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한 현직 검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공소청에 반드시 보완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소리높였습니다.
[김종우/광주지검장 (기자간담회, 2월 23일)]
"보완수사는 1차 수사기관의 확증 편향을, 교차 검증을 통해서 견제하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이 제도가 없어지면 형사사법 제도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절박한 걱정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보완수사권.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넘겨받은 뒤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될 때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올해 10월이면 78년 만에 사라지는 검찰청.
검찰청 검사들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데, 절대다수의 검사들은 검사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가길 원하는 상태입니다.
검찰은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경찰과 중수청 등 수사기관의 잘못을 시정할 기회가 사라지고, 특히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경찰의 재수사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김종우/광주지검장 (기자간담회, 2월 23일)]
"공소시효 임박 사건은 경찰로 사건을 다시 보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최근 들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논조의 언론 기사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의 핵심 논리 역시 경찰 등 수사기관의 잘못이 있을 경우, 검사가 보완수사를 통해 바로잡아야 국민 피해가 없다는 겁니다.
[김봉수/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작년 9월, 형사사법개혁 현안 토론회)]
"종결 개시와 종결권이 모두 지금 수사기관한테 있는데, 종결해서 (사건을) 넘겨버렸을 때 거기에 대해서 공소청은 그냥 수동적으로 기소하거나 말거나 그랬을 때 조금만 보완수사를 하고 보완수사를 하면 기소할 수 있었던 건데도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요청만 하고 피해는 오로지 국민의 몫이라는 거죠."
하지만 검찰 개혁을 열망해 온 이들은 최근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배경에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하게 되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 개혁의 근본적인 취지가 크게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최호진/단국대 법학과 교수]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권을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직접수사권의 예외적인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진정한 검찰 개혁은 검사가 직접 발로 뛰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가져온 결과물을, 그 법적 완결성을 보완수사요구권을 통해서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라고 보는 거죠."
보완수사권만으로도 과거의 검찰처럼 얼마든지 정치적인 목적의 수사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유승익/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보완수사라는 명목으로 검찰에 갖고 와가지고 사건을 묻어버릴 가능성도 있고 별거 아닌 사건들을 가지고 와가지고 이제 굉장히 '표적 수사'를 한다거나 '별건 수사'를 한다거나 해가지고 계속해서 사건들을 넓혀 나가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거죠."
[최석군/변호사·민주당 검찰정상화 특위 전문위원]
"아주 작은 범위의 법률 문구 하나 가지고 이제까지 (검찰권이) 오용이 되고 악용이 돼 왔던 걸 생각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보완수사권을 준다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역사적 맥락에 반대된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고요."
공소시효가 임박했을 경우 예외적으로 보완수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소청과 수사기관의 협력으로 보완수사권 없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박은정/조국혁신당 의원·전 검사]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하루이틀 남겨두고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은 거의 없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사법경찰관과 검사가 이미 공소시효 임박 사건에 대해서는 충분히 협력하도록 이미 규정이 되어 있어요."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계속 강하게 요구하는 이면엔,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보학/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그렇게 해야만 (보완수사권을 가져야만)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일할 수 있는 그 영역이 확보가 되는 거거든요. 소위 말하는 전관 비리가, 계속 일할 수 있는 영역이 보장이 된단 말이죠.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이들이 계속 보완수사권을 주장을 하는 겁니다. 저는 절대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남겨서는 안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보완수사권이 악용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대표적 사례로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꼽힙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두 차례나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최현정/변호사·당시 피해자 대리인]
"성폭력 당시에 '윤 씨(건설업자)가 계속해서 동영상을 촬영을 했다'라는 진술이 있었는데 이제 그 부분에 대한 압수수색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진술한 것에 대해서 뭐 '이런 건 납득하기 어렵다'라는 방식으로 계속 반박을 한다든가 이런 방식의 조사가 이루어졌었습니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전면 차단하고, 정권이 바뀐다 해도 검찰 개혁을 뒤집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선 법률상 작은 허점도 남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서보학/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검사들은 보완수사권을 핑계로, 전건 송치를 핑계로 해서 수사 인력을 그대로 보존하려고 하는 거죠. 이래서 '4년, 9년 지난 다음에 정권이 바뀌게 되면 다시 현재와 같은 검찰청으로 탈바꿈하겠다' 지금 그런 속셈이 거기에 남아 있는 것이죠. 그래서 그것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저는 보는 것이고요."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통과시킨 '검찰 수사 범위 축소' 법안이 윤석열 정부에서 완전히 무력화된 선례는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국회는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와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뒤 윤석열 정부는 바뀐 검찰청법 조항 속 문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를 시행령을 통해 대폭 확대하면서, 직접 수사 축소 법안의 효력을 무너뜨렸습니다.
