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에 일어난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로, 북한 당국이 지목됐습니다.
특히 김정남 피살에 화학무기용 신경작용제인 VX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의 공분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 검찰은 김정남 피살 사건의 두 여성 용의자를 살인 혐의하고 첫 공판을 열었다고 합니다.
화면으로 바로 만나보시죠.
이곳은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세팡 법원 앞입니다.
지난 1일, 경찰관 200여 명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두 여성이 등장합니다.
수많은 취재진들 앞에선 이들은 바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인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아이샤입니다.
살인 혐의로 법정 기소된 이후, 첫 재판을 받고 나온 두 사람의 얼굴은 초췌하고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는데요.
이 날 1시간가량 진행된 비공개 재판에서 이들은 ‘장난 동영상을 찍는 줄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김정남 살인 의도를 강력하게 부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검찰 측은 살해 의도가 분명하다고 반박.
만약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샹무감/흐엉 변호인]
"흐엉이 사형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정남 피살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체포됐던 리정철은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리정철/김정남 암살 연루 용의자]
"(말레이 검찰이) 계속 계속 인정하라, 죄를 인정하라 인정하지 않으면 너희 가족이 몰살이다, 너도 무사치 못한다."
리정철은 평양으로 도피한 북한 국적의 용의자들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리정철은 사건 당일 공항에 가지도 않았고 공항에 가지도 않았고 공항 CCTV 화면에 잡힌 용의자들 가운데 자신의 모습은 없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는데요.
북한은 지난 28일,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말레이시아에 급파하며 리정철 석방과 함께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리동일/전 북한 유엔 차석대사]
"북한인 시신의 인도와 체포된 북한인의 석방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논의할 것입니다.)"
더불어 리동일 전 차석대사는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문제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시신 인도의 우선권은 가족에게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며 북한 측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말레이 보건장관]
"북한대표단의 요구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의 대답은 프로토콜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대립은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부터 계속 되어 왔습니다.
북한 당국이 시신의 신원확인은 물론, 부검에 반대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와 마찰을 빚기 시작한 건데요.
김정남 피살의 배후가 북한 당국이라는 게 사실상 드러난 뒤에도 북한 측은 말레이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강철/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
"말레이 당국이 외부세력과 결탁해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자,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는 또 한 번의 초강수를 뒀습니다.
바로 북한과의 비자 면제협정을 파기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말레이시아 부총리]
"다음 주 월요일부터 말레이시아로 입국하는 모든 북한인들을 대상으로 비자 규제가 시행될 것입니다."
1973년, 첫 수교를 시작한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2009년, 비자 면제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현재 약 천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말레이시아에 파견돼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조치에 따라 앞으로 북한 주민들은 말레이시아를 갈 때마다 비자를 받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북한 외화벌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봉현/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
"북한 입장에서는 말레이시아가 동남아 지역의 거점으로 역할을 해왔던 것인데 말레이시아와 이뤄지고 있던 교역이나 교류 자체도 막히면서 북한의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크게 압박을 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침묵하던 북한은 김정남 사망 10일 만에 첫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졌다“면서 북한의 소행이라는 주장은 낭설이며 남조선당국이 미리 짜놓은 대본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제껏 북한은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 존재를 철저히 숨겨왔습니다.
그랬던 북한이 대외용 선전매체가 아닌, 북한 주민들이 주로 접하는 조선중앙통신에 공식입장을 밝힌 건데요.
이는 외부 정보 유입으로 북한 내부에 김정남 피살 사건이 퍼지게 됐을 때 동요를 막기 위한 대응차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봉현/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
"김정남 피살 사건이 북한에 의해서 피살됐다는 것이 국제사회에 밝혀지게 되면 김정은 정권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끝까지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을 억지 부릴 걸로 예상됩니다."
김정남 피살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앞으로 또 얼마나 무리수를 둘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지금> 이었습니다.
통일전망대
북한은 지금 <北-말레이시아, 김정남 피살 후폭풍>
북한은 지금 <北-말레이시아, 김정남 피살 후폭풍>
입력 2017-03-06 14:20 |
수정 2017-03-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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