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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솜방망이 감사'와 '표적 감사'

[스트레이트] '솜방망이 감사'와 '표적 감사'
입력 2025-09-07 20:57 | 수정 2025-09-0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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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 빠진 '관저 감사'

    윤석열 후보 당선 직후부터 급하게 추진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김건희 씨와 친분이 두터운 21그램이란 업체가 관저 공사를 맡았습니다.

    시민단체의 국민 감사청구 이후 1년 8개월을 끌다 내놓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대통령 비서실과 행정안전부에 주의 조치.

    그리고 경호처 부장 1명을 파면하고 공사금을 부풀린 다른 업체 등을 고발 조치한 게 전부였습니다.

    김건희 씨와 밀접했을 뿐, 종합건설 면허도 없었던 21그램은 이미 공사 중이던 업체를 밀어내면서까지 공사를 맡았고, 무려 15개의 무자격 업체에 불법하도급을 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21그램을 어떤 경로로, 누가 공사업체로 선정했는지 감사원은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최재해/감사원장 (국회 법사위, 2024년 10월 15일)]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는 저희들은 이번 감사에서 키포인트(핵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김건희 씨의 입김이 의심됐지만 역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최재해/감사원장 (국회 법사위, 2024년 10월 15일)]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 김건희 여사가 언급이 안 됐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는 감사과정에서 21그램이 어떻게 공사업체로 선정됐는지 조사가 필요하단 의견이 여러 차례 제기됐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최재해 감사원장의 발언과 달리, 감사 과정에서 영부인, 즉 김건희 씨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 신수아 기자 ▶

    관저 공사를 둘러싼 의혹의 절대다수는 김건희 씨, 그리고 코바나컨텐츠 시절부터 김 씨와 인연을 맺어온 21그램이라는 업체와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감사원의 최종 감사결과는 이들을 비켜갔습니다.

    감사원은 적법한 감사였다, 영부인의 이름은 언급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스트레이트는 작년 5월, 그러니까 감사원 감사가 진행된 지 1년 5개월가량 지났을 때 작성된 감사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했습니다.

    이 회의록을 통해 감사원장의 해명이 과연 사실인지 따져봤습니다.

    ■ "영부인이 요구‥증축 축소 못 해"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통령 관저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김건희 씨, 그리고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봐주기'란 비난이 쏟아지자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이건태/더불어민주당 의원 - 최재해/감사원장 (국회 법사위, 2024년 10월 15일)]
    "<포렌식을 했으면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가 당장 나왔을 건데 그걸 안 하셨잖아요.> 저희들은 이번 감사에서 키포인트(핵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가 '핵심'이 아니었다… 과연 그랬을까.

    지난해 5월 10일 열린 감사원 감사위원회 회의.

    감사위원회는 감사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감사원 최고 의결 기구입니다.

    이 자리에서 복수의 감사위원들은 관저 공사를 맡은 업체, 21그램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남구 감사위원은 "21그램이 어떻게 선정됐느냐는 것이 국민들의 관심사였고 지금도 그렇다"며, "21그램이 적격한 업체였느냐는 검증을 아무도 못 했는데, 정작 감사원이 21그램에 대해 문답 조사를 안 했다"고 지적합니다.

    김인회 감사위원 역시 21그램, 그리고 21그램이 데려온 원담종합건설이 핵심 역할을 한 사람들인데 "서면으로 답변을 받은 것 정도만 있다는 것은 불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공사를 시작한 업체를 밀어내고 들어왔던 21그램은 무자격 업체에 무더기 하청까지 준 불법이 드러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감사 개시 1년 5개월이 되도록 21그램을 누가 어떻게 선정했는지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진 겁니다.

    이때까지도 감사원은 21그램에 대해 서면 조사만 진행했습니다.

