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통일전망대

어서 와! 평양은 처음이지?

어서 와! 평양은 처음이지?
입력 2020-12-19 07:49 | 수정 2020-12-19 07:57
재생목록
    ◀ 김필국 앵커 ▶

    평양여행, 이름만 들어도 생소하시죠?

    ◀ 차미연 앵커 ▶

    과거 금강산과 개성관광은 이뤄진 적이 있었지만, 평양은 중국을 경유한 외국인들의 패키지 여행만 가능했고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 김필국 앵커 ▶

    네, 그런데 이 평양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학교가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물론 지금은 가상으로만 여행이 가능한데요.

    이상현 기자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0월말,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 2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서울시 후원으로 한 시민단체가 기획한 평양여행학교의 1기 학생이 된 직장인과 대학생들입니다.

    "평양여행이 시작이 되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여러분들께서 적금만 넣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오늘부터 적금 넣는 것을 시작하도록 하시죠."

    비록 직접 갈순 없어도 재미있게 평양을 탐구해보고 여행의 설렘을 품어보며 미래의 평양여행자들을 키워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습니다.

    [홍상영/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남과 북이 너무 이념적이고 너무 이런 위주로 남북 서로를 바라보잖아요. 무겁죠. 힘들어요. 저도 힘들어요. 그래서 조금 가볍게 남과 북을 서로 바라볼 순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평양여행학교 교육을 책임질 교장선생님은 이 단체 홍보대사인 개그맨 출신의 방송인이 맡았습니다.

    [정재환/평양여행학교 교장(방송인)]
    "대개 교장 하면 경험이 풍부하다든가, 뭔가 지식, 지혜 이런게 많다든가, 이런게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게 아니고 제가 좀 나이가 많아서 그래서 교장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 수요일 저녁이면, 학생들은 학업을 마치거나 일을 끝내고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눠서 평양의 역사와 문화부터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까지, 평양여행을 위한 모든 것이 강의됐습니다.

    최근 외국인들과 패키지로 북한여행을 두차례 다녀온 호주 국적의 한 여성교포가 자신의 경험담을 재미나게 풀어낸 강의는 특히 젊은층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혹시 가셨을때 TV도 보셨어요?"
    "네, TV 봤어요.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그런데 채널을 못 돌리게 해요."

    평양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는 여명거리, 러시아 지하철을 모방해 만든 평양 지하철, 생소한 평양 시내 곳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예비 평양여행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정재연/여행작가]
    "저는 분명히 여권도 챙기고 가방도 다 싸고 갔는데, 도착해보니 어머, 저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글씨가 있는 거에요. 이게 처음 느껴봤어요 저는 여행 다니면서. 가이드북 하나 필요없고요 통역기가 필요없어요, 번역기가. 이런게 세계 유일한 나라가 아닌가.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여행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과 맛집.

    평양여행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진천규/통일TV 대표]
    "청류관 주방입니다. 옥류관 청류관이 있습니다. 유명한 냉면 위주로 하는데요. 옥류관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죠? 옥류관 청류관 맛이 조금 다르고 독특합니다."

    언제 갈진 모르지만 학생들도 조를 나누어 각종 IT 기계를 활용한 구체적인 여행계획을 꼼꼼하게 짜면서 설렘을 느껴봅니다.

    "다리 건너서 바로 가면 될것 같은데..그러면 김일성광장 보고 만수대 분수공원 보고 옥류관에서 점심을 먹고 넘어가는..(좋아요)"

    강의일정 절반이 넘어선 시점부터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전환됐습니다.

    "평양의 도시계획은 거의 격자형으로 되어 있어요. 기본적으로 완만한 구릉이었는데 이 부분을 잘 정리해서 이 격자형 도시의 틀이 거의 만들어졌죠."

    [안창모/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오늘 비대면으로 진행됐잖아요? 좀 아쉬우셨겠어요?) 많이 아쉽죠. 사실은 눈을 좀 맞추며 아이컨택하면서 해야는데..제가 농담을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해 못하는 부분은 좀더 추가설명도 가능했을텐데..."

    온라인 강의였지만 강사와 학생들의 열의만큼은 꺾을 수 없었고,

    [전영선/건국대 교수]
    "이렇게 해서 카운트다운을 하고 새해가 되면 축포를 터뜨리고 북한이 최근 세계화라는걸 주창을 하면서 세계에 맞춰서 문명을 따라가고 이런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달에 걸친 실내 강의는 21현으로 된 북한의 개량 가야금 연주로 마무리됐습니다.

    [박순아/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 가야금 연주자]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야외수업.

    지난 주말, 졸업여행을 겸해 강화도로 떠났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평양여행학교가 마지막 수업장소로 선택한 강화도 연미정입니다. 남쪽의 한강과 북쪽의 임진강이 만나 하나가 되어 서해로 흐르기 시작하는 곳인데요, 제 뒤로 보이는 것처럼 북한 땅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물길 모양이 제비꼬리와 비슷해 연미정이라 이름붙여진 이곳의 고요함과 적막함은 차가운 겨울바람을 더욱 스산하게 만들었습니다.

    [박광일/여행이야기 대표]
    "지나치게 조용한 이 연미정 앞에 펼쳐져있는 이 공간이 사실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조용한 거니까 그건 평화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시대 조운선들이 지나가듯이 고려시대 조운선들이 지나가듯이 언젠가 이 길이 시끄러워져야 되지 않겠느냐 그런 의미도 오늘 연미정을 방문한 이유중 하나였습니다."

    코로나19로 당초 계획보다 규모를 줄여 일부만 참여한 여행이었지만 북한 땅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며, 갈 수 없는 여행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선우/대학생]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아까 수영으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가까운 거리를 두고 갈 수 없다는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우여곡절끝에 1기 졸업생을 배출하며 닻을 올린 평양여행학교.

    그 꿈은 말 그대로 평양 여행이고, 그 여행의 종착지는 아마도 평화와 통일일 것입니다.

    "평양!!! 가자!!! 아리아리!!!"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