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보수화' 굳어지나?
5대 12에서 12대 4로 지방권력을 교체한 이번 선거.
그럼에도 민주당의 승리라고 단언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 모두의 예상을 깬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이었습니다.
불과 1.15%포인트, 6만여 표 차이의 신승. 민주당을 충격에 빠뜨린 이 결과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인지도 면에서 오세훈 후보에 훨씬 뒤처지는 정원오 후보가 개인의 능력을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지 못했다! 선거 운동 내내, 여론조사 1위 후보로서 몸조심하는, 즉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한규/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100분 토론', 6월 4일)]
"'수도 서울의 수장을 뽑는데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뽑아야 되는 거 아니겠냐' 이런 시민들의 요구사항에 제대로 응답을 못 한 것 같아요. 이기는 후보는 토론하기 싫거든요. 못해서가 아니라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또 행정부와 입법부까지 장악한 민주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분석은 서울의 보수화된 민심이 강하게 작용했고, 보수화의 가장 큰 이유는 서울의 아파트값 폭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정한울/한국사람연구원장·정치학 박사]
"어쩌면 이제는 서울이 과거와 같은 그런 유동적인, 스윙(왔다갔다)하는 지역이 아니라 상당히 이제 보수 성향이 공고화된, 과거의 영남 같은 그런 곳으로 정치적 성향이 좀 변화된 건 아닌가‥"
오세훈 후보는 예상했던 것처럼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 몰표를 받았습니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각각 66%, 65%를 득표해 30%를 가까스로 넘긴 정원호 후보를 더블 스코어 차이로 눌렀고, 송파구에서도 55%를 얻어 정 후보를 13%포인트 차로 따돌렸습니다.
강남 3구에서만 표차를 20만 표 이상 벌린 겁니다.
정원오 후보는 25개 자치구 중 15개 구에서 이겼지만, 표 차이는 대부분 1~2만 표 이하였습니다.
강남 3구 주민들이 국민의힘 후보에 몰표를 준 건 반복됐던 현상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강남,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 자치구 주민들의 선택입니다.
오세훈 후보는 25개 중 10개 자치구에서만 정원오 후보를 앞섰는데, 강남 3구와 용산구, 중구, 양천, 동작, 영등포, 강동, 광진구 등 10곳입니다.
이 한강벨트 지역 자치구들은 모두 아파트값 상승폭이 크거나, 대규모 재건축 이슈가 임박한 곳들입니다.
오세훈 후보가 승리한 이 10개 구의 집값을 살펴보면, 강남, 서초구는 애초에 서울에서 단연 아파트값이 비싼 지역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8개 구는 최근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았던 곳들이었습니다.
지난 1년간 아파트값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자치구 10곳 가운데, 8곳에서 이번에 오세훈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정원오 후보가 3선 구청장을 지냈던 성동구와 마포구에서만 정 후보가 앞섰는데, 표 차이는 두 곳 모두 불과 5천여 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 시민들의 이런 선택을 두고 자산 투표, 즉 본인의 자산 가치를 지키려는 투표 성향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희웅/오피니언즈 대표 (MBC '뉴스외전', 6월 4일)]
"실제 투표할 때 실리적 투표, 이해관계 투표를 하게 되는 것이니까 그 어떤 이념적 성격보다도 자산 투표라는 것이 매우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부분들 이것이 이번 서울시장의 가장 핵심을 관통하는 사안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서울 아파트값 안정'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중단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이행했습니다.
보유세 강화 카드도 검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가격이 높거나, 오르고 있는 아파트를 소유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안정 정책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한울/한국사람연구원장·정치학 박사]
"정원오 후보가 과거에 민주당 후보들하고는 좀 다른 전향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치더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정말 그런 거냐’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최명일]
"지금 부동산이 가로막는 바람에, 정책이 조금 가로막는 바람에 이 모든 경기가 좀 안 좋아진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오세훈을 찍었어. 한 표를 찍었지."
[김OO]
"오세훈 후보가 그동안 정치 경험도 많고 재건축이랑 뭐 부동산에 관한 이런 정책을 잘 쓸 거 같아서 선택한 이유입니다. 빨리 재건축도 되고 그래서 깨끗한 집에서 좀 살고 싶어요."
[이OO]
"우리가 모두가 지금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하잖아요. 그러니까 새 건축(아파트)이 들어서면 아무래도 (집값이) 더 오르지 않을까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규제 완화와 빠른 재건축 재개발을 바라기 때문에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했습니다.