    공사 업체로 21그램을 선정한 김오진 당시 대통령실 관리 비서관도 이때까진 단 한 차례도 대면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이남구 감사위원은 "불가피하게 서면조사를 하더라도 거기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면, 추가 질문이 계속 나가야 하는데, 추가 질문도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전희정/전 감사원 감사관]
    "저도 이제 감사원에 있으면 서면조사를 해보는데 서면조사에서 사건을 입건하기 되게 힘들어요. 안 돼요. 우리가 뭐 조금 질문을 한다고 해서, 서면으로 이렇게 오면 우리가 대면조사를 하는 것에 몇 프로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반도 안 돼요. 의혹이 있는 감사, 이런 건 서면 감사를 한다는 거는 ‘감사를 안 한다’는 얘기예요."

    이때까지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건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이 21그램의 직접 조사를 막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 실무팀에서 21그램 측에 직접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유병호 사무총장이 격노하며 '서면조사'만 하는 방향으로 바꿨다는 겁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또 김건희 씨를 조사하지 않은 이유를 추궁당하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박은정/조국혁신당 의원 (국회 법사위, 2024년 10월 15일)]
    "김건희 여사 조사도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는."

    [최재해/감사원장 (국회 법사위, 2024년 10월 15일)]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 김건희 여사가 언급이 안 됐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아니, 21그램이…> 아무 근거도 없이 저희들이 조사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감사원장의 이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5월 10일 감사위원회 회의.

    당시 조은석 감사위원은 "여기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행정안전부 청사 관리본부가 문서를 모두 냈다는 것"이라면서 그 문서 내용을 읽습니다.

    문서에는 "대통령과 영부인의 요구사항 때문에 증축 범위를 축소하지 못한다" 이런 말이 모두 나오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관저 공사 계약을 체결한 행안부 담당 부서가 '관저 예산이 초과된 데 대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요구가 있어서 증축 범위를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기 어렵다'고 문서에 적시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조 위원의 발언으로, 행안부가 작성한 이 문서가 감사원에 제출됐다는 사실도 확인된 겁니다.

    김건희 씨 이름은 또 현장 공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수시로 언급됐습니다.

    맨 처음 관저 설계까지 완성했지만 중간에 21그램에 공사를 내주고 나왔던 A 업체는,

    "윗선의 결정으로 '여사님 업체'가 들어오는 바람에 설계도만 내주고 빠지면서 비용도 받지 못했다고 감사원에 진술했다"고 합니다.

    [이동건/관저 설계 업체 측 변호인]
    "'여사님 업체'라고 해서 이제 공공연하게 이렇게 공사 현장이나 이런 데에서 이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라는 것도 이미 (감사원에) 이야기를 하면서…"

    '여사님 업체' 탓에 공사권을 빼앗겼다고 여러 차례 감사원에 진술했지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동건/관저 설계 업체 측 변호인]
    "그냥 웃거나 아니면 '그 부분은 조사 범위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당시 감사관들의 조사 방식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는데, 술자리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위법 소지가 있는 방식으로 감사를 했다고도 했습니다.

    [이동건/관저 설계 업체 측 변호인]
    "장소를 옮겨서 식당이나 술집이나 이런 곳에서 계속 연이어서 이야기를 하고 조사관이 폭탄주를 권하면서 여러 차례, 술을 못 마시는… 실제로 못 마시는 분인데 이제 못 마시는데도 계속 권하길래 계속 이제 먹으면서 진술을 좀 억지로 받아내는 그런 게 있었다고 하죠."

    감사위원회 회의에선 또, 관저 이전 과정의 역술인 논란 역시 조사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조은석 감사위원이 "관저 이전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됐다가, 갑자기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 역술가도 등장한다, 정부가 장소를 바꾼 결정이 합리적이었는지, 특별한 검토 없이 바꿨다면 그것이 직권남용이고 국민 감사청구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회의 의장이던 최재해 감사원장은 "조은석 위원님이 약간 '오버'하시는 것 같다"면서 논의를 마무리 지으려 했고, 이미현 감사위원 역시 "언론에서 떠든 것이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여기에서 말씀하시면 곤란하다"며 막아섰습니다.

    역술인 백재권 씨가 관저 후보지를 답사했단 사실은 '언론이 떠든 수준'이 아니라, 이미 2023년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상태였습니다.

