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국 앵커 ▶
한 사회를 보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죠. 동물원도 그 중 하나라는데요. 오늘 북한이 궁금해에서는 북한의 동물원을 살펴보겠습니다.
◀ 안주희 앵커 ▶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전영선/나민희 ▶
안녕하세요?
◀ 안주희 앵커 ▶
저는 마지막으로 동물원에 가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 나거든요.
◀ 김필국 앵커 ▶
네. 그렇죠.
◀ 안주희 앵커
어떠세요?
◀ 나민희 ▶
저는 평양에 있을 때 동물원을 많이 가봤어요. 명절이면 동물원을 가보곤 했는데 말을 타봤던 기억이 가장 강하게 남아요. 한 번 타는 데 1500원이었어요, 북한 돈으로. 그런데 북한 노동자 월급이 3000원. 좀 약간 부담이 되는 금액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말 타 보는 경험을 언제 해보겠습니까? 그래서 그때 타봤던 기억이 나거든요.
◀ 김필국 앵커 ▶
1970, 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 볼거리도 많지 않고요. 동물원이 상당히 중요했잖아요. 뉴스에 동물원 소식이 중요하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새해 첫날 창경원에서는 사자 새끼 세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어떤 동물 새끼가 태어났다. 또 동물원 기념행사도 자주 나왔어요.
"코끼리가 인기상을 받았습니다. 가장 못난이상은 하마가 차지했으며..."
◀ 안주희 앵커 ▶
나민희 씨는 옛날 한국 동물원 모습 어떤가요?
◀ 나민희 ▶
제가 어렸을 때 북한에 동물원을 가면 딱 저런 모습이었거든요. 일정한 턱, 그 턱이 있었고 그 뒤에 코끼리가 있고. 너무나도 비슷한 것 같아요.
◀ 전영선 ▶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동물원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던 계기가 됐던 것은 창경원을 많이 생각하실 거예요. 조선시대의 왕실이 근거했었던 곳에다가 동물을 데려다 놓고 그 다음에 일본을 상징하는 벚나무를 심으면서 대중들에게 그것을 구경하게 했었던 어떻게 보면 뼈아픈 역사가 좀 있었고요. 그 이후로는 외국으로부터 희귀한 동물이 들어오거나 그런 볼거리용으로 많이 만들어졌고요. 최근에 보면 사람들의 교감. 동물과의 소통을 하면서 생명에 대한 어떤 귀중함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의 장으로 많이 변화된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에도 동물원이 있다는데요. 북한의 대표 동물원, 평양 중앙동물원 모습 화면으로 볼까요? 중앙동물원 입구는 호랑이가 입을 크게 벌려서 포효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죠? 1959년 설립됐고 나중에 김정은 위원장 지시에 따라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쳐서 재개관했는데요.
◀ 안주희 앵커 ▶
보니까 아쿠아리움도 있네요? 그럴 듯한데요?
◀ 나민희 ▶
보수라든가 리모델링이 한꺼번에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자재라든가 이런 게 부족하다 보니까 점차적으로 시간이 좀 걸리면서 진행이 된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아쿠아리움, 수족관, 북한에서는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거기를 봤었고 선물동물관 여기도 한번 가봤었어요.
◀ 안주희 앵커 ▶
선물동물관은 어떤 곳인가요?
◀ 나민희 ▶
말 그대로 선물 받은 동물들이 있는 그런 곳인 거예요. 예전에 어렸을 때는 가면 그냥 동물이 있고 거기에 몇 월 며칠 어느 나라 대통령이라든가 어느 나라 어떤 사람이 김정일 장군님께 보낸 선물이다, 이런 식으로 해설이 적혀 있으면 아, 이게 선물 동물이구나 그렇게 알았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동물들을 어떤 한 건물에다 다 모아놨더라고요.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여기에서는 왠지 공부를 해야될 것 같다 뭐 그런 느낌이 듭니다.