[김OO]
"<정원오 후보도 부동산 정책을 같이 (공약)했고, 재건축도 하겠다고 했잖아요.> 만약에 당이 바뀌면 새로운 계획을 써야 되고 이게 재건축이 되자면 4, 5년은 최소 걸리는데 그걸 다시 정비하려면 시간과 이런 게 빨리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권대중/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이나 오르기를 바라는 거라면, 그 이면에 이제 부동산 자산 가치에 따라서 보유세를 올리거나 또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리는 게 부담스러워서 오히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의 보수화 경향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도 일부 확인됩니다.
이 대통령의 전국 득표율은 49%를 넘었지만 서울 지역 득표율은 이보다 낮은 47%에 그쳤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48%를 얻고 패배한 정원오 후보보다도 득표율만 놓고 보면 더 낮았습니다.
반면 지난 대선 당시 보수정당 후보였던 김문수, 이준석 후보는 본인들의 전국 득표율보다 서울 득표율이 1%포인트 안팎으로 더 높았습니다.
역대 민주당 계열 대통령 중 서울 지역 득표율이 전체 득표율보다 낮았던 건 지난해 뽑힌 이재명 대통령이 유일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국에서 41%를 득표했는데 서울 득표율은 이보다 높은 42.3%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전국 득표율은 48.9%였지만 서울 득표율은 51.3%에 달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전국 득표율 40.2%로 당선됐는데 서울 득표율은 5%포인트 가까이 높은 44.8%였습니다.
[조진만/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북 지역의 진보 우위는 약간 좀 엷어지고 강남 3구 중심이었던 보수의 색채들은 자산 형성이 되면서 '한강벨트' 중심으로 좀 더 넓어지거나 깊어진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 보면 서울은 굉장히 보수 성향이 강화되는 부분이 있었고‥"
이 때문에 선거 직후부터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거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서울의 보수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고 그 이유가 부동산 때문이라는 논리를 반박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정원오 후보의 개인 역량과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 때문일 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계획했던 부동산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서 성과를 내야 서울 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배병인/국민대 정치대학원장]
"막연하게 '부동산 때문에 실패했다'라고 평가하는 거는 자칫하면 민주당이 그나마 추진하려고 했던 부동산 관련 개혁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후퇴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건 조금은 냉정하게 쳐다봐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임상재 기자 ▶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외에도 관심이 집중됐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주요 지역에서 패하면서 기존 의석을 4석이나 잃었습니다.
극우 성향 행보를 고수해 온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 역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부산 북구 갑 보궐선거에선, 당에서 쫓아낸 한동훈 후보에게 처참하게 패배했고, 관심 지역에서 당선된 후보들 역시 장동혁 지도부와는 철저히 거리를 둔 경우가 많았습니다.
■ '극우 행보' 심판
지난달 10일, 부산 북구 갑 보궐선거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장동혁 대표가 직접 참석해 힘을 실어줬습니다.
[장동혁/국민의힘 대표 (5월 10일)]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뿌린 사람이 아니라, 박민식처럼 굳건하게 보수를 지켜온 사람이 보수 정당을 새롭게 만들어야 됩니다."
같은 시각 한동훈 후보 개소식엔,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장동혁 대표가 한 후보를 지원하면 징계하겠다고 경고하자 한 후보가 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장 대표는 12.3 계엄이 내란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인물, 박민식 전 의원을 공천한 뒤 전폭 지원했지만 15%대 득표에 그치며 한동훈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장동혁 지도부와 철저하게 거리를 뒀고, 평택 을 지역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유의동 후보 역시, 당내 유승민 전 의원 계로 평가받는 온건 보수 성향 인물입니다.
[박정하/국민의힘 의원 (MBC '100분 토론', 6월 4일)]
"유의동 의원의 선거 과정을 이렇게 보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느낌이 전혀 없어요. 공천도 할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준 듯한 느낌, 이후에 알아서 개별 후보가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당신이 알아서 수용하세요’라는 식의 느낌이 들 정도로 방치해 놓은 상황인데‥"
결과를 떠나, 선거 운동 기간 중 장동혁 지도부가 보인 행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자는 호소.
[장동혁/국민의힘 대표 (5월 24일)]
"우리 6월 3일, 우리의 소소한 일상, 우리의 자유, 스타벅스 커피 들고, 투표장으로 갑시다. 스타벅스 커피 들고 이재명과 민주당을 심판합시다, 여러분."
여권에서 나온 스타벅스 불매 운동 목소리가 지나치다며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한 회사를 오히려 적극 두둔하면서 5.18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줬습니다.
[이은미/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
"공당으로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될 책무가 있잖아요. 그렇지만 여전히 그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하기 위해서 그런 극우적인 행위들을 함으로써 호소하는 건데 그것은 공당이 지켜야 할 기본 책무를 이제 벗어났다고 보는 거죠."
