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국 앵커 ▶
요즘 우리나라는 쌀값이 폭락해 농민들 근심이 큰 반면에 채소 값은 금값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폭으로 뛰어서 소비자들 걱정이 큰데요. 북한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김필국 앵커 ▶
얼마 전에 단골 식당에서 설렁탕을 포장하는데 당분간 김치는 못 넣어주신다고 그러더라고요. 배추 값이 내릴 때까지 그럴 거라는데 혹시 채소 값 많이 오르는 거 실감하시나요?
◀ 조충희 ▶
북한에 있을 때는 자기 철에만 나오는 걸 먹을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일 년 내내 먹고 싶은 채소를 먹지 못하고 그랬는데 한국에 와서 자기 철 아니어도 일년 내내 먹고 싶은 채소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거든요. 요즘 그렇게 제철에 나오는 채소도 가격이 그렇게 뛰는 게 참 저는 알다가도 모르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우리는 채소라고 하고요. 북한에서는 남새라고 한다고 하죠.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도 대규모 온실농장 준공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 11일 조선중앙TV는 정규 뉴스 대신 함경남도에 건설된 연포 온실농장 준공식 특집을 편성했습니다.
"김정은 동지께서는 무연하던 벌판에 희한한 온실바다를 펼쳐놓은 전체 군인건설자들에게 전투적 격려를 보내셨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이날은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기념행사에 불참하고 대신 함경남도를 찾아 온실농장 준공식에 참석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이 온실농장 전체 면적이 '서울 여의도'와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현대 시설을 갖춘 온실 852개 동이 건축됐습니다. 농업전문가로서 직접 보시니까 어떠세요?
◀ 조충희 ▶
저건 오이네요. 여름이 제철인데 함경도 지역에서 지금 늦가을, 초겨울에 꽃이 핀다는 게 굉장히 대단한 거고요. 저건 사자고추라고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피망을 사자고추라고 하나요?
◀ 조충희 ▶
네. 그게 사자의 코처럼 생겼다고 해서 사자고추라고 부르는데, 저것도 지금 수확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이례적이고요. 김정은 총비서가 좋아할 만도 하겠네요. 시설을 보면 수경재배 시설이고, 그 다음에 땅에서부터 조금 띄워가지고 재배하는 영양흙을 거기다 깔아놓고 하는 그런 방식인데 일명 무 토양 재배 기술이라고도 하고, 그다음에 저게 인공 조명 기술. 북한의 전력이 부족한데, 저거 정전이 안 돼야 되거든요. 수경재배도 그렇고 인공조명 기술도 일단은 정전이 되지 말아야 되는데 전력 보장이 참 걱정도 되고. 기본적으로 첨단이라고 할까요? 그런 현대적 기술들이 많이 적용이 돼서 굉장히 보기가 좋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지금 북한도 많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 김수경 ▶
그렇죠. 북한이 그동안 지능형 온실이라고 해서 스마트 온실에 대한 연구라든가 개발 이런 것들을 하기 위해서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난 8월에는 북한에서 온실 남새 부문 과학기술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그래서 농업연구원의 평양 남새 과학연구소라든가 원산 농업대학이라든가 이런 관계 기관 50여 기관의 사람들이 모여서 한 80건 정도의 논문을 서로 발표도 하고 토론도 했다고 해요. 그만큼 굉장히 이 온실 기술을 어떻게 개발시킬 것인가,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도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 연포 온실 농장도 그러한 여러 가지 노력의 결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우리는 사실 이런 온실농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북한 채소 재배에서 이런 시설이 새로 생긴 거고 의미가 크다는 거잖아요.
◀ 조충희 ▶
그렇죠. 김정은 총비서가 다른 일정을 다 뒤로 미루고 저기 가서 좋아할 정도로 의미가 큽니다. 그래서 평양 같은 경우에는 옛날에 영성온실 농장이라고 있었는데, 여기는 유리온실이었어요. 평양시 주변에 비닐하우스 재배가 있기는 했지만 북한에서는 채소 재배가 전반적으로 다 노지재배 하거든요. 기후 영향도 많이 받고 뭐 이렇게 되니까 딱 제철에만 하게 되고, 겨울에는 하지 못하고 하니까 전반적인 채소 생산에도 많은 지장을 주고 있고. 또, 온실 재배하면 옛날에 겨울에 산딸기 따오는 게 전설이었는데 그 전설이 현실로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북한에서도 저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거죠.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연포 온실농장 부지는 원래 군 공항으로 쓰이던 비행장이 있던 데라잖아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수경 ▶
북한이 최근에 군수산업의 기술들을 민간 부문으로 이전해서 경제 발전을 하려는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거든요. 얼마 전에 아시겠지만 군수 공장에서 한 5500개의 농기계를 만들어서 황해남도에 지원도 했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비행장을 어떤 채소 농장으로 바꾼 게 처음이 아니고요. 2018년에 중평남새온실농장 같은 경우도 원래는 군수기지가 있던 곳이었거든요. 거기를 다 없애고 새로운 온실농장 단지를 만든 거예요. 이러한 사례를 볼 때 북한이 군수산업에서 축적한 여러 가지 기술들을 민간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구나, 라는 걸 알 수가 있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비행장을 바꾼 것도 그렇지만 지역적으로도 이게 함경남도면 굉장히 추운 지역, 채소 재배가 쉽지 않은 지역인 거잖아요.