◀ 전영선 ▶
북한은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국가가 모든 분야에서 인민들에게 가르치고 배우고 교양하고 학습하고 과정이 태어나면서부터 일생 죽을 때까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자본주의 사회에는 호기심 또는 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것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 사회주의에서는 다 하나하나 교육과 학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것 역시 동물원에서 마찬가지로 이루어질 공간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뭐 호랑이를 보더라도 이 조선곰이 가지고 있는 특징. 우리는 그것을 좀 배워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동물원의 또 다른 특징, 바로 동물 교예인데요. 중앙동물원에는 동물 공연을 하는 재주관이 따로 있고 TV에서도 자주 방영을 한답니다.
◀ 안주희 앵커 ▶
올해 초 조선중앙TV 방송인데 중앙동물원에서 동물 교회를 담당하는 동물 조교사들의 모습이 나왔습니다.
"우리 침착하게 맞춰 보자요. 둘 곱하기 넷"
◀ 김필국 앵커 ▶
이렇게 강아지들이 숫자를 맞히는 것은 북한에 계실 때 자주 보셨나요?
◀ 나민희 ▶
네. 엄청 많이 봤죠. 강아지들이 숫자로 계산도 하고 곰이 권투도 하고 원숭이가 나와서 강아지랑 같이 재주를 부리기도 하고. 돌고래, 북한에서는 곱등어라고 얘기하는데 그런 돌고래가 나와서 쇼를 하기도 하고 굉장히 많이 봤어요.
◀ 안주희 앵커 ▶
저는 한편으로는 동물들이 저렇게 사람처럼 행동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나민희 ▶
그렇죠. 저도 한국에 와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그냥 되게 신기하다, 동물이 저런 것도 할 줄 아네? 그냥 이 정도로 웃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애들이 힘들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 전영선 ▶
드라마 중에 <어서 오세요>라고 하는 드라마 혹시 봤는지 모르겠는데 동물원에서 관객들에게 동물교예 재주를 선보이는 내용을 하고 있는데요.
"앉아, 다리는 이렇게, 손은 무릎 위에, 옳지."
"자, 손 내리라! 야, 너 좀 혼나 보겠어? 맞아 보라!"
"무서운 채찍으로 인간에게 굴복시키는 바로 여기에 진정한 보람이 있는 거고!"
◀ 전영선 ▶
거기서 보면 훈련할 때 때리지 말고 강압적으로 하지 말고 잘 타이르면서 교화를 하면서 해야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에서도 사실 옛날에는 이렇게 동물 쇼도 많이 하고요. 텔레비전에도 자주 나왔습니다. 2005년 우리나라 영상인데요. 이때만 해도 동물 쇼를 했네요. 지금은 뭐 동물권 문제도 있고 많이 좀 사라졌죠?
◀ 전영선 ▶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우리 돌고래 쇼라고 했었던 것이 어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서 지금은 폐지가 되고 동물을 보호하자는 쪽으로 많이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 안주희 앵커 ▶
그 돌고래쇼가 작년 2021년이 되어서야 없어졌잖아요. 북한에서는 동물권이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죠?
◀ 나민희 ▶
네. 인권이라는 단어도 잘 못 들어보긴 했는데. 동물 학대 이런 말도 거의 없을 거예요. 북한은 그런 게 있잖아요. 무조건 해라, 하면 하는 거예요. 동물들도 하라고 하면 해야 되는 그런 곳이기 때문에 동물권 뭐 그런 인식이 아직까지는 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 전영선 ▶
우리도 보면 가장 최근까지도 동물이냐 가축이냐를 가지고 용어를 어떻게 부르느냐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좀 논란이 되기도 했었는데요. 북한은 아직까지는 가축 또는 먹을것 또는 동물이라는 개념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남한과 북한에서 부르는 동물 이름이 전혀 다른 경우도 있는데요. 혹시 나무늘보를 북한에서 뭐라 그러는지 아시나요?
◀ 안주희 앵커 ▶
느림보? 어떤가요?
◀ 나민희 ▶
비슷한 것 같긴 한데. 저도 한국에 와서 여기 와서야 나무늘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북한에 있을 때는 '세 발가락 게으름뱅이' 이렇게 얘기를 했었습니다. 게으름뱅이. 뜻은 비슷한 것 같아요.
