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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해진 북한 농촌 "쌀 한 톨도 모아라"

황폐해진 북한 농촌 "쌀 한 톨도 모아라"
입력 2022-09-24 07:38 | 수정 2022-09-2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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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올여름 기록적인 폭우 등으로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특히 황해도 곡창지대에서 농경지 피해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쌀 한 톨 옥수수 한 알까지 긁어모아야 한다며 식량난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추수를 앞두고 위기감이 더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김세로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평양 서쪽, 김일성 생가 인근 평양 만경대구역 협동농장입니다.

    지난 9월 12일, 유럽의 센티넬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대동강과 맞닿은 논 주변에 거뭇거뭇한 얼룩이 보입니다.

    경북대 국토위성정보연구소가 이 얼룩을 분석해봤더니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곳이거나, 아예 농지가 훼손돼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지역들이 폭넓게 관찰됐습니다.

    [정성학/경북대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
    "9월 중순이면 논에 벼가 꽉 차 있어서 녹색으로 보여야 되거든요. 지금 한창 벼가 무르익어갈 시기인데 그러면 녹색으로 꽉 차있어야 되는데 흙색이죠. 논벌 색깔이죠. 논이 패어있다는 거고요."

    북한에서도 가장 시설이 좋고 투자가 잘된 만경대구역의 농장조차 농지 훼손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황해북도 은파군.

    봄가뭄이 특히 심해 마른 논에 늦은 모내기를 했던 이곳엔 여름 폭우까지 겹쳐 농경지 피해가 심했던 걸로 보입니다.

    [정성학/경북대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
    "모내기가 올해 많이 늦어졌거든요. 물이 부족해서. 모내기를 늦게 하는 바람에 벼가 뿌리를 못 내린 거예요. 뿌리를 내려서 활착이 돼서 튼튼하게 자리 잡았어야 하는데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비가 오니까.."

    올여름 침수피해가 심했던 황해북도 사리원시.

    그리고 북한의 최대 곡창지대 황해남도 재령군에서도 군데군데 농경지 훼손이 관측됩니다.

    이렇게 평양 인근과 평안남도, 황해남·북도의 지점 네 곳, 농경지 21만 헥타르를 분석해 봤더니 농경지 훼손과 생육부진을 합쳐 약 30% 정도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모내기 철 가뭄에 때맞춰 코로나와 수인성 전염병이 확산돼 인력 동원이 어려웠고, 밀·보리 수확 철인 6월에는 때 이른 장마가, 7~8월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벼와 옥수수마저 침수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미국 CIA는 올해 북한 식량부족분을 86만톤으로 발표했는데, 이달들어 농무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121만톤이 부족하다고 추정했습니다.

    서너달치 먹을 식량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북한 전체 2천6백만 명이 하루에 섭취하는 곡물이 한 1만 톤 정도 되거든요. 그러니까 120만 톤 같으면 석 달 분 아닙니까. 그러니까 '석 달 동안 먹을 식량이 부족하다' 이런 이야기죠."

    곡물값은 뛰고 있습니다.

    쌀은 작년 이맘때보다 13.3% 올랐고 한창 수확중인 옥수수는 65%가 넘게 올랐습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선임연구원]
    "시장에선 쌀 가격이 올라갔고 그 쌀에 따라서 모든 물건 가격들이 상승하겠죠. 특히 식품. 그런 부분들이 다 골고루 상승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특히 농민들은 국가로부터 빌린 영농장비 대여료와 비룟값 등을 가을에 곡물로 현납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훨씬 커질 걸로 보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선임연구원]
    "올해 초 같은 경우 김정은이 제8기 4차전원회의 이후에 농민들의 빚을 다 탕감해 주라고 이야기했잖아요. 그게 사실은 다시 도루묵이 되는 상황이죠. 다시 농민들의 빚으로 이어질 거고. 도시 같은 경우 비싼 돈을 주고 쌀을 사 먹어야 되는 상황이.."

    북한 당국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 1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농사를 잘 지어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절박한 과업'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농사를 잘 짓는 것을 자식의 운명, 나라의 존망과 관련된 사활적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텔레비전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모든 농촌 지역에서 목표 달성은 물론이고 초과생산까지 해야 한다고 다그칩니다.

    [조선중앙TV/9월 21일]
    "올해는 벌방(평야) 지대나 중·산간지대 할 것 없이 어디서나 알곡을 정보당 한 톤씩 더 생산하기 위한 결사전을 벌여야 하며 맡은 알곡 생산 목표를 기어이 점령해야 합니다."

    간장 된장, 식초, 술 등 가공식품은 곡물 대신 곡물을 도정할 때 나오는 쌀겨 같은 부산물로 만들 수 있다고 공장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밀, 보리, 옥수수를 탈곡할 때 나오는 부산물까지 모두 긁어모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자력갱생'이라고 하는 기본 목표하고 일치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계속 강조했던 것이거든요. 그래서 북한에선 지금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사람이 먹든 가축이 먹든 모든 먹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동원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국가 배급에 의존하지 않게 된지는 이미 오래됐습니다.

    공장, 학교, 탁아소 등은 돼지나, 토끼, 염소같은 가축을 자체로 기르고, 채소밭이나 양어장도 운영하면서 급식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7월 18일]
    "여기 양어 못이 여러 개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메기와 룡정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을 키웠는데 한 해 우리가 생산한 물고기 양은 한 1,500kg 정도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선임연구원]
    "부수적으로 필요한 것들 예를 들면 양어라든가 축산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성장이 되면 쌀 소비량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료를 먹이려면 곡물이 많이 필요해요. 풀만 먹여서는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입니다. 실질적으로 그렇게 큰 영향을 못 미치는 거죠 쌀 소비량에.."

    오랜 대북제재에 코로나 국경봉쇄까지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농약, 비료, 농자재 등의 수입이 막혔고 국가와 기관, 개인들의 자력갱생도 한계에 부딪친 겁니다.

    중국에 이어 제3국에까지 식량 원조를 요청한 건 올해 식량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난의 행군기 이후로 북한 당국자가 우방이 아닌 제3국에, 민간단체에 손을 벌린 일이 거의 없었고요. 지금 해외에 나가있는 공관원이나 무역일꾼들에게 '양을 가리지 말고 식량을 확보하라'는 명령이 이미 상반기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봐야죠."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일 시정연설에서, "농업근로자들의 의식수준을 개변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농민들의 사상과 정신력을 강조하는 것 외에 한계상황을 돌파할 수단이 딱히 없는 답답함이 읽혀집니다.

    쌀이 곧 사회주의라는 북한의 표어 속에는 민심이반을 막고 체제를 유지하려면 식량이 필요하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김세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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