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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도 모으면 영웅된다" 북한의 별별 영웅

"개똥도 모으면 영웅된다" 북한의 별별 영웅
입력 2022-04-02 07:47 | 수정 2022-04-0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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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우리 사회에 여러 영웅들이 있죠. 누군가에겐 아버지나 어머니가 영웅이기도 하고요 또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숨은 영웅들도 많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북한에서는 지난 시간에 살펴봤던 전투처럼 영웅도 좀 다릅니다. 영웅을 제도화해서 만들어내고 별별 칭호도 부여한다는데요. 어떤 이유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김수경/조충희 ▶

    안녕하세요.

    ◀ 차미연 앵커 ▶

    조충희 씨는 속도전청년돌격대 하셨잖아요. 그러면 북한에서는 한 영웅급 되는 거 아니었나요?

    ◀ 조충희 ▶

    영웅 급은 아니고요 훈장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받았습니다. 뭐 한 번 이제 기념일 때마다 훈장 달고 나가면 이렇게 가슴이 꽉 찼거든요. 훈장 정말 많이 받았는데 영웅은 아니었습니다.

    ◀ 김수경 ▶

    북한은 영웅이라는 칭호를 국가에서 부여하는 그런 제도가 존재하거든요. 아주 어려움 극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떤 일을 해낸 모범적 사례의 사람들을 보통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하게 됩니다. 사회주의 국가 권에 있는 나라들이 보통 이런 영웅 제도를 갖고 있는데 자본주의 사회는 자기가 노력한 만큼 어떤 보상을 받는 사회라면 사회주의 국가는 그렇지가 않다 보니까 동기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어떤 장치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래서인지 남한에서는 사실 영웅이라는 말을 잘 쓰지는 않았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영웅이라는 이름이 있어 가지고

    ◀ 조충희 ▶

    네 잘 압니다. 트로트에서 1등 한 가수인데 이름은 이제 영웅이어서 참 영웅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을 했거든요. 사실 북한에서 한때 학교 이름이 영웅으로 어느 영웅 학교 이수복 영웅 고급중학교 이렇게 영웅으로 유행한 적이 있는데 사람 이름에는 영웅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 김수경 ▶

    북한에는 크게 영웅이라는 게 두 종류가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제일 좀 위급에 있는 게 공화국영웅입니다. 보통 전쟁이라든가 대남 첩보 활동이라든가 군사훈련이라든가 이렇게 공을 세웠거나 목숨을 희생해서 공을 세운 이런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게 공화국 영웅인데 그 밑에 단계에 이제 노력 영웅이라고 있어서 각 분야에서 굉장히 각고의 노력을 해 가지고 오랜기간 동안 어떤 업적을 이룬 사람들에게 노력 영웅의 칭호를 부여하게 됩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럼 북한에서는 어떤 영웅이 유명합니까?

    ◀ 조충희 ▶

    정말 다양한 별의별 영웅이 다 있는데요. 건설 영웅 농민 영웅 그다음에 과학자도 있고 의사 교수 운동선수 체육 선수도 이제 마라톤에서 1등 했던 정성옥 선수도 노력영웅 됐거든요. 그리고 운전사 운전 영웅도 있고요. 개똥 영웅도 있습니다. 이 아저씨가 그 개똥 소똥 이런 것들을 일 년에 한 십 톤씩 한 십 년 동안 모으니까 그게 업적으로 쌓여서 영웅 받았는데 사람들이 개똥 영웅 개똥 영웅 했죠.

    ◀ 김수경 ▶

    그 노력 영웅 두 번 한 사람도 있거든요. 2중 영웅이라고 보통 부르는데 보통은 이제 당 위원회에서 추천을 합니다. 그러면 이제 당의 승인을 받은 다음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결정을 해요. 그러니까 굉장히 여러 절차를 정식으로 밟아서 어렵게 되는 게 노력영웅이고요. 기본적으로 김정일 생일 김일성 생일 당 창건일 이렇게 국가의 주요 명절 때 보통 이런 영웅들을 발표하게 됩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TV에서는 영웅을 소개하는 특집 프로그램도 자주 방송하는데요. 노력 영웅은 어떤 사람들인지 화면 볼까요.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

    ◀ 차미연 앵커 ▶

    조선중앙 TV 간판 리춘희 아나운서네요.

    ◀ 조충희 ▶

    네. 김정일 위원장한테 기백이 있는 목소리라고 평가받았고 아나운서로서 이제 또 노력영웅 칭호를 또 받았습니다.

    ◀ 김수경 ▶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잖아요. 노동자 계급이 지배하는 사회란 말이죠. 그렇다 보니까 노동은 항상 신성한 것으로 간주가 됩니다. 그래서 만약에 편하려고 하거나 노동을 기피하면 법적으로 처벌까지 받거든요. 그만큼 성실하게 헌신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모범으로 만들어서 그들을 굉장히 존경하게 만드는 공적인 제도가 이 영웅 제도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이번에는 평양의 산부인과입니다. 모성 영웅 칭호가 수여된 산모가 있는데요. 뭐가 다른가. 했더니 10번째 자식을 낳았다고 합니다.

    "지난 9월에 또다시 이 작은 가슴에 영웅의 금별 메달을 달아주셨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단순히 자식을 많이 낳았다고 해서 모성 영웅이라는 칭호를 주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

    ◀ 김수경 ▶

    북한도 저출산이 문제거든요. 출산율이 1.9명 정도 되는데, 기술도 자원도 좀 별로 없다 보니까 노동력이 되게 중요한데 아이를 잘 안 낳으려고 하니까 그게 고민이겠죠. 그렇다 보니까 당에서 출산 장려책을 펴기 위해서 이렇게 아이를 많이 낳아라. 라는 식으로 이제 선전하기 위해서 이제 모성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하게 된 것입니다.

