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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지 남기는 이산가족 1세대

영상편지 남기는 이산가족 1세대
입력 2022-08-06 08:13 | 수정 2022-08-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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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이산가족 1세대 분들, 갈수록 고령화되면서 생전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죠?

    그래서 이분들의 영상편지를 남기는 작업이 매년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이와 함께 훗날 이산가족 후손들의 교류를 위해서 유전자를 채취해 보관하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는데요.

    최근 재개된 그 작업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남북간 합의에 따라 2005년부터 상호 교환을 목적으로 제작돼온 이산가족 영상편지.

    "엄마가 얼마나 너를 보고싶어했는지 모른다. 세상이 이렇게 돼가지고 너를 그렇게 고향에댜 떼어놓고"

    "남은 생이 얼마나 남았겠어요.. 남은 생에 다툼없이 살다갔으면.. (그걸) 바랄 뿐이에요."

    이산가족 1세대들이 갈수록 고령화됨에 따라 추진돼온건데요.

    비록 남북간 교환은 성사되고 있지 않지만 매년 천여명의 이산가족들이 참여해 영상편지가 만들어져왔습니다.

    [이병옥/통일부 이산가족과 사무관]
    "남북간 영상편지를 교환한다는 그런 의미가 가장 크지만 이산가족 분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산 1세대의 기록을 보존한다는 그런 차원에서도 아주 뜻깊은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올해의 영상편지 제작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상현 기자/ 통일전망대]
    "이산가족 영상편지는 2005년부터 모두 2만 4천여편이 제작됐다고 합니다. 올해도 이산가족 천여명을 대상으로 영상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데요, 그 제작현장을 한번 찾아가보겠습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아파트.

    영상편지 제작진이 이산가족 집을 방문해 카메라를 설치하고 미리 준비된 질문을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럽게 던져봅니다.

    "몇가지 질문 드릴께요, 어르신! 처음엔 자기소개라고 그래가지고요. 어르신 이름 나이 고향주소..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이~ 큐!"

    아흔이 넘은 고령의 할아버지는 북녘 고향에 두고온 여동생들을 떠올리며 옛 추억에 잠겨봅니다.

    [박연수/북한 황해도 출신(92세)]
    "백령도에서 보면 다 보여요. 장산곶 거기에요. (고향이)..해수욕장이 있었습니다. 명사십리라고 해수욕장이 유명했어요. 그리고 해당화꽃이 있는데 여름마다 해당화꽃이 딱!"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남북이산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가운데 생존자 4만 7천여명중 66%정도가 80대 이상의 고령자.

    또 이산가족 10명중 8명은 아직까지 북한가족의 생사여부도 확인하지 못했는데요.

    때문에 이젠 고향방문이나 대면상봉보다는 생사확인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박연수/북한 황해도 출신(92세)]
    "예전엔 꿈도 꿨는데 이젠 꿈도 안꿔지네요. 하도 오래돼서 그렇죠. 명절때 제사때 생일때면 혼자서 이불 속에서 눈물도 흘리고 그랬습니다."

    이산가족 고령화로 인한 고육지책으로 이렇게 짧은 영상편지를 남기는 것이지만 그 제작 자체 역시 쉽지만은 않은 상황.

    [황상원/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대리]
    "이산 1세대 분들이 고령화가 심하다보니까 이제 80대 후반 90대 초반 이런 분들까지는 어느정도 영상편지 촬영도 많이 하시고 또 하실 수 있는데 막상 가서 보면 말씀하시는거나 옛날 기억을 다시 되새김한다는걸 좀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산 1세대들의 사후에도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4부터는 유전자검사 사업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2만 5천여명의 이산가족들이 참여했고, 올해도 1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가 시작됐는데요.

    검사업체와 함께 찾아가본 그 현장.

    먼저 피를 뽑은뒤 침과 머리카락, 이렇게 3가지를 채취하게 됩니다.

    "DNA가 두피세포에서 나오는거라서 여기 모근이 있게 머리카락을 한 7가닥정도 뽑을 겁니다. (하얀데에다 하얀걸 놓으면 보이나? ㅎㅎ)"

    [황춘홍/유전자검사업체 대표]
    "이렇게 많이 보관하는건 이번에 검사하고 보관해놓고 있다가 차후에 저희가 새로운 검사방법이 개발이 돼서 이 보관된 시료로 더 정확하게 검사하면 혈연관계가 먼 친척들도 찾을 수 있어서 검체를 보관해놓는 겁니다."

    [서태수/북한 평양 출신(90세)]
    "다 이렇게 오니까 난 언니가 살아있는 것 같네. (아, 이렇게 오니까 언니 만나러 가는 것처럼요?) 네, 그런 기분이에요."

    인근에 있는 또다른 이산가족의 집.

    "이거를 사탕처럼 10초만 물고 계셔주세요. 아~ 예, 그래서 10초만"

    자손들끼리라도 서로의 혈연을 확인할수 있게끔 자신의 신체 일부를 맡기는 순간에선 70여년을 흘려온 회한의 눈물을 또한번 쏟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세덕/이산가족(89세)]
    "우리 어머니가 그 형들 둘을 놓치고 난 뒤에 저녁에 잠도 안 주무시고 눈물만 흘리다 돌아가셨어요."

    이렇게 수집된 시료들에서 이산가족의 유전자를 추출한뒤 증폭과 분석과정을 거쳐 데이터를 구축하게 되는건데요.

    훗날 북측 가족의 유전자 데이터가 준비되면 비교분석해 혈연관계를 확인한다고 합니다.

    [황춘홍/유전자검사업체 대표]
    "나중에는 이 데이터를 DB화해가지고 DB가 구축이 되면 이쪽 남한 가족에 대한 DB가 되면 나중에 북측 가족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매칭을 해보면 가족인지 아닌지 혈연관계를 찾을 수 있게 되는거죠."

    70년 넘는 세월이 흐르며, 그토록 그리던 만남을 조금씩 체념하게 된다는 이산가족들.

    이젠 영상편지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또 하루의 이산 세월을 견디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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