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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인센티브" 김정은 주택정치

"집으로 인센티브" 김정은 주택정치
입력 2022-04-23 07:54 | 수정 2022-04-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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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북한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 리춘희가 평양의 고급주택을 선물로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 차미연 앵커 ▶

    정말 호화주택이던데요. 전망도 좋구요.

    그런데 북한은 이런 아파트를 짓는 것도, 입주자를 선정하는 것도 다 당국이 결정한다고 하죠.

    ◀ 김필국 앵커 ▶

    그래서 좋은 집을 누구에게 주는지를 살펴보면 북한의 정책 우선순위와 의도가 드러난다고 합니다.

    김세로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경루동 주택 준공식/4월 13일]
    "기념비적 건축물들이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있는 속에 수도의 풍치 수려한 보통강 기슭에 특색 있는 다락식(테라스) 주택구가 일떠섰습니다."

    평양 중심 보통강변을 따라 테라스가 있는 고급 연립주택과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섰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의 관저가 있던 명당중 명당, 만수대 언덕과 우리의 국회 격인 만수대의사당, 인민문화궁전, 그리고 최대 부촌인 창전거리가 밀집한 평양 중심 노른자위에 자리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루동이라는 동네 이름을 붙인 것은 물론 부지선정에서 설계, 시공, 준공 검검까지 전 과정을 지휘했습니다.

    [경루동 주택 준공식/4월 13일]
    "몸소 설계가, 건설주, 시공주가 되시어 건설 전 과정을 직접 조직 지휘하셨습니다."

    800세대 새 주택 입주자들은 북한당국이 엄선한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의 간판 리춘히 아나운서는 자신이 새집을 선물 받았다는 소식을 자기 목소리로 전했습니다.

    [리춘희/조선중앙TV 아나운서]
    "연로한 그가 집안의 층계를 오르내리면서 불편한 점이 없겠는가를 세심히 헤아려 은정 어린 조치도 취해주셨습니다."

    김위원장이 리춘희 아나운서의 손을 직접 잡고 돌아본 7호동의 집.

    복층구조 2층에는 소파가 갖춰진 거실과 넓은 주방과 식탁, 다용도실이.

    고급 장식장을 끼고 계단으로 내려가면 넓은 침대와 부부 탁자, 에어컨이 딸린 호화로운 침실이 나타납니다.

    침실 창 밖 강건너로는 류경호텔이 바로 보입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에서는 '고급주택', '호화주택'이라는 말을 안 쓰거든요. 그런데 경루동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호화주택', '고급주택'이라는 표현을 써요. 실제로 복층이고 또 한국 기준으로 봐도 호화주택이거든요."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다른 방송,언론인의 새집도 방문했습니다.

    1950년대말부터 60여년간 방송원 생활을 해온 조선중앙텔레비전 아나운서 최성원, 그리고 김정은 유일체제와 핵 미사일 개발의 정당화 논리를 펼쳐온 노동신문 논설위원 동태관 등 북한 체제의 '입' 역할을 해온 이들을 후하게 포상한 겁니다.

    [경루동 주택 준공식/4월 13일]
    "애국자, 공로자들의 행복 넘친 보금자리가 마련된 것을 아시면 만족해하실 것이라고.."

    이날 경루동 새집을 선물받은 사람들은 이들 외에도 방직공장과 화력발전소 노동자, 과학자 등 각분야 노력 혁신자들이라고 관영매체들이 전했습니다.

    북한은 우리와 달리 모든 주택을 국가가 소유하고, 주민은 입주권만 갖습니다.

    특히 경루동과 같은 평양의 고급 주택들은 건설 계획부터 시공, 입주자 선정까지 철저히 당국과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따릅니다.

    그래서 측근 핵심 충성세력과 공로자, 노력 혁신자등에게 이른바 '선물주택'을 나눠주는 포상정치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부터 북한 정권의 주요통치수단이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계속해서 경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향상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 같은 체제의 특성상 체제에 충성하는 그런 집단에게 뭔가를 줘야 되는.."

    김정은 시대는 주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위성과학자주택지구 준공식/2014년 10월]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우리 조국을 하루빨리 온 세계가 우러러보는 천하제일 강국으로 일떠세우시려는.."

    김정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에는 미사일 연구단지 인근에 장거리 로켓 이름을 딴 '은하과학자거리'가, 2014년에는 '위성'과학자주택지구가 들어섰습니다.

    당시는 북한이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주력하던 시기, 미사일과 로켓 과학자들에게 집으로 통크게 포상한겁니다.

    [위성과학자주택 입주민]
    "이 살림집 하나하나가 정말 다 과학자들이 맨몸으로 들어가 살 수 있게끔 그렇게 훌륭히 갖춰져 있고.."

    북한이 미래 세대 교육을 강조하던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직원용 미래 과학자거리와 김일성종합대학 교원들이 주로 사는 려명거리를 건설하기도 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위성을 만들어내고 로켓을 만들어내고 무기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국가의 전략적 지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공로로써 아파트를 주는 장면이 주민들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것인데.."

    특히 려명거리는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 뒤 국제사회의 혹독한 대북제재에 직면한 상황에서 착공해 1년도 안돼 준공해 대내외적으로 북한 체제의 건재를 과시하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자력갱생을 통해서 충분히 이렇게 인민들을 위한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어쨌든 체제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최근 북한의 대형주택단지 건설은 평양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한 평양 동쪽과 백두산 삼지연 등 산골과 농촌 건설로 확대되면서 김정은의 "인민사랑"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번 경루동 호화주택들을 선전선동분야 신문, 방송인, 문필가들에게 집중적으로 선물한 것에서도 북한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10년 차를 맞아 당과 군,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상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위대성을 부각시키고, 오랜 제재와 봉쇄 가운데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언론과 문학 예술 등 모든 선전선동 부문의 분발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집권 10년 차가 되면서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의 후광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전 간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고요. 그런 주민들의 어려움을 충실성 강화, 충성심 강화로 돌파하고자 하는.."

    경루동의 화려한 입주식은 국가가 틀어쥔 주택 공급권으로 체제에 충성하는 핵심세력을 우대하고 포상하면서 국가 우선사업을 촉진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충성과 사상무장을 이끌어내는 북한의 통치기술인 셈입니다.

    통일전망대 김세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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