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동원된 '북파공작원'
12.3 내란의 밤, 비상계엄 선포 직전 가장 먼저 움직였던 부대.
국군정보사령부 산하 북파공작 전문 특수부대인 HID 요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떨어진 '작전 개시' 신호.
[윤석열/당시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담화, 2024년 12월 3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요인 납치와 암살 등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첫 공격 대상은 북한군이 아닌 과천 중앙선관위였습니다.
[김OO/HID 요원(검찰 진술 조서 대독)]
"선관위 직원 30명을 체포하고 사무실에 구금하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들이며 우리는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계엄이 해제된 뒤에도 20일 이상 무장상태로 부대밖에 머물렀고, 각각 청주공항과 성주 사드기지, 대구공항 등을 폭파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현장 요원들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이들의 임무가 실행됐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백경민/전 HID 요원]
"만약에 이게 실행이 됐다면, 절대 100% 성공이에요. 절대 실패는 있을 수 없고 실질적으로 저희의 임무 자체가 북한 요인 암살, 납치, 문건 절취, 습격, 파괴 이런 것들이 주된 임무다 보니까."
◀ 신준명 기자 ▶
지난해 12월 3일 내란의 밤에 동원됐던 특전사와 수방사, 그리고 방첩사.
이들 외에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대가 바로 정보사령부입니다.
이 정보사엔 HID라고 불리는 북파공작부대원들이 소속돼 있습니다.
북한에 침투하거나, 암살, 파괴공작을 주 임무로 하는 이 요원들에게 12. 3 내란세력은 선관위 직원 체포 임무를 맡겼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실제로 선관위 직원 체포 명령을 받았던 현직 HID 요원들의 검찰 진술서, 그리고 전직 HID 요원들의 증언을 통해 내란 당시 이들이 맡았던 임무를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 '북파공작원 동원'의 목적
작년 12월 3일 밤 9시 30분.
계엄이 선포되기 1시간 전.
경기도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에선 선관위 직원 체포를 위한 사전 준비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당시 소집된 정보사 요원 36명 가운데엔, HID, 즉 북파공작요원 5명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유OO/HID 요원 (검찰 진술 조서 대독)]
"문상호 사령관이 '이제 곧 계엄이 선포될 것이다. 선관위에 대한 부정선거를 우리가 밝혀내기 위해서 선관위로 간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을 지휘했던 건 정보사 정성욱, 김봉규 대령.
이들은 12. 3 내란사태의 비선 기획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 에 참석했던 인물들입니다.
[김봉규 대령/당시 정보사 중앙신문단장(검찰 진술 조서 대독)]
"노상원 장군이 특수요원 중에 사격 잘하고 폭파 잘하는 인원 7, 8명을, 우회공작 요원도 마찬가지로 일 잘하는 인원을 선발하라고 했습니다. 조금 특이한 것은 인원을 선발할 때 전라도 출신은 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생각한 인원 중에 일부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파괴와 암살을 주 임무로 하는 최정예 공작요원들에게 야구방망이와 케이블 타이 등이 지급됐고, 선관위 직원 체포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김OO/HID 요원(검찰 진술 조서 대독)]
"정성욱 대령으로부터 선관위 직원 30명을 체포하고 사무실에 구금하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복면, 케이블타이, 테이프, 망치를 지급받았고, 체포에 불응하면 해당 장비를 사용해 위협을 가해서라도 잡아오라고 했습니다."
[유OO/HID 요원(검찰 진술 조서 대독)]
"노상원 수사단장을 경호하는 역할이었고, 수사단장이 취조할 때 취조 대상자가 해하려고 하면 보호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정선거를 저지른 범죄자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김OO/HID 요원(검찰 진술 조서 대독)]
"이 사람들이 정확히 무슨 잘못을 했는지, 위 임무가 적법하고 정당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정성욱 대령에게 의문을 표했습니다. 그러자 정성욱 대령은 '위 인원들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들이며 우리는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도록 훈련받은 북파공작요원들이었지만, 북한군이나 간첩이 아닌, 선관위 직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자 주저했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유OO/HID 요원(검찰 진술 조서 대독)]
"문상호 사령관에게 부대원 몇 명이 '우리들이 하는 일이 법적으로 문제없는지' 등을 물어보았는데 문 사령관이 '그런 건 신경 쓰지 마라,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고 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5명의 북파공작원이 선관위 출동 준비에 나섰던 시각, 또 다른 정보사 장교 10명은 미리 선관위를 점거하고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았습니다.
