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국 앵커 ▶
북한을 설명하는 말 중에 병영 국가라는 표현이 있죠. 열병식은 그런 단면이 여실히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한데요. 오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김필국 앵커 ▶
안녕하세요.
◀ 차미연 앵커 ▶
북한 열병식 볼 때마다 누가 참가하는 건가 궁금했거든요. 기준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 이소연 ▶
열병식은 모든 부대의 모든 군인이 다 참가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부대에서 선출을 합니다. 열병식에 참가하는 군인들은 거의 나중에 지휘관으로 갈 수 있는 이런 확률이 있어서 출신 성분이나 그다음에 군 생활을 보고 이렇게 선발을 합니다.
◀ 홍민 ▶
북한의 열병식에는 여러 부대들이 참가를 하는데요. 보통 이제 정형화된 형식이 있습니다. 배열이 있는 거죠. 그래서 보통 명예기병으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보통 이제 김정은 위원장을 호위하는 부대들이 연속적으로 쭉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제 무기가 장식을 하게 되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2.8 열병식에는 이게 이제 조선인민군 창건일 정규군의 창건일이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영웅적인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의 초상화를 들고 나오는 초상화 종대도 이제 추가가 되는 방식이죠. 또 중요한 건 무기죠. 이번 열병식에는 어떤 무기를 좀 더 강조점을 둬야 된다에 따라서 무기나 특별한 기념 종대들을 배치하는 그런 형식을 보였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렇다면 열병식은 통상 어떻게 또 얼마나 준비를 하나요?
◀ 이소연 ▶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준비를 하게 되는데 저희 때는 미림비행장 그 옆에다가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 했 대를 해 주는 이러한 분위기였고 사실 그때 지금도 생각하면 저희가 종대 형태를 맞춰야 하는데 24명이 한 줄에 섭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발 오른발만 들면서 한 100m를 나갑니다. 한 발 한 발하면서 들었다가 막 새끼손가락끼리 막 맞잡고 이러면서 으쌰으쌰하는데 처음에는 조금 싸우기도 하고 너는 왜 못하냐 하고 하다가 우리가 서로 힘을 맞춰야 된다. 같이 한마음이 돼야 이게 맞춰진다 해서 그렇게 다리 드는 훈련을 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방금 말씀하신 열병식 준비 과정을 담은 북한 기록 영화가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해 열병식 이후 공개된 북한의 기록 영화 주체의 열병식입니다. 열병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비상한 각오와 불같은 일념을 안고 한사람 같이 떨쳐나선 우리의 혁명무력의 장병들"
◀ 이소연 ▶
지금 저 무기 들면 더 힘듭니다. 무기를 살짝 잘못 옮기고 이게 턱 각도를 45도 안 들게 되면 내 무기가 나를 치거든요. 그래서 지금 무기 들고 그 다음에 팔을 이렇게 앞뒤로 꺾을 때 여기가 한 주먹 사이가 되도록 딱 들어야 됩니다. 참 저희랑 비슷하게 훈련하는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김정은 위원장이 여군들한테 소총 잡는 방법부터 차려 자세까지 일일이 지시하고 있네요. 1년 전부터 열병식 기본 구상을 밝혔다고 하는데 리허설을 직접 지휘하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 홍민 ▶
김정은 위원장이 외부에 이 열병식을 잘 기획된 공연 형식으로 잘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를 보여주는 측면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이 열병식이 자신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국가적인 목소리의 차원도 있고 또 한편에서는 주민들에게 자신이 통치하고 있는 군대 조직이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잘 움직이는지에 대해서 대내적으로도 과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굉장히 잘 맞춰진 군대를 보게 되면 대내 주민 역시도 상당 부분 어 경외심을 갖는 부분들이 또 생기게 되거든요. 외부에 좀 더 자연스러운 국가로 보여지게 하는 측면들 이런 부분도 아마 좀 고려했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필국 앵커 ▶
영상을 보니까 몇 개월씩 준비를 하고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이렇게 싶은데요. 또 이런 총동원은 북한이니까 가능하겠다 싶기도 합니다.
