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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문정실 작가

'실장님' 대신 '책임비서동지' 북한 드라마의 법칙

'실장님' 대신 '책임비서동지' 북한 드라마의 법칙
입력 2023-02-25 07:52 | 수정 2023-02-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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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최근 남한말을 포함한 외래어 사용을 단속하는 평양 문화어 보호법을 채택했는데요. 그 배경에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영향도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 있죠.

    ◀ 차미연 앵커 ▶

    네 오늘은 남한 드라마와 비교해서 북한 드라마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네 북한에서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고 남자친구를 남친이라고 부른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이 남한 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뜻일 텐데요. 나민희 씨도 북한에 계실 때 남한 드라마 많이 보셨어요?

    ◀ 나민희 ▶

    네 많이 봤죠. 뭐 추노 궁 성균관 스캔들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그리고 마이걸이라든가 정말 많이 봤었거든요

    ◀ 차미연 앵커 ▶

    그걸 다 북한에서 보신 거예요?

    ◀ 나민희 ▶

    네 북한에서 몰래몰래 친구들이랑 봤었는데 일단 일화를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다 봐야지 못 견뎌요 다음화가 너무 궁금해가지고 남한 드라마는 그때는 이제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할 정도로 굉장히 중독성이 강했었어요. 보고 나서는 그걸 계속 따라하고 말투 따라하고 패션 따라하고 막 그랬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남한은 이 많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도 많고 매체도 굉장히 다양한데 북한은 어때요?

    ◀ 전영선 ▶

    채널이 보면 전국 채널을 가지고 있는 조선중앙텔레비전이 하나가 있고요 그다음에 평양 중심으로 해서는 용남산 텔레비전이라든가 사회문화 텔레비전이라든가 체육방송이 있기는 있습니다마는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것은 조선중앙텔레비전 한 채널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에는 우리 시트콤 같은 토막극도 있다고 하는데요.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 차미연 앵커 ▶

    지난해 방송된 북한 토막극 중 누구에게 갈 것인가입니다. 기술 혁신에 성공한 이 남성. 발명 증서를 발급받으려고 하는데요.

    "출장 가 있다고? 내가 직접 심의처장 동지 집에 찾아가면 안 될까? 심의처장 동지 집주소 통보문 좀 보내달라고"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새로운 심의처장과 이전 심의처장 중에 누구에게 청탁을 할지 재다가 결국 비누 거품을 뒤집어 쓰게 됩니다. 그리고 메시지가 이어지죠

    "윗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기의 이익을 놓고 필요한 만큼 도덕을 지킬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서로 돕고 위해 주는 게 화목한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도덕이 아니겠나..."

    ◀ 전영선 ▶

    우리 말을 잘 써야 된다라든가 시간을 아끼자라든가 예절을 지키자와 같은 주제를 짧고 임팩트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 흥미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한 토막극은 보통 짧으면 7~8분짜리도 있고 길면 한 15분에서 20분 정도인데 토막극의 인기는 꽤 있습니다.

    "어떻게 절약함이 텅 비게 할 순 없을까요?"
    "절약함이 텅 비게?"

    ◀ 김필국 앵커 ▶

    자투리도 나오지 않게 과학적으로 절약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텅 빈 절약함이란 토막극도 있었구요.

    "어머니가 며느리감 얼굴만 보러 오신 줄 알아?"
    "너무 걱정 말아요"
    "걱정을 안 하게 됐나. 절약함이 텅 비었는데, 자 빨리 채워놓으라 빨리."

    ◀ 김필국 앵커 ▶

    예전에 방송됐던 또 다른 토막극에선 공공 장소에서의 금연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앗 따가워"
    "저 사람 끝내…"
    "담배가 문제라니까요."

    ◀ 김필국 앵커 ▶

    북한 드라마 특유의 엄숙함은 좀 덜해도 우리 시트컴하고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 나민희 ▶

    그냥 북한에서는 가볍게는 보는 것 같아요. 이 토막극 안에 뭐 어떤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라든가 이런 무거운 내용은 안 들어가 있으니까 가볍게 보면서 아 그냥 저런 게 나왔구나 이 정도 그걸 본다고 해서 사람들이 저러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은 굳이 안 하는 것 같습니다.

