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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글라" 올레 "함께가자" 평화바람길

"고치글라" 올레 "함께가자" 평화바람길
입력 2022-08-13 07:53 | 수정 2022-08-1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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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올 여름휴가로 제주도 올레길 걷고 오신 분 계신가요?

    이 올레길 일부 구간이 평화바람길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꾸며졌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곳을 찾아 남한 최남단과 최북단 사람들이 함께 그 의미를 부여했다는데요.

    바람 가득했던 제주의 평화바람길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제주도 서남쪽, 서귀포 송악산 옆편에 있는 한 해안가.

    바다 멀리 가파도와 한반도의 최남단섬 마라도가 한 눈에 보이는 이곳에 환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염원하는 공원이 하나 있는데요.

    그 공원 한켠에 지난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비석이 들어섰습니다.

    "한라에서 백두를 잇다"

    국토 최남단 서귀포 주민들과 남한 최북단 강원도 고성 주민들이 함께 세운 기원비로, 2005년부터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이어온 두 지역 주민들은 최근에도 이곳에서 다시 만나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평화! 통일!
    쿵쿵쿵쿵쿵
    평화! 통일!"

    "고치글라 고치가게
    (같이가요 함께해요)
    느영 고치 지꺼짐이 열배여"
    (너랑 함께 하면 즐거움이 열배야)

    [이태영/민주평통 강원고성군협의회장]
    "서로간에 생각하는 바가 비슷한게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두 지역의 교류가) 이렇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지요."

    그 평화공원 주변에서 두 지역 주민들이 만든 특별한 길이 하나 시작됩니다.

    이름하여 평화바람길.

    제주 올레길 10코스중 3분의 1, 5km 정도 구간에 평화의 의미를 담아 조성된 길이라는데요.

    [안은주/(사)제주올레 대표이사]
    "10코스는 제주의 자연만 바다만 즐기는게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같이 만나는 길이어서, 그 의미까지 담아서 올레꾼들이 훨씬 더 좋아하는 길입니다."

    제주 특유의 거센 바람까지 더해졌던 그 길을, 올레꾼들을 따라 걸어봤습니다.

    오르막 산길을 조금 올라 도착한 한 오름.

    먼저 거대한 웅덩이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하나 나타납니다.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일본군이 군사적 요충지였던 이곳의 비행장 보호를 위해 만들었던 고사포 진지로, 탄약창고로 쓰였던 구멍들이 고사포가 있던 자리를 여전히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양성주/(사)제주다크투어 대표]
    "포들은 다 폭발을 시켰고 비행기 남아있는 것들이나 무기들은 다 회수해서 바다에 버리거나.."

    그 옆쪽 또다른 고사포 진지 자리엔 수많은 이끼들이 마치 한반도 모양처럼 자리를 잡으며 고사포를 대신하고 있었고요.

    그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일본군이, 미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전투사령실 등을 두었던 커다란 동굴진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강승해/민주평통 제주서귀포시협의회장]
    "여기 보면 이렇게 조그마한 오름이 있다면 (동굴이) 다 뚫렸어요. 안 뚫린데가 없어요. (요새화했군요 이 제주 전역을) 지역주민들 다 동원시켜서 (동굴을) 전부 뚫어놓은건데 정말로 힘든 고난의 역사를 우리 선조들이 견뎠죠."

    평화바람길을 따라 10분정도 더 내닫으면 또 하나의 오름이 나타나는데요.

    한국전쟁 당시 제주 4.3사건과 연루된 민간인들이 대규모로 학살됐던 장소로, 추모비와 함께 당시의 단피, 희생자들의 유류품 등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양성주/(사)제주다크투어 대표]
    "아름다운 풍광 속에 똑같은 장소에서 70년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거기에는 대단히 눈에 보이지않는 아픔들이 묻어있다는걸 얘기하고 싶은거고 그러한 아픔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선 우리가 노력을 해야되고 그걸 잊지말아야된다는걸 알려주고 싶은 그런 것도 있는거죠."

    그 4.3 유적지를 뒤로 한 평화바람길은널찍한 들판으로 이어집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만든 이른바 '알뜨르 비행장'이 있던 곳입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제 뒤로 우뚝 솟아있는 산방산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은 과거 일제시대에 일본군 비행장이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밭이 돼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당시 비행기 격납고가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제주도민을 강제동원해 제주의 자갈과 모래를 철근, 시멘트와 섞어 단단하게 만들었고, 위로는 폭격을 피하기 위해 잔디와 풀 등으로 위장했다는 전투기 격납고.

    [김정숙/경기도 시흥]
    "제주도민들이 동원돼서 한거랑 남아있는 유적같은 것도 좀 안타깝고 그랬어요. 애들도 계속 단편적으로 일본 사람들 너무 나빴다고 얘기하고.."

    한국전쟁땐 미 공군기지로 활용되다 전쟁후엔 주민들의 농작물 창고로 이용되기도 했는데요.

    아직도 19개의 격납고가 원형 그대로 남아있어 지금은 국가등록문화재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뜻 깊은 곳이라서 (와봤어요)..가슴이 좀 찡하죠 마음 아프고.."

    그중 한 격납고엔, 중일전쟁 당시 난징폭격을 태평양전쟁땐 자살공격, 가미카제 작전을 자행했던 당시 일본군 전투기의 모형이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수많은 리본을 매단채 전시돼 있었는데요.

    평화바람길은 이런 평화메세지를 가슴에 새기며 마무리됩니다.

    [강승해/민주평통 제주서귀포시협의회장]
    "이런걸 보면서 우리 미래세대는 어떤 길로 가야될 것인가를 좀 고민도 하고 그리고 또 우리가 이 길을 가꾸면서 우리 자신들도 앞으로 평화가 우리한테 주는 것이 어떠한 무게가 있는지를 좀 공감해보고자.."

    수많은 전투와 전쟁,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와 함께 해왔던 땅.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 땅을 이은 길엔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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