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백해룡 경정에게 전화했던 조병노 당시 서울경찰청 경무관도 단지 세관 직원 연루 여부가 브리핑에 포함되는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조병노/경무관(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 2024년 8월 20일)]
″인천공항 세관장이 국정감사 대비를 위해서 업무 협조 요청이 왔고 언론브리핑 내용 중에 ′세관 직원 언급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부탁이 와서‥″
조 경무관은 또, 오히려 백해룡 경정이 먼저 전화해 두 번째 통화를 하게 됐고, 백 경정이 통화내용을 의도적으로 녹취했다고 스트레이트에 알려왔습니다.
수상한 분위기는 검찰 쪽에서도 감지됐습니다.
이 무렵 해당 마약 사건 수사를 담당하던 서울 남부지검 마약 담당 검사들이 일제히 인사조치됐습니다.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 2024년 8월 20일)]
″<‘대검에서 엄청 깨졌다’고 전화를 했다고 했는데 맞습니까?>′세관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깨졌다′고 저는 그렇게 이해를 했습니다.
영등포서 수사팀은 이후,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피의자로 지목된 세관 직원들의 계좌와 휴대전화, 공항 CCTV들을 확보하려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서울 남부지검에서 반려됐습니다.
[이창민/변호사·백해룡 경정 법률대리인]
″세관 피의자들은 그사이에 수차례 휴대폰을 초기화해서 관세청장은 휴대폰을 세 차례나 바꿨어요. 그다음에 나중에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가 돼서 CCTV를 확보를 했는데 이미 보존기간이 도과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거죠.″
[양부남/전 검사·더불어민주당 의원]
″책상 5개면 컴퓨터가 5개가 있겠지. ′어느 컴퓨터인지 특정이 안 됐다′라고 영장을 기각합니다.″
영장을 다시 신청해 집행했을 때, 마약 조직원을 도왔다고 지목된 한 세관 직원은 휴대전화 유심칩을 3개나 쓰고 있었습니다.
[백해룡/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저는 공무원이 유심칩을 3개 쓰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전화를 3개 쓰고 있다는 얘기인데 유심칩 2개는 통화용으로 쓰는 게 아니고 데이터용으로 쓴단 말이에요. 얼마나 이상해요.″
그리고 인천지검.
6개월 이상 앞선 2023년 2월 검찰은 인천공항을 통한 같은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 조직을 적발하고도 공범들을 출국 금지하지 않았습니다.
[백해룡/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MBC 라디오 ‘뉴스하이킥’, 6월 24일)]
″말레이시아에서 23년 2월 5일 날 한 명이 검거되고 3명이 도망가서 공항이 난리가 났잖아요. 그런데 검찰에서 3명 도망간 사람들을 출국금지를 안 시키고 안전하게 내보내 줍니다.″
당시 인천지검장은 최근 사퇴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었습니다.
[김희준/변호사(전직 마약 수사 검사)]
″′어떤 진술이 있었다′ 그러면 그 진술을 토대로 해가지고 수사를 계속해 보는 것이 정상적인 수사 방법이죠. 그게 전형적인 마약 수사 방법이에요. 그런데 만약에 이제 그걸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스트레이트는 먼저,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을 수사하던 서울 남부지검 마약 팀 검사들이 왜 인사조치됐는지 대검찰청에 물었습니다.
대검 측은 정기적인 인사 발령이었을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인천지검이 왜 말레이시아 공범들을 출국 금지하지 않았는지도 질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검 측은 ″해당 수사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며 ″의혹과 관련해 합동수사팀에서 전면 조사 중″이라고만 답했습니다.
백해룡 경정은 지난해 7월 좌천성 발령을 받으면서 수사지휘 선상에서 배제됐습니다.
용산이 불편해한다며 압력을 넣었다고 지목된 경찰서장은 서장 부임 6개월 만에 용산 대통령실로 옮겼고, 지난 2월엔 경무관으로 승진했습니다.
■ 또 언급된 ′그 이름′
◀ 이휘준 ▶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에서 마약 수사를 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참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이 사건에서 ′용산′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는 김건희 여사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어요.
◀ 김태윤 ▶
네 그렇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수사팀에 의심스런 전화를 건 고위 경찰관 때문인데요.
