년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영업 이익은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더 들여다보면 이익이 늘어난 곳들이 있습니다.

    굽네치킨의 주재료인 닭과 부산물은 플러스원이라는 업체가 도축을 한 뒤 유통업체인 크레치코를 통해 지앤푸드로 납품됩니다.

    플러스원의 영업 이익은 2022년부터 30억 원 대로 뛰었고 크레치코 역시 2021년에는 적자를 봤다가 2022년부터 매출과 영업 이익이 꾸준히 늘었습니다.

    닭값이 불안정하던 2022년 6월, 본사가 원재료 공급가 결정 방식을 고정가격제에서 시세에 따른 변동가격제로 바꾸면서 2022년 3월 6,215원이었던 부분육 가격은 지난 8월 말 기준 9,365원까지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인기 메뉴 가격은 18,000원에서 19,900원으로 1,900원 올랐는데 원재룟값은 3천 원 이상 오른 겁니다.

    굽네치킨은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2005년 동생과 공동창업한 프랜차이즈입니다.

    홍 수석은 도축 업체 플러스원의 지분 98.4%를 소유하고 있고, 유통업체인 크레치코는 홍 수석의 세 자녀가, 본사인 지앤푸드는 홍 수석의 동생 홍경호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홍 수석 일가는 지난해 플러스원에서 7억 원의 배당을 받고 45억 원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현정/더불어민주당 의원 - 한기정/공정거래위원장 (국회 정무위, 10월 21일)]
    "이 내용은 전형적인 편법적 경영권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전형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관계를 확인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굽네치킨은 "다른 브랜드들은 이미 변동가격제를 적용 하고 있었으며, 현재 생닭 시세도 최근 3년간 최저가격으로 떨어져 변동제로 인해 가맹점 수익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선 "굽네는 홍경호 회장이 최대 주주이며, 홍철호 수석과는 지분 관계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플러스원은 45억 원의 대여금은 신규사업 투자금이고, 사업이 개시되면 곧 상환될 자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기업분석연구소가 주요 프랜차이즈 128곳의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최근 3년간 가맹본사의 매출액은 32.2%, 영업이익은 77.8%가 늘었습니다.

    그러나 가맹점 평균 매출은 7.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우석진/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이제 다른 사람이 벌어간다’ 뭐 이런 그런 표현도 있잖아요. 가맹점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그 잉여를 본사에서 가져가는 이런 계약들이 좀 만들어질 수가 있고 이런 것들은 이제 우리 법률과 제도, 제도로서 강하게 보호를 할 필요가 있거든요."


    ■ 번지는 위기

    ◀ 이휘준 ▶

    통계로도 자영업자의 심각한 상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 곽승규 ▶

    네, 전체 자영업자의 75% 정도는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고 있고 소득이 '0'원이라고 신고한 자영업자도 95만 명에 달합니다.

    ◀ 이휘준 ▶

    더구나 영세 자영업자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 곽승규 ▶

    시장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상대적으로 큰 매장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에게도 시련이 닥치고 있습니다.

    ◀ VCR ▶

    지난달 21일 국정감사.

    아디다스 코리아의 피터 곽 대표가 영어로 발언을 하자,

    [피터 곽/아디다스코리아 대표 (국회 정무위, 10월 21일)]
    "존경하는 의원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신장식/조국혁신당 의원 (국회 정무위, 10월 21일)]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쇼야 쇼."

    [강민국/국민의힘 의원 (국회 정무위, 10월 21일)]
    "국감을, 국정감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나 의도가 아닌가라는."

    의원들이 화내는 이유, 작년에는 협의 하에 유창한 한국어로 답했기 때문입니다.

    [피터 곽/아디다스코리아 대표 (국회 정무위, 2023년 10월 16일)]
    "본사에서 생각하기에는 좀 시급한 문제이고, 이런 거를 우리가 당연히 점장들을 배려를 하면서 구조조정이 좀 필요하다."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있는 곽 대표는 소통을 더 잘해보려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피터 곽/아디다스코리아 대표 (국회 정무위, 10월 21일)]
    "제가 한국말 못한다는 얘기는 절대로 안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설명하는 게 좀 부족할 것 같아서 많은 걱정이 있었고."

    아디다스 코리아는 왜 2년 연속 국정감사의 대상이 된 걸까.

    2년 전, 인기 KPOP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신어 화제가 된 아디다스의 신발입니다.

    정가 10만 원짜리 신발이 중고시장에서 60만 원대에 거래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신발이 지난해 국정감사에 등장했습니다.