[정한울/한국사람연구원장·정치학 박사]
"'정치권이 나서서 저렇게까지 공격을 해야 할 일인가?'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가 있는 사안인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걸 또 옹호한다고 국민의힘이 나서는 게 국민의힘이 그걸 이제 감싸고 막 이러는 게 오히려 그게 마이너스 아니었나‥"
결국, 극우세력들이 결집해 5.18을 조롱하는 스타벅스 인증샷, 전두환 합성 이미지 등을 잇달아 올리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김현태/인천 계양을 무소속 후보 (유튜브 '노매드 크리틱', 5월 27일)]
"거기 (국회) 스타벅스 없잖아요. 스타벅스 탱크점 입점시킬 테니까 탱크 1호점, 탱크 2호점, 탱크 3호점‥ 탱크 707점?"
또, 뇌물과 국정농단 등 범죄 혐의로 수감됐다 사면된 두 전직 대통령을 유세 전면에 내세운 조치.
[이명박/전 대통령 (서울, 6월 1일)]
"여러분 난 순수한 사람이야. 순수한 마음으로 일 잘하는 시장, 구청장 뽑아달라고‥"
[박근혜/전 대통령 (대구, 5월 31일)]
"대구를 보수의 상징이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중에서도 이 서문시장이야말로 보수의 상징적인 곳이라고‥"
영남권을 중심으로 일부 보수표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되지만, 그 행위 자체가 우리 정치의 퇴행이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이은미/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
"탄핵된 대통령이고, 또 한 분은 이제 부패를 통해서 탄핵은 되지 않았지만, 부패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분들이잖아요. 유권자를 이 또한 이제 모독하는 행위인 거죠. 이거를 이용한 국힘의 책임이 저희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자마자, 한동훈 의원은 '국민의힘으로 돌아와 보수를 재건하겠다'며 장동혁 지도부를 겨냥했습니다.
[한동훈/무소속 의원 (6월 5일)]
"보수는 재건돼야 합니다. 보수 정치는 지금 같은 상태로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보수 정치를 하는 분들이 그 민심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장동혁 대표는 선을 긋고 있지만 향후 국민의힘 내부에선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터져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배병인/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민의힘 같은 경우에는 우선 윤석열 내란 세력하고, 극우 세력하고 절연하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이미 했어야 될 과제인데 아직까지 하지 못한 것이 이제 국민의힘의 문제이고요. 보수 세력 전체가 재편될 수밖에 없는 그런 어떤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저는 평가를 합니다."
민주당에서도 정청래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경기 평택 을 선거에선 민주당 김용남,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모두 출마할 때부터 범여권 후보의 분열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줄곧 세 후보가 비슷하게 나오면서, 표 분산으로 인한 패배 위험이 계속됐지만, 단일화에도 소극적이었고, 선거운동도 안일했다는 지적입니다.
[신인규/변호사 (MBC 라디오 '뉴스하이킥', 6월 4일)]
"정청래 당대표가 전략 공천을 했고, 결국 전략 공천을 한 김용남 후보가 떨어졌기 때문에 이거는 공천의 실패 내지는 관리의 실패 책임이 있는 거고‥ 후원회장까지 맡았는데 정청래 대표가 개소식 때 한 번 간 거 외에는 별다른 선거 지원을 하지 않았어요."
압승이 예상되던 선거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얻지 못한 건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만 기대 안일함에 사로잡혀 있었고, 결국 유권자의 견제심리를 발동시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진만/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공소 취소라든지 특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것들이니까 이런 것들은 조금 너무 가는 거 아닌가 그리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어떤 기본적인 균형이라든지 시스템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너무 정치적으로 손을 많이 대는 거 아닌가에 대한 우려감도 분명히 작동했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결국, 내란 잔재 척결과 단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되,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체감할 수 있는 민생의 개선을 이뤄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배병인/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석열 세력이 잘못됐다는 건 전 국민의 대부분이 동의를 할 겁니다. 그런데 그걸 지적하는 것만으로 집권 여당의 책임이 만들어지지는 않거든요. 그럼 그 이후에 내란 세력이라든가 반민주 세력들을 척결하거나 주변화하고 난 다음에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느냐라는 부분에 대한 비전이 좀 더 정확해야 될 것 같고요."
5시 뉴스
임상재
임상재
[스트레이트] '6·3 선거' 후폭풍
[스트레이트] '6·3 선거' 후폭풍
입력 2026-06-07 21:46 |
수정 2026-06-0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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