여기엔 김건희 여사와 잘 아는 사이이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이었던 인물이 등장하고요.
또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의혹에 등장했던 단체 대화방도 다시 나옵니다.
◀ VCR ▶
영등포 경찰서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세관 공무원 연루 의혹에 대해 물었던 조병노 경무관.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자신이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될 조짐이 보이자, 막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조병노 경무관 - 백해룡 경정 통화(2023년 11월 14일)]
″이번에 서울청 생안부장하다가 승진이 안되고 그래서 이번에 마지막으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게 언론 보도 나면 이 기회마저 정말 어려울 것 같아서 정말 다급한 심정으로‥″
하지만 조 경무관의 전화 내용은 언론 보도로 알려졌고,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조 경무관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감찰 끝에 경찰청은 부적절한 행위가 인정된다며 감봉 등의 징계를 내려달라는 요청과 함께 조 경무관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넉 달 뒤 인사혁신처의 결론은 불문, 즉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5년간 중앙징계위에 넘겨진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 33명 중 징계를 피해 간 사람은 조 경무관이 유일했습니다.
[윤건영/더불어민주당 의원]
″말 그대로 ′불문′ 경고에 붙여졌는데요. 이 또한 보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즉, 경찰 간부인 조병노 씨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 누군가 봐줬다.″
누군가 뒤에서 봐준 게 아닌가.
이런 의심이 들게 한 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한 인물이 조 경무관의 이름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 전 대표가 조병노 경무관의 승진을 돕겠다는 녹취가 나온 겁니다.
[이종호/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 김규현/변호사 통화(2023년 8월 9일)]
″하여간 좀 있어봐. 내가 그것도 하고 오늘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병노</strong> 건도 연락이 와가지고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병노</strong> 것도 오늘 저녁때 되면 연락 올 거야.<그게 누구였죠?><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조병노</strong> 서울 치안감. 별 두 개 다는 거 아마 전화 오는데 별 두 개 달아줄 것 같아.<예, 알겠습니다.>그래도 또 우리가 또 그 정도는 주변에 데리고 있어야 되지 않냐?″
해병대 채상병 사건 당시 임성근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으로 유명해진 이른바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
이 대화방 멤버였던 이 전 대표는 임성근 사단장의 구명을 위해 VIP 쪽에 얘기해보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종호/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 김규현/변호사 통화(2023년 8월 9일)]
″그래서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임성근 사단장)사표 내지 마라″ 왜 그러냐면 이번에 아마 내년쯤에 발표할 거거든 해병대 별 4개 만들 거거든.″
대체 이종호 전 대표와 조병노 경무관은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이 전 대표는 자신은 조 경무관을 모른다며 ′멋쟁 해병′ 대화방 다른 멤버에게 그 이름을 들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종호/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2024년 7월 10일)]
″자기네들이 좋은 사이니까 ‘진급시켜야 된다’ 이런 얘기를 사적으로 할 수 있잖아요.″
스트레이트는 이종호 씨가 자신에게 조 경무관 이름을 알려줬다는 대화방 멤버 송 모 씨에게 연락했습니다.
송씨는 이종호 씨의 해명이 맞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조 경무관 역시 이종호 전 대표를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 조병노/경무관(국회, 2024년 7월 29일)]
″최 모 경위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종호 대표나 송 모 전 경호처 직원이랑 소통하신 적 있으십니까?<없습니다.>없습니까? 확실히 없습니까?<없습니다.>″
조 경무관은 지난 2022년, 윤석열 정권 인수위원회에서 약 3주간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종호 전 대표가 추천했다는 설도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당사자들의 해명에도 여전히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김규현/변호사]
″이종호가 조병노를 아예 모른다면 그 사람을 별을 두 개를 달아주니 뭐 하느니 하는 이야기 자체를 할 이유가 없잖아요.″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팀은 최근 공수처로부터 ′임성근·조병노 구명 로비 의혹′ 관련 사건 자료를 확보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정권 교체 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한 상설특검 필요성을 언급 한 지 3일 만에 대검찰청은 뒤늦게 합동수사팀을 모든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충격적인 내용의 진술과 전 정권 최고 권력의 개입 의혹.
그 실체를 얼마나 밝혀낼 수 있을지, 합동수사팀과 김건희 특검의 수사를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