[한동훈/당시 법무부 장관 (국회 법사위, 2023년 3월 27일)]
"법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진 시행령이라고 저희가 작년 내내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왜 도대체 (검찰이) 깡패, 마약, 무고, 위증 수사를 못 하게 되돌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소한의 한도에서 보완수사권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이재명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1월 21일)]
"저는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어요."
지난 20여 년간 검찰의 위력 앞에서 매번 좌절돼왔던 검찰 개혁을 완수해 내려면 보완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유승익/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보완수사도 직접수사이고요. 기존에 검찰의 행태로 봤을 때는 그게 그 보완수사를 통해서 사실상 거의 모든 수사를 다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기존의 검찰 수사가 가지고 있었던 폐해를 그대로 공소청에도 그대로 물려받게 되는 거죠. 그게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보완수사권이 없어질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강제력을 부여한 보완수사요구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입니다.
보완수사권은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넘어야 할 그야말로 마지막 장벽이 됐습니다.
하지만 논란과 대립이 첨예한 탓에 그 결정은 사실상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오랜 염원인 검찰 개혁의 완성이 눈앞에 와 있는 지금, 뒤로 밀린 그 결정의 시간이 또다시 개혁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기를, 검찰 개혁을 염원해 온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임상재 기자 ▶
검찰개혁안과 함께 국민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
검찰 개혁 법안이 나올 때마다 검찰이 그랬듯이 사법부의 반대 이유 역시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희대/대법원장]
"사법질서나 국민들의 큰 피해가 가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선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전국의 법원장들이 모여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과연 사법부 주장처럼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사법 체계에도 큰 혼란이 나타나게 될까요?
■ 국민이 피해 본다? 과연‥
사법개혁 3법 가운데 첫 번째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 왜곡죄'.
검사나 판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리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 왜곡죄 조항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법 적용 대상을 형사 사건만으로 축소했고, '합리적인 재량 판단'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해 명백히 고의적일 때만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수정안에 대해서도 일선 법원 판사들은 물론 시민단체들까지 어디까지를 재량적 판단으로 볼지 모호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기존 판례를 뒤집는, 판사의 법률해석 재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최호진/단국대 법학과 교수]
"'법 왜곡죄'가 있기 때문에 자기가 지금 현재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움츠리는, 즉 위축 효과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이 법이 어떤 조항이 해석했을 때 그 당시의 정책적인 방향이라든지, 또는 사회적인 분위기라든지, 거기에 편승해서 정책이나 시류에 맞는 판결이나 법 해석, 법 적용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거죠."
일부 보수언론은 판검사를 괴롭히는 법이라는 기사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150년째 '법 왜곡죄'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처럼, 검사와 판사들이 법을 정확히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아니라면, 실제 처벌로 이어지긴 쉽지 않은 만큼, 일종의 교육적, 상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김선택/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재판을 공정하게 하는지에 대해서 국민들이 지금 불신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법왜곡죄를 규정하면 '그런 법 왜곡 행위는 안 하겠다' 이걸 분명히 하는 거잖아요. 법관들이 '법왜곡죄 때문에 재판을 못하겠다'는 굉장히 난센스인 게 우리 헌법 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헌법과 법률을 지키면 되는데 왜 문제가 되는 거죠?"