    ◀ 전영선 ▶

    보통 북한에서 토막극 제작하는 목적을 보면 생활 속에서 남아 있는 낡은 잔재라든가 부정적인 현상들을 생활 새 시대에 맞게끔 고쳐야 된다고 하는 주제를 담고 있고요 굉장히 오랫동안 그 시기에 맞춰서 주제들을 과장된 액션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보통 북한 다른 드라마, 영화 기법하고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인기가 많이 있고 즐겨보는 편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이 북한 드라마 남한 드라마 어떤 딱 갈라지는 특징이 있을까요?

    ◀ 나민희 ▶

    북한 드라마는 아직 좀 문어라고 해서 드라마에서만 쓰는 그런 말투가 있어요.

    "사람을 어떻게 알아 네가 남편을 모욕할 순 있어도 내 노력의 열매를 내가 달성한 목적은 시비하지 못 해 "

    ◀ 나민희 ▶

    되게 평소에는 쓰지 않는 그런 말들 책에서나 이제 나올 법한 그런 말들을 많이 쓰고 그러다 보니까 좀 많이 어색하죠. 남한 드라마는 뭐 재벌이 일단 되게 많이 나오고 출생의 비밀 불치의 병 그리고 좀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그래서 저희끼리도 남한 드라마는 이 네 가지가 없으면 만들 수 없대 막 이런 얘기를 한 적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제 ppl 남한 드라마를 처음에 볼 때는 이게 대체 뭔 뜻인가 주인공이 밥을 짓는데 밥솥을 되게 많이 잡아준다거나 그래서 밥솥 참 예쁘다 하고 봤었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까 아 저게 다 피피엘이었구나라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차미연 앵커 ▶

    그 땐 눈치 못 채셨어요?

    ◀ 나민희 ▶

    그때는 몰랐었죠.

    ◀ 전영선 ▶

    저도 드라마 볼 때 보는 것 중에 하나가 자동차인데요. 특정 드라마에 보면 특정 회사의 자동차들만 그 주인공들이 다 타고 나오거나 그런 걸 볼 수가 있는데 북한에도 아주 노골적으로 ppl을 한 드라마가 있어서 주목할 만한데요. 임진년의 심마니들 이라고 하는 드라마를 보면 8부작 마지막 끝날 때 엔딩에 보면 그걸 후원해 줬었던 제약회사의 상표가 그대로 등장하기도 하고 클로징 장면에서 보면 드라마 촬영장의 여러 이면들을 보여주면서 특정 회사 제품들이 그대로 올라가고 있어서 북한도 이제는 제작이라든가 이런 쪽에서 기업이라든가 후원 협찬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 드라마에는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같은 소재가 자주 등장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결혼한 다음에도 날 이렇게 위해줄래요"
    "그럼. 영원히."

    ◀ 차미연 앵커 ▶

    2001년 방영된 가정이라는 북한 드라마입니다. 유명 여가수와 선방공 부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곧 갈등이 시작됩니다.

    ◀ 김필국 앵커 ▶

    남편은 유명 가수인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아내는 게으르고 술만 좋아하는 남편에게 실망합니다.

    "내가 당신하고 살면서 다른 남자와 무슨 소문을 낸 적이 있어요."
    "왜 쏘아 봐? 세대주 말 같지 않아?"
    "못 하는 짓이 없군요. 때리라요! 더 때려보라요."

    ◀ 김필국 앵커 ▶

    금이 가기 시작한 부부 관계는 의심을 낳더니 폭력으로까지 이어집니다.

    ◀ 차미연 앵커 ▶

    결국 부부는 이혼을 결심하고 소송을 진행하는데요. 북한 사회에서 금기시 된 불륜과 갈등을 그린 이 드라마 최종회는 결국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 나민희 ▶

    이 드라마가 굉장히 인기가 좋았었어요. 사람이 뭐 살면서 어느 사회나 이혼이 있는 거고 폭력도 있는 거고 다 있는 건데 이걸 그대로 다 이제 밝힌 거다 보니까 되게 한 회 한 회가 되게 사람들 속에서 많이 화자가 되고 그랬었는데 중간에서 그냥 방영을 종료해 버려 중지해 버렸어요.

