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국 앵커 ▶
오늘은 북한의 재난방송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이제 남한은 장마에 좀 예민해지는 시기인데요. 북한은 어떨까요?
◀ 강미진 ▶
사실 장마철이게 되면요. 지금 같은 경우는 이제 날씨를 좀 바로바로 알려주기도 하는데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 그런 걸 보고 올해 장마가 있겠구나 이렇게 미리미리 대처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어떻게 했냐면 그 시금치 풀이라고 있어요. 잎 안에 특정한 빨간 색깔의 점이 이렇게 하나나 두 개씩 있거든요. 그런데 장마가 지는 해는 잎에 세 개의 그 붉은 점이 펴요. 이거는 해마다 저희가 아 올해는 무슨 뭐 이거 풀이 어떻게 알겠냐 하는데 정말 딱 들어맞거든요.
◀ 김필국 앵커 ▶
우리는 각종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문자로 오잖아요.
◀ 차미연 앵커 ▶
그렇죠. 그 재난 문자에 때로는 이 북한 지역에 발생한 지진 얘기가 나오기도 하잖아요.
◀ 김필국 앵커 ▶
맞습니다. 2020년 5월에도 당시 뭐 북한 평강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는데 북한 주민들도 잘 모르는 얘긴데 우리나라에서 이게 지진 소식이 긴급 재난 문자로 전파되기도 했었습니다. 북한에도 이런 재난 상황에 문자를 보내거나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그런 기관들이 있나요?
◀ 강미진 ▶
지역에 방송차가 항상 있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 그거 너무 많이 들어서 아는데 주민 여러분 주민 여러분 이렇게 막 이제 급한 소리로 방송원이 목소리를 내거든요. 뭐 지금 뭐 둑이 넘어갈 위험 수준에 있다, 빨리 이제 그 높은 지대로 이제 옮겨라, 뭐 이런 방송을 해요. 그리고 그 방송을 주로 낮은 지대를 다니면서 그쪽 주민들을 막 깨우는 거죠.
◀ 김수경 ▶
사실 북한 자연재해는 오늘어제 일이 아니고요. 왜냐하면 일단 북한은 산에 나무가 많지 않습니다. 일단 그 산을 나무를 깎아서 뙈기밭이라고 해서 거기 밭을 만들어서 거기에 옥수수나 콩 같은 걸 심기 때문에 홍수가 졌을 때 산사태라든가 이런 것의 위험이 있고요. 또 댐이라든가 하수 시스템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건데요. 또 한편으로는 조기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주민들에게 모두 알려주는 이 시스템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열악하기 때문에 문제가 닥쳤을 때 주민들이 대비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까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재해에 어려움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9월 중순에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휘몰아친 태풍 사라호는 일찍이 보지 못한 막대한 피해를 입게 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인데 태풍 사라 때 아주 역대 급이라고 했고요 또 한 20년 전에는 태풍 매미 때문에 굉장히 컸었던 그런 생각도 나는데요. 우리도 예전에는 좀 상황이 북한 지금과 좀 비슷했잖아요. 북한에서는 재난이나 재해가 발생하면 방송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재난방송의 관점에서 과거에 북한 TV는 어땠는지 또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1995년 북한에서 발생한 대홍수 모습입니다. 세계 50대 자연재해로 기록될 만큼 큰 홍수였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당시 북한은 2주가 지나고 나서야 홍수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 김수경 ▶
당시에 이제 북한 보도를 보면 무더기 비가 내려서 한 2천여 명의 북한 주민의 생명이 위협받았다. 라는 이런 식의 보도를 뒤늦게 했는데요. 사실 북한은 정권에게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잘 보도를 하지 않는데 꽤 이례적이라고도 볼 수가 있겠습니다만 당시에 보도의 내용의 중심은 이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 전달보다는,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이 군대를 동원해서 이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했다라는 데에 좀 더 초점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재난도 하나의 정치적인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었죠.
◀ 강미진 ▶
저희 같은 경우는 저도 90년대 94년도부터 홍수가 해마다 있었거든요. 마을 전체가 물에 아예 다 잠겼었거든요. 그 우리 마을이 잠겼다. 이거는 우리 마을 사람들만 아는 거예요. 그게 우리 마을에 잠긴 게 뉴스로 나오거나 조선중앙방송에서 언급하거나 이런 게 전혀 아니었었고요. 신의주 거는 다행히도 이제 나왔었던 거죠.
"북한 평양시내 한가운데에서 23층차리 고층아파트가 무너져내려 인명피해가 많이 난 것으로 보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이 사진은 2014년 평양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했던 붕괴 사고 현장 모습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당시 북한에선 사고가 난 지 일주일 뒤에 보도했는데요. 주민들 앞에서 당간부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습니다.
◀ 김수경 ▶
사실 완공을 앞둔 고층 아파트가 붕괴한 것이기 때문에 이미 입주해 있던 사람들도 있어서 사망자가 꽤 많았을 겁니다. 이례적으로 이렇게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던 것을 보면 어쨌든 이 사고 자체가 너무 규모가 커서 숨기기가 어려웠고 또 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민심의 이반 같은 것들이 굉장히 두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차라리 숨기기보다는 이렇게 보도를 하고 책임자들이 사과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오히려 책임 있는 당국의 모습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좀 오픈해서 보도하는 식으로 약간 분위기가 바뀌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 강미진 ▶
사실 북한에는 재난방송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바로바로 하고 싶어도 설비가 안 되어있고 방송차가 없고 현지 투입할 그런 기자들도 없고 그리고 무너졌는지 바로 접수가 안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에요. 보도할 수 있는 그런 방송국이. 그런 것도 좀 있는 게 북한의 현실이고. 현재는 그래도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방송 업계에 좀 변화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재난방송에서는 특히 현장성과 속보성도 중요하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북한 TV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2019년 제 13호 태풍 링링 당시의 북한TV보도입니다. 재난 방송으로서 변화 움직임을 볼 수 있었는데요.
