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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문정실 작가

남한은 채널을 돌리고 북한은 통로를 바꾼다?

남한은 채널을 돌리고 북한은 통로를 바꾼다?
입력 2022-10-01 07:53 | 수정 2022-10-0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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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말 한 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고도 하죠.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게 되는데요. 오늘은 비슷한 듯 조금 다른 남한과 북한의 말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함께 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오세요.

    ◀ 차미연 앵커 ▶

    나민희 씨는 남한 말을 처음 들어본 게 언제였나요? 그리고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나민희 ▶

    제가 북한에서 드라마를 몰래 봤을 때 그때 처음 들어봤거든요. 처음에는 영어인 줄 알았어요. 잘 안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남조선 사람들이 영어를 하네 저렇게 잘한다고 막 이런 생각을 했는데 좀 보면서 보니까 뭐 밥 먹어 어디 가 이런 짧은 말들이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아 우리랑 달랐구나 발음이 다른 건지 억양이 다른 건지 그때는 정말 알아듣기가 쉽지가 않아서 좀 신기하기도 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실제로 2018년에 레드벨벳이 평양에서 공연했을 때 빨간 맛이라는 가사가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취재팀한테 그게 무슨 말이냐 영어냐 이렇게 물어봤다고 그러더라고요.

    "빨간 맛~"

    ◀ 김필국 앵커 ▶

    이렇듯 북한 사람들은 우리 드라마나 노랫말 속에 우리 말을 좀 낯설어하기도 한다는데요. 아주 옛날 영화나 드라마는 어떨까요. 같이 한번 볼까요.

    "계란 잡수세요"
    "응, 옥희는 무슨 반찬을 좋아하지?"
    "저... 삶은달걀"

    ◀ 차미연 앵커 ▶

    1961년 제작된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입니다. 당시 경기도 수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죠.

    "아저씬 무슨 반찬 좋아해?"

    ◀ 김필국 앵커 ▶

    들어보니까 높낮이하고 장단이 확실히 들리구요. 요즘 말투하고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어머나 어쩜 나하고 꼭 같네?"


    ◀ 나민희 ▶

    저도 여기 와서 그걸 봤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지금하고는 또 많이 다른데 오히려 북한 말투랑 너무 비슷해서 좀 신기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1960년대면 사실 분단되고 얼마 안 된 뒤잖아요? 남북한 말이 큰 차이가 없었다는 건데 그러면 남한 말투가 많이 변했다는 건가요?

    ◀ 이길재 ▶

    그 당시에 남한 서울 말투는 일단 그 음의 길이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는 음장이 있었고요. 그리고 이 '허다'라고 하는 말은 실은 아래 하를 가지고 있는 하다였어요. 요즘은 다 하다로 발음하고 있죠. 그 다음에 또 그 어휘를 사용하는 것도 많이 달라졌죠. 왜냐하면 요즘은 외래어도 굉장히 많이 쓰고 또 그 유행어처럼 말을 만들어 쓰기도 하기 때문에 저 때하고는 상당히 말이 말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죠.

    ◀ 차미연 앵커 ▶

    그러네요. 남한에 오셨을 때 나민희 씨는 실제로 외래어가 굉장히 많다고 느끼셨나요. 어때요?

    ◀ 나민희 ▶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외래서 사용이 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북한에서 온 분들을 만나면 외래어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다 갖고 있을 정도로 어떤 분은 이제 남한에 오게 되면 미용실 남자들만 머리 깎는 미용실이 있잖아요. 블루클럽이라고 근데 그 친구 같은 경우에는 중국에서도 클럽을 가본 친구였어요. 아 내가 한국 클럽도 좀 섭렵해보겠다 하고 한 두 시간 넘게 막 예쁘게 단장을 하고 갔는데 그 클럽에 간 거예요. 들어갔는데 머리 깎는 사람 밖에 없더래요 그래서 혹시나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지 않을까 한참 찾아 봤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뭔가 외래어 때문에 생기는 오해들이 꼭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근데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면 새로운 단어가 뭐 생기기 마련인데요. 이럴 때 우리는 주로 외래어를 쓰는 경향이 있는데 북한은 어떤가요?

    ◀ 나민희 ▶

    북한 같은 경우에도 외래어를 쓰기는 하죠. 정말 이거는 외래어가 아니면 좀 표현하기 힘든 영어가 아니면 표현하기 힘들다 하는 것들은 좀 쓰는 편인데 컴퓨터 같은 경우에는 이제 콤퓨타 이렇게 얘기를 했었고 그리고 키보드는 북한에서 건반 이렇게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통로 통로가 혹시 뭔지 아세요?

