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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가는 길 단풍 속 '최전방 운동회'

금강산 가는 길 단풍 속 '최전방 운동회'
입력 2022-10-15 08:01 | 수정 2022-10-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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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선선해진 가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전국이 오색 단풍으로 물들텐데요.

    남북접경지역인 금강산 가던 옛길엔 일찌감치 단풍이 들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이 단풍의 절경 속에서 지역 주민과 공무원, 그리고 전방의 군인들까지 함께 한 가을운동회가 열렸다는데요.

    뜻깊었던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금강산 가던 옛길인 31번 국도.

    하지만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묶여 쉽게 갈 수 없던 이 길이 모처럼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시민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이혜숙/경기도 군포시]
    "마음이 뭉클하면서 뭔가 우리나라가 좀더 통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서 북한과 같이 어우러져서 같이 걸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참 좋겠습니다."

    남한 최북단 지역답게 나뭇잎들은 벌써 노랗게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고, 바람에 떨어진 잎들은 금강산으로 향하는 옛길에 사뿐히 내려앉고 있었는데요.

    강원도 양구의 지역축제인 양록제 기간중 딱 하루만 전면 개방되는 금강산 옛길엔 이렇게 1년, 코로나19와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사실상 4년을 기다려온 3천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김명숙/강원도 양구 주민]
    "일반인들이 여기는 아무 때나 들어올 수 없어서 1년에 한번 오는데여서 다리가 아프든 힘이 들어도 꼭 오게 됩니다. 꼭 가야 됩니다 여기는."

    역시 단풍이 시작된 양구 읍내의 축제장.

    해외 이주민들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각국의 문화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요.

    [조해국/양구군 가족센터 팀장]
    "양구군에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들이 많이 정착해서 저희와 함께 살고 계시는데 서로 이해하는 소통공간, 그 문화나 이런걸 이해시키기 위해서"

    전방지역답게 사격체험장에, 여러 탱크와 장갑차까지 전시돼 있어 특히 가족 나들이객들이 많았습니다.

    [안상기/양구 주민]
    "집 앞인데 날씨도 좋아서 한번 나와 지나가다가 아들이 군인을 좋아해서 탱크랑 여러가지 있어서 한번 나와봤어요."

    대취타를 앞세운채 읍면별로 진행된 선수 입장.

    "제37회 양록제 개회를 선언합니다!"

    [서흥원/ 양구 군수]
    "이런 양록제를 통해서 민과 군, 그리고 관이 하나가 되고 정말 화합되는 그런 우리들만의 축제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느 지역축제와는 다르게 주민들 틈에서 수많은 군복 차림의 장병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이 지역에서 최전방 복무중인 현역 군인들로 헬기의 축하비행과 함께 축제장을 힘차게 빛냈습니다.

    한국전쟁때 이 양구 지역에서의 승리로 '무적해병'이란 명칭을 얻게 됐다는 해병대의 군악 연주와 의장 시범에 이어, 지역의 자랑인 백토의 채굴과 조선백자의 제작과정을 재현해낸 민속놀이로 그 시작을 알린 민관군 체육대회.

    "우리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좋은 백자를 만들어냈으니 우리 다~같이 신명나게 한번 놀아보세~"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에서 5개 읍면 대항 가을운동회가 시작됩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가을 햇살이 눈부셔서 저도 선글라스를 한번 써봤습니다. 그만큼 날씨가 무척 화창한데요, 보시는 것처럼 지역 주민들과 군인들이 읍면별로 나뉘어 즐거운 대결을 한창 펼치고 있습니다."

    100미터 달리기에 이은 이어달리기.

    특히 주민 공무원 군인, 이렇게 민관군이 함께 합심해서 달려야 하는 3인 계주엔 모두가 진심이었습니다.

    [김수민/양구군 공무원]
    "민관군이 협력하여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축제가 있다는게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강신유/양구군 공무원]
    "양구읍 파이팅!"

    줄다리기와 제기차기, 씨름같은 민속경기들도 적지 않았는데요.

    특히 읍면 대표로 젊은 군인들이 대거 출전한 힘자랑 종목에선, 예상을 뒤엎고 민간인이 우승하는 이변이 연출됐습니다.

    [유홍선/양구군 환경미화원]
    "힘들었는데 재밌었습니다. 지금 애들도 운동회하고 있는데 가장으로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도 팔씨름에 출전한 여군이 젖먹던 힘까지 다하며 군의 자존심을 지켜냈는데요.

    투지만큼은 역시 현역 군인을 따라잡기 쉽지 않았습니다.

    [박예진/육군 부사관]
    "잠도 못자고 왔지만 못자고 온만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파이팅!"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노년층 주민들은 장기와 짚신삼기, 그리고 전통 국궁과 서양 다트를 접목시켰다는 한궁종목에 참여하며 축제를 함께 즐겼습니다.

    [안효운/양구 주민]
    "양구는 인구가 2만 2천명 정도 밖에 안되는데 군인들이 많고 그래서 군인과 민간인의 화합 차원의 한마당 잔치거든요. 이게 3년만에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는 좀더 남다른 마음으로 서로 참여하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이 듭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가 웃고 즐긴 화합의 마을축제.

    [우동하/양구 국토정중앙면 이장협의회장]
    "코로나때문에 3년만에 처음 개최되는 양록제인데요. 우승해서 너무 고맙고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남북접경지, 최전방 지역의 가을 하늘은 그렇게 모두가 하나되는 모습을 응원하며 유난히 맑고 높게 펼쳐졌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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