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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대포 포성" 북한 기자는 정권 나팔수?

"붓대포 포성" 북한 기자는 정권 나팔수?
입력 2023-04-08 07:36 | 수정 2023-04-0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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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붓대포의 포성, 진격의 나팔소리' 며칠 전 열린 북한 기자동맹대회에서 나온 말입니다.

    북한에서 기자는 비판자가 아니라 당과 정권의 기수, 전사, 심지어 나팔수를 자처하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기자, 언론인들이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고무해 위기를 극복하고 김정은체제를 지키자는 결의를 다졌다는데요.

    북한이 22년 만에 기자동맹 대회를 연 이유는 뭔지 김윤미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3일부터 이틀간 평양에서는 제9차 조선기자동맹 대회가 열렸습니다.

    '사상적 기수' '진군나팔수'라는 표어 아래 전국의 기자, 방송원, 출판 인력 대표들이 한데 모인 겁니다.

    북한의 입으로 불리는 조선중앙TV 리춘히 책임방송원, 노동신문의 동태관 등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보통강변 호화주택을 선물 받은 간판급 언론인들이 직접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조선기자동맹은 남한의 기자협회에 비유되지만 실제 성격은 완전히 다릅니다.

    북한은 조선기자동맹을 이익단체가 아닌 '사상교양단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을 당의 유일사상체제와 영도체계에 충실하고 사상적 실무적으로 튼튼한 "문필전사"로 만드는 게 기자 동맹의 기본 임무입니다.

    기자동맹을 주축으로 언론인 한 명 한 명이 전사로 키워지는 셈입니다.

    언론사와 기자들은 예외 없이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시와 통제를 받습니다.

    기자 선발도,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하거나 개인이 원하는 언론사에 지원하기보다는 당이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도당 위원회가 최종적인 권한이 있거든요. 굉장히 엄선된 사람을 올리겠죠. 고위 관료들의 자식이라든가 신원 상에서 상당히 문제가 없는 이런 사람들‥ 우리처럼 언론이 자유권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북한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고 당의 사실상 선전 선동 수단이거든요."

    북한에서 기자동맹 대회가 열린 것은 22년만, 김정은 집권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리일환 사상담당 비서를 통해 출판보도부문의 사업개선 방향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들끓는 시대의 전진을 강력히 선도하기 위한 언론공세, 사상공세' '붓대포의 포성, 진격의 나팔소리' 등 이날 나온 표현을 미루어 볼 때 언론의 선전선동 기능을 더욱 강화하라는 주문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TV/4월 5일]
    "당 중앙의 충실한 대변자, 출력 높은 확성기, 잡음 없는 증폭기로서의 영예로운 사명과 임무를 다해나갈 열의에 넘쳐 있었습니다."

    박동석 기자동맹 위원장은 언론인들이 경제 등 목표 달성을 위해 주민들이 자신감을 갖고 계속 노력하도록 고무시키는 기사와 편집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 농촌정책의 정당성을 해설 선전해 농업근로자들을 사상 정신적으로 각성 분발시켜야 한다'며 강력한 정치공세, 사상공세를 예고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경제적인 상황 개선이 어려워진 환경이 장기간 지속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주민들이 가질 수 있는 불만, 이완 이런 것들을 적극 통제하고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리력 이상으로 선전 선동을 더 집중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죠."

    무엇보다 기자들은 김정은 혁명사상으로 당과 사회를 일색화 하는데 기수가 돼야 한다면서 기자들이 먼저 '김정은 사상의 열렬한 신봉자, 견결한 옹호자, 철저한 관철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신문 방송은 김정은에 대한 찬양의 도를 점점 높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특집방송 <행복의 별천지에 왔습니다>]
    "깊은 밤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궂은 날에도 헌신의 길을 이어가신 인민의 어버이‥"

    김정은이 주민 생활을 걱정하며 밤을 새운다는 칭송부터 김정은이 몇 세기에 한 번이나 출현할 수 있는 위대하고 강력한 지도자여서 적대국의 정치인들까지 머리를 숙이고 격찬할 정도라는 듣기 민망한 표현까지 수시로 나옵니다.

    [조선중앙TV/4월 5일]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영도는 빛나는 승리를 안아오고 휘황한 미래를 앞당기는 위대한 힘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은 체제의 특징은 뭐냐면 김정은은 위민헌신의 화신, 인민대중주의의 화신으로 포장을 하고 간부들이 스스로 반성을 하는 그런 형태의 통치 전략을 쓰고 있거든요."

    군사적으로 한미 양국과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코로나와 국경 봉쇄로 경제난 식량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불안감과 민심 이반을 막고 김정은을 중심으로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은 내부 상황이 안 좋을수록 외부 위협을 고취하는 이른바 피포위 의식, 포위당했다는 의식을 통해서 주민들의 단결을 모색하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난보다 사상이완이 더 위험하다며 사상통제와 선전선동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조선혁명박물관 강사]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는 우리가 경제사업에서 침체와 후퇴는 회복할 수 있지만, 교양사업에서의 침체와 후퇴는 종당에는 만회할 수 없는 후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하시면서"

    법적으로도 남한 드라마를 유통하면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이어, 젊은층을 겨냥한 청년교양보장법, 심지어 남한 말투를 단속하는 "평양문화어보호법"까지 촘촘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주민들이 신문 방송의 강도 높은 선전선동에 흥미를 잃고 외면할 것을 우려해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참신한 형식 즉 화려한 영상기법을 활용할 것을 주문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치장만 화려할 뿐 내용은 충성심과 정신력, 사상만 투철하면 어떤 시련과 위기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선전 일변도입니다.

    [조선중앙TV/2022년 3월]
    "닭알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고 하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가르치심을 높이 받들고"

    법으로, 감시로, 언론과 선전선동으로 체제를 지키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북한의 외침...

    사상의 달걀로 바위를 깬다는 북한의 다짐은 북한 체제의 위기가 깊고, 이를 극복할 수단이 많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김윤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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