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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열린 금강산길 두타연의 봄

2년 만에 열린 금강산길 두타연의 봄
입력 2022-04-09 08:00 | 수정 2022-04-0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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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요즘 주변에 예쁜 꽃들도 많이 피고요, 봄기운이 완연하죠?

    강원도 전방 지역에서도 이제 봄을 알리는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최근엔 지난 2년여 간 닫혀있던 금강산 가는 길, 천혜의 비경이라는 두타연도 다시 문을 열었다는데요. 봄을 맞은 남북접경지 풍경을 이상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버드나무가 많은 금강산의 입구라는 뜻의 강원도 양구.

    한국전쟁때 중공군 수만명을 수장시켜 파로호라 이름붙여진 그 거대한 인공호수에도 봄은 찾아왔습니다.

    평화통일이란 이름의 보트와 짚라인을 즐길 수도 있는 파로호의 한 반도섬은 갓 피어난 봄꽃, 따스한 봄햇살과 함께 평화로운 한때를 즐기는 상춘객들로 북적였습니다.

    [김선우/한반도섬 레저시설 운영]
    "한반도섬으로 들어올 수 있는 짚라인이 있어요. 그래서 저기서 타고 내려와서 카페에서 커피도 드시고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내려와서는 태양광 전기배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리배 많이들 즐겨하십니다."

    그 한반도섬 옆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도로.

    일제강점기에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건설된 길로, 부산 기장에서 시작해 금강산을 지나 함경남도 안변까지 이어지는 750km 길이의 31번 국도중, 금강산로라 불린 구간의 시작점입니다.

    남북을 잇던 국토의 중앙로로, 분단 이전까진 금강산으로 소풍이나 여행을 다녔다는 길.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군사분계선과는 3.5km 떨어진 민간인 통제구역 안입니다. 금강산으로 향하는 31번 국도는 이곳에서 일단 멈추게 됩니다."

    금강산으로 향하는 육로는 그렇게 굳게 막혀 있었지만, 그 통문 옆에선 금강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아무런 장애없이 유유히 남쪽을 향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물길을 따라 내려가봤습니다.

    계곡 주변으로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금강산 물줄기를 반깁니다.

    그 물줄기 양 옆으로는 기다란 산줄기, 능선이 이어져 있었는데요.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제 뒤로 보이는 저곳이 바로 한국전쟁 당시 남북이 치열한 고지전을 벌였던 피의 능선이라고 합니다. 이 주변의 능선들 사이로 흐르고 있는 이 하천, 바로 금강산에서 발원한 거라는데요, 남쪽으로 흘러 두타연을 이루게 됩니다."

    금강산에서 내려온 물줄기는 기암괴석 사이에서 한반도 모양을 이루며 아래로 떨어졌고, 떨어진 폭포수는 아름다운 연못 하나를 만들어냅니다.

    두(頭) 타(陀) 연(淵).

    마음를 비우고 수양을 했다는 천년전 사찰 두타사에서 연유한 이름으로, 멸종위기종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라고 합니다.

    [손영복/강원도 양구군 문화관광해설사]
    "위에 민가가 없기 때문에 물 자체가 굉장히 맑고 또 금강산에서 내려온 물이니까 아무래도 우리 내륙에 있는 물보다는 더 깨끗한 물이고 오염이 정말 되지 않은 곳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고요."

    두타연에 모인 금강산 물은 다시 흘러 시민들 쉼터가 된 파로호에 모이고, 이후 북한강을 따라 내려가 한강, 그리고 서해로 나아가게 됩니다.

    병풍처럼 둘러진 두타연 주변 암벽에선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 저기저기저기"
    "아 저기 산양"
    "와~~~"

    두타연에 열번을 오면 한번 볼까말까할 정도로 구경하기 어렵다는 산양.

    그 산양을 따라가보니 또다른 산양이 뛰어노는 널찍한 공원이 하나 나타납니다.

    한국전쟁때 남북의 9개 고지쟁탈전이 펼쳐진 곳이어서 이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어놓은 건데요.

    위령비 뒤편, 국군의 전투지휘소가 있던 자리엔 페치카로 불렸던 당시의 야전난로 하나가 우두커니 그때의 상흔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길 곳곳엔 아직 철조망과 지뢰 경고표시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그 틈 사이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고, 두타연 바위에선 남북의 아픈 역사를 지켜봤던 백년된 소나무가 그때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금강산쪽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함현우/경기도 하남시]
    "2년만에 다시 열렸다고 해서 꼭 한번 와보고 싶어가지고 왔는데 잘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다가 산양도 보고 자연이 그대로 있는 것 같아요."

    이 금강산 가는 길, 두타연 코스는 코로나19와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지난 2년여간 문을 닫았다가 이번 달부터 다시 사전예약을 받아 하루 네차례, 제한적으로 개방됐고요.

    다음달부턴 끊겼던 31번 국도의 민간인통제구역 구간중 1.3km 구간이 추가로 열릴 예정입니다.

    [조인목/강원도 양구군수]
    "금강산 물도 우리가 볼 수 있고 또 금강산 가는 길도 바라보면서 야 정말 남과 북이 하나가 되면 이 좋은 곳을 우리 전 국민이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좀 바라볼 수 있는데 관광을 올 수 있는데 하는 그런 간절함이 있어요."

    국토 한가운데에서 이어져 있던 남북의 발길은 그렇게 조금씩 그 간극을 좁혀가고 있고, 수많은 세월을 이어온 남북의 물길은 다시 찾아온 봄꽃, 봄바람과 함께 세차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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