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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탈북민 학교의 스무번째 졸업식

첫 탈북민 학교의 스무번째 졸업식
입력 2023-01-14 07:57 | 수정 2023-01-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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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친 뒤인 2000년 대 초반,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오는 탈북민 수가 급격히 늘었는데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도 이때 처음 생겼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20년 전 충남 천안에서 문을 연 곳이 최초의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라는데요.

    얼마 전 스무번째 졸업식이 열렸다고 합니다. 이상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충남 천안에 있는 한 신학대학원 캠퍼스.

    이 캠퍼스 한켠에 드림학교라는 이름의 조그마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20년 전인 2003년, 우리 사회에 처음 생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입니다.

    [이성구/드림학교 이사장]
    "(북한에서) 바로 온 아이들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지 않아서 우리가 성장이 멈췄는지 의학적인 조사를 하고 먹이고 그래서 몇개월 지나면 아이들이 금세 달라지더라고요. 그때는 보면서 굉장히 기뻤죠. 이렇게 환경이라는게 사람을 변화시키는구나라는 생각을 했고요."

    50명 안팎인 전교생 수용이 가능한 기숙사와 컴퓨터실 카페실습실같은 각종 특별활동 공간을 갖추고 있었는데요.

    지난 20년간 수많은 탈북 청소년들이 이곳을 통해 남한 사회에 진출했고, 5년 전엔 고등학교 과정이, 최근엔 중학교 과정까지 교육청 정식 인가를 받았습니다.

    [김유나/드림학교 재학생(탈북민)]
    "북한에서는 학교를 안 다녀가지고 잘 모르겠지만 여기 와서 학교를 계속 다니면서 꿈같은게 생겨가지고 그거 활동하면서 되게 재미나게 3년 동안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탈북민 유입이 줄어든 근래에 들어서는 탈북민들이 중국같은 제3국에서 낳은 자녀들이 재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야원/재학생(중국 출생 탈북민 자녀)]
    "선생님들도 그렇고 사람들도 많지가 않으니까 다 서로 알게 되고 친해지고 그래서 가족같이 지내는 것 같아요."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2003년 개교 이래 지금까지 이 학교에서 118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졸업해 우리 사회에 배출됐는데요. 올해엔 9명의 학생들이 잠시후 이곳에서 이 학교의 20번째, 20회 졸업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졸업가운과 학사모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9명의 중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남한에 정착한 엄마를 따라, 말도 잘 안 통하는 낯선 땅에서 보내게 된 녹록치 않은 학창생활이었지만, 모두가 목표로 했던 대학 진학과 취업에 성공하게끔 해준 값진 시간들이었습니다.

    [박유진/졸업생 대표]
    "훗날 저는 제가 자랑스러운 드림학교의 학생이었다고 말할 것입니다. 또한 그곳에서 보낸 학창시절은 내 인생에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고 말할 것입니다."

    선배를 떠나보내는 재학생 후배들은 친형, 친언니들과 헤어지는 듯한 마음이었고요.

    [유소연/재학생 대표]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지만 밤에는 기숙사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소중한 가족이었지요."

    이미 졸업해 대학생이 된 선배들도 친동생같던 후배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박하나/지난해 졸업생]
    "작년에 졸업할때 그때가 떠올랐어요. 선배로서 보니까 좀 그 당시의 느낌과 다른 것 같아요."

    이 특별했던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선생님들은 이들의 특별할 앞날을 기원해봅니다.

    [진상현/드림학교 상임이사]
    "처음 걷는 길이 좁고 험하고 쉬운 길이 아닐지라도 부디 힘을 내시고 용기를 내셔서 걸어주기를 부탁합니다. 그러면 길을 따르는 후배들을 통해 그 길이 점점 커지고 넓어져서 멋진 대로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 길은 남북을 하나로 잇는 통일의 길이 될 것이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조금 더 발전된 나라로 만드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던 순간, 그제서야 참고 참았던 눈물이 솓구칩니다.

    [이현준/졸업생]
    "저는 우리 반 친구들한테 3년 동안..고맙..고마웠습니다..마음이.."

    [이문숙/졸업생 어머니(탈북민)]
    "솔직히 한국 애들과 다르잖아요 우리 애들은. 자란 환경같은게 다 틀린데 여기 학교에 와서 애들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진짜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학사모를 벗어던지고, 정든 교실에서 가진 담임 선생님과의 마지막 종례시간.

    "차렷, 인사~"
    "감사합니다!"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던 수학여행.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야외에서의 바베큐.

    흥겨웠던 운동회와 장기자랑.

    소중했던 지난 시간들을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한명 한명, 뜨거운 포옹으로 작별을 고합니다.

    [윤제희/졸업반 담임교사]
    "2년 이상 아이들 데리고 지도했는데 그래도 많이 성장해서 자기 진로 잘 찾아서 졸업하게 돼서 참 감사한 것 같고 사회에 나가서도 잘 적응해서 사회 일원으로 잘 살아갈 모습을 기대하면서"

    저마다의 꿈을 키우며 대한민국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해온 탈북 청소년들.

    훗날 남북을 이으며 통일한국의 주춧돌이 될 이들 앞에 이젠 또다른 꿈이 펼쳐질 것입니다.

    "Dream Dream 파이팅!!!"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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