    ◀ 차미연 앵커 ▶

    통로?

    ◀ 나민희 ▶

    북한에서 통로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 차미연 앵커 ▶

    통로? 채널?

    ◀ 나민희 ▶

    오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 차미연 앵커 ▶

    그러니까 영어로 이렇게 치환 해 보면은 그러네요.

    ◀ 나민희 ▶

    통로를 바꿔라 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 그런데 북한에서는 또 메시지도 통보문 이렇게 바꿔서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핸드폰 같은 경우에도 이제 그냥 폰은 폰이라고 얘기 요즘에는 손전화기라는 어떤 그 표준어가 있긴 한데 일상에서는 폰이라고는 많이 하지만 슬라이드식 폴더폰 이런 거는 이제 밀개 덮개 이렇게 표현을 하는 편이예요.

    ◀ 차미연 앵커 ▶

    사실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북한은 이 외국말을 잘 안 쓰려고 그렇게 하고 우리 말을 더 선호한다 이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도 엔터 단추 이렇게 섞어 쓰기도 하네요.

    ◀ 이길재 ▶

    실제로 북한에서 외래어는 우리 식으로 바꾸고 다만 우리 식으로 바꿀 수 없는 것만 그냥 쓰는 걸로 그래서 트랙터 트락토르 같은 건 우리 식으로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또 버스 같은 것도 우리는 물론 버스라고 하지만 문화어는 버스예요. 뻐스라고 쓰는 것도 우리 말로 다듬어 봐도 어떻게 굳이 쉽게 다듬어질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그냥 그대로 쓰는 경향이 있고요. 실제로 회의에 갔을 때 북한 파트너들한테 외래어가 예전보다는 굉장히 좀 더 많이 쓰고 있다고 뭐 그런 얘기들을 종종 듣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이 남한 말 북한 말 좀 알듯 말듯 아리송한데 그래도 생각을 좀 한 번 더 해보면은 큰 불편함 없이 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남한 사람 북한 사람 서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큰 오해가 빚어지기도 한답니다. 화면 보시죠.

    ◀ 차미연 앵커 ▶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이 열병식 참가자들과 나흘 동안 기념 사진을 찍어서 화제가 됐죠. 그런데 이 내용을 보도하는 북한 TV에서 천출 명장이라는 말을 씁니다.

    "김정은 동지께서 촬영장에 도착하시자 전체 열병부대 지휘관, 병사들은 희세의 천출명장을 우러러 폭풍같은 만세의 환호를 터쳐올렸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기록영화에도 천출 명장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공화국 원수복을 입으신 천출명장의 거룩하신 위인상을"

    ◀ 나민희 ▶

    하늘이 내린 명장이다라고 해서 노래 가사에도 있어요. 북한에서는 늘 듣던 말입니다. 실제로 또 금강산에 가면 치마바위에 한글로 이렇게 천출 명장 김정일 장군하고 크게 새겨져 있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이 말과 관련해서 남북 사이에 논란도 있었습니다. 2004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됐는데 우리 측 관계자가 천출에 '천한 출신'이라는 뜻도 있다고 농담성 발언을 한 것인데요.

    ◀ 나민희 ▶

    어우 큰일 났네요. 살아 돌아오시긴 했나요?

    ◀ 차미연 앵커 ▶

    그런 거예요?

    ◀ 나민희 ▶

    아니 저거를 저렇게 또 해석을 할 수도 있구나 북한에 살면서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당연히 천출명장 하면 바로 이제 김정일이나 김정은을 떠올릴 만큼 그랬었는데 너무 놀라웠어요.

    ◀ 김필국 앵커 ▶

    당시 기자회견 모습인데요, 북측에서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발언 당사자를인도하라고 요구했는데, 남측이 유감을 표명하고 문제의 발언자를 해당 업무에서 배제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습니다.

    "농담으로 한말을 너무 비하시키지 말고 이해해달라고 충분히 얘기했습니다"

    ◀ 이길재 ▶

    의미의 뉘앙스 차이 때문에 굉장히 그런 오해가 많이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쉽게 그냥 남북이 이해하고 그래 알겠어 이렇게 되지를 않아요. 반드시 해명이 있어야 되고 그리고 남북이 협의가 있어야만 결국은 그 일이 해결이 되는 거죠. 그냥 툭 던진 농담 한 마디가 실제로는 시간적으로도 물론 시간적으로 이제 지체가 되니까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어떤 손해를 입을 수 있게 되는 거죠.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북한 말 중에는 들어도 이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그런 말도 많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 6월 북한 TV가 보도한 김매기 소식 그런데 첨입식이라는 낯선 표현을 씁니다.

