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발 공포‥실체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의 화두는 단연 휴머노이드 로봇이었습니다.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내놓은 다양한 로봇들.
움직임은 놀랄 만큼 자연스러워졌고, 화려한 공중제비와 발차기, 심지어 격투기까지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도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지난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였습니다.
56개의 관절을 바탕으로 360도 회전하는 등 사람보다 더 넓은 가동범위에, 물건을 50kg까지 들어 옮길 수 있는 압도적인 피지컬은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닌 당장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란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김상현/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더 이상 이제 아틀라스는 유튜브용이 아니다' 정말 실제 제조 공정이나 물류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개발할 거고 실제로 그런 기술들을 보여줄 수 있다…"
실제 현대차는 이 자리에서 AI 선두 주자 중 하나인 구글 딥마인드와 손잡고, 아틀라스의 연간 3만대 생산 체계를 갖춰 2028년부터 미국의 현대자동차 생산 공정에 투입하겠다는 청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이웅재/현대차그룹 제조솔루션본부 상무(CES 2026, 1월 5일)]
"2028년부터는 현대차의 미래형 공장 네트워크 안에서 아틀라스의 글로벌 배치를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아틀라스는 고정밀 서열 작업을 맡게 됩니다. 2030년이 되면 로봇이 복잡한 조립 작업까지 맡게 될 것입니다."
앞서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가 BMW와 업무협약을 맺고 생산 공장에 시범적으로 투입되긴 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규모와 투입 시점 등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특정해 발표한 건 현대자동차가 처음이었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강성진/KB증권 애널리스트]
"솔직히 말씀드리면 2021년 이후로 저는 '현대차 주가가 그렇게 세게 올라갈 거야'라는 뭐 비슷한 정도의 감정도 든 적이 없어요. 그날 아틀라스를 보고 또 발표하는 내용을 듣고 나서 '아, 이거 주가가 되겠구나'"
아틀라스의 가격은 13만 달러, 우리돈 1억 8천만 원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현대차는 아틀라스를 대량으로 양산해 투입할 경우, 공정 효율화로 인간의 노동력보다 최대 3배까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어 2년 안에 투자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커지는 시장의 기대만큼, 노동자들의 충격과 불안 역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경환/울산 동구]
"기술이 발전한 만큼 이제 사람의 일자리도 조금 없어지겠다.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기곗값은 그렇게 해도 이게 인건비로 따지면은 더 싸게 먹힐 거니까…"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즉각 "노사합의 없는 아틀라스 도입은 단 한 대도 허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는데, 과거 산업혁명 당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처럼 시대착오적이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누구도 피할 순 없지만,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급격한 변화.
아틀라스는 우리의 노동 현장에 도대체 언제부터, 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까.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내놓은 청사진처럼 2년 뒤 공장에 아틀라스를 투입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박해원/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장]
"좀 디테일한 업무들인 것 같거든요. 이게 특정한 작업 이런 것들을 내가 목표로 삼아 자동화하겠다, 그건 불가능한 것 같진 않아요."
[김상현/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초반에 투입됐을 때에는 당연히 어느 정도 오차들이 분명히 있을 거지만, 2030년까지는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안정성까지도 같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 하다‥"
하지만 아틀라스가 투입된다고 해서 당장 현재의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달라지거나, 제조업 일자리가 대량으로 감소할 거라는 걱정은 기우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박종우/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자동화가 이미 너무 잘 돼 있어요. 이미 다 로봇에 최적화된 공간이에요. 굳이 로봇을 사람 닮은 꼴로 만들 필요가, 이유가 없어요. '휴머노이드 아니면 안 되겠다'라는 작업이 사실 잘 보이지가 않아요."
현재 자동차 공정은 자동차 외판을 만드는 프레스, 외판을 용접해 뼈대를 만드는 차체, 색상을 입히는 도장, 자동차를 완성차로 조립하는 의장, 정상작동하는 지 검사하는 검수.
이렇게 다섯 개의 단계로 나뉩니다.
이 공정 5단계 중 프레스와 차체, 도장 단계까진 이미 상당부분 산업용 로봇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인간이 하고 있는 작업에 아틀라스를 투입하는 게 과연 투자비용 대비 효용이 있을지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박해원/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장]
"투입은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부족한 기술이라도. 그런데 이게 진짜로 쓴 사람들이 만족을 했는지, 기술적 완성도가 올라왔는지 이거는 공개가 안 돼 있잖아요."
