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 움직인 '윗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 채 20일도 되지 않은 지난 2022년 3월 29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 업체로 선정된 2개 회사가 국토교통부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날,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 팀장, 용역 계약을 맺은 두 회사의 대표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불과 엿새 뒤, 두 용역 업체는 종점 변경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용역조사 착수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또 그로부터 일주일 뒤 기존 노선과 전혀 다른 노선, 즉 김건희 일가의 땅이 몰려 있는 강상면 쪽으로 바뀐 노선을 제시합니다.
2017년 국책사업으로 선정됐고,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했던 2조 원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윤석열 후보 당선 직후, 즉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부터 갑자기 뒤집히기 시작한 겁니다.
과연 누가, 누구의 지시로 움직인 걸까.
[안진걸/민생경제연구소장]
"인수위의 실력자 누군가와 또는 국토부의 실력자 또는 담당 간부 누군가가 용역업체의 종점 변경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런 거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임명찬 기자 ▶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공식 발표된 건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1년 뒤였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윤석열 당선인 시절, 그러니까 당선은 됐지만 아직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부터, 그것도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노선변경이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검이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불과 2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
국토교통부가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던 상황이 적시돼 있었습니다.
■ '尹 당선' 19일 만에‥국토부가 움직였다
2022년 3월 29일,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불과 19일 만인 그날.
고속도로 건설 담당 부서인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 김호 팀장 그리고 양평고속도로 건설 타당성 용역 조사를 맡은 경동엔지니어링의 강모 회장, 그리고 동해종합기술 김 모 대표가 만났습니다.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민중기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 내용에 따르면, 세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국토부 김 팀장은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양평고속도로 기존 노선, 즉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이 아닌,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새 노선을 최적의 노선인 것처럼 대안으로 제시해 주면 용역 계약 수행의 편의를 봐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검은 또, 두 용역업체의 강모 회장과 김 모 대표가 국토부 김 팀장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영장에 적었습니다.
이후 경동의 강모 회장은 부하직원인 허 모 전무와 김 모 상무에게, 동해의 김 대표는 이 모 부사장과 문 모 전무에게, 각각 원안인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이 더 우수하다는 조사 결과를 만들도록 지시했다고 영장에 적시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용역계약이 체결된 지 불과 10여 일 뒤인 4월 11일.
이날 작성된 용역 보고서에는 양평고속도로 종점을 '강상면'으로 하는 노선 변경안이 제시됐습니다.
강상면은 김건희 씨 일가가 보유한 20개 필지, 3만 4천여 제곱미터 규모의 땅이 있는 곳입니다.
변경안을 제시하기 전까지 용역업체는 현장조사를 단 한 차례 한 게 전부였습니다.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김수현/경동엔지니어링 상무(국회 국토위, 2023년 10월 12일)]
<그전까지 현장을 몇 번 가셨습니까?>
"4월 6일 한 번 갔고요, 4월 22일 날 사진 촬영하고 드론 촬영 때문에 한 번 갔습니다."
스트레이트는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종점 변경을 제안한 사람으로 지목된 당시 국토부 김 팀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김 팀장은 현재 원주국토관리청 국장으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원주국토관리청 관계자]
<도로관리 국장님 뵈러 왔는데. MBC에서 왔습니다.>
"잠깐 계시겠어요? 연락 주신다고 해가지고."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갑자기 출장 중이라 만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원주국토관리청 관계자]
"출장 중이시라고 그러시고요. 일단은 약속을 잡고 오는 게 나으실 것 같고…"
당시 김 팀장으로부터 노선 변경 제안을 받았다는 경동엔지니어링 강모 회장도 찾아가 봤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경동엔지니어링 강 회장 가족]
"우리는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설계해 달래서 설계해 줬는데 이렇게 복잡하네요. 무슨 뭐 그 사람을 아는 것도 아니고 김건희가 거기 땅이 있는 것도 모르고…"
동해종합기술 김 대표 역시 취재진과의 만남을 피했습니다.
[동해종합기술공사 관계자]
<김00 대표님 안에 계시는데 잠깐 얼굴 좀 뵐 수 없을까요?>
"네, 안 됩니다. 수사가 끝나야 되는 거지, 지금도 하고 있는데 회사 와서 만나볼 수 없죠. 더구나 피의자라고 하시는데 그분이 지금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세 사람은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민중기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29일.
윤석열 당선인 시절이었는데도 국토부 공무원이 먼저 움직였다면 누구의 지시였을까?
당선 이후 취임일인 5월 10일까지는 정권인수위원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원희룡 전 장관이었습니다.
