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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은 김정은 충성한 만큼 보상?

무릎 꿇은 김정은 충성한 만큼 보상?
입력 2023-05-27 08:23 | 수정 2023-05-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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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국 앵커 ▶

    작년에 사망한 현철해 전 국방성 총고문의 1주기를 맞아 북한이 성대한 추모행사를 열고 일종의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김정은 위원장은 "충신 중의 충신"이라는 그의 묘소에 무릎을 꿇고 장미꽃을 바쳤습니다.

    요즘 북한 텔레비전은 이렇게 과거의 '충신'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넘쳐납니다.

    ◀ 김필국 앵커 ▶

    충신은 사실 옛날 왕조시대에서나 쓸법한 표현인데요.

    북한이 요즘 '충신'을 강조하는 이유.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9일,

    [정경택/북한 총정치국장 (5월 19일)]
    "지금부터 현철해 동지 서거 1돌 추모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현철해 북한 전 국방성 총고문의 추모대회.

    김일성, 김정일의 사진이 걸리던 단상 정중앙에는 화려한 꽃장식과 함께 현철해의 사진이 놓여있습니다.

    김정은 일가를 제외한 북한 최고위급 간부들이 총출동해 현철해를 칭송하고 경의를 표합니다.

    [리일환/북한 노동당 비서]
    "현철해 동지의 수령에 대한 충성은 티 없이 맑고 깨끗하고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드놀지(흔들리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강순남 국방상을 대동하고 현철해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카메라는 왼쪽 무릎을 꿇은 채 뜨거운 마음을 상징하는 장미 한 송이를 놓고 석판에 새겨진 현철해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조선중앙TV]
    "현철해동지의 모습을 보고 또 보시며 오래도록 심중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1년 전 현철해의 장례식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파격적으로 직접 관을 메고 시신을 운구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무방비로 확산하는 코로나를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이동을 통제하고 봉쇄하는 최대비상방역체제에 있을 때였지만 장례식에 수많은 군인과 평양 주민들을 대거 동원했습니다.

    북한이 사망한 군 원로들을 극진히 예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김일성 주석과 항일 활동을 함께 했다는 빨치산 1세대인 오진우, 조명록 총정치국장, 그리고 리을설 등의 장례식도 장갑차까지 동원해 성대한 국장으로 치렀습니다.

    하지만 현철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예우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현철해 사망 직후 제작된 기록영화,

    [조선중앙TV <김정은 발언 대독>]
    "현철해 동지, 내가 왔습니다, 한번 눈을 떠보십시오, 이렇게 영영 떠나려고 합니까."

    현철해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과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 등 각별한 관계를 강조합니다.

    [조선중앙TV <김정은 편지 대독>]
    "이 '정은이'도 현철해 동지를 하루 한순간도 잊은 적 없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호위병으로 김일성과 인연을 맺은 뒤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3대에 걸쳐 권력의 핵심부를 지켰다는 겁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김정은의 어린시절부터 후계자 수업과 권력승계 과정에서 후견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영상속에서 현철해는 10대의 어린 김정은이 후계자,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에 쭉 함께 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현철해 발언 보도>]
    "백두혈통의 진짜배기 원기둥감이 우리에게 있다는 안도감, 혁명의 만년대계인 영도의 계승문제는 걱정이 없다는 확신"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민군대의 군권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관하는 데 현철해가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지거든요.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현철해다, 단순한 스승의 범위를 넘어서 김정은 정권의 1등 공신이다."

    북한은 군부에 숙청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김정은 3대를 지켜온 현철해의 일생을 올해는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공개하기까지 했습니다.

    정권에 목숨바쳐 충성하면 후세에 이름을 떨치는 것으로 확실히 보상을 해준다는 메시지인 셈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후세대에게) 지속적인 결속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거기에 대한 예우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라는 것 이것을 상당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북한 방송은 최근 현철해 외에도 군, 관료, 과학자, 농민 등 각계에서 충성을 다하고 사망한 과거의 인물들을 "영생하는 혁명전사"라며 영웅화하는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선전물]
    "오늘도 영생하고 있는 그 삶이 무엇으로 빛나고 있는가를 세상에 전하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위기 속 악조건에도 변함없이 충성과 의리를 다하며 성과를 내라는 겁니다.

    또 과거의 인물들을 후세대가 본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안민철 / 안달수 농민 아들]
    "우리 장군님(김정일)께서는 아버지가 혁명가라고 해서 아들도 저절로 혁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북한 TV는 70-80년전, 40-50년 전의 인물들의 충성심을 영웅담으로 포장해 되풀이해 내보내고 뒤이어 청년들이 목숨바쳐 김정은 체제를 보위해야 한다는 선전을 덧붙입니다.

    [북한 선전가요 <우리는 이어가리>]
    "그 누가 이으랴 우리 청년들이다."

    북한의 방송이 과거 인물들의 충성심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지는 것은 현재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고, 위기를 극복할 수단이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6.25 전쟁 시기라든가 해방 직후에 어려웠던 시기에 헌신적으로 국가에 헌신했던 사람들을 계속 내세우고 있고 그런 것들은 지금 북한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반증하는 거라고 할 수가 있겠죠."

    그래서 주민들의 시선을 어려웠던 과거로 돌리고 그때처럼 맨주먹으로 똘똘뭉쳐 위기를 극복하자는 선전을 강화하는 겁니다.

    3대에 걸친 한 가문의 지도자를 80년 가까이 섬긴 이른바 충신을 최고의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미래세대까지도 과거의 영웅처럼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북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없는 체제가 자신을 지켜나갈 방법이 충성과 단결밖에 없다는 어둡고 답답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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