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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는 에미나이? 병원에서 통일찾기

MRI는 에미나이? 병원에서 통일찾기
입력 2021-03-13 07:41 | 수정 2021-03-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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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요즘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긴 하지만요.

    코로나19와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으로 보건의료쪽에서의 남북협력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죠?

    ◀ 차미연 앵커 ▶

    네, 최근엔 남북간 질병언어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책이 발간되는가 하면 평화의료 이름을 내건 센터까지 생겼다는데요.

    그 현장에 이상현 기자가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국립암센터.

    각종 암의 검진과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이곳에 지난해 특별한 공간이 생겼습니다.

    이름하며 평화의료센터.

    남북 보건의료 협력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거점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출범한 곳인데요.

    우선은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종합검진과 함께 건강행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북한주민의 건강인식과 행태를 파악해 향후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겁니다.

    지난해 44명의 탈북민들이 처음으로 이 조사에 참여했고 6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올해 조사가 이번주에 시작됐습니다.

    "북한에 계실때 식습관을 저희가 몇가지 조사를 하고 있어요. 그것에 대해서 몇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일주일에 5일 이상은 하루 세번 식사하셨을까요? (일주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하셨는지, 그것에 대한 질문이에요. 하루에 세끼정도 드셨는지? (예) 드셨고요, 그리고 혹시 밥으로 드셨을까요? (누룽지로 많이 먹었죠) 누룽지 많이 드셨어요? (예)"

    남한 병원의 복잡한 절차와 낯선 현대적 의료시설을 처음 접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탈북민들.

    아직 자가진단과 민간요법 의존도가 높은데다 언어적 표현 자체가 직설적이고 과도한 경향이 있어서 의료진들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이런 탈북민들에 대한 진료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남북한 질병언어 소통 사례집이 발간됐습니다.

    통증을 호소할땐 '쏜다'

    불을 꺼달라고 할땐 '불을 죽여라'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는 '밤을 팼다'

    이러한 남북의 언어차이는 의료진과 북한출신 환자간의 중요할 수도 있는 소통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MRI검사를 받으라고 하면 영어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에미나이라고 욕을 한다"며 당황해하는 등 웃지못할 해프닝도 적지 않았습니다.

    [김하늘/ 탈북민]
    "말을 알아 못듣겠더라고요. 여기서는 외래어를 많이 쓰잖아요. 영어를 다 섞어서 쓰니까 여기와서 또 죽겠는거에요. 죽으라는건지 살라는건지 또 부딪혔어요. 선생님이 영어를 섞어서 막 말하니까..막 MRI 찍으라니까..진짜 에미나이라는건가?..."

    이렇게 우리 의학용어엔 영어와 외래어, 일본식 한자가 많기 때문에 탈북민들은 자기가 쓰는 말이 뭔가 이상한 말인가 싶어 표현하는걸 주저하게 되고, 그래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가로막아 왔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과 사례들을 계속 축적하다보면 향후 남북의 의료현장이 하나가 되는 과정은 조금이나마 순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번 사례집 발간의 배경이 됐습니다.

    [기모란/국립암센터 평화의료센터장]
    "남한 의료진들도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 이해가 좀 높아지면 진료를 할때 훨씬 수월해질거고 탈북자들도 여기 와서 진료를 볼때 훨씬 의사소통이 좀 쉬워질거고 앞으로 어쨌든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떨어져 살지는 않을테니까요, 미리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남북의 보건의료협력은 사실 그 역사가 오래된 편입니다.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보건부문 협력이 명시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는데요.

    주로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를 통해, 결핵약품 지원같은 인도주의적 성격을 지닌 협력사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마저도 최근엔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며 많이 위축된 상황인데요.

    하지만 한편으론 감염병의 확산방지를 위한 협력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기모란/국립암센터 평화의료센터장]
    "남북교류협력에서 가장 첫번째로 정치적인걸 떠나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보건의료협력이거든요. 사실 그건 북한만 필요한게 아니라 우리도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을 방문하는 남한 사람들이 감염이 될 수도 있고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나 이런거는 국경이 없거든요 왔다갔다 하거든요 그래서 서로 협력해서 관리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과 가까운 지역에 감염병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시설을 만드는 안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일산 킨텍스 인근에 있는 대규모 부지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지금은 대부분 논으로 돼 있죠. 이곳에 4년쯤 뒤엔 남북 의료협력을 이끌 시설물들이 대거 들어선다고 합니다."

    정부와 고양시, 국립암센터 등이 일산 테크노밸리 부지 한복판에 추진중인 '한반도 평화의료교육연구센터'.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그 추진이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남북 감염병을 공동관리하는 것 이외에도 남북통합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원격의료 시스템도 구축해 명실상부한 남북의 보건의료협력 중심지로 키워나간다는 구상입니다.

    [이재준/고양시장]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실상 남북간의 보건의료 협력이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이곳에서 신종 감염병에 공동대응하고 남북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그런 기반시설의 구축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고요.."

    의료기술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북한에선 특히 암같은 중증질환 치료에 대한 욕구가 높다고 합니다.

    실제로 북한을 방문해봤던 의료진들은 그런 욕구를 수없이 체감해왔고, 그래서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이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될 날, 또 감염병 위험을 함께 극복하게 될 날, 이것이 남북평화에 기여하게 될 날을 기다리고 또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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