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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번 촬영 김정은 사진정치

57번 촬영 김정은 사진정치
입력 2022-05-07 07:37 | 수정 2022-05-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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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얼마 전 열린 북한의 열병식은 꽤 화려하고 요란했는데요.

    후속 행사인 기념사진 촬영도 유난스러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김정은 위원장이 일주일 동안 무려 수 만명의 군인 청년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는데요.

    북한 언론들은 이걸 충격적인 일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열병식을 계기로 맘먹고 대중과 접촉하면서 지지층의 충성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도 읽히는데요.

    북한의 사진정치에 담긴 뜻을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4월 27일, 평양 미림비행장

    수많은 군인들이 줄지어 환호하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들어섭니다.

    [조선중앙TV/4월 27일]
    "부국강병의 대업을 성취해나가시는 희세의 천출명장을 우러러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를 터쳐올렸습니다."

    이틀 전 김일성광장에서 열병 행진을 하던 군인들입니다.

    미림비행장은 이들이 두 달 넘게 강도높은 열병식 연습을 했던 바로 그 장소.

    김정은 위원장이 이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며 기념사진을 촬영한 겁니다.

    넓은 비행장 부지에 설치된 수 십개의 철재계단 구조물 위에 군인들이 빼곡히 무리지어 기다리고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이 자리를 옮기며 사진을 찍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찍은 기념사진이 29장, 촬영인원이 한 번에 보통 300명 내외, 많게는 800명이 넘었으니, 이 자리에서만 1만명 가까운 군인들과 사진을 찍은 겁니다.

    역시 미림 비행장, 이번에는 2시간 20분 열병식 중계방송을 담당한 조선중앙TV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조선중앙TV/4월 27일]
    "열병식 보도를 당중앙의 의도대로 최상의 수준에서 훌륭히 보장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에 감사를 표하시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 당일부터 일주일 사이 닷새에 걸쳐, 7번이나 단체 기념사진 촬영 행사를 열었습니다.

    열병식 행사 당일에는 군 고위 간부들과.

    이후 열병식 참가 군인들, 그리고 평양시민들과 대규모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박정천, 리영길 등 소수의 군 고위 핵심 인사들과는 특별히 공을 들인 기념 사진을 추가로 찍기도 했습니다.

    북한 언론들이 특별히 부각시키는 기념사진은 5월 1일 노동절 기념사진입니다.

    [조선중앙TV/5월 1일]
    "평양시 안의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셨습니다."

    열병식 당시 광장 바닥 카드섹션에 동원된 학생, 청년들과의 기념사진.

    한 장에 1천500명에서 2천명씩 20장, 수 만명의 청년들과 하루에 사진을 찍은 겁니다.

    [조선중앙TV/5월 1일]
    "한생토록 잊지 못할 영광과 행복의 시각을 맞이하게 된 청년학생들의 가슴가슴은 무한한 감격과 환희로 끓어번지고 있었습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사진 촬영을 지시하고, 노동당 관련 조직이 총동원돼 하루만에 청년들을 모아 이동작전을 벌였다면서, 이를 "5.1절 기념촬영충격"이라고 대서특필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공개된 김정은과의 단체 기념사진은 57장.

    작년 16장, 재작년 2장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양입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김일성 (110주년 생일) 기념과 연결해서 4월 내내를 일종의 혁명적 대경사의 달로 계속해서 엄청난 축하의 그런 행사들을 했었거든요,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하죠."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이른바 "1호 기념사진"은 성과에 대한 포상과 향후 충성에 대한 기대를 표시하는 일종의 정치적 수단입니다.

    이번에 유달리 기념사진을 많이 찍은 것은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열병식 행사와 그 중계방송에 크게 만족했다는 반증이라는 겁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열병식에) 공을 들인 만큼 수고한 사람들에 대한 노고를 치하하고 노고를 치하하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결속을 도모하는"

    특히 군인들과 장소를 바꿔가며 4차례나 기념촬영을 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선포한 '적극적인 핵무력 노선'에 대한 군부의 지지와 결속, 군대의 역할 강화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핵무력을 사실 지휘하는 최고지위자의 위상 그리고 군부가 그만큼 결속돼 있다는 것을 하나의 컷으로 잘 표현하는 부분이 있고요."

    이런 사진 정치는 김정은 시대들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먼저 기념사진을 함께 찍는 사람들의 규모와 횟수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번 청년학생들과의 기념촬영도 접촉면을 최대한 늘리려는 김정은식 대중정치를 보여줍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김정일은 자신의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수의 행사 참가자들과 주로 사진을 찍었지 김정은처럼 수많은 대중과 사진을 찍은 게 상당히 드물어요. 일반 대중과 사진을 찍고 그런 거는 그만큼 자신감을 보여주는 거고"

    사진의 구도나 상황 설정도 선대에 비해 훨씬 대중친화적이고 다양하게 진화했습니다.

    주민들과 팔짱을 끼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시선도 표정도 제작각인 선글라스 공군들과의 사진 등은 익살스럽기까지 합니다.

    미사일 과학자를 등에 업고, 군지휘부와 맞담배를 피우고, 흙투성이 차량 운전석에서 내리는 모습은 인민사랑과 격의 없는 지도자상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겁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김정은은 자기 할아버지 김일성 식의 일종의 '애민주의'를 나타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과 좀 더 스스럼 없는 접촉들을 많이 연출하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만성적인 경제난에 국제제재, 코로나, 여기에 '핵전쟁'까지 위협하는 위기상황에서 사진정치의 필요는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열병식 등 대형 행사와 관영매체의 영상으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독점하면서 사진촬영으로 또 사람을 모아가며 핵심 계층의 단결과 충성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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