◀ 김필국 앵커 ▶
태풍이 상륙하자 수시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방송원이 기상수문국에서 태풍 진로를 알려주는 등 심각성을 부각했습니다.
"14시 현재 태풍13호는 강령반도 해안가 부근에 도달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또한 9호태풍 마이삭 때는 24시간 긴급 재난방송 체제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여기는 태풍9호의 영향을 받게 될 강원도 고성군 읍지구입니다."
"9월 3일 새벽 2시 현재 여기 고성지구는 이렇게 우리 촬영차, 이 배 밑에까지 지금 물이 가득 찼습니다."
"저렇게 무서운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여기는 통천앞바다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방송원들이 각 피해지역에 나가서 시간대별로 상황을 중계하고 신속하고 현장감 있게 태풍정보를 전달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강미진 씨, 어떠세요? 예전에 계실 때랑 좀 달라진 점이 눈에 띄시나요?
◀ 강미진 ▶
많이 달라졌죠. 일단 방송원이 나가서 비옷을 입고 현장에서 비를 막 맞으면서 막 바람이 불고 차가 물에 잠기고 도로 상황을 보면서 하게 되면 주민들이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는 저 정도는 아니어도 실제적으로 이제 화면에 비춰지는 걸 보면 그 심각성을 바로 시각적으로 받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걸 보면서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다 그 안전에 대해서 보강할 수 있고 또 그런 위험성을 바로바로 감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수경 ▶
아무래도 재난재해에 대비해서 국가적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라는 인식이 당국에도 좀 생긴 것 같고요.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적인 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될 필요성을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이제 주민의 안전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을 최소화해서 신속히 대응을 한다면 어쨌든 지도자의 그러한 면모들을 보여줄 수도 있고 국가가 이렇게 주민들을 신경 쓰고 있다. 대처하고 있다. 능동적으로 일하고 있다. 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도 여러모로 변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렇게 보여집니다.
◀ 김필국 앵커 ▶
완전히 실시간 방송은 아니지만 거의 실시간에 근접할 만큼 시차가 별로 없이 방송을 하더라고요. 북한 방송이 과거에는 하지 않던 이런 보도를 하게 된 배경이 뭘까요?
◀ 김수경 ▶
일단 북한은 2014년에 재해 방지 및 구조 복구 법을 만들어서 '언론과 방송이 재해 발생 시 주민들을 교육할 어떤 필요가 있다' 법에 아예 명시를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방송이 굉장히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그리고 북한은 계속해서 과학기술 강국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보니까 방송 환경을 생각할 때도 터치스크린이라든가 드론이라든가 그래픽이라든가 이런 것들 굉장히 과학 기술을 많이 가미한 보도 행태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우리가 이제 재난에 대해서 굉장히 과학적으로 대응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이죠.
◀ 강미진 ▶
김정은은 또 어렸을 때 뭐 스위스 유학 그런 경험도 있고 다른 나라에서 봤을 때의 상황이랑 조선에서 봤을 때 상황이랑 비교해 보면 우리도 이런 걸 만들어야 되겠다, 이런 구상이 좀 있었지 않았을까 실제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의식 상태를 이 땅에다 그냥 땅에다 발을 붙이고 눈은 앞으로 세계를 보라 이런 식의 그런 걸 많이 강조하거든요.
◀ 차미연 앵커 ▶
사실 북한 방송은 목적이라는 게 분명히 있을 텐데요. 이런 방송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김수경 ▶
위기가 왔을 때는 국민들이 단합하게 되는 결과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전국적으로 보도하게 되면 아 우리가 다 같이 도와서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되겠구나, 라는 연대감과 결속감 같은 게 생기고 굉장히 가슴이 뿌듯해지고 뭉클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아마 그런 효과도 있을 것이고요. 또 한편으로는 당국의 입장에서는 위기에 강한 지도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지도자가 이것들을 처리하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아 우리에게는 김정은이라는 지도자가 필요하고
"김정은 동지께서는 은파군 대청리 인민들이 자연재해를 이겨내도록 크나큰 사랑을 거듭 안겨주시고"
◀ 김수경 ▶
그가 없으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주민들에게 주입시키는 두 가지의 효과를 모두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어쨌든 이러한 위기에 대해서 더 이상은 감추기보다는 더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방송의 역할이 뭐 참 다양하지만 재난방송은 특히 주민의 생명이나 생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가 있잖아요. 북한의 재난방송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 김수경 ▶
사실 재난이라는 거는 국경에 상관없이 일어나잖아요. 어떻게 보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서로 좀 정보도 공유하고 또 언젠가는 태풍이 큰 게 왔을 때 남북한이 함께 연합해서 방송할 수 있는 그런 날도 오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강미진 ▶
조금 이전보다 좀 달라진 그래서 주민들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그런 면이 좀 있어서 조금 안심이 좀 되는 것 같고 그렇지만 재난에 더 좀 발 빠르게 대처하는 그런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을 가져 봅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의 재난방송 일단 변화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만요. 제 역할을 하려면 더 많이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필국 앵커 ▶
네. 올여름 우리나라도 재난방송 하지 않아도 되도록 장마나 태풍이 별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랍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통일전망대
문정실 작가
"이젠 숨길 수 없다" 달라지는 북한 재난방송
"이젠 숨길 수 없다" 달라지는 북한 재난방송
입력 2022-06-11 08:00 |
수정 2022-06-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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