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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공장 농기계 생산 "양곡비리 엄단"

군수공장 농기계 생산 "양곡비리 엄단"
입력 2022-10-01 07:35 | 수정 2022-10-0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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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이런 가운데 북한은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조치에 돌입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군수공장에서 무기 대신 농기계 수천대를 생산해서 농촌에 전달했는데 마치 열병식을 보는 듯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노동당 정치국 회의도 열어서 식량 정책과 유통체계 전반을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런 배경이 뭔지 김세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조선중앙TV/9월 27일]
    "우리 노동 계급이 만든 현대적인 농기계들이 서해 곡창에 희한한 장관을 펼쳤습니다."

    북한의 최대 곡창지대 황해남도 해주시.

    농기계들이 마치 열병식처럼 전후좌우 열을 맞춰 늘어서 있습니다.

    세워놓은 면적만 축구장 8개 크기, 한 줄로 세우면 약 20킬로미터에 달하는 농기계들은 군수공장에서 생산한 것들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명령으로 군수공장에서 무기 대신 농기계를 생산해 보냈다는 겁니다.

    [조선중앙TV/9월 27일]
    "우리의 혁명 공업인 군수공업 부문이 총궐기해서 농업부문을 비롯한 인민 경제 부문들을 지원하도록 현명하게 이끌어 주셨습니다."

    이번에 전달된 농기계는 이동식 벼종합탈곡기 1천5백대, 소형벼수확기 2천5백대, 옥수수종합탈곡기 5백대 등 모두 5천5백대에 달합니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전반적으로 이렇게 농기계를 모두 가동시킬만한 자재도 부족하고 모든 게 다 부족한가봐요. 그러니까 결국 그래도 좀 돌아가는데가 군수공장이거든요. 그런 긴급 처방을 하는 거죠 사실은."

    같은 날 평양에선 올해 농사와 식량공급 문제를 논의하는 노동당 정치국 회의가 열렸습니다.

    [조선중앙TV/노동당 정치국회의 보도]
    "올해 농사 실태를 점검하고 해당 농업정책들을 철저히 집행하기 위한 문제를 주요 의정으로 토의하고 중요 결정서를 채택했습니다."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노동당 정치국 회의가 농업정책 단일 의제만을 목적으로 개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예를 들어서 정보당 옥수수가 3톤 정도가 정상인데 이번에 1.5톤 밖에 생산이 안 됐거든요. 밀, 보리, 그다음에 감자 농사, 쌀 농사 모두 흉작이거든요. 지금 북한은 매우 절박한 식량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추수와 탈곡에 모든 역량을 집중 시킬 것과 양곡 수매와 공급 개선, 그리고 농업부문에서의 불법행위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날 농기계지원 행사를 대대적으로 연 것은 북한 최대 곡창지역인 황해남도에 물자와 자원을 집중해 수확량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사람을 동원해 추수를 할 경우 그 과정이 길고 복잡해 알곡 손실이 많은데, 기계를 동원해 수확기간을 단축하면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관호/한국농어촌공사 연구원]
    "사람들이 낫으로 수거를 해서 그거를 다 모아놓고 그걸 햇볕에 말리거나 도로에 말리거나 하는데 그런 것들이 시간이 오래걸리죠. 그런데 기계화를 하면 그런 수확 후 손실량이 상당히 많이 줄죠."

    또 빨리 벼 수확을 마쳐야 밀과 보리를 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연구원]
    "쌀 수확 시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밀, 보리를 심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요. 벼를 베고 그 논을 뒤집어서 거기다가 밀을 심든지 해야 되거든요. 수확기가 계속해서 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심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되고..."

    식량 생산량 자체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수확 과정이라도 최대한 효율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번 정치국회의에서 주목되는 결정사항은 바로 "양곡정책 집행을 저해하는 온갖 현상들과의 투쟁을 강도 높게 전개하겠다"는 대목, 즉 불법 탈법을 막겠다는 부분입니다.

    무슨 뜻일까?

    지난 9월 28일 노동신문입니다.

    농사에서 "허풍은 당과 인민을 속이고 당정책집행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강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허풍'은 영농실적 허위보고를 말하는데 실적을 부풀려 당국의 식량 수급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는 경우, 그리고 일부러 생산량을 낮춰 보고해 국가에 내야하는 수매량을 낮추거나 수확물을 빼돌리는 행위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연구원]
    "수매 계획을 시행하는 곳은 탈곡장이에요. 탈곡장에 들어가면 자기 쌀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전에 밭에서 미리 베어서 따로 빼돌리는 겁니다. 그게 농장원 차원이고 그다음에 분조장 단위에서도 몰래 빼돌리고.."

    국가정보원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허풍방지법'을 제정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북한은 또 당국이 농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곡물의 양, 즉 수매비율도 높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여기서 말하는 개선이라고 하는 것은 수매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죠. 협동농장에서 생산된 것들이 수매라는 방식을 통해서 정부가 양곡을 확보하지 않습니까. 생산량 중에 수매 비율을 굉장히 높인다든지.."

    북한은 최근 농민들이 식량생산을 많이 하면 인센티브로 자기몫을 많이 챙겨가도록 제도를 개선해왔는데, 올해 작황이 악화되자 농민들이 내야할 곡물의 양을 다시 늘리려 한다는 겁니다.

    노동신문은 '양곡정책 집행'을 방해하는 온갖 현상들에 대해 통제 수위를 더 높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곡물의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태만이나 비리 척결이 강도높게 진행될 걸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통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김정은 체제 들어 전략 비축미까지 풀어가면서 관리하던 식량문제가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은 시기에는 식량이 부족하면 전략 비축미 2호 창고를 수시로 풀었는데 지금 2호 창고도 비어있다고 합니다. 군량미 확보도 매우 시급한 상황이고, 따라서 1차 목표가 추수기의 군량미 2차 목표는 평양 시민을 위한 특별 공급, 그리고 나머지가 농민들과.."

    북한은 식량 문제 해결에 나라의 존망이 걸려있다면서 밥먹는 사람들은 모두가 식량 문제 해결에 책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군수공장까지 돌려 농기계를 생산하고 강도높은 사상교육과 처벌까지 동원해 새는 식량을 막으려 애쓰고 있지만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 해결 없이 식량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통일전망대 김세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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