    [김정중/아디다스전국점주의회 회장 (국회 정무위, 2023년 10월 16일)]
    "이게 아디다스에서 팔고 있는 ‘삼바’라는 제품입니다. 인기 상품입니다. 이러한 인기 상품들은 현재 가맹점 자체에는 주지도 않고 본사 직영점 및 온라인몰에만 팔고 있습니다."

    발단은 지난 2022년 1월, 아디다스 코리아가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부터였습니다.

    점주 100여 명 중 '퓨처 파트너'로 선정되는 20명을 제외한 나머지에게는 2024년까지만 상품을 공급하고, 2025년에는 계약을 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강경희/아디다스 매장 점주]
    "‘설마 이렇게 하겠나’ 이런 정책을 해도 ‘설마’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지 이게 뭐 '진행이 될 것이다'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틀면서 주문을 받으면 가까운 영업점에서 상품을 배송해 매출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 운영도 본사가 배송까지 전부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 인기 제품들은 온라인과 본사 직영점 위주로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러닝 열풍 속에 아디다스 공식 앱에서 베스트셀러로 소개되고 있는 러닝화.

    일반 매장에 가보니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정태연/아디다스 매장 점주]
    "하루 오는 손님에 100이 있으면 90이 그런 인기 상품을 찾으러 오세요. 여기 매장에 오면 없다는 것을 아니까 점점 이제 기존에 오던 손님들도 끊기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죠."

    구조조정에 들어간 후 지난 2021년 69억 원이던 아디다스 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22년에 746억 원으로 10배 이상 수직 상승했습니다.

    반면 108명이던 아디다스 점주는 49명으로 줄어들었고, 7명은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내년 6월이면 아디다스 코리아가 제시한 유예기간 3년도 끝납니다.

    [민찬홍/아디다스 매장 점주]
    "저희가 이제 그나마 뭐 자연스럽게 없어지길 바라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지금. 그러니까 ‘너희들은 시간이 되면 어차피 나갈 사람들이니까 너희들이랑 대화할 이유가 없어’ 이런 상황인 거죠."

    지난해 국감 당시 아디다스 코리아는 점주들의 어려움을 잘 검토해 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화 한 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신장식/조국혁신당 의원 (국회 정무위, 10월 21일)]
    "한 차례 공문 보낸 거 말고 다른 상생 대화 관련된 게 있습니까?"
    [김정중/가맹점주협의회장]
    "아니요. 없었습니다."
    [신장식/조국혁신당 의원]
    "네. 곽근엽 증인, 왜 아무것도 안 하셨어요? 지난 1년간."
    [피터 곽/아디다스코리아 대표]
    "의원님, 자초지종은 그렇지 않습니다."

    점주들은 아디다스 코리아가 일방적 계약 해지 등을 금지한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공정위는 "본사의 대리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통제가 없어, 가맹 관계로 보기 어렵다"며 신고 내용을 심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디다스 코리아의 전직 영업 직원은 스트레이트에 본사가 매장 위치 선정이나 인테리어 등에도 관여해 왔다고 털어놨습니다.

    [전직 아디다스 직원]
    "'매장을 좀 확장해서 다른 브랜드같이 좀 크게 가졌으면 좋겠다.' 또 전국적으로 지금 그렇게 또 진행을 하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저희들이 계속 푸시를 한 거죠."

    국회에서 논란이 되자 공정위는 뒤늦게, 관련 법 위반 여부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한기정/공정거래위원장 (국회 정무위, 10월 25일)]
    "의원님 말씀하신 이 사안은 이번에 서울사무소에서 본부로 이관을 했습니다."

    아디다스 코리아는 점주들과 가맹계약이 아닌 대리점 계약을 맺었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도모한 것이지 강요나 통제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인기 상품은 한국에 들어오는 물량 자체가 적어 점주들에게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내수 침체와 고금리.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업체들의 등장.

    여기에 온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 변화까지.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90만 명이 넘는 걸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의 사업자대출 연체액은 10조 8천억 원에 달합니다.

    모두 역대 최대입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
    "그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있고, 그다음에 그 가게가 유지되기 위해서도 거기다 물건을 납품하는 납품업체들도 있거든요. 대리점이라든지 또는 운송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의 일자리도 있고. 그러면 가게 하나가 망한다는 건 사실 그 가게 하나가 망하는 게 아니고 그 지역의 경제가 통째로 무너진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 이휘준 ▶

    이번 정부의 1호 국정 과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과 도약'이었습니다.

    오늘은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날입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