◀ 홍민 ▶
네. 그렇습니다. 어쨌든 군사화된 사회라고 보통 우리가 얘기를 하는데 항일무장투쟁이라는 군사문화의 뿌리를 두고 있고 군인이 된다는 것에서 갖는 자부심들이 계속 이런 열병식에서 더 열성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또 군 복무 기간이 굉장히 길잖아요. 7년에서 10년까지 예전부터 굉장히 길게 군 복무를 해왔기 때문에 굉장히 그런 질서와 그런 어떤 규율 이런 것에 굉장히 익숙하다, 그런 익숙한 면들이 이 열병식을 우리가 다른 사회와 비교될 만큼 상당히 도드라지게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요소가 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은 위성사진에도 찍힐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입니다. 이 열병식 당일에 평양은 시 전체가 열병식장으로 변합니다.
"여기는 여명거리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4.25 문화회관입니다. 열병대원들을 태운 자동차 행렬이 지금 여령거리를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보시는 건 2020년 열병식 당일의 평양 시내 풍경입니다.
열병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의 자동차 행렬과 함께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는 여기 연도에서 열병대오를 기다렸습니다."
"세사에 둘 도 없는 최고 열병식을 보여준 우리 군대들 아닙니까. 그 주인공들을 환영하는 이 연도에 선 것이 막 긍지스럽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이렇게 많은 인원이 행진하고 몰리면 동선도 상당히 복잡할 텐데요. 군인뿐 아니라 주민들도 있잖아요. 혼란은 없을까요?
◀ 이소연 ▶
군인 종대가 따로 있고 또 주민들이 서는 종대가 따로 있습니다. 또 경비까지 서고 저희 종대가 차례로 빠지게 되면 주민들이 그 자리를 메워서 나와서 이런 식으로 동선을 굉장히 잘 짜여놨고 또 주민들도 역시 굉장히 질서를 잘 지킵니다.
◀ 김필국 앵커 ▶
최근 북한의 열병식은 과거와 비교하면 내용뿐 아니라 tv로 중계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보시는 건 2021년 열병식 모습입니다. 행진하는 여군들 옆으로 작은 카메라가 잡히기도 했고요. 올해의 열병식에서도 열병 행렬을 촬영하는 카메라맨들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기록영화에 카메라 배치나 촬영 구두에 대한 회의를 하는 모습도 나왔는데요. 편집기나 조명도 보이고 이전에 비해서 상당히 공을 들인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이소연 ▶
저희 때에도 1호 카메라가 따로 있었고 저희 열병 종대를 찍는 카메라가 따로 있고 또 뒤에 환영 인파를 찍는 카메라가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 당시 열병이 종대가 지금 저희가 나가는데 저희 열병 대오를 찍는 이 또 카메라 기자분들은 저희 사이로 그냥 막 뛰어다니는 겁니다. 앞으로 막 지나다니니까 이 정신 상태가 헝크러질까 봐, 자세가 흐트러질까 봐 굉장히 좀 짜증 난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홍민 ▶
집권 이후부터 일관된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코드 중에 하나는 바로 실용주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미지를 통해서 프로파간다. 소위 선전색을 상당히 강화하는 부분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대외적으로 자신이 어떤 국가인지를 알리고 싶어 하는 그런 의도가 상당히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래서 열병식도 이제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잘 기획된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이거를 보여주려고 하는 측면이 있고 우리가 그 국방력 속에서도 굉장히 잘 결속돼 있다라는 거를 어떤 미국을 주메시지 어떤 오디언스로 삼고 보내는 부분도 있고 또 국제사회에 그거를 과시하려는 측면도 상당히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열병식이라는 것이 그런 다목적의 의도를 갖고 아마 북한에서 지금 활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이게 하루 하지만 길고 긴 준비 기간을 거친 열병식. 이게 끝나고 나면 포상 같은 것도 주어지나요?