'법 왜곡죄'에 이어 국회를 통과한 '재판소원'에 대해 대법원은 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판단되면 헌법소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18일 대법원은 참고 자료까지 배포하며 강력히 반대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기관" "재판소원은 4심제의 희망고문이자 소송 지옥" 등 거친 표현까지 쓰며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소원'은 1988년 헌법재판소법 제정 당시부터 공권력에 의한 국민 기본권 침해가 있을 때 이를 구제할 제도로 꾸준히 논의돼 왔습니다.
이미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 70년 넘도록 시행 중이기도 합니다.
특히, 모든 국민은 어떠한 경우라도 공권력에 의해 자신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데 그 공권력 중 법원 판결에 대해서만 헌법소원을 못 한다는 건 지나친 특권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손인혁/헌법재판소 사무처장 (국회 법사위, 2월 11일)]
"사법권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법권으로부터의 기본권 보호에 대해서는 사각지대가 형성되어져 있습니다. 재판소원은 바로 그러한 부분을 지워버리고 촘촘한 기본권 보장의 체계를 만드는 데에 가장 큰 마지막 완성의 단계입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고 하는데, '사법부에게 아무것도 못 해?'라는 것에 대해서 크게 문제의식을 갖고 자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회를 통과한 '대법관 증원 법안'.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법안인데, 역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의 충실한 심리가 어려워진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천대엽/당시 법원행정처장 (국회 법사위, 2025년 5월 14일)]
"전원합의체를 통한, 충실한 심리를 통한 또 권리 구제 기능 이런 부분도 역시 마비될 수밖에 없다."
[박영재/법원행정처장 (국회 법사위, 2월 11일)]
"대법관 증원 문제는 사실심의 강화가 사실은 더 시급한 상황입니다. 거기에 역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좀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대법관 1명이 1년에 4천여 건이나 되는 사건을 담당해야 할 만큼 업무가 많아서 약 70%는 심리불속행, 즉 대법원의 본안 심리도 없이 기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국민이 충실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김선택/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관 증원은, 12명 늘린다는 건 지금의 2배가 된다는 거거든요, 대법관이. 그러면 지금 사건이 반으로 줄잖아요, 대법관들은. 국민들은 좋죠. 사건 처리도 빨라질 거 아니에요. 또 심리불속행도 줄 거 아니에요. 그만큼 또. 그리고 국민이 상고심 재판도 받을 기회가 생기고 신속하게 진행될 거 아닙니까? 그럼 국민도 이익이고 대법원도 이익이잖아요. 근데 왜 문제죠?"
다만 늘어나는 대법관 대부분을 이재명 정부 임기에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친여 성향으로 재구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합니다.
[장성철/공론센터 소장 (MBC '뉴스외전', 2월 24일)]
"대법관 증원 같은 경우도 진보 쪽 인사들, 우리 편 드는 사람들 대규모로 넣어서 대법원 차원에서 이것은 무죄다 이런 식의 판결을 내리려고 이렇게 사법개혁하는 거 아니야? 이런 비판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향후 증원될 대법관은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특정 성향에 치우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국회를 통과한 사법개혁법안들은 향후 시행 과정에서 우려와 반대 여론까지 경청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법개혁 논의를 촉발한 것도, 사법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가 가능했던 것도 현재의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김선택/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민이 모든 국가 권력의 원천이고 주인입니다. 사법권은 국민의 신임이 없으면 붕괴되는 겁니다. 근데 한국의 지금 사법부가, 그 신뢰가 거의 소멸될 지경에 있습니다. 우리 사법부도 이렇게 계속 방어적으로 나올 게 아니라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여야지, 왜 경청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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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재
임상재
[스트레이트] 개혁‥그 마지막 '장벽'
[스트레이트] 개혁‥그 마지막 '장벽'
입력 2026-03-01 21:13 |
수정 2026-03-0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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