    결국, 이 회의 4개월 뒤, 감사원은 김건희 씨는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채 경호처 부장 1명만 파면, 고발하는 꼬리 자르기 식 감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전희정/전 감사원 감사관]
    "하나의 보고서 내에서도 기준이 다른 거예요. 경호처랑 그다음에 관저, 그다음에 집무실을 시공한 업체에, 업체(와 연관된) 공무원들한테 적용하는 기준이 완전히 다른 거죠. 그렇게 하면 감사원은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어요."

    인테리어 업체로 21그램을 선정한 김오진 당시 대통령실 관리 비서관은 끝까지 누가 21그램을 추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김건희 씨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윤종오/진보당 의원 - 김오진/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국회 국토위, 2024년 10월 7일)]
    "<아직도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까?> 기억이 안 나니까 말씀을 못 드리는 거 저도 안타깝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추천했습니까?> 그런 사실 없습니다."

    스트레이트는 당시 감사원의 관저 이전 감사에 참여했던 한 감사원 내부 인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경호처 부장 한 명 파면으로 꼬리 자르기로 끝낸 거다, 더 윗선을 불러 조사했어야 하는데 다 뒤집어씌우고 끝낸 감사"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감사원 내부 인사는 당시 감사 분위기를 전하며 "감사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이름을 받아냈다면 유병호 사무총장이 가만뒀겠나, 바로 직이 날아갔을 텐데 누가 그렇게 유병호 총장한테 보고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 신수아 기자 ▶

    감사원은 정치적 중립은 물론 감사원법에 따라 직무상 독립성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보신 것처럼 김건희 씨, 그리고 김 씨와 밀접했던 21그램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반면, 다른 사안에 대해선 그야말로 180도 달랐습니다.

    특히 이전 정부 관련 사안을 감사할 땐 표적 감사, 강압 감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감사를 받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의 돌격대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 '尹 정부 돌격대' 전락한 감사원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초기였던 2022년 6월.

    [윤석열/당시 대통령 (2022년 6월)]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물러나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실까요?> 임기가 있으니까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 아니겠습니까?"

    전 정권에서 임명된 장관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사퇴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등의 익명 제보가 접수됐다며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최재해/감사원장 (국회 법사위, 2022년 7월 29일)]
    "(권익위의) ‘복무기강’에 초점을 맞춰서 특별조사국에서 나가는 겁니다. 이번에 또 특별히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에…"

    권익위 직원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전현희 위원장의 비위 여부에 대해 반복적으로 캐묻는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전현희/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민권익위원장]
    "진짜 먼지 털듯이 탈탈탈 턴 거죠. 답을 얻어내기 위해서 직원들을 압박을 하고 어떤 직원은 뭐 이렇게 정신적인 장애가 올 정도로 너무나 고통스러워하고… 살도 쭉쭉 빠지고 머리카락 한 줌씩 매일 그냥 쑥쑥 빠지고 구안와사(얼굴신경 마비)까지 오고… 굉장히 공포스러웠어요."

    스트레이트와 연락이 닿은 당시 권익위 직원은 "위원장을 '타겟'으로 직원들까지 직무 감사를 받았고, 직원들은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해 먼지 털이식 전방위 감사를 받으니까 부담이 컸다"고 밝혔습니다.

    10개월간 진행한 감사에서도 뚜렷한 혐의를 확인하지 못하면서, 감사원 최고 의결 기구인 감사위원회는 '불문', 즉 문책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그 이전에 검찰 수사 의뢰까지 강행했습니다.

    전현희 위원장의 혐의는 검찰에서 모두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임명된 지 3개월여 만인 지난 2022년 9월.

    감사원은 또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관련 통계를 조작했다며 강도 높은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1년간 이어진 감사 끝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등 22명을 검찰에 무더기로 수사 의뢰했습니다.

    당시 감사원 감사를 받던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의 통화 녹취록.

    [한국부동산원 직원 A씨 (2023년 3월 9일 통화)]
    "지금 조사 들어가면 새벽 3~4시에 보내줘요. 집에"

    [한국부동산원 직원 B씨 (2023년 3월 9일 통화)]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한국부동산원 직원 A씨 (2023년 3월 9일 통화)]
    "안 내보내 줘요. 조작이라고 인정해야 내보내 줘요."