    ◀ 김필국 앵커 ▶

    자식 한 명 키우는 것도 사실 쉽지 않은데요. 10명을 낳는다는 게 참 대단하긴 합니다. 근데 노력 영웅 아무나 되는 건 아닐 텐데요. 노력을 얼마나 해야 되는 겁니까?

    ◀ 조충희 ▶

    사실 거의 뭐 슈퍼맨 수준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운전기사가 이제 영웅이 되려고 하면 5만 킬로를 무사고로 주행하면 빨간 별에다 5만 킬로라고 써서 주는데 이거 한 50개 정도는 받아야 됩니다.

    ◀ 김필국 앵커 ▶

    50개요?

    ◀ 조충희 ▶

    50개 받으려면

    ◀ 차미연 앵커 ▶

    250만 킬로?

    ◀ 조충희 ▶

    한 30년 동안 차 안 바꾸고 고장 안 내고 정말 한 건의 사건 사고도 없어야 영웅이 되는데 이게 사실 사람이 할 짓이 못 됩니다. 진짜 이건 슈퍼맨 정도는 돼야 노력 영웅이 될 수 있고요. 뭐 외화벌이 사업소 같은 데서 좀 쉽게 백만 달러를 국가에다가 바치면 영웅을 주거든요. 노력 영웅. 근데 사실 뭐 백만 달러 있으면 영웅 안 하는 게 낫죠.

    ◀ 김필국 앵커 ▶

    영웅들 이야기는 북한 주민들에게 모범을 따르게 하는 소재로도 활용되는데요. 그 수단 중 하나가 방송이라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TV는요, 이 노력 영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을 끊임없이 편성하는데요.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 김필국 앵커 ▶

    올해 1월 노력영웅 칭호를 받은 여성입니다.

    "수백리 떨어진 채석장에서 돌을 캐내서 랭습지와 수렁논을 개량하던 나날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방송에서는 이 여성이 어떻게 곡식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는지를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이 여성을 따라서 노력하라는 거죠. 북한에서 이런 방송 보면 좀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 그러셨어요?

    ◀ 조충희 ▶

    해봐야 되겠다기보다는 왜 저러지?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사실 영웅 하느라고 고생하는 것 보다는 그냥 사는 게 낫습니다.

    ◀ 김수경 ▶

    한 사람이 너무 열심히 하면 그 주변의 분위기가 안 좋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연대의식이 좀 깨지기도 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어떤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평생 하는 이런 숨은 영웅들을 찾자 그러니까 모범 사례를 제시하고 너희들도 이렇게 따라 해라라는 것을 방송을 통해서 계속해서 선전함으로써 결국은 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지금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니까 노력 영웅이 되는 게 진짜 쉽지가 않을 것 같은데요. 쉽지 않은 만큼 대우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 조충희 ▶

    그렇죠. 일단 노력 영웅 되면 좀 일정 정도 고위급 간부들하고 같은 그런 혜택을 받거든요. 북한의 이제 간부 전용 공급소가 식품 공급소가 65 공급소라는 게 있거든요. 다달이 계란도 주고 고기도 주고 기름도 주고 이렇게 이제 고위급 간부의 그런 대우를 받고요.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때도 진료과라고 따로 간부들 치료하는데 거기서 치료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버스나 기차 탈 때도 줄 안 서고 따로 서 있다가 제일 먼저 이제 탈 수 있고요. 퇴직이 되면 월급이라든가 식량을 그대로 다 받고요. 자녀들이 대학 진학하지 않습니까. 그때 아버지가 노력영웅이다. 이렇게 쓰면 가산점을 주고 그렇게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특혜가 장난이 아니네요.

    ◀ 김수경 ▶

    말하자면 신분이 약간 상승하는 듯 한 그런 효과를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노력 영웅이 됐다. 그러면 그 지역 당 비서 정도의 존경이나 혜택을 받게 되고 또 공장 간부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이 될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정치적 보상도 함께 부여받게 되는 것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사실 이 영웅이라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때 나타나는 거잖아요. 우리의 영웅들 코로나 시국이 좀 생각나더라고요.

    ◀ 김필국 앵커 ▶

    맞습니다. 2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묵묵히 맡은 일을 하셨던 의료진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또 공무원들도 있었죠. 이런 분들이 진짜 숨은 영웅이 아닐까 싶습니다.

    ◀ 조충희 ▶

    사실 이런 분들이 북한에 있었으면 다 영웅 칭호 받았을 겁니다. 북한 주민들도 국가의 강요에 의해서 이렇게 일하는 것보다는 좀 자율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더 좋지 않나 그렇게 생각됩니다.

    ◀ 김수경 ▶

    사실 영웅이라는 게 자기는 어떤 선행을 베풀었거나 의도하지 않았는데 남을 굉장히 이롭게 했을 때 우리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건데 북한은 선전하는 걸 보니까 좀 북한 사람들 너무 피곤하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자발적으로 편안하게 자기의 어떤 동기 부여를 통해서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의 영웅 이야기를 나눠봤더니 우리 주변에 눈에 띄지 않는 숨은 영웅들은 없는지 한번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네. 언제부터인가 숨은 영웅들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요. 지금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숨은 영웅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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