◀ 안주희 앵커 ▶
너무 잘 어울려 가지고. 남한에 와서 보니까 동물들의 이런 다른 이름들이 많나요?
◀ 나민희 ▶
북한에서는 돌고래를 곱등어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곱등어관 이런 것도 있어요. 돌고래 쇼를 볼 수 있는 그런 곳이고. 그다음에 코뿔소를 서우라고 얘기를 하고 판다를 참대곰이라고 얘기를 해요.
◀ 안주희 앵커 ▶
참?
◀ 나민희 ▶
네. 참대만 맨날 곰이라 해서 참대곰이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어떤 영어가 붙여진 이름들을 북한에서는 그대로 번역을 해서 북한말로 얘기를 하다 보니까 좀 다른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전영선 ▶
지리산에 방생했었던 반달가슴곰이 북쪽에서 온 것이었고요. 북에서는 따로 반달곰이라고, 반달가슴곰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곰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서 남북한 간에 차이도 좀 많이 있었구나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도 되기도 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MBC가 2001년에 평양 중앙동물원을 취재했었는데요. 보수하기 전 당시 중앙동물원 모습을 볼 수 있고요. 남쪽에서 선물했던 진돗개 '평화'와 '통일'도 있었습니다.
◀ 안주희 앵커 ▶
나민희 씨는 보면서 옛날 생각 많이 나시겠어요.
◀ 나민희 ▶
그렇죠. 어렸을 때 동물원 간다 하면 정말 좋아했었어요. 동물들 볼 수 있다 해 가지고. 그리고 가면 가장 인기 있던 코스가 앵무새. 안녕하십니까? 이러면 안녕하십니까? 따라 하기도 하고.
"안녕하십니까?"
"(앵무새) 안녕하십니까"
"도미솔~"
"(앵무새) ♬♬♬♬"
"한 음절 더 하는구나"
"천리마"
"(앵무새) 천리마"
"장군님"
"(앵무새) 장군님!'
"'장군님'은 아직 배우는 중이니까 발음이 정확치 못 하지만…"
◀ 안주희 앵커 ▶
하도 시달림 받다 보면 귀찮아서 대답 안 해 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사람 없을 때 가서 말 걸면 딱 한 번 얘기는 해줘요. 그러면 너무 신기하죠.
◀ 김필국 앵커 ▶
이 진돗개가 바로 평화와 통일인데요. 저렇게 훈련도 받고 평양 주민들한테도 인기가 꽤 많았나 봅니다? 교수님.
◀ 전영선 ▶
아무래도 남쪽에서 온 동물이다 보니까 호기심도 많고 또 남북한 간에 회담할 때 만나서 잘 있느냐 어떻게 잘 지내느냐라고 하는 얘기도 주고받는 대화의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최근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돼 있는데요. 북한 사회의 변화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 전영선 ▶
사람 간의 교류는 끊어졌지만 동물 사이의 교류는 그동안 있었습니다. 서울대공원하고 평양 중앙동물원하고 사이에 이루어졌는데요. 1999년부터 시작해서 2018년까지 약 여덟 번에 걸쳐 가지고 1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서로 교환이 됐었습니다. 그래서 남쪽 동물원에서는 희귀종이라든가 멸종 위기종들을 북에서 좀 받았고요. 북쪽 동물원에서는 남쪽에 많은 외래종 동물들을 북에 보내 가지고 서로 간에 모자란 부분을 교환을 했었고요.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남북한 간에 어떤 거리가 가까워질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나민희 ▶
저는 정말 개인적으로 너무 바라고 있고요. 교류만 좀 가능해도 굉장히 좋겠다 이런 바람이 있고 그런 의미에서 남북관계가 정말 좋아지기를 계속 기대해봅니다.
◀ 김필국 앵커 ▶
남북 간 다양한 형태의 교류가 있을 수 있는데요.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동물 교류도 재개되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통일전망대
북한 동물원에는 세발가락 게으름뱅이가 있다
북한 동물원에는 세발가락 게으름뱅이가 있다
입력 2022-01-22 07:59 |
수정 2022-01-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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