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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망대

3대째 고난의 행군 이번엔 다르다?

3대째 고난의 행군 이번엔 다르다?
입력 2021-04-17 07:35 | 수정 2021-04-1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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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세포비서대회에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밝혔죠?

    ◀ 차미연 앵커 ▶

    고난의 행군 하면 1990년대 극심한 식량난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된 악몽같은 일일텐데요.

    그만큼 북한 사정이 어렵다는 말이겠죠?

    ◀ 김필국 앵커 ▶

    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1990년대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하는데요.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다시 하자고 나선 이유와 전망을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지난 8일)]
    "각급 당 조직들, 전당의 세포 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습니다."

    지난 8일, 김정은 위원장은 당의 고위간부부터 말단책임자까지 고생스러운 고난의 행군을 하자고 선포했습니다.

    주민들의 생활향상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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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난의 행군"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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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위원장 집권 직후 북한 경제는 급격히 추락하면서 수많은 주민들이 식량난으로 희생됐습니다.

    <위대한 연대> 북한기록영화
    "달리던 열차들이 전력이 부족하여 때로는 철길이 끊어져 멈춰서곤 했고, 무서운 대홍수가 논밭들을 휩쓸어갔습니다."

    북한 경제를 떠받치던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하고, 여기에 대홍수와 가뭄이 이어지면서 통제불능의 상태로 접어들자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선포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주민들에게 약간 트라우마 같은 상황이죠, 국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서 배급을 받던 체계 자체가 붕괴되서 자구적으로 경제 생활을 해야했던 경험이고, 국가적으로 도와주지 못한다는 경험을 처음 했던 그런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은 원래 일제 강점기인 1938년 말 김일성 빨치산 부대가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일본군 포위망을 뚫고 나왔다는 100일의 행군을 말합니다.

    북한은 1990년대의 위기가 미국 등 제국주의의 봉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주민들 모두에게 빨치산부대 같은 고난의 행군 전투를 요구했습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 종료를 선언한 것은 5-6년이 흐른 2000년.

    김정일 위원장의 뒤를 이은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뒤 첫 육성연설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다시는 고생하지 않고 풍요롭게 살게 해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태양절 100주년 열병식 연설(2012년 4월)]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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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다시 고난의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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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약속했던 '부귀영화' 대신 고난의 행군을 다시 외치는 이유는 그만큼 경제 사정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국제 사회 제재에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하나의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북중 국경이 닫히면서 수입품이 많이 줄어드니까, 또 중국과의 교역이 중단되니까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기대를 걸었던 미국과의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뒤, 경제제재 해제나 지원 등 외부의 도움에 기대를 버리고 핵 전력증강과 '자력갱생'의 길로 들어서며 다시 고난의 행군을 주문했다는 겁니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일제강점기나 90년대나 대외 요인때문에 (고난의 행군을) 강요받았다고 얘기하거든요, 자기들이 잘못해서 그랬다는게 아니라, 대외환경으로 북한 체제나 주민의 삶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이것에 강조점이 있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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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고난의 행군과 다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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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경제사정이 어렵긴 하지만 1990년대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그때는 계획경제와 배급제가 무너지며 노동당이 사회와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래서 당조직 대신 군을 앞세운 '선군정치', 즉 이른바 비상통치방식을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렵긴 해도 주민들이 대기근에 처하거나 공장이 대규모로 멈추는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1990년대에는) 군을 전면에 내세워서 사회를 통제하기도 하고 경제부분에 있어서도 군이 장악해서 관리하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해서 내세운 게 선군정치인데요, (지금은) 시장이 지난 30년 가까이 안착을 해서 과거와 같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보다는 시장이 지금의 충격을 완충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또 김정은 위원장이 군대가 아닌 노동당을 중심으로 강력한 통치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90년대와는 다릅니다.

    김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선포한 자리는 노동당 세포비서대회.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번 고난의 행군이 "주민이 아닌 당에 요구한 것"이라면서 1990년대와 비교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1930년대 김일성 부대가 그 당시 사생결단의 어떤 그런 정신을 가지고 싸워나갔던 것처럼 그렇게 간부들이 지금의 어떤 상황에 대해서 온 힘을 다해서 맞서나가야 된다."

    미국과 각을 세우면서 핵미사일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당이 민심을 다잡으며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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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난의 행군... 극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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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내부적인 잠재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심각한 경제위기로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구상으로 보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국가가 주도적으로 계획적으로 과학적으로 자력갱생을 추진해서 경제건설 성과를 극대화 하겠다, 아주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침체상황은 벗어나면서 이른바 지난 8차 당대회에서 제기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1차년도 성과로서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제와 코로나 국경봉쇄 장기화가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많은 지역에 새로운 건물 건설한다든가 그런 데서는 성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부분들 밀가루나 설탕이라든가 이와 관련된 산업들은 아무래도 많은 어려움을 겪겠죠."

    주민을 위해 당이 고난의 행군을 한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지만 주민들은 과거의 공포와 악몽을 떠올리고 동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사상 교양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경제난과 민심 이반을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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