원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뒤, 노선 변경 발표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양평군이 먼저 요청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원희룡/당시 국토부 장관(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3년 7월 7일)]
"이것은 양평군 지역사회의 일치된 의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2022년 7월, 국토부가 노선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자 양평군은 기존 원안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해 문건으로 회신했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자 원 전 장관은 용역업체가 노선 변경안을 먼저 제안했다는 취지로 해명합니다.
[원희룡/당시 국토부 장관(유튜브 '원희룡TV', 2023년 7월 12일)]
"그래서 양평군민들의 절대적인 요구를 반영을 해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받은 이 전문 과학 기술자들이 노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금 문제가 되는 대안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용역조사를 했던 업체도 국토부와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상화/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국토부 기자간담회, 2023년 7월 13일)]
<국토부의 의견 교환이 전혀 없었던 건지?>
"그런 의견은 없었고요. 저희가 이제 그런 의견을 받을 필요도 없고요. 우리는 이제 기술적으로 검토를 한 겁니다."
하지만 최근 국토부와 용역 업체를 압수수색했던 특검의 영장에 따르면, 특검은 원 전 장관과 용역업체의 해명을 모두 거짓으로 판단한 겁니다.
스트레이트는 인수위원회 시절, 국토부에 노선 변경을 지시했는지 묻기 위해 원 전 장관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2018년까지 양평군수를 지낸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
정권 인수위 시절엔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양평군청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군수에 이어 국회의원까지 된 인물로 김건희 씨 일가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씨 일가가 보유한 양평고속도로 종점 부근 땅이 개발이 불가능한 농림지역에서 개발 가능한 보전관리지역으로 바뀐 시점도 김 의원이 양평군수로 있을 때입니다.
[여현정/더불어민주당 양평군의원]
"김건희 씨의 부친이 양평군에서 산림과 공무원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때부터 김선교 의원은 최은순 씨를 도우면서 또 이제 인연이 되고 또 많은 협조가 있었던 것으로 지금 양평군에서는 알려져 있습니다."
김 의원이 군수이던 지난 2018년 양평군에서 내놓은 2030 양평군 기본계획.
이중 교통계획 항목엔 종점을 강상면으로 설정한 양평고속도로 노선이 소개돼 있습니다.
특검은 김 의원이 군수 시절 이미 검토했던 강상면 종점 안으로 노선 변경을 요청한 건 아닌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김선교/국민의힘 의원]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원희룡 전 장관하고 고속도로 변경 관련해서 소통하신 적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그럼 김건희 여사나 김건희 여사 일가와 관련해서도 양평 고속도로 관련해서 얘기한 적 전혀 없으세요?>
"……"
예비타당성 조사만 2년이 걸렸던 고속도로 노선 원안을 용역업체가 채 보름도 안 돼 뒤집는다는 건 국토부의 사전 지시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한문도/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
"기본적으로 원안과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사하는 데만도 시간이 제대로 하면 6개월 1년도 걸리거든요. 이거는 사실 공무원 사회나 또 건설 계통 또 이쪽 고속도로 공사 관계자 전문가분들한테 여쭤보셔도 이거는 사실은 '정상적이지 않다'라고 다 말씀하실 겁니다."
◀ 임명찬 기자 ▶
적어도 국토부가 윤석열 당선인 시절부터 노선 변경을 추진했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입니다.
그리고 더 확실한 건 국토부가 자체 판단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점일 겁니다.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 하겠습니다. 자, 이재명 대표! 민주당 간판 걸고 붙읍시다!"
김건희 일가를 위한 특혜라는 의혹이 커지자 당시 국토부 장관은 이렇게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변경된 노선대로 고속도로가 건설될 경우 김건희 일가가 얼마나 이익을 보게 되는지 현장 취재를 통해 따져봤습니다.
■ 변경됐으면 '60억' 이익?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숲으로 우거진 산 한가운데 파란 지붕의 건물이 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허름한 창고가 보입니다.
김씨 일가는 이 창고를 비롯해 일대에 모두 17필지, 7227평, 23,890제곱미터의 땅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공시지가로만 약 18억 원에 달합니다.
인근 부동산을 찾아가 봤습니다.
고속도로가 건설된다면 토지보상을 받는 방법으로 충분히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A씨/인근 공인중개사]
"만약에 이쪽으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했다' 하면은 보상 아니에요? 그쪽 토지 땅으로. 그거 말고 또 다른 게 있나?"
실제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양평고속도로 강상면 노선과 김씨 일가가 소유한 땅을 겹쳐 보면, 고속도로가 김씨 일가 땅의 진출입로를 막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현행법상 토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김씨 일가는 지난 2005년 중부내륙고속도로 건설 당시 토지가 수용되면서 보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양평고속도로 종점이 변경돼 김씨 일가 땅을 전부 보상받게 됐을 경우,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감정평가법인에 문의했습니다.
