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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은 사라졌지만 머나먼 평화

권총은 사라졌지만 머나먼 평화
입력 2020-09-19 07:35 | 수정 2020-09-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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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오늘은 남북 정상이 9.19 평양 공동선언에 합의한지 딱 2년이 되는 날입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러네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평양 시민들에게 연설하던 장면이 눈에 선한데요.

    ◀ 김필국 앵커 ▶

    그렇죠. 하지만 지금 남북관계는 깊은 수령에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평양 공동선언 2년, 현재의 남북관계를 최유찬 기자가 진단했습니다.

    ◀ 리포트 ▶

    9.19 평양 공동선언 2주년을 앞둔 지난 16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판문점을 찾았습니다.

    자유의집을 지나 군사분계선 앞에 선 이장관.

    2년 전 4월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 손을 맞잡고, 남북을 넘나들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남측 통일부 장관 일행의 움직임을 북측 군인들이 유심히 관찰합니다.

    그런데 2년 전과는 달리 북한군의 허리에는 권총이 보이지 않습니다.

    9.19 평양 공동선언 부속합의인 군사 합의서에서 약속한대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의 비무장화가 지켜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인영/통일부장관]
    "분단의 공간이었던 공동경비구역에는 무장을 내려놓고, 비무장한 남북의 군인들이 서있고"

    2년 전 평양에서 세번째 만남을 가졌던 남북의 정상.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의 15만 북한 주민 앞에서 연설을 하고, 백두산을 함께 오르며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대한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평양공동선언 기자회견/2018년 9월]
    "남과 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협을 없애기로 합의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역사적 합의는 대부분 이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던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와 상봉 문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도 유엔 제재에 막혀 진척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급기야 지난 6월 상시적 소통의 장이던 개성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고 남북의 연락망을 모두 단절해버렸습니다.

    판문점을 찾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단절된 남북 직통전화를 직접 확인하고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북연락사무실 연락관]
    "화요일하고 목요일에 저희가 북측에 일단 접촉을 하고 있습니다 북측은 무응답이긴 하고요."

    [이인영/통일부장관]
    "응답이 없더라도 언젠가 통화가 재개되면, 대화가 복원되는 시점을 대비해서 기계 상태 점검 이런것들은 확실하게 해놓으시고"

    남북관계가 이렇게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회담의 실패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북미 협상 과정에서 남측이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여러차례 위기를 돌파해주는 역할도 하고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북한이 판단하고 믿었던 부분들이 상당 부분 생각보다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 이런 부분에 대해서 남측에 대해서 일정 부분 서운함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봐요."

    미국과의 담판 실패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면서 분풀이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2년 전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가 완전히 무위로 돌아간 것일까?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최근 발간한 책 '격노'는 3년 전 '전쟁'을 떠올릴 정도로 위태로웠던 한반도 정세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자 미국은 전술 미사일 발사 훈련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경고를 보냈고,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한 작전계획을 재검토하기까지 했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우드워드의 표현들이 침소봉대된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상당한 위기 상황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2018년도를 거치면서 완전히 대반전을 이루는 그 과정이었다고 봐야되겠습니다."

    지금도 남북의 교류와 협력은 단절됐지만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남북 군사분야 합의 조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서욱/국방부장관(지난 16일)]
    "9·19 합의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9·19 군사 분야 합의를 준수하면서, 중단되었던 모든 합의 내용들을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지상·공중·해상에서의 충돌 방지를 위한 이런 조치들은 아직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거든요. 이건 분단사에서는 거의 굉장히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과라고 봐야 되거든요. 기존에 이런 실천적 조치가 유효하게 이루어진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요."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달 반 남긴 미국도 한반도 상황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많은 노력을 진행중"이라며 "심지어 북한과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하지 않으면서 북미관계가 현 상태에서 적절하게 관리되는 것을 폼페이오나 트럼프 정부는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다음 행보는 미국 대선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미국의 차기 정부가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아직 모르지만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지금의 북미 협상 구도를 계승하고 계속적인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자체, 그 자체는 한국의 중요한 가교 역할이 없으면 사실상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남북 관계의 향방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내년 초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내놓을 입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과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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