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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망대

"양묘장은 탄약, 산림복구는 전쟁"

"양묘장은 탄약, 산림복구는 전쟁"
입력 2021-03-06 07:35 | 수정 2021-03-0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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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북한에서 지난 19년 동안 축구장 33만 개에 해당하는 산림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식량난 때문에 산에 밭을 만들고, 또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데요.

    ◀ 김필국 앵커 ▶

    양묘장은 탄약, 산림복구는 자연과의 전쟁으로 선포하면서 최근 대대적으로 나무심기에 나섰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의 치열한 삼림복구 전투, 실태를 장미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조선중앙TV]
    "오늘은 나무 심기 운동의 첫 봉화가 타오른 뜻깊은 날인 식수절입니다. 이 날을 맞으며 각지에서 나무 심기가 진행됐는데.."

    지난 2일은 우리의 식목일에 해당하는 식수절을 맞아 북한 전역에서는 나무 심기가 진행됐습니다.

    [김청룡/청년동맹중앙위원회 부장]
    "해마다 나무들을 심어왔습니다. 우리가 심는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들이 앞으로 조국의 재부가 되고, 또 행복의 씨앗으로 된다고 생각하니까.."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직후인 2012년부터 나무 심기야말로 애국중의 애국이라면서 아내 리설주와 함께 직접 삽을 잡고 나무를 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2015년 신년사)]
    "산림복구 전투를 힘있게 벌여 조국의 산들을 푸른 숲이 우거진 황금산으로 전변시켜야 합니다."

    올해 발간된 김정은 위인전 '위인과 강국시대'는 산림복구를 아예 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는 '자연과의 전쟁'이라고 선포했습니다.

    김위원장 자신은 당과 군대와 주민들을 총동원한 '나무심기 전쟁의 총 지휘관', 어린 묘목을 생산하는 양묘장은 '탄약을 생산하는 군수공장'에 비유했습니다.

    그래서 시범 양묘장을 아예 군인들이 만들도록 지시했다는 겁니다.

    북한은 왜 이렇게 삼림복구에 절박함을 드러내는 걸까?

    먼저 전 국토의 80%에 달하는 산지를 경제적으로 활용하자는 겁니다.

    의식주 재료가 모두 나오는 산이야말로 대북 제재를 이겨내는 3대 전략자산 중 하나로 꼽을 정도입니다.

    그보다 더 시급한 이유는 황폐화된 민둥산이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을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3차례 태풍피해를 겪은 북한,

    [조선중앙TV]
    "많은 도로와 다리, 철길이 끊어지고 발전소, 언제(댐)가 붕괴되는 등 인민 경제 여러 부문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에서 유독 홍수 피해가 커지는 원인이 바로 산림 황폐화 때문입니다.

    산에 나무가 없다보니 쉽게 산사태가 나거나 흙이 씻겨 내려오고, 강바닥이 높아지니 물이 쉽게 넘치는 겁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비가 많이 내릴 경우, 흡수하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죠. 그것을 일정하게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산림인데, 훼손이 과거보다 심각했죠."

    북한의 산이 급속히 황폐화되기 시작한 것은 경제난이 심각해지던 1990년대부터입니다.

    산의 나무를 불태우고 그 자리에 층층이 다락밭을 만든겁니다.

    원래 20도 이상 경사지는 밭을 일굴 수 없지만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50도에 육박하는 깎아지를 경사면까지 밭으로 변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전 국토적으로 주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산악 지형에 (다락밭이) 다 형성돼 있습니다. 아주 높은 데 빼고는.."

    실제로 지난 2008년 북한 백두산 지역을 방문한 MBC 취재팀의 카메라에도 산자락을 태우는 연기가 뚜렷이 잡힐 정도였습니다.

    또 가정의 난방이나 취사용 연료인 석탄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다보니,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사용하면서 벌목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조충희/탈북민]
    "80년대 초만 해도, 소 달구지 끌고 1-2백 미터 가면 산에 나무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가까운 데가 4킬로, 그렇지 않으면 10-15킬로 들어가야 나무가 있거든요."

    이렇게 1970년대부터 90년대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 전체 산림의 1/4가량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산림복원을 "물러설 곳 없는 자연과의 전쟁"으로 규정한 것은 경제난으로 훼손된 산림이 다시 농경지와 산업시설의 피해로 돌아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육책인 셈입니다.

    나무 한 대를 베면 100대를 심어야 한다거나, 나무를 베는 건 역적 행위라며 독려한 결과, 2019년 위성사진에는 평양 인근에 새로 조성된 숲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환경단체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2년 이후 산림 훼손 면적이 해마다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9년에는 다시 훼손 면적이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직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가구들이 많아 조림사업이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식량 문제, 그리고 전체적인 전력이나 난방 공급 문제 같이 산림 복구에 대한 계획적인 접근, 이 3가지가 총체적으로 같이 진행돼야 폐해들이 좀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대중 동원 방식으로 나무를 심긴 하지만,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실제로 살아남는 나무의 비율은 30퍼센트 정도밖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중앙TV]
    "지난해 아카시아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보이는 것은 강냉이 짚과 아직도 나무를 심지 않은 푸데기 밭 뿐이고, 새로 심은 나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북한은 나무심기와 관리 성과가 미흡한 기관이나 인물은 가혹하게 공개 망신을 주면서까지 산림 복원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기술적 요구를 무시하고, 이렇게 대충 심은 나무들이 과연 살 수 있겠습니까. 해마다 진행하는 나무 심기라고 해서, 마구잡이 식으로 나무를 심은 이 하나의 사실만 놓고 봐도, 그릇된 사상 관점과 일본새를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산림보호가 경제를 파괴하는 자연재해를 근원적으로 막는 경제사업이라면서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무조건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부족한 식량과 땔감 문제까지 함께 해결하지 않는한 북한의 산림복원 전투의 전망 역시 불투명합니다.

    통일전망대 장미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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