[박상수/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 효율성에 기여를 할 수 있고 ROI, 투자 수익률이 얼마나 나올 수 있는지 그런 데이터들이 좀 나와야지만… 앞으로 한 3년에서 5년 간은 아마 그런 데이터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
또 미국처럼 자본력을 갖춘 거대 기업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대당 2억 원 가까운 아틀라스를 투입해 생산성을 맞출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엄윤설/에이로봇 대표]
"1억 8천만 원이라는 인건비가 효용성이 있어야 하는 게 되는 거거든요. '미국 제조업 공장에서 미국 근로자를 대체한다', 그거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 시장에 그게 맞는가'라고 하면 거기서 큰 물음표가 쳐지는 거죠."
다만 미국 공장에 투입돼 학습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아틀라스가 더 고도화될 것이고, 아틀라스의 생산 단가 역시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격이 낮아지면 국내 도입 시점이 지금의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게 노조가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이종철/현대차노조 지부장]
"3만 대, 5만 대 이렇게 대량 생산 체계로 들어간다면 로봇 한 대당 들어가는 비용은 한 4천만 원 이하로 떨어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해외 공장에 시범적으로 이렇게 이제 투입을 해서 그에 따른 어떤 손익 계산을 하겠죠. 그다음에 국내 공장 투입 시점은 불명확하지만, 아마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다…"
현재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의 노사단협 대부분엔 신기술 도입, 자동화 등에 대해 노조와 협의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아틀라스가 대폭 낮아진 가격으로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 본격 투입될 경우,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등 약한 고리부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차는 아틀라스를 공개하면서,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서 부품을 차량 생산 순서에 맞춰 공급하는 '서열' 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부터는 '조립' 공정까지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현대차에 장착되는 부품의 물류 과정을 보면 부품 제조, 그리고 제조된 부품을 조립하고, 순서에 맞게 공급하는 서열 작업 상당 부분을 하청업체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종철/현대차노조 지부장]
"노동조합이 기술 혁신을 거부하고 시대적 흐름을 거스른 것처럼 비판하고 있는데, 4만 조합원을 넘어서 같이 노동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근무하고 있는 3백만의 문제고‥"
현대차는 아틀라스의 국내 공장 투입과 관련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 신수아 기자 ▶
AI와 결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2035년엔 380억 달러, 우리 돈 56조 원 규모에 이를 것이란 전망인데요.
우리 정부 역시 미국, 중국과 함께 3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요.
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또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 '공포' 넘어 '공존'으로
사람처럼 열 개의 손가락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로봇.
사람의 동작을 따라 미끄러운 텀블러를 자연스럽게 집어 옮깁니다.
[한재권/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에이로봇 최고기술책임자]
"(앨리스) M1이란 로봇이고요. 제조업 현장에서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학습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하는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상체와 달리 하체는 바퀴를 달았습니다.
작업 현장에서 빠르게 이동하기에는 바퀴가 더 낫기 때문입니다.
로봇 '앨리스'의 가격은 7천만 원 정도.
국내 중소 제조업 현장이 주 타깃입니다.
[엄윤설/에이로봇 대표]
"아주 높은 성능의 운동성이라든가 이런 걸 가질 이유가 사실은 없어요. 중소 제조기업의 공장주들이 사용하실 수 있는 수준만큼의, 그만큼의 운동 성능과 인공지능을 갖춘 상태에서 로봇을 만들어 내는 거죠."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할 사람이 없어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 영세 업체에 큰 도움을 줄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엄윤설/에이로봇 대표]
"최근에 대구에서 작년에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3차 벤더(하청업체)에 해당하는 사업장 두 개가 거의 동시에 문을 닫았대요. 문을 닫은 이유는 '사람을 구할 수가 없어서'였어요. 거래처에 가서 사장님들이랑 대화를 나눠보면 '아무도 우리 회사에 오지 않는다'… 그 불일치를 저희는 해소하고 싶은 거예요."
마치 거미처럼 생긴 사족 보행 로봇.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대표적 업종이지만 역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소 현장을 겨냥했습니다.