[고동희/전 정보사 계획처장·선관위 점거 현장 지휘관]
"<선관위 직원들 휴대전화를 뺏고 그러셨는데 그런 지시도 문상호 사령관으로부터 받으셨던 건가요?> …… <그럼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는데 직접 하셨던 건가요?> …… <같이 갔던 직원들한테 혹시 뭐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 <계엄 상황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가셨던 건가요?> ……"
실행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계엄이 해제되면서 HID 요원 5명의 선관위 직원 체포작전은 실제로 이행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5명 외에 최정예 북파공작원 35명은 부대 밖으로 출동해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주요 군사시설인 청주공항, 성주 사드기지, 그리고 대구공항 등을 폭파하라는 임무가 내려져 있었고, 시행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각각 작전지역에서 대기 중이었다는 북파공작 요원들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들에겐 참호 하나를 부술 수 있는 C4 폭탄과 권총, 실탄 등 무기가 지급됐다고 합니다.
[박선원/더불어민주당 의원]
"'C4'라고 하는 폭약까지 받아왔는데 이거를 보니 지금 생각을 해보니 권총을 가지고 침투를 했다가 나올 때 자신들을 권총으로 방어할 수 없잖아요. 그럼 자신들이 '죽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무장 상태였던 이들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에도 부대로 복귀하지 않았고, 20일 이상 지난 12월 말이 돼서야 복귀 명령을 받고 부대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모두 실제 명령을 받고 출동했던 HID 요원의 제보 내용이라고 합니다.
[박선원/더불어민주당 의원]
"폭약하고 권총만 가지고 어떤 임무가 내려올지 모르지만 '너무 두렵다, 불안하다' 그러니까 공개적으로 그러한 임무를 지시받은 인원들은 '빨리 철수해라'라고 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발언을 해서 자신들의 상부선이 지시를 해서 '부대 복귀를 시켜달라' 그런 요청이 있었고요. 한 2~3주 지나서 다시 이제 연락이 왔는데 '복귀했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직 HID 요원들은 만약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결국은 이 무시무시한 명령은 그대로 이행됐을 거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백경민/전 HID 요원]
"주어진 임무는 무조건 절대복종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절대 충성, 절대복종하는 이제 섭리를 그런 장교들은 너무 잘 알죠. 특히 그런 노상원 전 사령관 같은 경우는 너무너무 잘 알죠."
[김용덕/전 HID 요원·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장]
"'국민들이 경악할 수 있는 결과까지 발생하지 않았겠나' 하는 우려를 저는 개인적으로 해봅니다. 위에서 명령하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령을 완수하라는 게 저희들 부대의 목표입니다."
12.3 내란 세력은 왜 그동안 쿠데타에 동원된 적 없던 북파공작요원들까지 끌어들였을까.
그 해답은 내란 비선 실세였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北 접촉', '北 직진', '북의 침투로 인한 일제 정리 방법', '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북한과의 무력충돌 유도를 가리키는 표현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최정예 북파공작원들이 국내 주요시설을 폭파하면,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거짓 발표하거나, 직접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도해 비상계엄 유지의 명분으로 삼았을 거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승찬/더불어민주당 의원 (공군 북파공작대장 출신)]
"계엄을 하려면, 북한의 도발이 존재해야 되고, 그리고 어찌 됐든 남북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야만 계엄의 어떤 전제가 되는 거거든요."
◀ 신준명 기자 ▶
작년 12월 3일 밤 동원됐던 약 1천6백 명의 병력 가운데, 정보사령부 인원은 북파공작 요원들을 포함해 불과 수십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보사는 엄청난 파괴공작 능력을 갖춘 HID 요원들은 물론, 최고의 대북 첩보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막강한 핵심 전력인 만큼, 잘못 사용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데요.
다시는 내란에 동원되지 않도록 대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 '양날의 검' 정보사
정보사령부 산하 북파공작부대, HID.
대북 첩보 수집과 요인 납치, 사살 임무 등을 수행합니다.
[전 HID 요원 (음성변조)]
"저희는 '제압'이 없어요. <저항을 못하는 상태로 만든다는 거네요.> 임무 중에 누군가를 조우한다고 하면 대상이 누구겠습니까? <북한군이겠죠.> 그 사람들을 (죽이지 않고) 제압을 한다는 건 의미가 없겠죠. 그렇게 되면 결국은 우리가 노출되는 건데."
[김△△/HID 요원(검찰 진술 조서 대독)]
"주요 임무는 건물 파괴, 요인 암살입니다. 경호 등 방어 임무는 하지 않고 오로지 공격 임무만을 수행합니다. 우리의 임무 대상자에 제3국은 없습니다. 오로지 북한에 대한 임무입니다."
극한의 훈련.
명령에 절대복종.
인민군복을 입고 북한말을 쓰는 교육을 받기도 합니다.
[백경민/전 HID 요원]
"모든 교육을 북괴군 식으로 받고 이렇게 제식 훈련이나 생활이나 이런 것들을 다 북한에 언제든지 침투해서 임무 수행 갈 수 있게끔 해야 되기 때문에‥"
작전 대상은 오로지 북한.
존재 자체가 기밀인 부대.
