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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토론

극과극 남남북녀 손두부집 연 사연

극과극 남남북녀 손두부집 연 사연
입력 2020-08-01 09:23 | 수정 2020-08-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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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그러운 여름 풍경이 펼쳐진 강원도 홍천에 가면 소문난 두부 맛집이 있는데요.

    이른 아침, 동네에서 가장 먼저 불을 밝히는 이곳은 탈북민 강혜영 씨 부부의 식당입니다.
    손으로 직접 쓴 두부제조실 팻말만 봐도 왠지 특별해 보이는데요.

    [황영성/남편: 여기는 홍천콩이에요. 한 12시간 정도 불려야 돼요.]

    밤사이 두 배로 커진 국내산 콩은 가장 먼저 곱게 갈아 콩물을 내는데요.
    콩이 들어가자 기계는 활기찬 소리를 내며 뽀얀 콩물을 뿜어냅니다.

    매일 하는 일인데도 간수를 만들 때면 항상 저울이 등장하는데요.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혜영 씨만의 영업 비밀인 셈이죠.

    [강혜영/아내: (간수) 한 두 방울 차이가 완전 두부를 바꿔놓으세요. 두부 나오면 한 번 보세요.]

    기대되는데요. 시원하게 간수를 털어 넣은 뒤 몽글몽글하게 콩물이 잘 엉기는 걸 보니 오늘도 성공적이네요.

    [강혜영/아내: 예쁘게 잘 펴놔야 돼요. 그래야 두부도 예쁘게 나와요. 너무 이렇게 막 해 놓으면 두부 모양이 또 이상해져요.]

    세심한 사람을 떠올리면 딱 남편 영성 씨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름 하나 없이 천을 꼼꼼하게 깔고 콩물도 조심스레 붓는데요.
    꾹 눌러 한 시간 정도 흘러 겉은 탱글탱글하고 속은 알찬 홍천 모두부 완성!
    오늘도 잘 만들어졌네요.

    남편 영성 씨는 두부를 소분할 때도 자를 대서 정확하게!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데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남편이 두부를 하나씩 하나씩 정성스레 나눠 담는 동안 아내 혜영 씨는?

    주방 곳곳을 종횡무진하며 분주한데요.
    재료를 손질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불 앞에서 나타나 호박을 볶고요.
    감자에다 가지까지, 순식간에 여섯 가지 밑반찬을 뚝딱 해냅니다.

    주변에 어떤 난리가 나도 주어진 일 하나에만 집중하는 강원도 홍천 태생의 남편,
    그리고 평안남도 숙천에서 새로운 삶을 위해 사선을 건넌 도전적인 아내.
    둘은 정반대 성격만큼이나 살아온 여정도 달랐습니다.

    [강혜영/아내: 저는 북에서 그 선반공으로 일했어요. 선반공은 그 쇠를 깎는 거예요. 기계로. 공작 기계로 쇠를 깎는 거. (남한에서도 선반공으로 일하다가) 홍천에 오니까 유일하게 회사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땄어요. 그다음 요양보호사도 했어요. (또) 제가 대형 운전면허를 5일 만에 따 가지고 왔어요. 거기에 이제 내가 (대학교) 사회복지학과로 (졸업도 했어요.)]

    이렇게 적극적인 아내 혜영 씨 덕분에 신중한 남편과도 초고속으로 결혼할 수 있었는데요.

    [강혜영/아내: 내가 지금도 우스갯소리지만 말해요. 칼국수 두 번 먹고 14일 만에 결혼한 여자는 아마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없을 거야.]

    이 부부가 만드는 두부 요리는 어떨까요?
    손두부는 매콤하고 시원한 전골에도 들어가고요.
    단백질 풍부한 고등어두부구이, 그리고 이곳의 특별메뉴 짬뽕순두부까지
    두부 하나로 이렇게나 다양하게 먹을 수 있었네요.

    부부가 정성껏 만들고 차린 두부 한 상, 그 맛은 어때요?
    [손님: 손두부는 되게 거친데 여기 거는 되게 부드러워요. 기계두부처럼.]

    [손님: 다른 지역에 사시다가 이쪽으로 오셨거든요. 그때 갔을 때도 두부가 굉장히 고소하고 맛있었는데 역시 그 실력이 일취월장하시는 것 같아요.]

    남녘에서는 두부가 건강식으로 꼽히면서 여러 전문점이 있지만, 북녘에서는 집집마다 흔히 만들어 먹는 음식입니다.
    그래서 두부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요.

    [강혜영/아내: 명절 때는 북한의 어느 집이나 거의 다 두부를 해요. 특히 북한 사람들은 두부 못하는 사람 없을 거예요. 저희 엄마가 그렇게 항상 하니까요.]

    북한에서도 익숙했던 두부는 남녘에 와서 시부모님도 즐겨 드셨기에 자주 만들었다고 합니다.

    [강혜영/아내: 저희 시아버지도 시어머니도 그 콩 음식을 비지, 특히 비지. 엄청 좋아하셨어요. 그래 가지고 우리 남편한테 이제 상의를 해서 두부를 한번 하면 어떨까?]

    홍천 콩으로 만든 두부도 두부지만 음식 맛의 진짜 비결은 바로 이곳에 있는데요.
    재료 대부분을 직접 꾸린 이 밭에서 공수한답니다.

    밭이 꽤 넓네요?

    "평수로 따지면 2천 평?"
    "여기는 이제 가지 밭."
    "저기 호박."
    "(또) 피망이 이렇게 달렸어요. 이렇게."
    "저기도 고추밭이에요."

    식당에선 확실하게 분업이 되어 부부가 거의 따로 있지만, 밭은 일터를 가장한 둘만의 데이트코스이기도 한데요.

    "막 집어 던지지는 말고 따세요."
    "아니에요. 잘못 집어서."
    "원래 고추는 이런 걸로 이렇게 썰어서 넣어야 돼. 그래야 맛있어."

    그런데 식당일에 농사까지 직접 하려면 힘들진 않으세요?

    [강혜영/아내: 솔직히 힘은 들죠. 그래도 또 저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채소를 사서 해야 하는데 차라리 이 넓은 땅을 우리가 활용을 하면서 또 신선한 채소를 손님들께 대접해 줄 수 있고 그래서 그런 쪽으로 우리가 지금 하는 거예요.]

    맛집 사장님이자 농장주인인 혜영 씨는 자신의 꿈을 하나하나 이뤄가기 위해 또 다른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데요. 과연 뭘까요?

    [강혜영/아내: 더 도전하고 싶죠. 탈북민 쉼터라든지 아니면 그 농장. 농사 쪽으로 이제 희망하시는 분들한테 체험 농장이라든지 뭐 그런 쪽으로 (활성화시켜보고 싶어요.)]

    희망 찾아 남녘으로 온 후배 탈북민들이 이곳에서 꿈을 펼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고 싶은 마음인 거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그려가는 혜영 씨를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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