선박 공정은 동선이 복잡하고 험지가 많다 보니 배 구석구석을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게 발은 자석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준하/디든로보틱스 대표]
"용접 자동화 측면에서 저희가 넣으려고 하고 있고요. 실제 현장에 가시면 이 '론지'라고 하는 (T자) 장애물이 계속 다닥다닥 있어서 그 좁은 영역들을 넘나들면서 작업을 수행해야 됩니다. 저희는 자석 힘을 활용해서 굉장히 정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인간의 형체를 갖추는데 매달리기보다 해당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더 실용적인 로봇을 만드는 게 더욱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김준하/디든로보틱스 대표]
"작업하는 (용접) 로봇 팔은 있는데 어느 정도… 로봇 팔을 움직여 줄 수단이 필요한 상황인 거죠. 스파이더 로봇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저희가 생각하는 휴머노이드 방식으로 작업을 할 수도 있고요. 지금 있는 솔루션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은 저희가 봤을 때 저희의 지금 접근 방식인 것 같습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영세 기업들에겐 로봇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값비싼 휴머노이드, 즉 인간 모습의 로봇이 무조건 정답일 순 없다는 겁니다.
[박상수/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휴머노이드를 도입했을 때 투자 수익률이 얼마나 나오는지도 아직 의문인 상황에서 섣불리 이런 것들을 투자를 할 수 있을까라는 좀 의문이 들긴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답이 꼭 휴머노이드는 아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연구 센터.
걷고 뛰는 건 물론, 문워크나 오리걸음까지 다양한 보행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김기정/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연구원]
"그냥 사람 걷는 정도 속도로 지금 걷고 있는 거고 저희가 빨리 달릴 때는 초속으로 일단은 3.5m/s까지는 달려봤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인 구동장치 등 대부분의 기술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박해원/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장]
"휴머노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중의 하나인 구동기, 특히 이제 액추에이터(작동장치) 그리고 감속기 이런 것들을 이제 저희 기술로 직접 만들었고요. 컴퓨터나 뭐 센서들 빼면 다 이제 저희 카이스트 기술로 만들어진 로봇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카이스트 로봇센터에선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만큼, 각종 현장에 적합한 휴머노이드 개발에 유리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박해원/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장]
"필요성과 그리고 상황적인 그 적합성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것들은 좀 갖춰져 있는 것 같아요. 부품 업체들 같은 거 아직 잘 돼 있고 제조업도 아직 살아있고 그리고 필요성은 당연히 이제 엄청나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고요. 제조업이 센 나라에서 공급망이 짧고 그리고 아무래도 좀 믿을 수 있는 기업도 있고…"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기술수준이 뒤처지거나 우리 시장이 외국 기업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윤설/에이로봇 대표]
"저렴한 중국 휴머노이드들이 막 밀고 들어와서 국내에 아주 이제 뿌리내릴까 말까 한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다 말라 죽고 나면 그러면 당연히 외부에서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겠죠. 기술 식민지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체적으로 휴머노이드 만들 수 있는 기술은 갖추고 있어야 된다."
많은 이들에게 '아틀라스'가 준 충격은 기술에 대한 경외감보다는 일자리를 빼앗길 거라는 공포감에 가까웠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으로 기존 산업구조의 재편은 불가피하겠지만, 일자리가 당장 급격하게 사라질 거라는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김상현/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저희가 SF 영화에서 보다시피 그렇게까지 개발이 될 거라고는 생각이 되진 않습니다. 초장기에는 특정한 직업만, 지금의 산업용 로봇처럼 특정한 작업만 이렇게 수행을 하게 되다가 더 역할이 많아지게 되지 않을까‥"
거를 수 없는 대세라면, 막연한 공포보다는 공존을 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박상수/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휴머노이드 영상을 보시면 사람과 같이 작업하고 있는 영상은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런 안전 표준이 없기 때문에, 어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법 규제 이런 것들이 마련돼야지만 본격적으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해온 것처럼 전 사회가 나서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산업구조 속에서 도태되는 이들이 없도록 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써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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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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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휴머노이드' 공포‥실체는?
[스트레이트] '휴머노이드' 공포‥실체는?
입력 2026-03-08 21:12 |
수정 2026-03-0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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