◀ 조충희 ▶
함경남도 함경북도 이쪽 동해안 산악지역이어서 기후도 그렇고 겨울이 좀 빨리 오거든요. 전반적으로 채소가 작물이 재배되는 기간이 생육기일이 줄어들어요. 그래서 생육기일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수확량도 줄어들고 또 재배할 수 있는 품종도 제한되는 그런 상황인데, 이게 청진하고 함흥이 북한에서 유명한 공업지역이거든요. 함흥은 화학공업지역이고 청진은 김책 제철소 제철공업지역이어서 두 지역이 인구가 굉장히 많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어서 식량도 부족하지만 채소도 엄청나게 부족한 지역인데,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에 함경남도 인민들에게 사철 신선한 채소를 공급할 수 있다고 굉장히 좋아했던데 실질적으로 그렇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자력갱생, 자급자족을 강조하는 북한에서는 이런 대규모 온실농장과는 좀 다른 독특한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에 하나, 평양 도심 미래 과학자 거리의 한 건물 옥상에 채소밭이 펼쳐집니다.
"지붕녹화를 한 지가 한 3년째 되는데 부루, 쑥갓, 토마토, 이 남새들을 사철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놓았습니다."
◀ 김필국 앵커 ▶
53층짜리 고층 아파트 바로 옆에 위치한 한 탁아소에는 메기와 룡정어라는 잉어과 물고기를 키우는 양식장이 있습니다.
"한해 우리가 생산한 물고기 양은 한 1500키로 정도입니다. 해서 우리 어린이들 영양관리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 조충희 ▶
사실 옥상에서 저렇게 키워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저렇게 생산하는 건 계획 외 생산이거든요. 기업소나 학교에서는 애들한테 먹이기도 하고 단백질, 비타민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부족해서 학교라든지 유치원, 탁아소 이런 쪽에서는 저렇게 하면 실질적으로 국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애들한테 맛있는 것을 자체로 만들어서 먹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저건 필수적이기도 하고 정책적으로도 많이 장려되는 것들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우리도 주말 농장이다. 주말 텃밭이다. 또 스마트팜이다 해서 도시 농업들을 좀 볼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 상황을 보면 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것 같습니다.
◀ 김수경 ▶
우리나라에서 도시 텃밭의 개념은 뭔가 취미생활, 소일거리 또 어린이들의 체험학습 이런 식으로 많이 사용이 되는,데 북한에서는 옥상 텃밭 밭이 굉장히 중요한 식량 자원이 될 수가 있는 것이죠. 사실 이 후방 공급 사업이라고 해서 사회 각 분야의 일이 잘 돌아가도록 후방에서 의식주를 책임져주는 사업이 후방공급 사업이거든요. 주로 국가가 담당을 하죠. 그런데 고난의 행군 이후에 국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까 이런 의식주 같은 것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부분들이 생기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어떤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군대같은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밭을 일구고, 거기에서 식량을 조달하는 후방공급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후방 사업을 잘하는 모범 기업을 선정하기도 하고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현지 지도를 하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마치 축산 농장처럼 토끼와 돼지, 닭까지 키우는 이곳, 평양의 음료 공장입니다.
"처음에는 염소도 길러보고, 또 칠면조도 길러보고 하다가 집짐승들을 수백 마리나 키우고 있는데, 실리가 큽니다."
◀ 김필국 앵커 ▶
함경북도에 있는 한 광산, 이곳은 지난해 자력갱생을 본받아야 한다면서 북한TV에 소개됐었는데요. 온실과 가축 기지가 모범으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책임감과 부담감도 더 커지겠습니다.
◀ 김수경 ▶
원래 본연의 업무가 있을 거 아니에요. 기업소도 학교도 그렇고 군대도 그렇고.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까지 같이 해결을 해야 되고 거기에 대해서 모범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하지만 또 모범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북한 주민으로서는 책임이 가중되는 아주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의식주라고 하지 않고 식의주라고 할 만큼 먹는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 차미연 앵커 ▶
그렇죠. 우리는 좀 남아서 걱정 북한은 모자라서 문제, 이런 상황인데요. 남과 북이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이 시대의 상황, 방법, 뭐 이런 것들이 있을까요?
◀ 조충희 ▶
사실 제가 살면서 해본 것이 농업하고 축산이거든요. 북한과 같은 경우는 제일 문제점이 뭐냐 하면 토지의 질이 굉장히 안 좋아요. 그래서 토량을 개조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남북이 같이 협력하면 여러 가지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데 사실 저도 여기서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싶기도 하는 그런 바람도 있습니다.
◀ 김수경 ▶
아시겠지만 기후 위기 때문에 전 세계가 이런 농업 부문에 여러 가지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서 협력해서 극복해야 하는 수밖에는 없거든요. 북한도 지금 기후위기에 굉장히 취약하고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 남북관계가 굉장히 경색되어 있고 협력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길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대승적 차원에서 전 지구적으로 함께 협력해야 할 부분을 반드시 찾을 수 있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차미연 앵커 ▶
먹고 사는 문제는 기본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남과 북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요즘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되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요. 평화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통일전망대
문정실 작가
문정실 작가
"겨울에도 사자고추 먹어요" 북한식 스마트팜
"겨울에도 사자고추 먹어요" 북한식 스마트팜
입력 2022-10-22 08:21 |
수정 2022-10-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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