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동대문 평화시장

◀ 김필국 앵커 ▶

동대문시장 하면 떠오르는 상가가 하나 있죠?

바로 평화시장인데요.

산업화 시대를 대표했던 그 평화시장이 올해로 조성된 지 꼭 60년 환갑을 맞았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한국전쟁 피난민들 특히 북한 실향민들이 주축이 돼서 만들었고 그래서 시장 이름도 평화라고 지었다는데요.

새 시대를 준비중이라는 평화시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청계천변에 자리잡은 청계천박물관.

건물 앞엔 한국전쟁 피난민들의 보금자리였던 판자집이, 판자집 안엔 그때 사용됐던 물품들이 그때 그 자리에 소박하게 재현돼 있습니다.

박물관 안에선 곤궁했던 당시의 청계천 판자집 생활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요.

평화시장이라 써 있는 공간이 눈길을 끕니다.

[박민아/청계천박물관 학예연구사]
"평화시장 그 이후에 동평화 청평화 이런 시장들이 또 생기고 세운상가 이런 것까지 70~8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의 전진기지 역할들을 청계천 상가들이 했었던거죠."

한국전쟁때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은 청계천에 판자집을 짓고 미 군복을 염색해 팔아가며 생계를 잇기 시작합니다.

[김한극/평화시장 고문(황해도 실향민)]
"청청계천에 오니까 고향 분들도 있고 또 평안도 분도 계시고 함경도 분도 계시고..정말 저희들은 그때는 여기서 돈 벌자는게 아니라 먹고 살기만 하면 빨리 고향 간다고 피난 나올때 한 일주일이면 간다고 그래서 왔던거거든요."

자연스레 청계천 오염이 더 심각해졌고, 그래서 1958년, 오랜기간 미뤄져왔던 청계천을 덮는 복개공사가 시작되기도 했는데요.

비슷한 시기, 잇단 화재로 노점들이 불타버리자 실향민들은 힘을 모아 1962년, 동양 최대규모의 의류도매상가, 평화시장을 만들게 됩니다.

[김한극/평화시장 고문(황해도 실향민)]
"건물을 짓고 나서 우리 고향 분들이 우리가 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라든지 그래서 그때 이름이 그 당시에 평화시장이 청계천시장이었는데 평화시장이란 명칭으로 개칭이 됐습니다."

한 공간에서 판매뿐만 아니라 제작과 유통까지 모두 가능케 한 최첨단 방식으로 1960~70년대 한국의 의류산업을 선도했던 건물형 시장.

지금은 철거된 3.1고가도로, 청계고가의 건설과

[3.1 고가도로 개통(1969.3.22)]
"서울의 중심부 청계천 하늘 위를 꿰뚫는 3.1고가고속도로가 개통되었습니다."

노동인권을 부르짖었던 재봉사 전태일의 분신을 거치며 평화시장은 산업화 시대의 명과 암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이 돼 왔습니다.

탄생 60년, 어느새 환갑을 맞은 그 동대문 평화시장.

[이상현 기자/ 통일전망대]
"제 뒤로 보이는 저 3층짜리 건물이 바로 올해 환갑을 맞은 동대문 평화시장입니다. 60년 세월이 지났어도 보시는 것처럼 주변의 고층 쇼핑몰 사이에서 그 존재감을 여전히 뽐내고 있습니다."

신평화시장 동평화시장 청평화시장같은 평화시장의 후속 시장들부터, 밀리오레 두타 등 1990년대의 대형쇼핑몰들이 현대적 외양의 디자인플라자, DDP를 에워싸고 있는 동대문.

청계천과 나란히 600여미터를 늘어서 있는 평화시장은 그 틈바구니에서 지금도 2천여개의 점포, 5000여명의 상인들이 하루 5만명의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김영복/평화시장 대표]
"평화시장이 최초로 원조격이죠. 그러다보니까 평화 자를 따가지고 다른 시장들도 많이 생기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규모면이나 역사적인 면에서 평화시장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60년 세월이 흐르며 변화도 많았습니다.

우선 평화시장을 개척했던 실향민 1세대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유연봉/평화시장 상인]
"다 죽었어요. 우리 친구 18명인데 10명 죽었고 8명 살았어요. 여기서만 열 몇명이 죽었어요. 여기서 저기까지만"

열악한 노동실태에 대한 비판 이후로 시장과 공장의 분리도 서서히 이뤄져 공장이 있던 2-3층은 도매점포로 바뀌었고요.

1층의 소매점포는 모자나 스카프, 작업복, 또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으로 특화해 인근 쇼핑몰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여기도 이쁜거 엄청 많다~"

변화하는 쇼핑트렌드에 맞춰 지난해엔 인터넷 쇼핑몰까지 만들었는데요.

이러한 평화시장의 변화는 31개의 쇼핑몰속 2만개의 점포가 연간 매출 10조원, 30억달러의 수출을 거둔다는 전체 동대문상권의 미래 생존전략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수없이 등장한 인터넷쇼핑 플랫폼의 도전에 정면대응하면서, 동시에 제조-판매-유통의 기능을 집약시킨 동대문식 전통을 현대식으로 부활시켜 다시금 활로를 찾아나간다는 겁니다.

[박중현/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장]
"디자인하고 기획하고 또한 원단까지 공급되고 하는 산업공유지를 이뤄가지고 경쟁력을 갖춘 그러한 지역이 (새로) 발생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동대문시장은 굉장한 위기에 있고 앞으로도 축소될 것이고 많은 도전은 받겠지만 동대문시장의 기능은 계속될 것이다."

실향민들의 터전에서 출발해 아시아의 패션메카로 성장한 동대문시장은 그렇게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고, 환갑이 된 동대문의 터줏대감, 평화시장도 또 한번의 변신을 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