공시지가는 18억 상당이었지만, 실제 보상액은 이보다 훨씬 많은 34억 원가량인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개발이 불가능했던 농림지역에서 주택 신축이 가능한 보전관리지역으로, 이미 용도 변경까지 완료해 놓은 터라 보상 액수가 더 커진 겁니다.
[B씨/인근 공인중개사]
"이 주변은 다 이게 농림지역이에요. 농림지역이라는 거는 일단 일반인들이 건축 행위가 안 되는 땅이에요. 근데 여기(김 여사 일가 땅)는 풀렸더라고. 하여간 어떤 손을 써서 풀었던 것 같아요. 군청에서 풀어줬겠죠."
인근에 위치한 김씨 일가의 또 다른 땅.
3천2백여 평 약 1만 제곱미터 규모의 이 땅은 양평고속도로 강상면 종점 예정지 인근 땅과 직선거리로 불과 8백여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평지인 데다, 남한강을 앞에 두고 있어 고속도로가 개통될 경우 개발 요지로 꼽혔습니다.
주변 시세를 토대로 추정한 이 땅의 시가는 14억 원가량.
부동산 관계자들은 고속도로가 개통된다면 최소 2배 이상의 차익은 거둘 수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과, 그리고 개발 이익을 감안하면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으로 김건희 씨 일가가 강상면 땅에서 볼 수 있는 이익만 60억 원 이상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이소영/더불어민주당 의원]
"첫 번째로는 토지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할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입지 규제를 해소하고 그 땅을 개발하면 또 개발 이익도 엄청날 수밖에 없고 또 상속받은 별로 재산적 가치가 없는 땅을 또 잔여지로 보상받으면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렇게, 노선이 변경되면 김건희 일가가 큰 이익을 본다는 건 확실해 보이지만 고속도로를 이용할 국민들에게 어떤 편의와 혜택이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이 거셌습니다.
상습 정체구간인 두물머리 지역과 더 멀어지면서, 당초 양평 고속도로 건설 목적과도 맞지 않다는 비판이었습니다.
그러자 국토부가 비판의견을 낸 전문가들을 접촉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실명으로 노선 변경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이찬우 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 회장.
국토부 미래전략담당관실 과장이 직접 찾아왔다고 합니다.
국토부가 노선을 변경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변경 노선의 사업비 검증용역을 '공식'이 아닌 '비공식'으로 맡아보라고 제안했습니다.
[김00/국토부 미래전략담당관]
"회장님이 빅마우스니까 저희가 또 회장님 찾아뵙고 설명 드리고… 동해(종합기술)에서 뽑은 사업비에 대해서 도로공사가 다시 검증하고 있어요. 그러면은 사업비 검증해 보실래요? 공식적으로 말고 비공식적으로"
[이찬우/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장]
"회유를 한다고 제가 느꼈고. 그 용역을 준 거잖아요. 대안을 검토를 해 보니까 사실은 '내가 대안을 우리 학회에서 반대를 했는데 의외로 경제성이 있더라' 이런 얘기를 듣고 싶어 했겠죠. 국토부에서는."
역시 국토부의 노선 변경을 비판했던 명지대 우석진 교수에게도 국토부 국장이라는 사람이 연락해 왔습니다.
[우석진/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교수님이 뭐 오해하신 부분도 있고, 저희가 설명해야 될 부분도 있고 뭐 그래서 와서 좀 설명을 하겠다' 전화 받아보면 느낌이 있으니까 '안 와도 된다'…"
이렇게 비판적인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는 동시에 국토부는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며 그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토부가 공개한 문서에는 자문에 참여한 전문가 7명 중에 1명을 제외한 6명이 노선변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최근 특검은 국토부가 공개한 전문가 자문절차가 애초에 편파적으로 진행된 정황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토부가 원안인 양서면 쪽 노선의 단점을 지적한 자료, 변경안인 강상면 쪽 노선엔 장점을 나열한 자료를 전문가들에게 제시했고, 자문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국토부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건설업계 인사들이었다는 겁니다.
[이찬우/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장]
"국토부나 도로공사의 입장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리고 자문위원 자체가 전부 다 국토부나 도로공사하고 연관성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일 거란 말이죠."
윤석열 후보 당선인 시절 바뀌기 시작한 고속도로 노선.
당시 정권인수위원회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다른 비선이 움직였는지 특검이 반드시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5시 뉴스
임명찬
임명찬
[스트레이트] '尹 당선' 19일 만에 국토부가 움직였다
[스트레이트] '尹 당선' 19일 만에 국토부가 움직였다
입력 2025-08-31 21:11 |
수정 2025-08-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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