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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백마 타고 달린 이유

김정은, 백마 타고 달린 이유
입력 2022-02-12 07:38 | 수정 2022-02-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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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이번 설에 전에 없던 대규모 승마대회를 열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말을 타고 질주하는 화면도 공개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지도자들은 3대에 걸쳐서 백마를 탄 장군 같은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게 다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대규모 승마대회까지 연 이유는 뭘까요?

    오상연 기자가 자세히 소개해드립니다.

    ◀ 리포트 ▶

    지난 설날 북한이 첫선을 보인 기록영화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숲길과 초원을 질주하는 장면이 30여 초 동안 길게 이어집니다.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달리는 모습이 거의 선수급 기량입니다.

    [고성규/한국기마문화연구소 소장]
    "(김 위원장이) 유소년 때부터 탔기 때문에 말을 잘 탑니다, 선수급이라고 봐야죠,"

    김정은 위원장처럼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질주 자체가 힘들다는 겁니다.

    [고성규/한국기마문화연구소 소장]
    "몸무게가 불어서 (그런데도 빨리) 간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고요. 주기적으로 타지 않으면 말을 그렇게 몰아갈 수가 없어요."

    승마는 김위원장의 급격한 체중감소 비결로 꼽힐 정도로 강도 높은 운동이어서 이번 영상 공개로
    항간에 떠돌던 김위원장의 건강이상설도 불식시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성규/한국기마문화연구소 소장]
    "45분 승마하게 되면 마라톤으로 말하면 두 시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칼로리 소모량이 많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위원장이 말을 타는 방식은 서구식 정통 승마법과는 거리가 멉니다.

    승마에 필수적인 안전모도 쓰지 않았고, 등자 즉 발걸이에 발을 얹거나 한 손으로 고삐를 쥐는 방식, 손가락의 모습 모두 스포츠 형식이 아니라 민족 전통, 북방식 유목 스타일이라는 분석입니다.

    [고성규/한국기마문화연구소 소장]
    "다른 손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전쟁을 하거나 채찍을 든다든가 서부 영화 보면 카우보이들이 한 손으로 하잖아요."

    말도 특별합니다.

    머리와 안장 패드에 국무위원장 엠블럼이 선명한 이 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산 명마입니다.

    [고성규/한국기마문화연구소 소장]
    "그 '오를로프 트로터'의 특징이 굉장히 강건해요. 몸매가 멋있게 나오고 발걸음이 굉장히 경쾌하고 힘이 좋아요."

    무엇보다 '백마'는 영험한 기운을 받은 지도자, 장군이 타는 말로 여겨집니다.

    [홍민/통일연구소 북한연구실장]
    "지도자들이 백마를 타고 뭔가 영험한 기운을 받고 그것을 통해서 국가를 운영하고 지도한다 이런 상징성.."

    북한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1930년대부터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누볐고,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백두산에서 태어나 백마 탄 장군으로 자라났다며 온갖 설화와 그림은 물론 노래까지 만들어 선전해왔습니다.

    [북한노래 '장군님 백마타고 달리신다']
    "김정일 장군님 백마타시고 천만의 대군을 이끄신다"

    김정일 위원장은 생전 남측 언론사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11살부터 꾸준히 일주일에 한두번
    하루에 8km이상 최대 시속 60km로 달린다" 승마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타는 말은 말 발굽이 굵은 러시아 올로브 종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백마도 바로 그 품종입니다.

    이번 기록영화에 김위원장의 백마 질주 장면을 길게 편집한 이유는 바로 3대에 걸친 백두산 혈통의 장군형 지도자의 정통성과 업적을 부각하기 위해서입니다.

    [홍민/통일연구소 북한연구실장]
    "통치자로서의 경륜이 많지 않은 김정은 총비서에게는 이런 백마가 선대와의 연결성, 선대와의 계승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상징적 수단이 되어 왔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직후 방영된 첫 기록영화 역시 백마를 탄 모습으로 백두혈통 계승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말을 타는 사람은 북한 권력의 핵심 실세로 여겨집니다.

    집권 첫해인 2012년, 백마를 탄 장성택이 잿빛 말을 탄 김정은 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습니다.

    장성택의 아내이자 김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그리고 김여정도 이날 기마 모임에 함께 했습니다.

    장성택이 처형된 후 백두산 기마 행군에는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외에 핵심참모인 조용원 당 비서와 현송월 부부장이 자리하고 군부에서는 박정천 비서 등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소 북한연구실장]
    "혁명의 수뇌부라고 할 수 있겠죠. 수령을 중심으로 측근에서 보좌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면서 리드하면서 같이 간다는 모습을 연출하는 의미도 있고요."

    승마는 또 다른 측면에서 체제선전의 의미를 지닙니다.

    설날을 맞아 화려한 승마대회가 열린 이곳 미림승마장은 원래 인민군 기마부대 훈련장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2012년 11월 20일]
    "인민군대에서 이용하고 있는 기마훈련장을 근로자들과 청소년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승마장으로 이끌 데 대한 과업을 주시고..."

    군부대 시설을 선수는 물론 일반 애호가와 어린이들까지 즐기는 민간 체육시설로 전환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인민사랑을 강조하는 겁니다.

    [조선중앙TV/2월 2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데 이제는 23번 김광성 선수가 앞섰습니다."

    [조선중앙TV/2월 2일]
    "결승경기가 치열합니다. 현재 리경은 선수의 실수가 있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소 북한연구실장]
    "코로나 국면에서도 우리는 이렇게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효과, 혁명적인 대경사의 해를 맞아서 행복하게 지낸다 이런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측면에서는 크게는 결속 효과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일성 생일 110년, 김정일 생일 80년을 맞은 올해 집권 10년을 넘긴 3대 김정은 체제는 여전히
    눈보라치는 엄동설한의 백두산 같은 국내외 정세에 맞서 백마를 타고 국가와 주민들을 지휘하는
    수령과 장군의 모습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오상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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