    재판에서 공개된 이 녹취록에는 새벽 서너 시까지 이어지는 감사, 그리고 통계 조작을 인정해야 집에 보내준다며 하소연하는 부동산원 직원들의 대화가 담겨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직원 B씨 (2023년 3월 27일 통화)]
    "여기선 의견을 묻지 않아, 그냥 조작이야. 모든 틀은 조작으로 가. 자기들이 소설을 써. 아니라 그러면 그러면 부장님 생각해보세요. 기억을 더듬어보세요."

    [한국부동산원 직원 A씨 (2023년 3월 27일 통화)]
    "기억이 날 때까지 하는 거에요?"

    [한국부동산원 직원 B씨 (2023년 3월 27일 통화)]
    "어.. 전화 기록까지 만들어서 소설 써줘."

    이 녹취록에 나타난 강압 감사 정황에 대해 최재해 감사원장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라며 사과를 거부했습니다.

    [최재해/감사원장 (국회 예결위, 8월 27일)]
    "직원들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서 주어진 절차에 따라서 충실히 감사를 했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대해서 특별히 더 사과를 드리거나 할 의향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는 감사 내내 표적 감사, 강압 감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 감사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이었지만 퇴임 직후 국민의힘 정치인으로 변신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추진했습니다.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의 감사 요청에 호응했던 건데, 이 감사 실무를 책임졌던 사람이 유병호 당시 공공기관 감사국장이었습니다.

    유병호 국장은 당시 피감 대상 공무원들을 '쓰레기, 걸레'라고 지칭하며 부하 직원들과의 회의에 공유한 자신의 '공감 노트'에 적기도 했습니다.

    현재 산업부 1차관에 임명된 문신학 당시 국장은 감사위원회에 낸 의견서에서 "감사팀이 증거와 진술을 왜곡하고, 원하는 진술을 얻고자 인권 침해적 조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사원 의결 기구인 감사위원회가 구체적 비위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반대했는데도, 감사원은 감사 자료를 검찰에 넘겼고,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끌던 검찰은 산업부 관계자들을 대대적으로 수사한 끝에 기소했습니다.

    문신학 현 차관 등 산업부 공무원들은 재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최용문/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감사원이 이제 권력 남용의 핵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검사들 같은 경우에도 압수를 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감사원은 그게 아니라 법원 영장 없이도 제출하라고 했는데 제출 안 했다면 바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돼요."

    윤석열 정부에서 사무총장, 감사위원으로까지 초고속 승진한 유병호 현 감사위원은 자신의 '공감 노트'에 감사를 '사냥'으로 표현했습니다.

    또 무협영화 속 인물이 칼 쓰듯 조사하란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의겸/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법사위, 2023년 10월 26일)]
    "'신용문객잔의 주방장이 칼 쓰듯이 조사하소. 다다다다다'… 이게 사람 사체를 훼손해 가지고 만두 만드는 장면이에요. 감사를 이렇게 지금 하시겠다는 뜻입니까?"

    [유병호/당시 사무총장]
    "신용문객잔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리면, 우리 감사원 시스템이 너무 민주성을 기하다 보니까 너무 느려요. 민주성은 저도 존중합니다. 의견 듣다가 시의성을 놓치는 게 너무 많아서 좀 빨리하라고…"

    최근 감사원 내부 게시판엔 이례적으로 감사원 정상화를 위해 수뇌부가 사퇴해야 한단 직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희정/전 감사원 감사관]
    "수뇌부가 원하는 감사, 이렇게 대상기관 직원들을 우리가 원하는 답을 낼 때까지, 자백할 때까지 그 사람들을 압박할 수 있는 정말 화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 “너는 진짜 고래도 잘 잡고, 감사의 기법을 제대로 아는구나”… 다 특별 승진시키고 그렇게 해놓은 거죠."

    정부기관을 상대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감사원의 권한이, 특정 정치세력의 의도대로, 일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목격했습니다.

    현재 숨 가쁘게 진행 중인 검찰개혁 못지않게, 감사원의 감사권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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