◀ 이소연 ▶
네, 당연합니다. 이거 굉장히 좋았던 건데 저희도 끝나고 나서 관광 다 시키고 옥류관 가서 국수도 먹게 해 주고 그러면서 그때 또 나가서 상품도 살 수 있는 이러한 시간도 주고 그리고 바로 군인들은 집으로 포상 휴가를 보내줍니다. 그리고 바로 바로 또 부대에 오게 되면 승진의 기회가 있고 하기 때문에 영광스러운 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 참가자들하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잖아요. 이것도 하나의 정치 전략으로 통치 전략으로 볼 수 있을까요?
◀ 홍민 ▶
과거 김일성 시대나 김정일 시대에도 행사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어떤 행사와 관련해서 부문별 사진을 찍는 것이 굉장히 양적으로도 많아졌고 횟수도 많아졌어요. 특히 열병식 참가자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인원인데 이 많은 인원들을 전부 다 한 프레임 안에 넣고서 이제 찍는 그런 정치를 하는데 사실 이것이 우리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사진 안에 들어가서 사진이 찍혔다. 소위 김정은 위원장과 같이 찍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향후 정치적 출세라든가 군 내부에 승진 여러 가지에서 상당히 큰 메리트가 되는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이것이 기본적으로 결속 효과를 상당히 가져온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자주 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도 국군의 날 같은 특정일에 열병식을 할 때도 있습니다. 요즘은 축소되고 생략할 때가 많은데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꽤 큰 규모로 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북한은 여전히 전 국가적인 행사로 공을 들여서 열병식을 하는 이유가 있겠죠.
◀ 홍민 ▶
제 경험하고 북한 경험하고 다르겠지만 저도 예전에 국군의 날 행사를 tv에서 이렇게 중계하면 등장하는 군인들과 무기들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고 자긍심이 생기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북한의 그 한 측면은 대내적으로 이 군사화된 하나의 병영 질서를 가장 과시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일종의 열병식이고 그 열병식이라는 하나의 과정을 통해서 1년이 하나의 주기처럼 돌아가는 개념인 거죠. 그래서 한 국가가 쉴 틈을 안 주고 끊임없이 하나의 규율을 계속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열병식이 하나의 사이클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저는 사실 이 북한의 열병식 영상을 보면서 사실 실제 주민들은 어떻게 느낄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래서 좀 더 주민을 위한 행사로 변화하길 기대하기는 어떨까 쉽지 않겠죠?
◀ 홍민 ▶
과거에는 군사화된 호전적 메세지만 발신하는 쪽으로 보였다면 최근에는 약간 축제적으로 주민들이 같이 하는 무대처럼 연출이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물론 그 안에서 그걸 준비하느라 상당한 고통이 있겠지만 주민들에게 어쨌든 피로도를 풀어주는 하나의 공연처럼 되는 것이 그나마 북한의 변화로 우리가 주목해야 봐야 할 것으로 보여지고 그나마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의 여러 어려운 국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대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열병식에 중요한 하나의 자신이 성과를 자랑하는 무대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고요. 단기적으로 본다면 어떤 무기가 등장하고 얼마나 위엄을 과시하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있지만 이런 어떤 군사화된 질서를 계속 이렇게 유지하고 재생하는 어떤 매체로서 매개체로서 이 열병식이 갖는 어떤 일종의 매카니즘이랄까요. 이거를 좀 한번 총체적으로 우리가 한번 조명하면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소연 ▶
6개월, 7개월간의 또 평양 시민들도 이런 정치적 행사에 계속 동원이 되다 보니까 피로도도 느끼고 하는데 이러한 정치적인 쇼보다는 어떠한 그들의 행복한 생활을 보여줄 수 있는 이러한 이러한 아름다운 행사로 열병식도 바뀌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 차미연 앵커 ▶
오늘 북한의 열병식 그 뒷이야기를 통해서 북한 사회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국가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열병식에 사활을 거는 듯한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통일전망대
문정실 작가
문정실 작가
"턱은 45도, 가슴앞에 주먹하나" 북한 열병식 뒷이야기
"턱은 45도, 가슴앞에 주먹하나" 북한 열병식 뒷이야기
입력 2023-03-11 07:53 |
수정 2023-03-1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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