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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별한 탈북민 영어교육

조금 특별한 탈북민 영어교육
입력 2020-09-12 09:17 | 수정 2020-09-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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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 유창한 영어 발음을 뽐내는 이분!

    혹시 선생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탈북민 김연주입니다."

    "영어를 왜 이렇게 잘하세요?"

    "이분들 덕분입니다."

    이분들이 바로 탈북민의 영어 교육을 돕고 있는 케이시, 그리고 이은구 대표입니다.

    [케이시/공동대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케이시 라티그'입니다. 저는 TNKR의 공동 설립자이고 이곳은 '북한이탈주민 글로벌교육센터'입니다.]

    탈북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이곳은 대부분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케이시/공동대표: 저희는 2013년 3월에 창립했으며, 지금까지 460명 이상의 탈북민들과 함께했고, 이들은 천여 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학습했습니다.]

    한 달 전, 이곳의 직원으로 채용된 연주 씨.
    선생님들의 일정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바로, 그녀의 탁월한 영어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죠.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할 수 있는 날짜를 확인하고 싶은데요. 좋아요, 토요일에 만나요!"

    지금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그녀지만 남한 생활 초반엔 영어를 잘 몰라 꽤나 고생했다는데요.

    [김연주/탈북민: 카페를 가면 에스프레소,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렇게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별거 아닐 수 있잖아요, 한국에 사는 사람들한테는. 그런데 저한테는 이게 무슨 말인가, 이게 무슨 말인가...]

    하지만 이곳에서 5-6년 정도 영어 공부에 매진한 결과, 원어민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그녀가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북한에서 몰래 보던 외국 영화를 통해선데요.

    "'Home Alone' 이런 거 있잖아요. '나 홀로 집에' 이런. 액션영화 같은 걸 몰래몰래 봤어요."

    "영어를 못 알아들어도 그냥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잖아요."

    "제일 솔직한 생각은 '와, 다른 세계네? 너무 좋겠다.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꿈꾸던 세상에 온 연주 씨. 남한 생활 11년차인 그녀는 영어를 배우며 많은 기회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김연주/탈북민: 영어를 조금 더 잘하게 되고 나서 미국 국무부에서 해주는 교환 학생 프로그램으로 외국도 갔다 오고 그랬거든요. 영어를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센터의 공동 설립자인 케이시 대표! 그 이력이 굉장하다는데요~

    그는 세계적인 명문 미국 하버드 교육대학원 출신으로, 워싱턴DC의 한 연구소에서 교육정책 전문가로 일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십년 전 쯤, 업무 차 한국에 오게 됐고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알게 된 후 한국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케이시/공동대표: 저는 탈북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봤습니다. 그들은 영어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은 한국인과 일상 대화를 하는 것조차도 가끔 어렵다고 합니다.]

    현재 그와 뜻을 함께하는 이 곳의 원어민 선생님은 60여 명!

    미국, 호주 등 대부분 영어권 나라에서 왔다는데요.

    모두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인 코디 선생님도 3년째 이곳에서 탈북민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코디/자원봉사자: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국에 있을 때였어요. 그때 탈북민 한 명을 만나서 공부를 도와준 일이 있었어요. 그 덕분에 한국에 와서도 봉사활동에 참가하게 됐죠.]

    [이은구/대표: 지금은 일 년에 10만 원 등록비를 내요. 그 등록비는 TNKR의 소속이라는 의미이고 일 년 안에 원하는 수만큼 본인이 선생님을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어요.]

    게다가 이곳의 모든 수업은 거의 무료!

    원어민 선생님과 일대일로 진행하는 게 원칙입니다.

    [이은구/대표: 모든 수업은 영어로만 진행이 되고 외국인들하고 일대일 수업이고요. 따로 정해진 교육 과정은 없고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할 수 있어요.]

    남한 생활 9년 차인 희송 씨도 코디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거 하루 이틀 배운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렇게 영어를 잘했던 건 아니죠?

    [강희송/탈북민: 처음에는 제가 (선생님한테) 인사도 못 했어요. 부끄러워서. '하이' 이것도 못 해서 '안녕하세요'(라고 했어요) 선생님들이 영어를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고 이래서 나는 이제 영어는 아닌가봐.]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지난 달, 이 곳에서 주최한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 무려 2등을 차지했습니다.

    모두 원어민 선생님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성과였습니다.

    "지금은 집에 있지 않기 때문에 '집에 갔다'고 표현을 해야 해요. 네, 감사해요."

    희송 씨는 앞으로도 계속 이곳의 선생님들과 함께 영어를 공부할 생각입니다.

    [강희송/탈북민: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데 그게 언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제가 영어를 못했는데 지금은 하는 것처럼 제가 뭔가 하지 않을까요?]

    8년 전, 한국에 온 탈북민 은서 씨.

    그녀 또한 이 센터에서 3년 정도 영어를 배웠는데요, 오늘도 공부하러 오신 건가요?

    "아이들은 언제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제 아이는) 다섯 살인데요?"

    "네, 괜찮아요."

    현재 한국의 많은 어린이들이 영어를 배우고 있어요.

    사실 은서 씬 두 아이의 엄만데요, 오늘은 자녀들의 영어 교육에 대해 케이시 대표님의 조언을 구하러 왔답니다.

    이곳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은서 씨의 집.

    아유 두 공주님들~ 너무 귀엽네요!

    케이시 대표의 조언대로 아이들과 영어 공부를 해보는 은서 씨.

    "ABCD~ E!"
    "이거는?"

    "F.."

    북한에도 소학교 때부터 영어 교육 과정이 있다는데요, 그곳에선 어떤 영어를 배우나요?

    [장은서/탈북민: 교재 하나를 놓고 대부분 (영어) 첫 수업이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 라는 그런 내용으로 시작을 하거든요.]

    네?! 정말 그런 걸 영어로 배운다고요?

    "영어는 내가 배우고 싶은 언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도움이 안 됐던 것 같아요"

    은서 씬 앞으로도 꾸준히 영어를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엄마표 영어 교육을 선보일 생각입니다.

    "'엄마 이거(영어) 뭐야?'라고 물어봤을 때 '그거 그거야'라고 대답해 줄 수 있는 정도만,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영어를 몰라 서러웠던 날들이여, 이제는 안녕~!
    앞으로도 많은 탈북민들이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한국을 넘어 세계로~

    힘차게 뻗어나가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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