    ◀ 차미연 앵커 ▶

    그런 경우도 있어요?

    ◀ 나민희 ▶

    네 북한이라는 사회 자체는 굉장히 행복한 사회로 항상 형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드라마에 나오는 것들도 다 행복 행복만이 나오거든요. 이런 어떤 부정적인 요소들이 나와서 드라마가 방영 중지가 됐나 보다 그냥 그렇게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 전영선 ▶

    사실 이건 해피엔딩으로 끝나고요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출판이 됐었고 프랑스에서도 출판이 됐고요 미국에서도 책이 출판이 돼서 전미 도서관 협회에서 뽑은 세계 명작 중에 하나로 꼽힐 만큼 유명한 작품인데요. 드라마 제목은 가정으로 나오는데 원제는 벗이라는 영화로 나왔고요 벗이라고 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부부가 어떤 게 가장 바람직하냐 라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참 좋은 가정으로 가야 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게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되면서 드라마를 조기 종영하게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드라마에 재벌집 이야기는 안 나오겠죠?

    ◀ 차미연 앵커 ▶

    그러게요.

    ◀ 김필국 앵커 ▶

    북한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법칙 뭐 있을까요?

    ◀ 나민희 ▶

    우리 남한 드라마에서는 실장님 부장님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근데 북한 드라마에서는 책임비서 동지, 정치 지도원 동지 이런 식으로 동지 동무가 많이 나오고 남한 드라마에서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치병 이런 게 나온다면 북한 드라마는 탄원이 되게 많이 나와요

    "이 아버지는 말이다, 농장원에 진출했으면 한다"
    "날 더러 농장원이 되라는 거에요? 아버지 대답해줘요"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포기하고 이제 농장으로 탄원을 간다거나 탄광으로 탄원을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뭔가 또 이제 선전하는 그런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또 그리고 이제 북한에서 드라마 주인공들은 발성도 되게 좋아해야 돼요 그냥 갑자기 얘기하다가 노래가 나오면서 약간 뮤지컬처럼 바뀌면서 충성을 강조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사람들을 막 선동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잘 나가다가 이거는 갑분충성으로 이렇게 넘어가게 되는 그런 특징이 있습니다.

    ◀ 전영선 ▶

    사실 출생의 비밀 종종 나오거든요. 출생의 비밀이 나오는데 사실 내가 보면 너의 진짜 엄마가 아니었다. 너는 고아였는데 내가 키워냈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거는 뭐냐 하면 예전에 보면 이제 부모를 잃거나 전쟁 중에 부모를 잃거나 아니면 뜻하지 않은 일로 부모를 잃었는데 그런 어려운 이웃들을 하나의 가정으로 품어서 사회의 떳떳한 구성일원으로 키워낸다고 하는 사회주의 대가정이라고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출생의 비밀을 알면서도 나는 엄마라고 부를 거예요. 이런 눈물의 얘기들이 많이 나오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지금 이 남북관계에서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좀 있지 않을까요?

    ◀ 나민희 ▶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으면 그만큼 또 북한 사회가 변했다는 그런 증거가 아닌가 생각이 되기도 하고 지금 우리 남한에서도 북한 배경의 드라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걸 볼 때마다 저 북한 역할을 북한 배우가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 청년교양보장법도 나오고 평양 문화 보호법 이런 것도 나오고 정말 엄청나게 통제를 하고 있는데 참 이것들이 너무 안타까운 것 같아요.

    ◀ 전영선 ▶

    사실 남북한 간의 드라마를 보면 드라마 연기에 대한 개념도 조금 차이가 있고 스타일도 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장소를 같이 제공해서 공동으로 이용하거나 아니면 드라마스토리를 만들어서 해외에서 같이 한다거나 이런 방식의 교류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케이 드라마 북한 사람들도 재밌는 걸 볼 수 있게 좀 남북관계도 개선되고 남북이 서로 장점을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한반도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데요. 이럴 때 드라마 같은 문화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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