    "또한 모내기 때처럼 협동벌이 들끓도록 화선식 정치사업을 첨입식으로 벌이고"

    ◀ 김필국 앵커 ▶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을 다룬 기록영화에서도 첨입식 집초식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는 첨입식, 집초식 사상사업방법과 같은 당 사상사업방법들도 창조하시여…"

    ◀ 김필국 앵커 ▶

    첨입식 집초식은 김정은 시대에 만들어진 일종의 시대어 같은 거잖아요. 북한 체제의 특징이 반영된 전투 용어 같은 느낌입니다.

    ◀ 이길재 ▶

    네. 가령 화선이라고 하는 말은 전쟁이 일어난 최전선이에요. 그 최전선에 있는 것처럼 긴장해서 뭔가를 하라는 얘기구요. 그 다음에 첨입도 마찬가지에요. 첨입은 이게 원래 박달나무에 쐐기를 박아 넣는 거예요. 그것처럼 힘 있게 어떤 일을 계속하라는 얘기고요. 그다음에 집초라고 하는 것은 에너지를 불사르라고 하는 말이에요. 그래서 집초식 그러면 마치 나의 몸에 있는 에너지 모든 것을 불살라서 어떤 일을 하라. 이런 것들이 대부분은 다 어떤 생산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용어 같은 것들이죠.

    ◀ 나민희 ▶

    제가 있을 때는 뭐 이런 말도 많이 했었어요. 학습도 생활도 문화도 항일 유격대식으로 그리고 백두의 혁명 정신으로 살아나가자 항상 이제 뭔가 투쟁 정신으로 살아나가자 이런 뜻이기도 하고 사적인 자리에서 잘 사용은 하지 않는데 일상에서 많이 듣는 표현입니다.

    ◀ 김필국 앵커 ▶

    이런 말에 익숙해져 있다가 우리나라 남한에 와서 약간 힘든 점도 있었겠습니다.

    ◀ 나민희 ▶

    네. 그렇죠. 한국에 왔을 때 아르바이트 면접을 간다거나 택시를 타거나 하면 항상 듣는 질문이 우리나라 분 맞으시냐고 어디서 왔냐고 그 질문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이제 북한에서 왔다라고 말씀을 드리면 아이고 고생했네 아니면 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고 또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에는 불합격되기도 하고 이러니까 좀 많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나중에는 그냥 단답식으로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네. 아니요. 뭐 이렇게만 되고 좀 그랬었는데 그러다가 이제 방송을 나오면서 방송에서는 제가 북한 말을 하는 게 오히려 더 이제 큰 어떤 메리트로 느껴지니까 그러면서 좀 많이 나아졌던 것 같습니다.

    ◀ 이길재 ▶

    2016년 국립국어원 남북 언어 의식조사 자료에 의하면 경상도 말을 쓴다든지 전라도 말을 쓴다든지 나하고 다른 그 방언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거부감이 요즘은 많이 없어졌다고 그래요. 북한 이탈 주민 중 열 명 중에 일곱 명은 남한에서 북한 말씨를 사용 사용하는 것이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하고 있구요. 그 다음에 열 명 중 네 명 꼴은 남한에서 무시나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투가 다르면 남한 사람들은 호기심부터 가져요. 여기 어디 사람이지 어떻게 보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거죠.

    ◀ 차미연 앵커 ▶

    그러니까 꼭 말투뿐만 아니라 어떤 차이 자체가 우열이 아니라 이제는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될 텐데요. 그러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남한과 북한의 입장에서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 나민희 ▶

    이제 저도 와서 보니까 시를 보게 되면 굉장히 예쁜 말들이 많더라고요. 고유어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그 한글의 아름다움을 그런 데에서 많이 느꼈었는데 그런 걸 보면서 아 북한에는 이런 말들이 없어졌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선전 그리고 뭐 우상화 이런 것들을 중요시하다 보니까 그런 말들을 좀 많이 없애버리고 이런 체제선전과 관련된 용어들을 더 많이 발전시킨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북한도 그런 측면에서는 많이 노력을 해야 되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길재 ▶

    남북이 서로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하게 되면 그냥 그대로 놔둬도 저는 언어 문제는 해결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도 개성공단에 회의를 하러 몇 꽤 많이 들어갔었는데요. 북한 근로자들하고도 가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어에 대한 어떤 장벽이 있구나 이런 생각이 전혀 안 듭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가 계속해서 끊임없이 교류를 하게 되면 그런 언어의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말이라는 게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잖아요. 북한 말에서 외래어를 남용하지 않고 자기 것을 지키려고 하는 노력은 좀 배울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네. 말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남과 북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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