은밀하게 활동해야 하는 특성상 한국전쟁 직후부터 정보부대 산하에 배치됐고, 지난 1990년대 정보사령부가 창설될 때부터 정보사에 소속됐습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들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김용덕/전 HID 요원·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장]
"귀환을 하다가 지뢰를 밟은 거예요. 이튿날 시신을 인계를 하는 북한군들이 와가지고 '너희들 거 가지고 가라' 했을 때에 대한민국 정부는 '노 (No)' <우리 군이 아니다?> 예."
비상계엄에 동원된 정보사 요원들을 선발한 정성욱 대령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공작 업무는 평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한다면 정보수집이라는 임무 자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본인이 포위되거나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지만, 임무 완수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게 교육을 받고 생활화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부대인 만큼 주한미군의 눈을 피해, 또 한미연합사령부의 통제를 피해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12.3 내란 세력은 바로 HID 부대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려 했던 걸로 분석됩니다.
[부승찬/더불어민주당 의원 (공군 북파공작대장 출신)]
"(일반)군들은 이제 한미 연합 체계에서 움직이는 거고, 합참이 작전 지휘권을 갖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제 정보사는 달라요."
[백경민/전 HID 요원]
"저희는 VIP의 오더(명령)에 의해서 바로 실행을 합니다. 주적인 북한을 향해서 이렇게 키워지고 만들어지고 하는 곳이 저희다 보니 그리고 저희는 뭐 그런 한미연합사 오더가 없습니다."
정보사령부는 이들 HID 북파공작원들 외에 우회공작요원들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회공작요원.
영화 '공작'에서 묘사된 것처럼 대북첩보 수집뿐만 아니라 신분을 위장해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하거나 다양한 대북공작, 이른바 스파이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정보사가 보유한 또 하나의 부대, 지리공간정보여단은 미군 위성 자산으로 북한 군부대와 김정은의 행적을 실시간 밀착 감시합니다.
이런 막강한 파괴력과 대북 정보력을 보유한 만큼, 정보사 전력이 올바르지 못한 목적에 동원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끔찍할 수 있습니다.
[부승찬/더불어민주당 의원(공군 북파공작대장 출신)]
"오로지 북한과 관련된 요인 암살, 폭파, 소요, 이런 임무를 담당하는 부대이기 때문에 또 이용하기가 쉽고요. 임무에 대해서 '이게 왜 하는 거냐?' 물어보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거든요."
실제 내란 비선 노상원 씨는 정보사령관을 맡고 있던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어지러운 시기에 HID 요원을 침투시켜 북한군 장성을 암살하는 작전을 기획했습니다.
다행히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임무가 끝나면 우리 요원들을 폭사시켜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박민우/당시 육군 2군단 부군단장 (국회 내란국조특위, 2월 4일)]
"16년에 대북 임무 준비를, 중요한 임무 준비를 했습니다. 노상원 사령관이 임무 끝나고 요원들을 제거하라고 그렇게 지시를 했었습니다. 원격폭파조끼를 입혀 가지고 임무 끝나면 들어오기 전에 폭사시키라고‥"
비밀리에 운영되는 조직.
그만큼 폐쇄적인 문화와 불투명한 인사 관행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김봉규 대령/당시 정보사 중앙신문단장(검찰 진술 조서 대독)]
"실제로 노상원 사령관이 근무할 때 추천을 해주셔서 제가 대령으로 진급을 했기 때문에‥ 정보특기자 중에 여단장이 나오면 좋겠다고 하면서 제가 여단장이 되고 나중에는 정성욱 대령이 또 여단장 하면 좋겠다는 식의 이야기는 했었습니다."
이런 조직문화 탓에 이들은 성비위로 불명예 제대한 과거의 상관 노상원 씨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군대를 위한 민주적 통제 강화'를 국정과제 두 번째 과제로 내걸었고 현재 정보사 개혁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한범/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
"이번 사태와 같이 내란이나 외환에 개입하는 세력들이 이런 조직들을 이용하게 된다면 그때는 또 우리에게 아주 무서운 칼날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요소가 있는 것이죠. 아무리 명령권자라 하더라도 '부당한 명령일 때는 민주적 통제가 작동돼야 된다'라는 것 이런 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고요."
우리 군의 핵심 전략 자산인 만큼 정보사의 전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오로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로, 다시는 내란, 또는 외환을 꿈꾸는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바람직한 개혁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상협/더불어민주당 국방전문위원]
"급선무는 인사를 통해서 사람을 먼저 바꾸고 그런 잔존 세력들이 남아 있지 않는 상태에서의 새로운 개혁이 일어날 수 있는 그 방향을 빨리 만들어줘야 되는데 더 이상 지체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5시 뉴스
신준명
신준명
[스트레이트] 그날 '북파공작원' 임무는‥
[스트레이트] 그날 '북파공작원' 임무는‥
입력 2025-09-28 21:12 |
수정 2025-09-2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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